[ESG 월드뷰] 아마존 자동화가 던진 질문…정의로운 전환은 준비돼 있나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2033년까지 전체 사업의 75%를 자동화하고, 잠재적 신규 고용 인력 60만 명을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할 계획이라는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10월 21일 보도한 내용이다. 산업 자동화의 거대한 파도가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지금 우리는 두 개의 거대한 전환 기로에 서 있다. 하나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 구조를 친환경으로 바꾸는 ‘기후 전환’이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 기술·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산업·업무 구조의 혁신적 변화, 즉 ‘AI 전환’이다. 문제는 이 두 전환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사회 시스템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재교육이나 보호장치 없이 일터에서 밀려난다. 이 변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잔인한 결과를 남길 수도 있다.

이런 불균형의 시대에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다. 산업 변화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되, 그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공정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원칙이다. 기후·AI 전환의 물결이 거세질수록, ‘속도’보다 ‘사람’을 중심에 둔 전환 설계가 절실해지고 있다.

◇ 속도 경쟁 속에서 놓치고 있는 것

이 불균형은 이미 기업 현장에서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2023년 미 자동차 업계는 강화된 환경 규제 속에서 ‘전기차(EV) 전환’을 추진하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러나 재교육과 임금 보전 등 지원책 부족으로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 졌고, 결국 근로자들의 40일간 총파업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자동차 업체들이 입은 손해만 약 39억 달러(약 5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고민이 없을 경우 기업들에 실질적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후 대응과 AI 도입이 산업전환의 두 축이라면, 단지 기술과 설비를 바꾸는 것만으로 끝날 수 없다.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일자리 구조, 직무 내용, 필요 역량까지 바뀌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연초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노동 인구가 100명이라고 할 때, 2030년까지 59명이 교육·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산업 전환의 비용과 혜택이 모두에게 균등하지 않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새롭게 창출되는 재생에너지 일자리의 46%가 중국에 집중될 것으로 분석된다국제노동기구(ILO)는 기후 전환과 AI 전환을 종합했을 때 고용 기회의 혜택은 남성에게 70%, 여성에게 30%가 갈 것이라고 분석한다.

산업이 빠르게 바뀌어도 그 과정에서 특정 직군이나 지역, 연령대가 뒤처지면 사회적 비용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속도 경쟁 못지 않게 ‘누구를 위한 전환인가’, ‘어떤 방향성을 가진 전환인가’를 함께 살펴야 한다.

◇ 전환의 시대, 사람 중심의 혁신

이런 문제의식은 이미 글로벌 차원에서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정의로운 전환’을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 재교육·역량전환·포용적 성장을 위한 제도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 연합(EU)은 산업 전환에 따른 노동시장 미스매치(mismatch)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 2025년 4월, 기술 연합(Union of Skills)를 공식 출범했다. 기후·AI 전환을 ‘사람 중심’으로 설계하겠다는 취지다. 중소기업의 인력 전환을 지원하고, 궁극적으로는 유럽 내 인재 순환 구조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EU는 이미 2021~2027년 약 550억 유로 규모의 정의로운 전환 기금(Just Transition Fund)을 조성해, 전통적인 탄소집약 산업의 근로자의 재교육과 지역 회복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세계 최대 가구 소매기업 이케아(IKEA) 역시 ‘사람 중심 전환’의 대표적 사례다. AI 챗봇이 고객 문의의 절반을 답변하게 되자, 기존 콜센터 직원들을 인테리어 디자인 상담사로 재교육해 2023년까지 8,500명을 새 직무로 전환했다. 2024년에는 3만 명이 직원과 500명의 리더를 대상으로 ‘AI 리터러시(literacy) 이니셔티브를 시작,  AI를 책임 있게 사용하는 방법, 윤리를 위한 알고리즘 교육 등을 강화했다.

기후전환과 관련해서도, 이케아의 모회사인 잉카 그룹(Ingka Group)은 2030년까지 2016년 대비 가치사슬(Scope3) 탄소배출 50% 감축 목표를 추진하며, 에너지 전환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지원 기금도 운영 중이다.

◇ ‘사람 중심의 전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기후와 기술의 전환이 거세질수록, 기업의 대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 중심의 전환’을 실천하려는 기업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유엔글로벌콤팩트는 ‘정의로운 전환 비즈니스 브리프’를 통해 이에 대한 첫걸음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전환 계획의 수립’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업 뿐 아니라 이해관계자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환계획에는 ▲일자리 창출 ▲재교육·역량강화 ▲취약계층 보호 ▲지역의 사회경제적 혜택 극대화 ▲모든 고객의 평등한 접근성 보장 등이 핵심 요소로 포함돼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방향성 하에서 전환계획을 수립했다면, 이를 ‘실제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의로운 전환 계획의 이행은 특정 부서만의 일이 아니다. 전사적으로 부서 전반에 걸쳐 이행해야 하며, 기업이 설계한 정의로운 전환의 이행을 감독할 수 있는 좋은 거버넌스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전환의 성공을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적극적인 소통, 즉 ‘사회적 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뿐 아니라 시민단체, 사용자 단체 등과도 협업하여 직장 내 권리 증진, 효과적인 일자리 창출, 사회적 보호 향상 등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제반 환경을 조성하고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기업의 노력과 도전과제, 임팩트를 대외적으로도 공개한다면, 책임을 강화함과 동시에 사람 중심의 정의로운 전환 담론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의 ‘정의로운 전환 비즈니스 브리프’.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속도보다는 그 방향 속에서 사람, 직무, 지역, 생태계가 어떻게 적응하는 지가 미래의 국가 경쟁력, 기업 경쟁력을 가를 것이다. 산업 전환은 단순히 ‘무엇을 바꾸는가’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바꾸는가’의 문제다. 사람 중심의 산업 전환, ‘정의로운 전환’이 이 시대의 속도 경쟁 속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엔드픽처(End picture)가 되기를 바란다.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

유엔글로벌콤팩트한국협회의 <ESG월드뷰>

“Who cares wins(배려하는 자가 승리한다).” 20여년 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는 이 보고서를 통해 ESG라는 개념을 세상에 처음 선보였습니다. 요즘은 어디서나 지속가능성과 ESG를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ESG의 본질이 흐려진 느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시작을 들여다보면 ESG의 의미는 오히려 선명합니다. ‘환경’을 배려하고, ‘사람’을 배려하며, ‘조직’을 배려하는 기업이 결국 더 오래 살아남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묻습니다. “ESG를 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뭘 해야 하지?” UNGC의 <ESG월드뷰> 시리즈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국제사회에서 오가는 ESG 논의와 최신 흐름을 소개하고, 그것이 한국 기업에 어떤 의미와 기회를 주는지 이야기하려 합니다. “왜 지금인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ESG가 진짜 ‘우리 이야기’로 받아들여지는 창이 되기를 바랍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