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리스크, 중앙은행의 경고…“금융시장이 늦게 반응하면 더 위험” [글로벌 이슈]

유로존 GDP 최대 4.7% 하락 시나리오 제시
G7 국채 최대 20% 급락 전망…금융충격 현실화 가능성

기후 변화가 더는 환경 이슈에 머물지 않고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최근 “기후 재난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주요 정책 변수로 기후 리스크를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은 기후재난이 2030년까지 유로존의 GDP를 최대 5% 가까이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19 펜데믹과 엇비슷한 충격이다. /연합뉴스, 로이터통신

유럽중앙은행(ECB)은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폭염·가뭄·산불·홍수 등 복합적 재난이 생산과 공급망, 인프라에 동시다발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이 향후 5년 내 최대 4.7%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맞먹는 수준의 충격이다.

이번 전망은 주요국 중앙은행과 금융감독기구가 참여하는 국제 협의체 녹색금융네트워크(NGFS)의 새로운 단기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ECB는 앞서 2023년 NGFS와의 공동 연구에서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2035년까지 식품 물가는 1~3%p, 전체 물가는 0.31~1.2%p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리비오 스트라카 ECB 부총재는 “기후 변화는 더 이상 ‘지평선의 비극’이 아닌 임박한 위협”이라며 “특히 유럽은 녹색 전환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수급에서 외부 의존도가 높아 더욱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다음날, 영란은행(BOE)도 유사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사라 브리든 금융안정보장 부총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극단적 기후 현상은 공급망을 교란시키고, 식량·에너지 가격을 급등시켜 중앙은행의 통제 밖에 있는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며 “기후 리스크로 G7 장기 국채가 최대 20%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7월 미국 중부 텍사스에서 발생한 홍수로 120명 이상이 사망하고 170명 이상이 실종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AP통신

기후 위기가 금융시장 전반의 자산 재조정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미국의 민간 기후 분석기관 퍼스트스트리트는 “기후 재해는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기존의 신용평가 기준인 ‘5C(신용도·Character, 상환능력·Capacity, 자본력·Capital, 담보·Collateral, 대출 조건·Conditions)’에 ‘기후(Climate)’를 추가한 ‘6C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 재난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실질적인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호주는 지난 2~5월 동안 반복된 홍수와 가뭄으로 12억 호주달러(한화 약 1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고, 미국 텍사스에서는 7월 초 집중호우로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 침수돼 복구비용 전액을 주민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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