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월)

“2026년까지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해야 韓기업·경제 살릴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 모임인 ‘비상’과 기후환경 NGO, 민간 싱크탱크가 모여 금융위원회에 2026년부터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 모임 ‘비상’과 경제개혁연구소, 그린피스, 녹색전환연구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위원회에 2026년부터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비상’과 경제개혁연구소, 그린피스, 녹색전환연구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적어도 2026년엔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에는 김성환, 박정현, 박지혜, 위성곤, 이소영, 임미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의무화 로드맵에 ▲2026년(회계연도 2025년)부터 의무 공시 시행 ▲자산 2조원 이상 사업보고서 제출법인부터 공시 의무화 대상 점진적 확대 ▲법정 공시(사업보고서에 포함)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의무 공시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올해 4월에 기후를 중심으로 한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에는 공시 의무화 시기, 공시 대상 기업,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의무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빠져있다. 8월까지 기업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받았으며, 올해 안에 공시 기준과 로드맵을 확정 짓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단체는 기업 부담을 이유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2029년부터 자율공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또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을 공시 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기업 온실가스 배출에서 스코프3 배출은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조발언에서 “유럽연합과 미국은 별도의 공시 기준을 수립했으며, 주요 20여개 국가 역시 국제회계기준(IFRS) 산하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준에 따라 2025~2027년 안에 의무화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갖춰 나가고 있다”며 “반면 국내 금융위원회는 로드맵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국제 자본시장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각국의 지속가능성 공시 정책은 전 세계 투자자의 중대한 관심사”라고 짚었다. 실제로 지난 5월 책임투자원칙(PRI),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 지속가능한 증권거래소 이니셔티브(SSE Initiative) 등 120개 투자 관련 기관은 세계 각국에게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공시기준을 2025년까지 도입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종오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재계의 주장대로 ESG 정보공개 의무화 시점을 미루고 공시 사항과 범위 등을 축소하면 당장은 이익을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결국 국내 대중소 모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해 ESG 투명성과 리스크 관리를 중시하는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갈라파고스화를 자초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이 23일 2026년부터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세계 최대 글로벌 책임투자 협의체인 PRI는 한국 NGO들의 ‘2026년부터 지속가능성 공시를 도입하라’는 성명을 지지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PRI는 “현재 일관성 있고 품질이 높은 지속가능성 데이터가 부족해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이 어렵다”며 “이는 자본이 효과적으로 지속가능성 목표를 향해 흘러가는 것을 방해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PRI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에도 현재 논의 중인 초안이 국제 정합성, 비교 가능성 및 신뢰성 원칙을 충족하지 못하며 한국은 ISSB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서를 보낸 바 있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는 “금융위원회는 2021년부터 ESG 금융제도 전반을 검토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첫 단추인 구체적인 공시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비교적 늦은 2027년을 의무화 시기로 잡고 있는 일본의 경우도 이미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다른 주요국에 비해 한참 뒤처진 것이다.

지현영 변호사는 한국회계기준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75%, 국내 투자자의 85%가 기업에 대한 스코프3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한 공시 초안에 동의했다는 것을 언급, 국내 기업 또한 정부의 빠르고 명확한 로드맵과 가이드라인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원회의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를 통한 2026년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실시가 우리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고 했다.

기후 변화 정책에 대한 기업의 관여 활동 및 영향을 분석해 오픈소스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글로벌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도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인플루언스맵은 서면 입장문을 통해 기후 공시에 기업의 기후 정책 관여 활동과 관련된 거버넌스 구조, 정책 관여 활동의 일치도 모니터링, 기후 정책 관련 위험과 기회 식별, 그리고 정책 관여 활동의 구체적 설명 등을 필수 기준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상’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성환, 김원이, 김정호, 민형배, 박정현, 박지혜, 백승아, 염태영, 위성곤, 이소영, 임미애, 차지호, 허영, 한정애 등 14명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성명문

지속가능성 공시, 더이상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
2026년부터 기후 공시 의무화 시행을 촉구한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ESG정보 공개 촉진과 책임투자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2025년부터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에서 시작하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까지 코스피 상장사 전체에 적용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작년 10월 금융위원회는 예정된 공시 의무화 시기를 앞두고 이를 돌연 연기하였으며,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가 지난 4월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정보를 중심으로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하기까지 아직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시행시기 뿐 아니라 시행대상, 시행방법 등 주요 내용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와 관련한 주요 쟁점에 대해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히며, 최종안에 반영할 것을 촉구한다.

첫째, 당초 예고된 바와 같이 2026년부터 지속가능성 정보 의무 공시를 시행해야 한다. 
 기후 무역장벽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국들은 이미 2025~2027년 내로 공시의무화 시기를 확정하고 법적 기반을 확립하였다. 또한, 국제 규제와 공시 의무화에 대비하여 국내 기업들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왔고, 2024년 8월 현재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 중 90%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심지어 경제계에서 공개한 설문조사에서조차 41.6%의 기업이 의무화 시기로 2026~2027년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의무화를 늦추는 것은 큰 실익이 없으며,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개별 기업들을 각자도생하도록 내모는 셈이 될 것이다.

둘째, 공시 의무화 대상은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제출 법인으로 하되, 당장 전체 시행이 어렵다면 일부 기업부터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 
 자산 2조 이상의 대기업은 지속가능성 공시의 중요성 및 필요성이 클 뿐 아니라 의무공시에 대응할 역량도 갖추고 있다. 코스피 상장 기업으로 제한할 이유가 없는 만큼,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 제출 법인에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하되, 자산 2조 이상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금융기관의 경우에도 주요 공공기관부터 모든 금융기관으로 점차 확대해나가야 한다.

셋째,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는 거래소 공시가 아닌 법정공시로 도입해야 한다. 
 경제계의 주장처럼 지속가능성 공시를 자율공시에 기반하는 경우 투자자에게 유의미한 정보로서의 비교가능성, 신뢰성,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고, 거래소 공시로 도입할 경우에도 허위·부실 공시에 대한 제재가 약해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성 공시는 자본시장법을 통해 법정공시로 도입하여 허위·부실 공시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Scope 3 배출량 정보를 의무 공시 내용에 포함해야 한다.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업 배출량의 평균 3/4 이상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양적으로 중대한 만큼, 전후방 가치사슬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을 기업에 부과할 필요가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어떤 활동에 집중되는지를 투자자가 이해하고 의사결정하기 위해서도 스코프 3는 반드시 필요한 정보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도 ISSB 기준에 따라 스코프 3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스코프 3 공시는 피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후정보 등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경영에서 지속가능성 위험과 기회를 파악하고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불특정 다수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가 지연되는 것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자본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심화시키는 문제만 낳을 것이다. 시장의 혼란을 줄이고 기업이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금융위원회가 조속히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로드맵을 제시하고 충실한 기후 공시 관행이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촉구한다.

2024년 9월 23일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

경제개혁연구소, 그린피스, 녹색전환연구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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