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고속도로’부터 ‘기후공동책임세’까지
각 당 대선 캠프가 ‘기후위기 대응’ 해법을 두고 맞붙었다. 지난 7일 시민단체 기후정치바람이 주최한 ‘2025 기후위기 국민 인식조사 결과 발표 집담회’에 더불어민주당, 민주노동당(舊 정의당), 진보당, 개혁신당 관계자들이 참석해 각 당의 기후공약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참석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 더불어민주당 “에너지 고속도로로 산업 전환”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기후위기대응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기후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핵심은 지역과 함께하는 에너지 전환”이라며,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을 중심으로 한 공약을 밝혔다.
그는 “산업 전환이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이미 포화 상태인 육상 전력망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며, 2040년까지 국토를 U자 형태로 연결해 호남·영남·동해안을 잇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송전망이 아니라 지역 중심의 자족형 재생에너지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한 기반이며, AI 기반 지능형 전력망, 배전망 확장,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포함한 인프라 확충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에너지 자립마을과 RE100 산업단지 확대, 잉여 전력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햇빛 바람 연금제도’ 도입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밖에도 더불어민주당은 ▲순환경제 인프라 구축 및 소비자 수리권 보장으로 ‘탈플라스틱 선도국’ 실현 ▲2040년 석탄 발전 폐지 및 전기차 확대를 통한 미세먼지 저감 ▲산불 피해지를 포함한 생물다양성 보호구역 단계적 확보 등을 제시했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책임성과, 2035년 이후 감축 로드맵 재정립도 약속했다.
박 위원장은 “2028년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를 유치해, 한국이 글로벌 기후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민주노동당 “에너지 고속도로보다 그물망…지역 자립형 전환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후보자의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에 대해 민주노동당(舊 정의당) 권영국 후보는 공개 반박에 나섰다. 그는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서울로 끌어오는 고속도로 방식은 중앙집중적이고 비효율적”이라며 “생산지에서 바로 소비하는 ‘에너지 그물망’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산업단지 및 대규모 전력 이용 시설은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에서만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녹색규제를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권 후보는 국가 목표로 ‘생태복지국가’를 설정하겠다고 밝히며, 이를 위해 ▲기후경제부 신설 ▲국회 기후특위 설치 ▲재생에너지 전문 국책연구기관 설립 ▲기후시민의회 구성 등의 제도를 제안했다.
이어 권 후보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70%로 상향하고, 배출권 거래제 등 핵심 제도를 혁신해 주요 산업의 탄소 배출을 절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2035년 탈석탄, 2040년 탈핵 ▲탄소세 부과(t당 11만원) ▲연간 경제 규모 4%를 녹색 투자에 활용해 그린 리모델링과 무상교통 실시 ▲정의로운 전환법 제정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 진보당 “에너지 기본권 보장…기후공동책임세 도입”
정주원 진보당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에너지 사용도 사회 안전망의 일부”라며, 냉난방 등 필수 에너지를 누구나 보장받는 ‘에너지 기본권’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할인 제도를 바로잡고, 필수 사용량을 초과한 경우에는 가파른 누진세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또한 에너지 위기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주거 문제를 지목하며, 임차주택의 최저 주거 기준 의무화와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보당은 공공교통과 에너지의 공공성 강화를 주요 방향으로 제시했다. 청소년 무상 교통과 월 1만 원 교통패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소규모 마을버스 노선은 직영 방식으로 운영해 생활권 내 이동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역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재생에너지로 얻은 이익이 지역사회에 환원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기후에너지 전환의 장기 전략으로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을 전제로 한 배출 로드맵 수립 ▲탈석탄법 제정 ▲수도권 산업시설·공공시설의 재생에너지 우선 전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전환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노동자의 참여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 위원장은 기후 공동책임세 신설도 제안했다. 그는 “고소득층과 대기업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소득세와 법인세에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방식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이를 복지 확충과 불평등 해소, 재생에너지 전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 개혁신당 “기후정책은 교육에서 시작…RE100 대응 시급”
이경선 개혁신당 21대 대통령선거 이준석 후보 선대위 조직본부장은 “기후 환경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교육과 인식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는 아동들이 분리배출을 잘하고 기후 감수성이 높지만,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분리배출 실천이 오히려 미흡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편리함만 우선시하는 기성세대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개혁신당은 기후가 곧 산업 경쟁력이라는 인식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RE100 준비가 미흡하면 수출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며, 태양광이나 해양동력 중심의 단편적 접근보다는 지형과 리스크를 고려한 다양한 에너지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기후정책 추진 과정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 마련 역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관련한 정책 세부 방안은 추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