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복지사각지대] 코로나發 실업쇼크… 고용 취약 계층, 유일한 소득 끊기면 극빈층 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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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사회재난이 위기 가정을 만든다

심모(50)씨는 관광버스 기사다. 한 달 소득은 300만원. 다섯 식구가 생활하기에 넉넉지 않아도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검소하게 살아왔다. 위기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지난 3월부터다. 단체 관광이 모두 취소되면서 심씨의 유일한 수입원이 사라졌다. 남은 돈이라고는 예금 200만원이 전부였다.

심씨는 매월 관광버스 회사에 임차료 9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2개월 전 진단받은 ‘상세 불명의 뇌 질환’ 치료에 들어가는 의료비와 약값도 부담인 상황이다. 통장 잔고는 순식간에 줄어드는데 의지할 곳은 없었다. 급한 대로 처형과 배우자 지인에게 생활비를 빌렸지만, 언제까지 이 상황을 버틸 수 있을지 캄캄하기만 하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생계를 위협받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서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 3월 국내 사업체 종사자 수는 1827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만5000명(-1.2%) 줄었다. 조사가 시작된 2009년 6월 이후 전체 종사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대부분 임시·일용직, 특수고용직이다. 소득 절벽에 직면한 이 고용 취약 계층은 순식간에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고용 취약 계층, 재난 발생 시 더 빨리 무너진다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면 복지 사각지대의 틈은 넓어진다. 특히 고용 취약 계층은 경제적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 사람을 만나서 일하는 직종이 타격을 받았다. 대부분 고용 계약을 맺지 않고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특수고용직이다. 고객이 줄면 소득이 급감하는 자영업자와 같다. 학습지 교사인 차모(44)씨는 “보통 월 150만원을 벌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3월 급여는 반 토막 났고 4월에는 소득이 아예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사망한 남편이 남긴 부채 때문에 평소에도 생활고를 겪어왔다. 최근에는 전기요금 13만원이 연체돼 전기 공급 제한 예고서를 받았다. 심씨는 “월세만큼은 밀리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당장 이달부터는 생활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동안 크고 작은 도움을 줬던 여동생에게는 더는 연락할 수 없어 구청에 도움을 요청해 놓은 상황”이라고 했다.

헬스클럽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홍모(39)씨는 사업주가 지난달 폐업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한 달 수입은 주거급여와 한 부모 가정 양육수당을 합친 45만원이 전부다. 재취업을 위해 매일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일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초등학교 2학년인 자녀를 돌봐줄 친인척이나 지인이 없어 집을 오래 비우기도 어렵다. 그는 “월세, 공과금, 통신비, 생활비 등으로 한 달에 100만원은 필요한데 정말 막막하다”고 했다.

기초생활법 시행 20년 넘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가정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1월 경기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생활고를 겪으면서 아파트 관리비를 3개월간 내지 못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밀린 관리비는 98만4000원이었다. 한 부모 가정으로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던 A씨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수입이 일정치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A씨가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르기까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A씨를 위기 가정으로 판단할 근거가 없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 30명이 넘는 사람이 생활고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성탄절을 앞두고 대구의 한 저소득층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있었다.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소득을 얻었지만 기초수급자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보증금 2000만원과 트럭 등이 재산으로 잡혀 차상위계층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장인 B씨는 2016년 6월부터 자동차세를 미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인천 계양구에서 일가족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은 기초수급 대상자 수준으로 가난했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에 걸려 생계급여를 신청하지 못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소득과 재산이 있는 부모나 자녀, 배우자가 있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도록 한 제도로 복지 사각지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오래전에 연락이 끊겼거나 부양 의지가 없는 가족 구성원이 있을 경우 이른바 ‘비수급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정부는 비수급 빈곤층을 2019년 기준 89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가가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1999년 시행됐다.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히 채워지질 않고 있다. 이에 정부도 비수급 빈곤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는 2022년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1조원이 넘는 추가 예산은 정책 추진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위기 가정 발굴 위해선 ‘민·관 협력’ 필요해

재난 앞에서 기본적인 생계유지가 어려운 가정이 늘고 있지만 이들을 지원해줄 복지 전달 체계는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기존 복지 시스템은 기초수급대상자와 같이 빈곤층에게 맞춰진 구조라서 위기 가정을 포착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대부분 지역사회에서 고립된 경우가 많아 발굴하기도 어렵다. 또 지원 대상자를 발굴하더라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은 요건이 까다롭고 집행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도 문제다.

위기 가정 지원은 최대한 빠르게 현금으로 지급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정 처리 기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신한금융그룹과 함께 위기 가정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인 강인수 굿네이버스 사업기획팀장은 “체납금이 이미 쌓여가는 가정이 많기 때문에 행정 서류를 모두 검토한 뒤 지원을 결정하는 식이면 사회로 복귀하는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며 “지원 대상자들에게는 50만원, 100만원이라도 당장 지급해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원 대상자 선정 기준을 완화하면 위기 가정 발굴이 쉬워진다고 말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기초수급제 외에도 긴급복지지원제도가 마련돼 있긴 한데, 주택청약이나 보험을 금융 재산으로 잡기 때문에 이마저도 다 해약하고 써버린 상태여야 지원 대상에 선정될 수 있을 정도로 문턱이 높다”며 “많은 사람이 지원을 요청했는데 ‘지원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애초에 마음을 접는다”고 했다.

김성욱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위기 가정 발굴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인 적이 있는데 막상 지원할 수 있는 케이스는 전체의 3% 수준에 불과했다”며 “지원 기준을 낮춰 제도 내로 유도하면서 동시에 현장과 가까운 민간에 협조를 요청해서 위기 징후를 모으되 정보가 실효성이 있을 수 있도록 제도를 현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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