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63국이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국제협정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세계 첫 플라스틱 규제 협약이다.
2일(현지 시각)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유엔은 “이번 협약은 파리기후협약 이후 가장 중대한 친환경 협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UNEA는 전체 유엔회원국이 참가하는 최고위급 환경 회의다. 이번 총회에는 163국 관계자 2000여명이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참석했다. 우리나라는 한정애 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외교부·환경부·해양수산부 관계자가 정부대표단을 구성해 화상으로 참석했다. 현장에서 에스펜 바스 에이데 UNEA 의장이 의사봉을 치며 결의안 통과를 선언하자, 회의장에는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회원국들은 2024년 성안 완료를 목표로 올해 안에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협약에서는 플라스틱의 ‘생산-재활용-폐기’ 전체 수명 주기를 다룬다.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과 지속가능한 사용, 폐기물 처리를 쉽게 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병·빨대 같은 플라스틱뿐 아니라 공기·토양 등에 포함돼 먹이사슬을 오염시키는 미세플라스틱까지 모든 형태의 플라스틱이 대상이다. 빈곤국이 이 같은 조치를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재정적 지원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플라스틱 생산 속도는 매우 빠르게 증가했다. 유엔은 이대로라면 20년 안에 생산량이 2배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중 10% 미만이 재활용되고 대부분은 매립지나 바다로 보내진다.
마르코 람베르티니 세계자연기금(WWF) 사무총장은 “우리는 역사의 기로에 서 있다”며 “오늘의 야심 찬 결정이 플라스틱 오염이 지구 생태계를 붕괴시키는 것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규제 협약은 소비재 기업뿐 아니라 플라스틱을 만드는 전 세계 석유화학 기업에도 파급 효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미국·중국·인도·사우디아라비아·일본 등 주요 플라스틱 생산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에이데 UNEA의장은 “우리는 오늘 역사를 만들고 있다”며 “여러분 모두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소비재 그룹 유니레버의 리처드 슬레이터 최고 연구개발책임자는 “이번 결정은 유엔 회원국의 획기적인 결정”이라며 “플라스틱 전체 수명 주기를 다루는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이 플라스틱 오염과의 싸움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애 장관은 “순환경제 촉진, 온실가스 감축, 지속가능한 소비·생산을 포함하는 국가 행동계획의 주요 사항에 우리 입장이 담길 수 있도록 정부 간 협상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