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식량·에너지 위기가 전 세계를 덮친 가운데 기후변화, 양극화 등 사회문제는 날로 심화하고 있다. 모든 불평등과 불균형을 바로잡을 기회가 아직 남아있을까. 현대차정몽구재단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공동주최하는 ‘제3회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이 10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로 개최됐다. ‘기회는 누구의 몫인가’라는 큰 주제 아래 여섯 개의 강연이 진행됐다. ▲경영학 ▲심리학 ▲고전문학 ▲농업경제학 ▲경제학 ▲사회학 분야의 학자가 전하는 통찰을 공유한다. |
“60·70대 분들께 ‘지나온 세월이 어떠셨어요?’ 물었을 때 ‘완벽했다’고 이야기하는 분은 많지 않을 거예요. ‘그럭저럭 괜찮았어’라는 분이 대부분일 겁니다. 심리학 관점에서는 매우 건강한 대답이에요. 우리 삶은 그럭저럭 괜찮으면 됩니다. 실패해도 되고, 실수해도 되고요. 멀리서 보면 웃길 수도 있지만 퍽 괜찮은 삶이 될 겁니다.”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는 10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진행된 ‘제3회 현대차정몽구재단 미래지식 포럼’ 두 번째 세션에서 ‘실패할 기회를 허하라’를 주제로 연단에 올랐다.
허 교수는 최근 심리학 연구의 경향부터 설명했다. “최근 어떤 세대가 유독 우울이나 불안, 자살사고를 겪는지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됐습니다. 193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 출생자에 이르는 대규모 표본을 분석한 결과, 오늘날 MZ세대는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태어난 세대만큼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허 교수는 현대인이 겪는 우울과 불안의 원인으로 끊임없이 외부의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완벽주의’를 꼽았다. 그러면서 외부 환경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완벽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리학 실험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소음을 들려주면서 퍼즐 문제를 풀도록 했습니다. 한 그룹에게는 버튼을 쥐여주며 ‘이것을 누르면 언제든지 소음을 중단할 수 있다’고 했고, 나머지 한 그룹에게는 버튼을 쥐여 주지 않고 방으로 들여보냈습니다.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버튼을 손에 쥔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약 다섯 배 정도 많은 퍼즐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일의 능률이 올라갔다는 거죠. 버튼은 아무도 누르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어’라는 단순한 믿음만으로도 소음이 극심한 상황을 버틸 힘이 생긴 겁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완벽주의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적 차원’과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사회 안전망 구축’을 꼽았다. 허 교수는 “극심한 정신건강 문제가 있어도 학점이 엉망이 된다거나, 경제 활동을 못할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입원을 망설이는 사람이 많다”며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 개인이 온전히 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 차원의 노력으로는 ‘관용’의 자세를 강조했다. “사람에게 너그러워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이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한다면 타인의 실패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거나 이야기하지 않게될 겁니다. 서로가 ‘실수해도 괜찮다’고 위로하는 정서적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실패에 대한 관용을 베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도 실패할 기회를 허락해주세요.”
황원규 더나은미래 기자 wonq@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