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5일(목)

AI 안부 전화와 ‘6초’의 위기 신호…공무원의 빠른 대응이 한 생명을 살렸다

[현장] 서울시 사회적 고립가구 발굴 및 지원 정책 성과
중랑구 면목본동·송파구 위기가구 위험 예방나서

#1. 84세 한모 씨는 중랑구 면목본동에서 홀로 살고 있었다. 한 씨의 일상은 평온했지만, 때론 깊은 고요 속에서 몸이 먼저 위협 신호를 보내곤 했다. 어느 날, 평소와 다름없이 ‘AI 안부확인서비스’에서 걸려온 전화가 울렸다. 목소리는 떨렸고 통화는 6초 만에 끊겼다. 서비스 통화를 모니터링하던 이재춘 면목본동 주무관은 이 작은 이상에 귀를 기울였다. 확인 전화를 다시 걸었고, 한 씨가 심한 헛구역질로 위급한 상황에 처했음을 발견했다. 곧바로 집주인과 119구급대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된 한 씨는 신속한 치료를 받고 무사히 회복할 수 있었다.

AI 안부확인서비스로 발굴한 위기가구의 안부확인을 위해 전문복지사들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중랑구
‘AI 안부확인서비스’로 발굴한 위기가구의 안부확인을 위해 전문복지사들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중랑구

#2. 서울 송파구에 사는 박모 씨(54)는 실직과 이혼 후 생활고와 외로움에 시달리곤 했다. 밤이 되면 외로움과 절망까지 몰려왔다. 그러던 중 송파구청의 맞춤형 복지서비스 ‘숨은희망찾기’ 사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지역 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그는 점차 삶의 의지를 회복했다. 구청은 생활 필수품부터 냉장고까지 지원하며 그의 일상을 다시 채워줬다.

중랑구와 송파구 사례는 서울시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사회적 고립가구 발굴 및 지원을 통해 개인의 위기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적시에 제공한 대표 사례다. 지난달 29일, 센터는 서울시청에서 개소 이후 2년간의 사회적 고립가구 발굴 및 지원 정책 성과를 공유했다.

송파구는 위기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지역 주민생활접점기관과 연계했다. 위기 의심가구 대상에 우체국 집배원이 매월 1회 복지정보를 담은 복지등기를 제공하고 생활실태, 주거환경 등을 확인하며 위기징후를 살폈다. 차영미 송파구청 긴급복지팀장은 “올해만 해도 우체국 집배원이 300가구에 복지등기를 배송했으며, 그 중 총 265가구의 위기 의심가구를 발굴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hy(舊 한국야쿠르트)와 협약을 맺고 50~60대 중장년 남성 1인가구 고독사 예방 사업을 진행했다. 차 팀장은 “42명의 hy 7개 영업소 매니저가 해당 대상 150가구에 주 4회 건강음료와 월 1회 밀키트를 전달하며 안부확인서비스를 진행했다”며 “지난 7월 만족도 조사에서 95% 이상이 서비스에 만족하고 고립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중랑구는 AI를 활용한 기술 기반 복지를 시도했다. AI가 노년 1인가구에 주 1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초기에는 노년층이 이를 보이스피싱으로 오해해 서비스를 거부하는 경우가 잦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랑구는 1인가구 실태조사에 응답했던 대상자들에게 ‘코로나 당시 마스크를 지원한다’는 문자를 발송하고, 주민센터를 방문하면 서비스를 소개하며 동의를 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현재는 안정적으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이재춘 중랑구 면목본동 주무관은 “현재 180명이 면목본동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누적 324명이 참여했다”며 “사람과 기술을 결합한 효율적인 안부확인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서울시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가 개최한 고립가구 예방 성과공유회 '대도시의 연결법: 외로움 없는 서울로(路) 가는길' 현장. /서울시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
지난 29일 서울시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가 개최한 고립가구 예방 성과공유회 ‘대도시의 연결법: 외로움 없는 서울로(路) 가는길’ 현장. /서울시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

한편, 센터는 2022년 10월 전국 최초로 고립가구 발굴과 지원을 목표로 출범해, 고독사 고위험 7066가구의 안부를 24시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안부확인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6만5923건의 위기상황을 조치했으며, AI와 IoT 기술을 활용해 473건의 고독사를 예방했다.

이 서비스는 기존 서울시의 고독사 위험 1인가구 모니터링 사업을 확대해 야간과 공휴일에도 운영되도록 개선했다. 센터는 기술적 접근 외에도 복지관, 민간단체 등과 협력하는 현장 중심 사업인 ‘잇다+’를 통해 1만311가구를 발굴하고 3만8024건의 지원 활동을 펼쳤다.

황성원 서울시 고독대응과장은 “서울의 1인가구 비율이 40%에 달하면서 고립과 외로움이 정서적, 사회·경제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발표한 ‘외로움 없는 서울’ 종합대책을 소개했다. 이 대책은 고령화와 고립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수진 서울시 사회적고립가구지원센터장은 “지난 2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립 문제를 넘어 외로움까지 예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앞으로도 기관 및 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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