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법원에서 다투는 난민 소송만 35건
작년 난민 인정자 수 전년比 절반 ‘뚝’
난민 구제 활동은 선례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우리나라에 난민법이 시행된 지 7년 됐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난민 구제 소송은 대부분 첫 사례입니다. 지금 인천국제공항 환승 구역에 6개월째 머무는 난민이 있어요. 비자 없이 환승객으로 들어왔다는 이유로 법무부에서 난민 인정 신청을 거절했거든요. 소송을 통해 최근 ‘환승객에 대한 난민 신청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처음으로 받아냈어요. 법무부가 항소해 공항 노숙 생활은 이어지고 있지만요.”
이일(39) 변호사는 난민 구제 활동의 선봉에 있다. 법원에 올라가 있는 담당 사건만 35건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에서 난민 인정자들을 배제한 것에 대한 소송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전학 온 친구도 낯선 것처럼 난민을 낯설게 여길 수는 있지만, 계속 선 긋고 위험한 존재로 내모는 건 혐오”라고 했다.
“지난해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42명입니다. 법무부가 난민을 직접 데려오는 재정착 난민을 포함하면 79명이에요. 난민 심사관은 전국에 90명 수준인데, 심사관 한 명이 1년에 한 건도 인정하지 않은 거죠. 난민 인정률로 따지면 0.4% 수준인데,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만 해도 9.7%였습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의 난민 인정자 수는 2016년 98명, 2017년 121명, 2018년 144명으로 해마다 조금씩 상승해오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일 변호사는 “과거에는 세계적 추세를 따르는 분위기가 있어서 연말쯤 난민 인정자 수가 적으면 전년 수준을 웃돌 수 있게 숫자를 관리하기도 했다”면서 “정부가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를 기점으로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등에 업고 문턱을 더 높여버렸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난민법 전면 개정을 선언하고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난민법 개정의 방향성에 우려를 표했다. “정부는 통·번역가 양성을 난민법 개정의 한 요소로 설명하고 있는데, 큰 틀에서는 난민 인정의 문을 좁히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난민 제도가 남용되고 있고, 외국인들이 쉽게 한국에 머문다는 생각이 깔려있거든요. 이를테면 평창 동계올림픽 때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적이 있습니다. 난민들 입장에서는 본국의 박해를 피해 떠돌다 마침 한국에 입국할 기회가 생겨서 왔는데, 정부는 난민들이 이를 악용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부에서는 무비자 입국 자체를 막으려고 하는 거고요.”
이일 변호사는 지난 2013년 공익법센터 어필에 합류하면서 공익 변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3년은 아시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난민법이 시행된 해다. “해군에서 법무관 생활을 3년 했는데, 그때 진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희 때만 하더라도 군법무관을 마치면 절반 정도는 판사를 하거나 대형 로펌에 가는 게 코스였습니다. 그런데 법원이나 로펌은 제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군검사를 하면서 누군가를 꾸짖고 추궁하는 게 성정(性情)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선택한 게 공익 변호사였어요.”
당시에는 전업으로 공익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있는 단체가 거의 없었다. 이 변호사가 문을 두드린 어필도 설립 1년 된 신생 조직이었다. “1주년 기념행사를 기웃거리면서 탐색했죠. 첫인상이 변호사 단체 같지 않은 느낌이랄까. 조직이 젊어 보이고 뭔가 재밌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였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도 그 판단이 옳았습니다(웃음).”
최근 이일 변호사는 유튜브의 재미에 빠졌다고 했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유튜브로 푼다. “어필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서 난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영상을 올리고 있어요. 브이로그도 올리고요. 구독자는 2000명 조금 못 미치는데, 나름대로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응원해주는 분도 많습니다. 더 많은 시민과 함께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