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암모니아’로 탄소 배출 없이 전력 생산한다

‘2050 탄소중립’ 국내 초안, 암모니아 첫 등장
일본에서는 이미 발전 시범 사업 진행 중
생산 과정서 발생하는 CO₂ 제거 기술 주목

지난 5일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안을 발표했다. 초안에는 2050년까지 한국이 탄소를 줄여나가기 위한 3가지 시나리오가 담겨 있었다. 205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7기와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들을 남겨놓는 1안, 석탄화력발전소는 모두 폐쇄하고 LNG발전소들만 남겨두는 2안, 석탄화력발전소와 LNG발전소를 전부 폐쇄하는 3안이다. 각 시나리오의 탄소 배출 목표량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새로운 발전원, 즉 무탄소 신전원으로 ‘수소’와 ‘암모니아’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수소(H₂)와 암모니아(NH₃)는 태워도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물질 모두 분자 구성에 탄소(C)가 없다 보니 분해돼도 이산화탄소(CO₂)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이들 무탄소 신전원의 발전량은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소의 경우 오래전부터 화석 연료의 대체재로 연구되고 있었지만, 암모니아가 발전원으로 공식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아이치현 헤키난시에 있는 일본 발전 기업 제라(JERA)의 석탄화력발전소. 제라는 지난 6월부터 일본 최대 중공업 회사 IHI와 암모니아를 활용한 발전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JERA 제공

일본에서는 이미 암모니아로 전력 생산

지금까지 암모니아는 생산량의 80% 이상을 식물에 질소를 공급하는 ‘비료’의 원료로 쓰였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달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최근 5년 새 암모니아가 무탄소 연료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 유럽, 호주 등을 중심으로 암모니아를 발전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일본은 2019년 경제산업성 산하에 ‘암모니아 에너지 위원회’를 만들어 암모니아를 활용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2050 탈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녹색성장 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발전용 석탄 20%를 암모니아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월에는 암모니아 발전을 위해 2030년까지 연간 300만t(톤), 2050년까지는 연간 3000만t의 암모니아를 해외에서 수입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일본은 암모니아로 전력을 생산하는 단계에까지 도달했다. 지난 3월 일본의 중공업 회사인 IHI가 천연가스와 액체 암모니아를 3대7로 섞어 세계 최초로 2000㎾급 가스 터빈을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 6월에는 일본 발전기업 JERA와 IHI가 협력해 아이치현에 있는 1GW급 발전소를 개조한 뒤 석탄에 암모니아 20%를 섞어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JERA는 “대규모 상업용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석탄과 암모니아를 섞어 발전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2024년까지 암모니아 비중을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정적인 암모니아 공급망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달 일본 석유천연가스광물자원기구(JOGMEC), 마루베니상사, 호쿠리쿠전력, 간사이전력 등은 호주 기업 우드사이드에너지와 업무 협약을 맺고 암모니아의 상업적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대세는 ‘청정 암모니아’

한국에서도 암모니아 발전을 위한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달 포스코와 두산중공업,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이 암모니아 가스 터빈을 연구·개발하는 협약을 맺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도 자체적으로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발전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암모니아 발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건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이미 충분하다”며 “정책 지원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시장이 커지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모니아를 발전원으로 사용하기까지 넘어야 하는 벽도 있다. 바로 간접적인 탄소 배출이다. 현재 암모니아는 1909년에 개발된 ‘하버-보슈법’을 활용해 생산되고 있는데, 수소와 질소에 고열과 고압을 가해 두 원소를 결합시켜 암모니아를 만드는 방식이다. 문제는 합성에 사용할 수소를 생산할 때다. 수소를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물을 전기로 분해하는 방식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만약 석탄화력으로 생산된 전력를 활용하게 되면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할 때보다 2배 이상 많은 탄소를 간접적으로 배출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연가스로 수소를 만들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탄소 포집 기술’로 모아 다른 곳에 활용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를 ‘블루 수소’라고 부른다.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만들 때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활용하는 방식도 쓰인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를 ‘그린 수소’라고 한다. 블루 수소와 그린 수소를 활용해 만든 암모니아를 각각 ‘블루 암모니아’ ‘그린 암모니아’라고 부르며, 이들을 아울러 ‘청정 암모니아’라고 한다. 현재 노르웨이, 독일, 프랑스, 호주 등 대부분의 국가는 청정 암모니아의 대량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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