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을 뒤집어쓴 채로 죽은 바다거북, 폐어망으로 온몸이 휘감긴 바다표범, 일회용 마스크에 걸려 발버둥 치는 갈매기…. 팬데믹 이후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해양쓰레기로 인한 바다생물의 죽음도 늘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바다로 흘러가는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800만t이 넘는다. 이 때문에 연간 10만 마리 이상의 해양 포유류, 100만 마리 이상의 바닷새가 폐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쓰레기는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해양쓰레기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폐그물로 인해 폐사하는 어류는 연간 어획량의 10%에 이른다. 경제적 가치로 따지면 매년 3787억원을 손해 보게 된다. 운항 중인 선박이 부유물에 감기는 안전사고도 전체 사고의 11%인 350여 건에 이른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연간 해양쓰레기 발생량은 14만5258t이다.
개인들은 ‘비치플로깅(Beach Plogging)’ ‘비치코밍(Beach Combing)’ 등의 활동으로 해안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정화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해양환경공단을 통해 전국 14개 무역항에 항만을 청소하는 선박인 ‘청항선’ 22척을 두고 해수면에 떠다니는 부유 쓰레기를 수거한다. 기자는 지난달 21일 ‘전국 해양쓰레기 정화주간’을 맞아 해양환경공단 인천지사의 청항선에 올라 해양폐기물 수거 작업에 동참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1일 오전 9시. 인천 연안부두에 위치한 해양환경공단 인천지사에 도착했다. 해양 부유 폐기물을 수거하는 ‘청항선’에 오르기 위해서다. 승선 전에 공단 관계자로부터 주의사항을 전달받고 헬멧과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오전 10시, 만조가 되었을 시점에 선장 1명, 항해사 1명, 기관사 2명과 함께 ‘청항1호’에 올랐다. 겉보기엔 일반 선박과 다를 바 없었지만 갑판 위에는 쓰레기를 인양하는 장치인 크레인과 해양쓰레기를 끌어 올리는 컨베이어벨트인 ‘필터벨트’가 설치돼 있었다. 이 외에도 수거한 쓰레기를 담는 마대와 작은 부유 쓰레기들을 직접 건져 올리기 위한 갈고리채(핫갓대)도 보였다.
선원들의 일사불란한 준비 끝에 출항했다. 20년 경력의 선장과 7년 경력의 기관사를 포함해 네 명의 전문가들이 모인 청항1호는 순조롭게 목적지로 향했다. 해양환경공단에서는 주 5일 청항선을 출항시킨다. 한 번 출항한 배는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세 시간 반에 걸쳐 인천지사에 할당된 해역을 수색하며 부유 쓰레기를 수거한다.
이날 작업은 출발지인 해양환경공단 인천지사 부두에서 약 2km 떨어진 소월미도 부두에서 부유 폐기물을 수거한 후, 다시 약 6km 떨어진 인천대교 부근을 경유하는 경로로 진행됐다. 출항한 지 5분쯤 지났을 때, 필터벨트가 기계음을 내며 선박 아래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선원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필터벨트 끝에 놓여있던 지난주 작업한 쓰레기가 담긴 마대를 정리해 옆으로 밀어두고, 새로운 톤 마대를 설치했다. 쓰레기 수거 작업이 임박했다는 신호였다.
작업 구역인 부둣가에 진입하자 필터벨트가 완전히 기울여져 수면 아래로 잠겼고 벨트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바다에 떠다니던 쓰레기들이 필터벨트를 따라 올라왔다. “이 정도면 적은 편”이라는 기관장의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둣가의 부유 쓰레기들은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많았다. 부둣가 인근 업장에서 투기 또는 유실되는 고무장갑과 비닐봉지뿐 아니라, 폐그물, 스티로폼 등 어업활동 부산물, 막걸리병, 음료수병 등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흔하게 보였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양 쓰레기는 폐어망, 스티로폼 등 어업활동 부산물이다. 배 위에서 버려지는 냉장고, 부탄가스, 기름통 등의 위험물과 종이컵, 페트병, 축구공, 성인용품 등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기름통이나 냉장고처럼 부피가 큰 쓰레기들은 필터벨트 옆에 설치된 크레인에 의해 인양된다.
