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는 당사자를 직접 만나 도움을 주고, 누군가는 법과 제도를 바꾸며 구조적 변화를 이끈다.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혁신가들이 임팩트를 창출하는 방식은 이처럼 다양하다. 아쇼카(Ashoka)는 이를 ‘임팩트의 4단계(4 Levels of Impact)’로 구분해 설명한다.
첫 번째 단계는 개인이나 집단의 필요를 직접 충족시키는 ‘직접 서비스(Direct Service)’다. 결식 아동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변화가 즉각적이고 눈에 띄지만, 문제를 발생시키는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두 번째는 직접 서비스를 체계화·조직화해 더 많은 사람에게 확산하는 ‘스케일업 된 직접 서비스(Scaled Direct Service)’다. 프랜차이즈 모델로 복지 서비스를 전국에 확산하거나, 반복 가능한 운영 체계를 만들어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가 발생하는 사회 구조는 그대로다.

세 번째는 ‘시스템 체인지(System Change)’다. 법과 제도, 정책, 시장 구조 등 문제의 근원을 바꾸는 접근이다. 결식아동 문제의 경우 단순한 식사 제공을 넘어 무상급식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여기에 해당한다.
네 번째는 ‘프레임워크 체인지(Framework Change)’다.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사회적 규범, 인식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결식아동 문제를 ‘모든 아동이 누려야 할 권리’로 인식하게 하여, 장기적으로 사회 구성원의 선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식이다.
◇ 빠르게 체감하는 성과 vs 장기간에 걸친 변화
흥미로운 점은 단계가 높아질수록 변화의 폭은 커지지만, 사업 담당자가 체감하는 ‘손맛’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직접 서비스는 곧바로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다. 수혜자의 반응을 통해 사업 담당자는 즉각적인 보람을 얻는다. 반면 시스템·프레임워크 체인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책과 제도는 단기간에 바뀌지 않고,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부딪히고 설득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인식 변화도 더디다. 한 조직이나 개인이 단독으로 이루기 어렵고, 여러 주체가 장기간 협력해야 겨우 작은 틈 하나를 만든다. 그러니 사업 담당자 입장에서는 ‘과연 내가 변화를 만들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뛰고 저리뛰며” 사회의 시스템과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애쓰는 이들은 우리 사회 문제의 뿌리를 건드리는 사회혁신가들이다. 이들의 노력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직접 서비스가 제공돼도 사회·환경 문제는 반복될 것이다.
◇ 시스템·프레임워크 체인저를 더 많이, 더 밝게 조명해야 한다
시스템·프레임워크 체인저들은 자신의 일이 어떤 임팩트를 내는지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논리적 이해와 일상의 동기부여는 다르다. 수혜자의 변화를 곁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업무를 미션과 연결해 지속적인 힘으로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지치고 소진되기 쉽다.
따라서 사회는 이들의 노력을 더 밝게 조명해야 한다. 구조적 해결이 어떻게 문제를 뿌리째 흔드는지를 찾아내 널리 알려야 한다. 사회적 가치 측정에서도 취약계층에 직접 전달된 서비스뿐 아니라 구조 변화를 이끄는 조직의 성과가 온전히 포착되고 측정되어 널리 알려져야 한다.
조직 내부에서도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에게 일의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목적을 위해서, 그리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지속적으로 리마인드되어야 한다. 직접 서비스처럼 수혜자로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기는 어렵지만, 사회와 조직이 대리인이 되어 “여러분의 노력이 결국 사회 구조를 조금씩 바꾸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을 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기부자의 이해도 필요하다. 기부자들은 대체로 기부금이 현금 지원이나 물품 지원 등 직접 서비스 형태로 전달될 때 만족감을 느낀다. 반면 시스템 체인지나 프레임워크 체인지를 추진하는 조직에 기부하는 경우, 변화를 체감하거나 빠르게 확인하기 어려워 선뜻 마음이 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기금이 직접 서비스에만 집중된다면, 사회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시스템 체인지와 프레임워크 체인지의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 근본적인 시스템과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결국 우리가 마주하는 사회·환경 문제는 반복될 것이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회·환경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해 애쓰는 수많은 시스템 체인저와 프레임워크 체인저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폭싹 속았수다.
이호영 임팩트리서치랩 공동대표·한양대 겸임교수
필자 소개 임팩트를 측정·평가하는 전문 기관인 (주)임팩트리서치랩에서 공동대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대학생들에게 지속가능경영과 소셜벤처 창업, 임팩트 측정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학교 재학 시절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무료 식권을 전달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밥’을 설립했고, 현재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료 주거지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방’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