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31일(금)

유니클로는 왜 ‘히트텍’ 기부하고 옷을 ‘오래’ 입게 할까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

기업과 사회의 공존법<2> 유니클로
[인터뷰] 셸바 에이코 유니클로 글로벌 서스테이너빌리티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옷이 실하네. 색이 화사하니 예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22일, 유니클로의 기능성 발열 내의 ‘히트텍’을 받은 독거노인 A씨는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유니클로 본사 임원을 비롯한 임직원 10여 명은 효창종합사회복지관 소속 사회복지사와 함께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직접 의류를 전달했다. 전날인 21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소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독거노인 및 저소득층 노인 600여 명을 위해 설명절 맞이 떡국 나눔 행사를 열었다.

‘더 하트 오브 라이프웨어’ 캠페인으로 독거노인 가구에 방문해 히트텍을 전달하는 유니클로 임직원의 모습. /유니클로

이는 유니클로 출범 40주년을 맞이해 전 세계에 히트텍 100만장을 기부하는 ‘더 하트 오브 라이프웨어(The Heart of LifeWear)’ 캠페인 활동이다. 이 중 절반인 히트텍 50만장은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난민과 실향민에게 전달되고, 나머지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취약계층을 위해 기부된다.

◇ 독거노인 2만5000명에 히트텍 전달… 12억 원 상당 지원

유니클로는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현실을 고려해 저소득 독거노인 2만5000명에게 약 12억 원 상당의 히트텍 5만장을 지원했다. 이번 기부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지난 10년간 이어온 독거노인 지원 사업의 일환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폴란드, 몰도바 등에서도 각국의 사회문제를 반영해 지원이 진행됐다. 일본에서는 지진 피해 아동을, 폴란드는 미혼모와 취약계층 아동을, 미국은 노숙인과 망명 신청자를,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을 대상으로 삼았다.

히트텍 기부 활동 성료를 기념해 21일 성남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진행된 떡국 나눔행사에 참여한 유니클로 임직원들과 유니클로 글로벌 서스테이너빌리티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셸바 에이코(가운데) /유니클로

유니클로의 사회공헌 전략은 장기적인 파트너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부에서는 NGO 파트너를 선정하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가이드라인의 큰 기준 중 하나도 ‘장기적 파트너십’의 가능 여부다. 이번 캠페인을 함께한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도 2015년부터 10년째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현재까지 약 37억 원 상당의 의류 및 현금을 지원했다.

정유리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서비스지원과 팀장은 “기업들이 사회공헌 대상을 트렌드에 따라 바꾸는 경우가 많지만, 유니클로는 10년 동안 일관되게 독거노인을 지원해 왔다”며 “이러한 꾸준함이 진정한 사회공헌”이라고 평가했다.

유니클로는 지역 NGO와 협력해 사회문제를 찾아내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역할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김지훈 홍보실장은 “국내에서도 꾸준하게 NGO 파트너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본사 서스테이너빌리티 팀과 협의해 각국의 사회문제에 맞는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주간 회의에서 각국의 상황과 NGO로부터 들은 정보들을 공유하기도 한다.

◇ 사회공헌은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

유니클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단순한 기부가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로 보고 있다. 지난 22일 캠페인 참여차 방한한 유니클로 글로벌 서스테이너빌리티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셸바 에이코(Eiko Sherba)는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에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관점이다.

셸바 디렉터는 20여 년간 기업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해 온 전문가다. 그는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과 사회공헌 활동을 ‘자동차의 두 바퀴’와 같다고 비유한다. 사업 국가에서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기업 또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니클로는 2025년까지 사회공헌 투자액을 100억 엔(약 950억 원)으로 확대하고, 연간 1000만 장의 의류를 기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니클로 글로벌 서스테이너빌리티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셸바 에이코가 지난 22일 더나은미래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니클로

유니클로는 매장에서의 고객 경험을 활용해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2022년부터 수익 전액을 유엔난민기구(UNHCR), 세이브더칠드런, 플랜인터내셔널에 기부하는 자선 티셔츠 ‘피스 포 올(PEACE FOR ALL)’을 판매해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사회공헌에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환경 보호를 위해 의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돕는 ‘리유니클로 스튜디오(Re.UNIQLO Studio)’를 전 세계 22개국 57개 매장에서 운영 중이다. 셸바 에이코 유니클로 글로벌 서스테이너빌리티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사회문제가 소비자 개인의 문제로 인식될 때 비로소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진다”며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는 데 있어 소비자 참여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니클로가 ‘지속가능성’과 ‘사회공헌’을 외치는 것이 모순이지 않냐는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물론 유니클로는 옷을 계속 제조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 있어 환경을, 노동자의 인권을, 지역사회의 문제를 고려할 것입니다. 다음세대를 위해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이어가야, 기업이 존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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