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아카데미 커리어 특강] 권영근 큐라클 의장 “우연한 발견,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바이오벤처 창업자 권영근이 말하는 커리어의 전환점
혈관 연구의 시작은 암 강연 한 편

“누가 알았겠어요? 1995년의 어느 금요일, 한 강연이 제 인생을 바꿨다는 걸.”

권영근(61) 큐라클 이사회 의장은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유한양행 ‘유일한 아카데미’ 커리어 특강에서 자신의 연구 인생이 시작된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날 강연은 제약·바이오 분야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진로의 가능성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영근 큐라클 의장이 7월 18일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유한양행 유일한 아카데미’에서 제약·바이오 분야 청년들에게 진로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채예빈 기자

큐라클은 난치성 혈관 및 대사성 질환 치료제를 주력으로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로, 2021년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권 의장은 오랜 교수 생활을 접고 창업에 나선 배경과 연구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얻은 통찰을 풀어놓으며 “사소한 계기 하나가 커리어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록펠러대학(Rockefeller University)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던 저명 과학자들의 강연 중, 한 강연이 그의 진로를 바꿨다고 했다.

“그날 연단에 선 사람은 유다 포크먼 박사였습니다. 그는 ‘모든 세포가 증식하려면 산소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혈관이 한다’고 설명했죠. 암세포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당시 포크먼 박사는 암에 혈관을 공급하지 않으면 종양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 강연을 계기로 권 의장은 “언젠가 내가 연구실을 갖게 된다면, 혈관을 연구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1997년 귀국 후 혈관 연구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27년간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혈관 내피세포, 혈관 생성, 관련 질환을 집중 연구했다. 그간 발표한 논문은 230여 편에 이르고, 항암 혈관 차단 메커니즘을 다룬 논문은 600회 이상 인용됐다.

그는 “연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 있다면, 그 안에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을 수 있다”며 “사소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뜻밖의 발견이 신약 개발로 이어진 사례도 소개했다. 권 의장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의 연구에서 기존의 혈관을 파괴하는 물질과 구조적으로 유사하지만 오히려 ‘혈관을 보호하는 물질’을 찾아냈다. 이 발견은 이후 모세혈관을 보호해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로 이어졌고, 큐라클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 그는 “혁신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일어나고, 우연한 발견이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7월 18일 서울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유일한 아카데미 진로 특강에서 30명의 청년들이 권영근 큐라클 의장의 특강을 듣고 있다. 이날 특강에서는 대학원 진학, 연구 논문 등의 질문이 나왔다. /채예빈 기자

강연 후에는 청년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김민수(서강대 생명과학 4학년)씨가 “전공과 다른 분야로 전환할 때 기존 연구 실적에 대한 부담은 없었느냐”고 묻자, 권 의장은 “논문 주제를 미리 정하고 프로젝트를 신속히 마무리해 위험을 관리했다”고 답했다. 이종준(애리조나대 생물학과 1학년)씨는 석·박사 진학 조언을 구했고, 권 의장은 “엔지니어든 과학자든 기초 훈련이 잘된 인재가 현장에서 오래간다”며 실험 설계와 데이터 해석 역량을 강조했다.

권 의장은 강연 후 “한국의 제약·헬스케어 산업은 지금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과도기에 있다”며 “AI 기술의 발전과 고령화 사회 진입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젊은 인재들이 문제 해결에 과감히 도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유일한 아카데미’는 유한양행이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기업가정신을 계승해 운영하는 청년 대상 교육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희망친구 기아대책, 진저티프로젝트, 더나은미래 등 다양한 협력기관과 함께 운영된다. 참가자들은 보건·복지 분야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실천형 교육과정을 경험한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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