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무료급식소에는 하루 평균 250~300명의 노인과 노숙인이 찾아온다. 원각사 산하 복지단체 ‘사회복지원각’은 코로나19 확산에도 365일 연중무휴 이들의 점심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 사회복지원각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2년간 도시락 지급으로 전환해 활동을 지속해왔지만, 실내 급식을 재개한 지난 5월부터는 식사 인원을 100명분가량 줄였다. 올 상반기 급격하게 오른 물가 탓이다.
강소윤 사회복지원각 총무는 “요즘 장을 보다 보면 가격을 제대로 읽은 게 맞나 싶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무료급식소 운영이 햇수로 30년째인데 요즘이 제일 힘든 것 같다”면서 “급식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계란프라이 하나라도 더 얹어 드리고 싶지만 요샌 그마저도 어렵다”고 했다.
물가는 오르고 후원금은 줄고… “앞으로가 더 걱정”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와는 달리 후원금은 오히려 20% 정도 줄었어요. 작년 기준으로 한 끼 식사당 단가가 1800~2000원으로 형성됐는데, 최근엔 2500원까지 올랐습니다. 별다른 도리가 없죠.”
강소윤 총무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그는 “도시락 지급에는 추가로 포장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기도 어려워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3%를 기록했다.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6%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실제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도 급등했다. 농·축·수산물 상승률은 7.1%로, 지난해 12월(7.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신선식품지수는 평균 13.0% 상승했다. 특히 채소류가 25.9% 급등했다. 배추(72.7%) 오이(73.0%) 상추(63.1%) 파(48.5%) 등이 장마와 폭염으로 작황이 악화하면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과일 가격은 평균 7.5%, 생선과 해산물은 3.3% 올랐다.
고물가로 인한 타격은 취약계층을 위한 무료급식소에 직격타가 됐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않고 후원에 의존해 운영되는 민간단체일수록 어려움이 크다. 서울에서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는 한 민간기관의 센터장은 “하루하루 내일을 걱정하는 수준”이라며 “매일 위기 상황을 버텨내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무료급식소 앞 길게 늘어선 줄… “한마디 응원에 힘냅니다”
식사 지원을 비롯해 다양한 취약계층 지원 사업을 벌이는 단체들은 도시락·급식사업 예산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국 7개 지역에서 저소득가정 아동과 노인을 위한 ‘사랑의 도시락 나눔의 집’을 운영하는 월드비전은 지난 6월부터 사업 예산을 기존보다 40% 인상했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식자재 원가 상승으로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실무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며 “각 학교와 협력해 진행하는 결식아동 조식지원사업도 올 2학기부터 15% 이상 인상했다”고 말했다.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무료 식사는 정부 지원이 미치지 않은 취약계층에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다. 한 복지센터 관계자는 “매일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면서 “‘요즘 같은 때에 맛있게 밥 짓느라 애써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이 활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건 후원이다. 강소윤 총무는 “꾸준히 후원을 유지하는 단체들 덕에 간식이라도 하나 더 나간다”며 “전체적으로 후원 규모는 줄었지만, 이따금씩 들어오는 일시 후원금으로 묵묵히 급식소를 운영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강나윤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nanasi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