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NPO스쿨 대표
[사회혁신발언대] 코로나19 이후의 비영리<下>

온라인 기반 스크랩 서비스 중 ‘미로’와 ‘비캔버스’라는 곳이 있다. 최근 원격근무가 대중화되면서 크게 주목을 받는 서비스 중 하나다. 포스트잇 방식을 활용해 팀별 토론까지 가능하게 해 호평을 받고 있다. 온라인으로 하는 토론이 처음엔 어색하게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서비스를 사용해본 결과 대부분의 사람이 금세 적응하고 토론에 몰입했다. 사람들이 이 서비스에 금세 적응한 것처럼, 대면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비영리 영역도 언젠간 ‘느슨한 조직 문화’와 ‘비대면 활동’에 익숙해지는 날이 오진 않을까. 좋은 점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 행사가 늘어나면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이나 사회 참여권도 확대될 수 있다. 재택근무로 이동량이 줄면 탄소배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 지금 비영리 영역 안에서도 코로나 19 이후에 대한 여러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이 시각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전자책이 나와도 종이책이 팔리는 것처럼 코로나 19 이후에도 대면 활동의 비중이 일부 줄어드는 정도의 작은 변화만 있을 것이라는 보는 시각이다. 전통적인 비영리 활동 방식을 고수하는 가장 보수적인 시각이다. 두 번째, 온라인상에서 네트워킹과 협업을 도와줄 기술이 새로 나와 비영리가 하던 일부 활동에 적용되는 정도의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런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비대면을 대면의 보조 활동 정도로 본다. 변화에 대한 중도적 시각이라 하겠다. 세 번째, 온라인 중심 활동이 대면 활동을 거의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이 의견을 가진 사람 중에는 비대면 활동이 대면

이재현 NPO스쿨 대표
[사회혁신발언대] 코로나19 이후의 비영리<中>

“코로나 19로 인한 불황이 장기화되면 후원금이 줄어들 텐데, 재정 환경이 열악한 작은 단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요즘 비영리조직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코로나 19 이후를 준비하는 비영리조직은 직원들의 ‘고용 유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도, 조직 생존과 해산에 관한 새로운 시나리오까지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무런 재난이 없는 상황을 전제하고 만들어진 조직 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꿀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상근 인력의 숫자나 임대료 등 일반적인 비용 축소 방안도 통하지 않을 정도의 재정 상황이 극한에 치달은 조직은 해산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발전적인 해산’이라는 상상을 해 보면 어떨까. 중요 활동을 남겨둔 채 사무실과 상근 인력이 없는 네트워크나 자원봉사 조직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직원 임금을 고정급여가 아닌 성과급 방식으로 지급할 수도 있다. 이때 필수적으로 도입될 재택근무나 자율근무의 확대에 대한 대응법도 고민이 필요하다. 노동 강도와 성과를 명확히 평가하고 보상할 체계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식의 새로운 조직 운영 방식을 찾는 실험을 이미 시작한 단체도 있다. 상근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나 자원봉사자와의 협력 방법도 다시 구상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모임이 확산하고 있는데, 이것도 비영리조직들에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코로나 19 사태 이전에도 이미 ‘가볍게 연결되기’를 선호하는 2030세대가 사회 주류로 떠오르면서 개인보다 조직을 중시하던 비영리 운영 방식은 변하기 시작했다. 재난은 조직에 지친 시민들이 개인 대 개인으로 느슨하게 연결되는 흐름을 가속할 것이다. 전통적인

이재현 NPO스쿨 대표
[사회혁신발언대] 코로나19 이후의 비영리<上>

어딜 가나 코로나19 이야기다. 미디어에도 코로나 19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NGO나 NPO 등 비영리조직이 큰 역할을 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거대한 재난인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바꾸고 있는 지금, 비영리 영역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스스로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을 증명하고 재난 이후에도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로 장애인·저소득층 등 사회취약계층이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비영리조직 대부분이 이들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코로나 19 국면에선 속수무책이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대면 활동이 제한되면서 노인·장애인 복지관과 지역아동센터 등의 복지 시설과 도서관·평생교육원 등 지역사회 서비스 센터, 비영리활동의 거점이라 할 수 있는 자원봉사센터 등 많은 시설이 문을 닫았다. 이들 시설 대부분이 개관 이래 최초의 휴관을 겪었다. 비영리기관과 이들이 돕던 사회적 약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문제는 코로나 19 사태가 끝나도 비영리 영역의 약화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복지·공공서비스 전달체계가 ‘올스톱’ 수준으로 무너지면서, 정부와 민간의 관계성이 달라질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복지·공공서비스 전달체계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는 비영리조직 등 민간 영역의 복지 관계자들에 대한 개입과 관리를 강화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 비영리 관계자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시국에서 시민의 건강과 위생 관리 역할을 독점하게 된 정부가 앞으로의 민관 파트너십을 이끌며 ‘관 주도’ 방식을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