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발언대] 코로나19 이후의 비영리<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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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사단법인 시민 이사 겸 NPO스쿨 대표

“코로나 19로 인한 불황이 장기화되면 후원금이 줄어들 텐데, 재정 환경이 열악한 작은 단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요즘 비영리조직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코로나 19 이후를 준비하는 비영리조직은 직원들의 ‘고용 유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도, 조직 생존과 해산에 관한 새로운 시나리오까지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무런 재난이 없는 상황을 전제하고 만들어진 조직 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꿀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근 인력의 숫자나 임대료 등 일반적인 비용 축소 방안도 통하지 않을 정도의 재정 상황이 극한에 치달은 조직은 해산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발전적인 해산’이라는 상상을 해 보면 어떨까. 중요 활동을 남겨둔 채 사무실과 상근 인력이 없는 네트워크나 자원봉사 조직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직원 임금을 고정급여가 아닌 성과급 방식으로 지급할 수도 있다. 이때 필수적으로 도입될 재택근무나 자율근무의 확대에 대한 대응법도 고민이 필요하다. 노동 강도와 성과를 명확히 평가하고 보상할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식의 새로운 조직 운영 방식을 찾는 실험을 이미 시작한 단체도 있다.

상근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나 자원봉사자와의 협력 방법도 다시 구상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모임이 확산하고 있는데, 이것도 비영리조직들에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코로나 19 사태 이전에도 이미 ‘가볍게 연결되기’를 선호하는 2030세대가 사회 주류로 떠오르면서 개인보다 조직을 중시하던 비영리 운영 방식은 변하기 시작했다. 재난은 조직에 지친 시민들이 개인 대 개인으로 느슨하게 연결되는 흐름을 가속할 것이다.

전통적인 비영리 설립과 운영 방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누군가 비전을 선포하면 재원이 모이고, 이후 사무 공간을 마련하고 상근 직원을 채용하는 방식이 전면적으로 도전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예산이 늘어나 공간이 커지고 상근 직원이 많아지면 그 비영리조직이 성공했다고 생각됐지만, 이 법칙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조직을 대하는 개인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한 조직에 충성심을 갖고 오래 근무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를 지나 몇 개의 조직에서 유연하게 일하는 ‘N잡러’나 프리랜서 방식의 비영리 활동가도 늘고 있다. 이는 조직에 속해 일하던 시민운동가, 마을 활동가 등이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나 사업자로 나설 기회가 많아진다는 뜻도 된다. ‘조직의 위기’는 여기서도 온다.

일반 시민과 직원 모두가 유연하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조직 운영 모델을 설계할 때가 왔다. 비영리조직이 이 변화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싫든 좋든 변화는 이미 왔다. 적응하는 조직은 살고, 그렇지 못한 조직은 점차 쇠퇴할 것이다.

[이재현 사단법인 시민 이사 겸 NPO스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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