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이 우크라이나 난민 구호 현장을 돌아보기 위해 지난 4월 12~16일 루마니아를 찾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국내외를 떠도는 우크라이나 난민 수가 1300만명을 넘어선 상황. 조명환 회장은 “전쟁으로 가장 피해 보는 것은 아이들”이라며 “무자비한 전쟁의 포화 앞에서 NGO들이 연대의 힘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루마니아 현지 난민센터에서 조명환 회장을 인터뷰했다.
―현장에서 난민들을 만난 심경은?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 터전을 잃은 사람들, 가족·친구와 생이별해야 하는 난민들을 보면서 한국전쟁이 떠올랐다. 나의 부모님도 6·25 당시 피란길에 올랐고 아버지는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난민들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의 거점인 ‘루마니아월드비전’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30년 역사를 가진 루마니아월드비전은 설립 이래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월드비전은 글로벌 차원에서 내부 긴급 구호 전문가 42명을 루마니아월드비전으로 파견, 현장 조사를 하고 대응 계획을 수립했다. 긴급 구호 물자(식량·비식량), 아동 보호와 심리 지원, 난민센터 지원 등 크게 세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루마니아와 조지아에서는 직접 지원을 하고, 사무소가 없는 우크라이나, 몰도바에서는 파트너 기관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 식으로 동참하고 있나.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기 위한 한국월드비전의 모금액이 4월말 현재 13억원을 넘어섰다. 우리 국민이 기부한 돈이 난민에게 전달되는 식량과 생필품, 위생 키트 등을 구입하는데 쓰이고 있다.”
―이번에 루마니아 현지 물류센터도 방문했는데.
“수도 부쿠레슈티에 있는 1000㎡ 규모의 창고를 둘러보고 왔다. 방문한 날이 마침 5만명이 한 달간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들어오는 날이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주식인 파스타면이 초대형 포대에 담겨 창고에 쌓이는 모습을 봤다. 여기에 고기와 생선 통조림, 식용유(오일), 소금, 쌀 등을 더해 포장한 뒤 난민에게 전달한다고 들었다.”
― 피란민이 계속 느는 상황이다. 특히 아동의 피해가 심각한데.
“4월 중순 기준 우크라이나 아동 460만명이 피란민이 됐다. 주변국에 체류 중인 아동이 210만명, 우크라이나 내에서 피란 중인 아동이 250만명이다. 우크라이나 아동 인구가 약 750만명이니 절반 넘는 아동이 난민이 된 상황이다.”
―이번 현장 방문 때도 많은 난민 아동을 만났는데.
“FONSS 난민센터에서 만난 ‘이자벨라’가 기억에 남는다. ‘오데사’에서 온 소녀였는데 한국 아이돌 ‘블랙핑크’를 좋아한다고 했다. 같이 유튜브로 블랙핑크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불렀다. 우크라이나 난민 아동이 한국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들으며 잠시나마 위로를 얻고 있었다.”
―기부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전쟁이 끝나서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도 살 곳이 없다. 긴급 구호로 당장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지원했으니 이제는 재난을 복구하기 위한 모금이 필요하다.”
―전쟁 시 구호 단체는 어떤 역할을 할수 있을까.
“전 세계 구호 단체가 한마음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는 ‘우리가 당신들과 함께 하겠다’는 응원의 메시지로 느껴질 것이다. 하루빨리 우크라이나 땅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란다.”
시레트=김시원 더나은미래 기자 blindlett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