부둣가는 사람의 활동이 많은 만큼 부유 쓰레기가 많이 집적되지만 정박해 있는 다른 어선들과 복잡한 항만 구조 탓에 배가 손상될 수 있어 수거 작업은 쉽지 않다. 선장은 조타실에서 선원들이 수거하는 모습과 올라오는 쓰레기를 보며 속도와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했다. 선원들은 유실되는 쓰레기가 없도록 ‘핫갓대’라고 불리는 갈고리채로 작은 쓰레기를 벨트 위로 모아 올렸다. 커다란 기계 두 대가 있지만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옮기는 데 있어 선장의 조정 능력과 선원들의 수작업이 가장 중요했다.
길어 올려진 부유 쓰레기들은 이내 벨트 끝에 설치된 마대 봉투에 떨어져 담겼다. 부둣가 특유의 냄새와 생선 비린내, 쓰레기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렀다. 실제로 선원들도 수거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냄새를 꼽는다. 또 다른 고충은 쓰레기의 무게다. 1톤 용량의 마대 하나에는 보통 일주일 치의 해양 부유 폐기물이 담긴다. 물에 젖은 해양쓰레기는 다른 쓰레기에 비해 1t당 무게가 몇 곱절 더 나간다. 이를 바싹 말려 육지로 운반하는 작업이 관건이다. 가득 채워진 마대는 갑판 위에서 일주일 정도 보관되며 건조 과정을 거친다. 건조된 쓰레기들은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처리업체에 넘겨져 소각된다. 해수에 한 번 오염된 쓰레기는 분리하기 쉽지 않고 염분과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엄격한 전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는 한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20여 분의 수거 작업이 끝난 후 필터벨트는 제자리로 올라왔다. 선원들도 핫갓대를 세워두고 잠시 숨을 돌렸다. 조타실에서 배를 조정하던 선장은 앞에 보이는 선박을 가리키며 “저렇게 부둣가가 (어선에 의해) 로프로 가로막혀 있으면 출입이 어려워 수거를 못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은 다른 선박의 존재, 부둣가의 구조, 바다 수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많은 제약이 있다.
이어 평소 부유 쓰레기가 많이 출몰한다는 인천대교로 방향을 돌렸다. 예상과는 달리 쓰레기가 포착되지 않았고, 이내 출항지인 연안부두로 돌아가야 했다. 청항 작업은 주변 어선이나 관광객의 신고 또는 공단의 직접 수색을 통해 이뤄진다. 바다 위 쓰레기가 언제 어디에 출몰할지 예측이 불가하다는 것도 또 다른 어려움이다. 신고가 들어와도 항상 바로 출항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출항에 가장 중요한 조건은 만조인데, 물때가 맞지 않으면 출항할 수 없다. 출항을 한다 해도 신고 위치까지 가는 동안 파도나 해류에 의해 쓰레기가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숱하다. 청항선이 시간당 150L에 달하는 연료를 소모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작업 효율화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해양환경공단의 작업 성수기는 매년 여름 장마철이다. 평소 발생하는 해상 기인 쓰레기에 하천에서 방류되는 토사물들과 육상 기인 쓰레기들이 합세해 바다 한가운데 쓰레기 섬을 이루기도 한다. 기관장의 말에 따르면, 장마철에는 사람이 밟고 서도 가라앉지 않을 수준으로 쓰레기가 부유하는 경우도 있다. 한 번에 4인 승선 가능한 청항선에서는 쓰레기의 양이 많아지면 선원 한 명의 작업 몫이 더 커진다. 해양쓰레기에서 육상 기인 쓰레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65%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구에 인간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인간 활동으로 인한 해양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을지 모른다. 해양 쓰레기 예방 못지않게 발생한 부유 폐기물을 수거하고 처리하는 작업이 중요한 이유다. 선원들과 선장은 “바다를 깨끗하게 한다”는 사명감 아래 오늘도 청항선을 타고 바다로 나간다.
이현조 청년기자(청세담1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