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2주 된 바나나가 색이 안 변했다?…코팅제로 식품손실 막는 ‘에코기어’

애그테크 리더즈<5>
[인터뷰] 박지훈 에코기어 대표

지난 22일 방문한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내 에코기어 사무실. 박지훈(37) 대표의 책상 위에는 탐스러운 귤과 배가 놓여 있었다. 대접용인가 했는데, 실험용이었다. 박 대표는 “3개월 전 코팅제를 뿌린 과일”이라고 했다.

에코기어는 제주 용암해수를 활용한 코팅제를 통해 신선식품의 보존 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다. 핵심은 아임계수(subcritical water) 추출 기술이다. 아임계수는 물이 액체와 기체의 중간 상태에 도달한 상태로, 강력한 용해력을 발휘해 제주 용암해수의 영양 성분을 추출한다. 이렇게 추출된 성분은 식품, 화장품, 의약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기능성 소재가 된다.

박지훈 에코기어 대표는 “UN의 지속 가능한 소비 및 생산 양식 목표에 맞춰 나노코팅제 적용 농산물의 식품 손실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에코기어

◇ 식품 소비기한 최대 150%까지 연장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분석 결과, 에코기어의 나노코팅제를 사용하면 신선식품의 소비기한을 최소 20%, 최대 150%까지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표는 “바나나에 코팅제를 뿌리면 2주 동안 갈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나노코팅제는 농산물 보존뿐만 아니라 영양 강화와 면역 증진 효과도 입증됐다. 대장균과 녹농균을 각각 99% 제거하고, 살모넬라균은 99.9%까지 사멸시키는 항균 효과를 보였다.

“각 농산물에 최적화된 나노코팅제는 화학적·생물학적 오염을 방지해 식품 폐기량을 줄이고, 농산물 저장성을 높여 가격 급등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박 대표는 왜 창업을 결심했을까. 그는 2018년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로 부임한 후 2021년 12월 학내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로 에코기어를 창업했다. 그는 “코팅제 연구를 15년간 이어왔고, KAIST 화학과 박사과정 시절에 나노코팅 기술로 세포 생존도를 높이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며 연구 성과를 현장에 적용하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에코기어의 첫 사업은 코로나19로 촉발된 마스크 김서림 방지용 코팅제였다. 이후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신선식품 보존으로 아이템을 확장했고, 도한솔 이화여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 김영관 동국대학교 화학과 교수 등 6명의 전문가가 합류하면서 사업 기반을 다졌다.

에코기어의 나노코팅제. /에코기어

◇ “2030년까지 농산물의 식품 손실 50% 줄일 것”

지난 9월 연구년에 돌입한 박 대표는 사업에 본격 매진하기 시작했다. 제주 용암해수를 활용하는 기술 특성상 6월에는 제주 용암해수센터에 입주하고, 최근에는 아임계수 추출 설비와 나노코팅제 생산 설비를 완비했다. 지난 10월 말에는 제주도로 거처를 옮기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박 대표는 “연내로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제주 제스프리 등에서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나노코팅제 적용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 진출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4일, 베트남 농식품 관련 기업 4곳과 150억 원 규모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이 중 두 기업은 바나나 갈변 방지 코팅제를 수출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 중이다.

박 대표는 “UN의 지속 가능한 소비 및 생산 양식 목표에 맞춰 2030년까지 농산물의 식품 손실을 50%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제주 지역 대학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지역에 뿌리내린 로컬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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