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탄소배출 줄이면 가격도 낮아집니다”… 구독 샐러드로 Z세대 공략

[인터뷰] 윤은빈 샐러드윅스 대표

“거창하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어요. 샐러드를 좋아하는데 대학생이 매번 사먹기엔 너무 비쌌어요. 직접 만들기는 번거롭고요. 게다가 샐러드를 사먹고 나면 플라스틱이 엄청나게 쌓이잖아요.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먹을 방법을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방법이에요.”

지난달 30일 서울 성수동 KT&G 상상플래닛에서 만난 윤은빈(23) 샐러드윅스 대표가 말했다. 샐러드윅스는 샐러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구독을 신청하면 정해진 요일에 ‘샐윅하우스’로 등록된 동네 카페나 식당에서 신선한 샐러드를 받아올 수 있다. 샐러드는 다회용기에 담겨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였다. 또 손님이 직접 픽업하는 방식이라 집 앞으로 배달하는 방식보다 탄소배출량도 적다.

윤은빈 샐러드윅스 대표는 "다회용기 사용, 비건 메뉴 등 환경을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은빈 샐러드윅스 대표는 “다회용기 사용, 비건 메뉴 등 환경을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신영 C영상미디어 기자

샐러드는 왜 비쌀까?

“샐러드 재료 원가는 비싸지 않아요. 다만 오래 보관할 수 없죠. 포장된 샐러드가 팔리지 않으면 다 폐기해야 해요. 애매하게 남은 자료도 며칠 안에 버릴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샐러드 제품 가격이 높은 거예요. 미리 주문받은 수량만 만들어서 팔면 저렴해질 수 있어요.”

샐러드윅스의 샐러드 가격은 3회에 1만1950원. 한 그릇(220g) 당 약 4000원이다. 양상추·방울토마토·올리브 등 기본 채소 종류와 양, 재료를 보관하는 기관 등은 샐러드윅스가 정해준다. 요리가 가능한 가게면 어디든 샐윅하우스로 등록 가능하다.

샐윅하우스에서는 매일 정해진 수량만큼만 제조하면 된다. 가게마다 특성에 맞는 토핑 메뉴를 개발해 제공하기도 한다. “베이커리에서는 치아바타나 스콘을, 레스토랑에서는 새우나 목살 스테이크를 제공해요. 만두 가게에서는 만두를 올려주기도 하시더라고요. 평소 조리하는 음식들이니 재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죠. 맛이 괜찮으면 다음번에 손님이 그 메뉴만 사먹으러 다시 오기도 해요.”

윤은빈 대표가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대학생이었던 지난해 초였다. 샐러드를 매일 먹고 싶은 학생을 모아 학교 앞 가게에 정기적으로 만들어달라고 신청하는 방식이었다.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혹시 저처럼 샐러드를 주기적으로 사먹고 싶은 분 계신가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더니 순식간에 호응 댓글들이 달렸다. “바로 소규모 설문조사를 했는데 30명 중 28명이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거예요. 마침 일주일 뒤에 학교에서 열리는 창업 강의가 있었어요. 거기서 만나게 된 팀원들한테 같이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제안했죠.”

학교 프로젝트로 진행한 지난해 1년 동안 10곳의 가게와 계약을 맺었다. 올해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온라인 홍보를 늘리고, 새로 꾸린 팀원들과 발로 뛰며 샐윅하우스를 모집했다. 10곳이었던 샐윅하우스는 4월에 70곳으로, 지금은 160곳까지 늘었다. “주택가나 학교 앞 식당·카페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와요. 어차피 주방 기구는 다 있고, 여유로운 시간에 만들어 놓으면 되니까요.”

쓰레기 만들지 않을 권리

손님 10명 중 9명은 다회용기를 사용한다. 보증금을 내면 전용 용기를 대여할 수 있다. 윤 대표는 “다회용기를 쓰는 게 일회용기를 쓰는 것보다 훨씬 번거로운데도 대부분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다회용기를 사용한다”며 “처음엔 가격 때문에 구독을 신청했다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만족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최근 샐러드윅스가 구독자를 대상으로 ‘샐러드윅스를 이용하는 이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게 좋아서’라는 답변이 ‘가격이 저렴해서’라고 대답한 비율과 비슷했다.

“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친환경 소비에 관심이 많아요. 하지만 윗세대가 만든 기존 서비스에는 대부분 이런 가치관이 반영돼 있지 않아요. 배달 음식을 시키면 플라스틱이 꼭 딸려와요. 배달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연도 만만찮고요. 이런 것들은 고객이 선택한 게 아닌데 말이에요. 음식 주문을 한 것뿐인데 환경을 오염시키게 되는 거죠.”

윤 대표의 목표는 샐러드윅스를 어떤 음식이든 친환경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샌드위치, 밀키트 등으로 서비스 항목을 늘릴 계획이다. 친환경적으로 배달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전기 오토바이 등 탄소배출이 적은 운송 수단을 쓰거나, 픽업만 할 수 있는 거점 장소인 ‘샐윅히어’ 가게를 늘려 배달 횟수를 최소화하는 식이다. 샐윅하우스에서 샐윅히어로 한 번에 여러 개의 샐러드를 배달하면, 근처에 샐윅하우스가 없더라도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에요. 다회용기뿐 아니라 비건 옵션이나 탄소배출이 적은 배달 방식을 선택할 기회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대안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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