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미래 논단] 비영리조직 이사회, 기금 모으고 전문성 채우는 실질적 기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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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나은미래 논단]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국내·외 비영리조직의 이사로 오랫동안 활동해오면서 국내와 해외의 비영리조직과 이사회에 대해 종종 비교해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비영리조직 이사회에 대해 매우 큰 아쉬움을 느낀다. 그 이유는 많은 경우, 이사회가 그저 거수기 또는 고무도장(rubber stamp)의 기능만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즉, 이사회의 구성원들은 이사회에 참석하고 상정된 안건이 어떠한 내용이든 이를 승인하는 도장만 찍는 형식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실 선진국에서도 비영리조직 이사회에는 고무도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선진국의 비영리조직 이사회는 이로부터 벗어나려는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였고 결과적으로 영리직의 이사회와 같이 실질적인 의사 결정을 수행하며 중요한 과업을 담당하는 기구로 변모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이사회가 비영리조직 운영에 필요한 과업을 수행하면서 실제로 파급력(impact)을 창출해내는 이사회로 기능하는 경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비영리조직에 대한 강의 시간에 ‘비영리’ 조직의 단어에 대해 우리말 발음 그대로 “비어 있어서 비영리조직이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로 설명하곤 한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비영리조직은 채워야 하는 빈 부분이 너무 많다. 인력도 비어 있고, 재정도 비어 있으며, 심지어 전문성이 비어 있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영향력도 비어 있고, 사회에 필요한 변화를 창출하는 파급력 부문에서 비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제한성을 갖는 비영리조직에 이사(理事)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이사회의 이사는 제한된 인적자원을 보완해줄 수 있고, 재정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조직의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또한 비영리조직의 사회적 영향력과 파급력을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그러나 현실에서 비영리조직 이사회는 그저 상징적인 존재일 뿐이다. 자신이 봉사하는 비영리조직의 미션과 기능에 대해 무지하고 전반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경우도 있고, 심지어 몇 차례 안 되는 이사회에 불참하는 경우도 많다. 비영리조직의 이사회는 영어로 ‘보드 오브 디렉터스(board of directors)’, ‘보드 오브 트러스티(board of trustees)’, ‘거버닝 보디(governing body)’ 등 다양하게 표현되는데 원어를 살펴볼수록 이사회의 역할 및 기능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조직의 방향을 이끌어주는 책임자 집단, 사회로부터 위임받은 신탁관리자 집단, 통치기구의 기능을 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비영리조직의 이사회인 것이다. 동시에 우리 사회 비영리조직 이사회를 둘러싼 현실과 이상적 역할 및 기능과의 간극이 너무 크게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질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최소한의 노력은 그 간극을 좁히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이사의 선발 과정에서 소소한 이해관계를 넘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통해 비영리조직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평가한 후 이사로서 주어진 소임을 맡고 행할 의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 소임에 대해 준비된 이사가 선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영리조직의 빈 곳을 채우고자 하는 노력은 직원들만 어렵게 할 수 있다. 둘째, 신입 이사에 대한 오리엔테이션과 더불어 이사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조직 미션 및 기능에 대한 이해 구축 세미나가 정기적으로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 자신이 봉사하는 비영리조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셋째, 이사회 의장(chairperson)과 최고관리자(CEO)는 이사 각자에게 각자의 속성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의장과 최고관리자에 의해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한 비영리조직 이사회는 아주 자연스럽게 고무도장 집단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최소한의 변화 노력을 통해 비영리조직 이사회가 빈 곳을 채워나가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이사회의 이름에 걸맞게 책임자 집단, 신탁관리자 집단 및 통치기구로 변모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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