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4 금융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해부<6·끝>
육아휴직 지표 분석
국내 5대 금융지주사의 육아휴직 복귀율과 유지율 공시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만 복귀율 데이터를 공개했으며, 유지율까지 명시한 곳은 KB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세 곳에 그쳤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극히 낮아 성별 간 격차가 두드러졌다.
◇ 하나금융, 육아휴직 복귀·유지율 100%
하나금융그룹의 2023년 육아휴직 복귀율은 100%로 전년 대비 2.6%포인트 상승하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신한금융그룹은 93.55%로 전년보다 1%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KB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NH농협금융그룹은 복귀율 대신 복귀자 수만 공개해 수준과 개선도를 비교하기 어려웠다.
육아휴직 복귀 후 12개월 이상 재직한 비율(유지율)은 하나금융그룹이 100%로 가장 높았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육아휴직에서 복귀할 경우 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연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만 9세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직원의 경우 1년간 오후에 4시간만 근무할 수 있는 ‘맘투게더’ 제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90.45%)과 KB금융그룹(77.7%)이 뒤를 이었으나, KB금융의 유지율은 전년(2022년) 대비 13.65%포인트 하락하며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남성 유지율은 2022년 88.5%에서 2023년 73.5%로 15%포인트, 여성은 같은 기간 94.2%에서 81.9%로 12.3%포인트 하락해 성별을 불문하고 감소 폭이 컸다.
◇ KB·NH만 육아휴직 대상자 공시…NH 남성 사용률 5%에 그쳐
육아휴직 대상자 수를 명확히 공개한 곳은 KB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그룹 두 곳뿐이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 그룹의 사용률을 분석한 결과, 남성의 사용 비율 여성보다 현저히 낮았다. KB금융그룹의 경우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6.47%로 여성(23.27%)보다 16.8%포인트 낮았다. NH농협금융그룹에서는 남성 사용률이 5.04%, 여성은 51.48%로 남성과 여성 간 차이가 10배 이상이었다.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이유로는 승진 및 평가에서의 불이익 우려,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조직 내 인식 부족 등이 지적된다.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2030년까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7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며 “정부의 지원뿐만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 육아휴직에 우호적인 문화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5대 금융지주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육아휴직 지표와 공개 데이터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하나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복귀율과 유지율에서 선방했으나, NH농협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유지율을 공개하지 않아 육아휴직 정책이 실제로 효과적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공시 항목에 육아휴직 사용 비율과 성별 데이터를 포함하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나영 육아정책연구소 저출생·가족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육아휴직 관련 정책의 효과와 실효성을 평가하려면 단순 수치뿐 아니라 비율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들이 육아에 참여하고 싶어도 소득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출산 첫 달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해당 기간 급여를 동일하게 지급하는 제도가 남성 육아휴직 문화 정착의 핵심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