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지원 중단으로 폐지 수순에 들어간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일부 자치구에서 별도 예산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나은미래 취재 결과, 올해 중랑·성동·노원·은평구 등은 자치구 차원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중랑구의 경우 올해 마을공동체 사업에 구(區) 예산 7억3600만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편성 예산 5억6000만원에 비해 1억원 이상 증액했다. 중랑구청 마을협치과 관계자는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얻는 혜택이 크다는 판단으로 구청은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사업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성동구도 구 예산을 전년(약 9억9900만원) 대비 7600만원가량 증액해 올해 10억원 이상을 마을공동체 사업에 사용할 예정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마을공동체 사업은 두말 할 것 없이 매우 중요한 분야”라며 “주민이 서로 소통하는 마을커뮤니티가 잘 조성돼 있을수록 주민 삶의 질과 행복지수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다락옥수’ ‘성동공유센터’ 등 다양한 마을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해 발달장애인 가족을 지원하고 지역 내 자원순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노원구는 구비만으로 기존 사업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박정은 노원구청 자치안전과 마을공동체팀장은 “주민들의 높은 참여도에 구청장의 의지가 더해지면서 수요가 있는 한 적극적으로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기존에 진행하던 명화그리기, 뜨개질, 상추심기와 같은 동아리 활동을 유지하면서 복지프로그램, 마을활동가 양성 프로그램 등으로 교육 활동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노원구가 올해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편성한 예산은 1억4000만원이다. 지난해 예산은 시비(市費)와 구비(區費)를 합쳐 4억원이었다. 시의 지원이 끊기면서 예산 파이는 작아졌지만, 실제 사업비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박 팀장은 “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면 4~5명의 인건비 충당에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됐는데, 올해부터는 공무원들이 직접 센터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센터 인건비가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은평구청 주민참여협치과 관계자는 주민간 관계망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은평구청의 한 관계자는 “3인 이상의 주민들이 모여 이웃문제를 해결하고, 소통·화합을 다지겠다고 하면 구청은 컨설팅, 보조금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은 지난 2012년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도입됐다.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다. 시는 각 자치구에 중간지원조직인 마을공동체센터를 설립하고 보조금을 지원했고, 지난 10년간 서울시 25개 자치구 주민들은 ▲환경정화 ▲돌봄·봉사 ▲골목활성화 ▲나눔·공유 등을 주제로 1만여 건의 활동을 벌였다. 참여 인구는 13만명이다.
사업 10주년이던 지난해, 서울시는 마을공동체 사업 중단 입장을 냈고, 지난 12월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울시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조례 폐지조례안’이 최종 가결됐다.<관련 기사 10년간 이어온 ‘마을공동체’가 사라진다… 서울시 지원 종료에 주민들 반발>
이에 따라 올해부터 대부분의 자치구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마을공동체센터도 25곳 중 16곳이 문을 닫았다. 조제호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전 사무국장은 “일부 자치구가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사업을 줄이거나 폐지하면서 최소 7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강서구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올해 마을공동체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라 밝혔다. 시 지원금으로 사업 운영비의 대부분을 충당했기 때문에 구비만으로는 사업 운영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강서구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에 서울시가 지원한 예산은 13억원이다.
양천·영등포·관악구 등은 사업을 축소했다. 이형영 양천구청 주민협치과장은 “지난해에는 시비로 약 1억1000만원을 받았지만, 올해부터는 구비 4000만원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해서 축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주민들의 동아리 활동, 이벤트성 활동은 다 없애고 실질적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영등포구청의 한 관계자는 “주민의 자치활동 보장이라는 명목으로 사업을 진행했으나 논란이 있었고, 시가 지원을 끊으면서 사업을 없애는 분위기다 보니 우리 구청도 사업 규모를 축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ye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