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C “1300억 톤 CO₂e만 남아…2024년 지구 온도 1.52도까지 상승”
해수면 상승, 극한 기후 가속…“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총량이 1300억 톤 CO₂e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른바 ‘탄소예산’이라 불리는 이 수치는 현 추세대로라면 약 3년 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됐다.

글로벌 기후 연구 프로젝트 ‘지구 기후 변화 지표(IGCC)’는 19일 국제 학술지 지구 시스템 과학 데이터(Earth System Science Data)를 통해 올해 보고서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IGCC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장기 평가 보고서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정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매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온 상승률 등을 종합한 지표를 발표하고 있다.
◇ 탄소예산 1300억 톤 CO₂e…3년 내 바닥
보고서는 IPCC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제시한 5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될 경우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C 이내로 억제할 수 있는 탄소예산을 1300억 톤 CO₂e로 추산했다. 이는 동일 조건에서 제시된 6차 평가보고서의 5000억 톤 CO₂e보다 크게 감소한 수치다. 목표 온도를 1.6°C 또는 1.7°C로 완화하더라도, 50% 달성 확률 기준의 탄소 예산은 모두 9년 이내에 바닥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의 수석 저자인 피어스 포스터 리즈대 교수는 “이번 제3차 IGCC 보고서는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 변화의 영향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IPCC가 마지막 보고서를 발표한 2021년 이후 매년 기온이 상승하고 있으며, 정책과 행동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2024년 지구 표면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높았으며, 이 중 1.36도가 인간 활동에 의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다만, 파리협정의 1.5도 목표는 ‘단기적 수치’가 아닌 장기 평균값을 기준으로 판단되므로, 목표가 완전히 무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이례적 고온 현상이 반복되면 임계점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IPCC는 온실가스 감축의 골든타임이 짧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2021년 발표한 제6차 보고서에서도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신속하고 대폭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바다도 뜨거워졌다
최근 10년간 전 세계는 해마다 약 53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주요 원인은 화석연료 사용과 삼림 벌채이며, 2024년에는 국제 항공 부문도 팬데믹 이전 수준의 배출량을 회복했다. 이와 동시에 지구 냉각에 기여하던 이산화황(SO₂) 배출은 감소해 지구는 더 빠르게 더워지고 있다.
지구 시스템에 축적되는 잔여 열은 대기뿐 아니라 해양과 육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2~2024년 사이의 온난화율은 1970~1980년대보다 두 배 빠르게 진행됐다.
특히 해양이 흡수한 잔여열이 급증하면서 2024년 전 세계 해수면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 대비 평균 26mm나 상승했는데, 이는 20세기 평균 상승률(연 1.8mm)의 2배 이상이다. 카리나 폰 슈크만 메르카토르 해양연구소 수석고문은 “바다는 온실가스로 인한 여분의 열 중 91%를 흡수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해수 온난화와 극단적 기상이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랜섬 연구소의 연구 책임자인 조에리 로겔지 교수는 “기온 상승은 이미 수십억 인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극심한 기상이변은 소폭의 온도 변화만으로도 훨씬 더 자주,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10년 내 배출량 경로가 1.5도 도달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며,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고 경고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