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8일(토)

왜 토스뱅크는 ‘쉬운 근로계약서’를 만들었을까?

웹툰 보조작가 위한 ‘근로계약서’ 서비스 론칭
16일, 현실 담은 다큐멘터리 공개

“계약서는 따로 작성하지 않고, 회당 15만원에서 20만원 정도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구두 계약을 했습니다.”

“60시간 동안 안 자고 웹툰 보조 작업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사람이 60시간을 안 자도 살 수 있구나 싶었죠. 결국 안면마비 증상까지 왔습니다.”

지난 16일 토스뱅크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웹툰노동:현세계에서 보조작가로 살아가기’ 스틸컷. /토스뱅크

지난 16일, 토스뱅크가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20분 가량의 다큐멘터리 ‘웹툰노동:현세계에서 보조작가로 살아가기’에 등장한 웹툰 보조작가들의 증언이다. 다큐멘터리는 웹툰 보조작가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과 불공정 계약의 현실을 조명하며, 웹툰 산업 전반에 공정한 계약 문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웹툰 산업의 공정 계약을 위해, 토스뱅크-서울시 손잡다

국내 웹툰의 산업은 지난해 규모 2조원을 넘어섰다. 한 편의 웹툰을 만들기 위해서는 콘티(대본), 데생(밑그림), 선화, 채색 등 7~9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위해 보조작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9년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조작가의 77.7%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절반 이상이 불공정 계약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공정 계약 경험 사례로는 ‘급여 지급일, 금액 등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17.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와 토스뱅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에 나섰다. 2021년부터 서울시는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프리랜서를 위한 표준계약서 개발을 추진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전국 최초로 ‘웹툰 보조작가 표준계약서’를 완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토스뱅크는 표준계약서를 디지털 서비스인 ‘쉬운 근로계약서’로 확장해, 웹툰 보조작가들이 공정한 계약을 손쉽게 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송호재 서울시 민생노동국장은 “이번 모바일용 지원은 민관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웹툰 보조작가 등 웹툰 산업 종사자들이 계약 체결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창작 환경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서울시와의 협력은 토스뱅크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토스뱅크 쉬운 근로계약서 내 ‘웹툰 보조작가 표준계약서’ 사용 이미지. /토스뱅크 갈무리

쉬운 근로계약서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지난 14일부터 웹툰 산업 종사자라면 토스뱅크에 회원가입하지 않아도 애플리케이션에서 ‘상품찾기-쉬운 근로계약서’ 메뉴로 접속해 무료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근로시간, 대금 지급 방식, 수정 요청 횟수 및 기한 등 계약 내용을 상세히 명시해 불공정 계약을 방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급일이 공휴일인 경우 대금을 전 영업일에 지급하는지 그 다음 영업일에 지급하는지까지 꼼꼼하게 명시해 임금 체불을 방지한다. 계약서 체결이 완료되면 PDF 형태로 저장이 가능하며,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 임직원의 25%가 CSR 길드에서 활동하는 비결은?

사실 ‘쉬운 근로계약서’는 토스뱅크의 대표 사회공헌 사업 중 하나다. 이번에 적용된 웹툰 보조작가 외에도 청소년 근로자와 간병인을 위한 계약 체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토스뱅크가 ‘쉬운 근로계약서’ 서비스를 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문유진 토스뱅크 CSR 매니저는 “금융과 연관된 ‘일하는 환경의 문제’를 사회공헌 활동으로 해결하고자 한 것”이라며 “기업, 정부, 시민단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각기 다른 만큼, 기업은 자신이 속한 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하는 청소년 위드 토스뱅크’ 캠페인 이미지. /토스뱅크

이 프로젝트는 토스뱅크의 사내 조직 ‘CSR 길드(Guild)’에서 주도했다. 토스뱅크의 길드는 다양한 부서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프로젝트를 기획·실행하는 조직이다. 임직원 약 560명 중 CSR 길드에 소속된 직원은 140여 명에 달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비롯한 다양한 직군의 CSR 길드 소속 임직원이 함께했다.

25%라는 매우 큰 비율의 임직원이 CSR 길드에 소속된 비결은 ‘조직 문화’로 꼽는다. 문 매니저는 “토스뱅크가 제품이나 서비스로 기존의 금융 문제를 해결했던 방식이 사회공헌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CSR 길드 단체 채팅방에서 사회공헌 활동으로 어디에 기부를 하자는 이야기보다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보자는 이야기가 오간다”고 전했다. 김미술 토스뱅크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어느 부서에서든 새로운 사회공헌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도출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토스뱅크의 ‘기부 캐시백’을 알리는 카드뉴스. /토스뱅크

이러한 기업 문화는 ‘토스뱅크다운’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9월 도입한 토스뱅크 체크카드 결제 시 0.4%의 캐시백을 기부하는 ‘기부 캐시백’은 카드 부서의 제안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는 고객에게 캐시백을 활용하는 선택지를 더 열어주자는 아이디어에서 도출됐다. 포용성을 확대하기 위한 ‘취약계층 대상 비대면 비과세 종합저축’과 ‘외국인 비대면 계좌개설’, ‘점자 체크 카드’도 금융을 편하게 만들겠다는 맥락에서 나온 활동이다.

문유진 토스뱅크 CSR 매니저는 “금융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디지털 서비스로 해결하는 것이 토스뱅크의 강점”이라며 “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문제를 푸는 것이 ‘좋은 사회공헌’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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