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샘솟는 비옥한 땅 옥천, 지루할 틈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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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지역을 살린다] ③ 충북 옥천 문화기획사 ‘고래실’

충북 옥천군의 문화기획사 ‘고래실’ 청년들은 옥천 이야기를 담은 잡지를 펴내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며 옥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대전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충북 옥천군은 인구 5만의 소도시다. 옥천군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중 9000명이 20~30대 청년이지만, 실제로 옥천에 사는 청년 수는 훨씬 적다. 대부분 주소만 옥천에 등록해놓고 대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청년이 귀한 옥천에서 문화기획사 ‘고래실’은 보기 드물게 청년 직원이 많은 회사다. 이범석(47) 대표를 제외한 직원 8명 전부 20~30대다. 고래실 청년들은 매달 옥천 소식을 담은 잡지를 펴내고, 마을여행 코스를 짜고, 독서 모임과 전시회도 연다. 이 대표는 “옥천은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자 동학농민운동과 3·1운동 등 역사가 깃든 흥미로운 지역”이라며 “지역 콘텐츠를 활용해 이런저런 일을 벌이며 옥천을 좀 더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고래실은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을 거쳐 2017년 문을 열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지역 잡지 ‘월간 옥이네’ 발간이었다. 지역 명소와 향토 음식, 주민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월간 옥이네에서는 모두 기사감이 된다. 월간 옥이네 초대 편집장을 지낸 장재원(37)씨는 “옥천의 역사서를 만드는 마음으로 월간 옥이네를 발행해왔다”며 “월간 옥이네가 한 권 한 권 쌓이면 옥천의 역사도 축적되는 셈”이라고 했다. 2대 편집장을 맡은 박누리(34)씨는 “독자 중에 매달 두 권씩 사서 한 권은 보관용으로 따로 모으는 분도 있다”며 “옥천 하면 ‘월간 옥이네’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다”고 했다.

고래실 청년들은 매달 셋째 금요일을 ‘둠벙에 빠진 날’로 정하고 북 콘서트,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래실

폐허 상태로 방치된 막창 구이집을 카페로 고쳐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 수 있는 공간 ‘둠벙’도 열었다. 저렴한 가격에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하고, 매달 셋째 금요일에 북 콘서트, 음악 공연, 일일 선술집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주민들을 끌어모은다. 월간 옥이네 취재기자로 일하는 이윤경(26)씨는 “옥천에는 청년들이 모일 공간이나 계기가 별로 없는 편”이라며 “어딘가 숨어 있던 옥천 청년들이 고래실이 기획한 행사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모이고 있다”고 했다.

고래실에 속한 청년 중 진짜 ‘옥천 청년’은 딱 한 명뿐이다. 나머지는 대전, 천안, 청주, 평택 등 타지에서 왔다. 유일한 옥천 출신인 박초희(28)씨도 10년 가까이 옥천을 떠나 있다가 고래실에 입사하면서 ‘귀향’한 경우다. 마을여행 프로그램 운영을 담당하는 박씨는 “어릴 적부터 ‘옥천엔 일자리가 없다’고 생각해왔고, 일을 구하려면 당연히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인이 고래실이란 회사가 있다고 알려주지 않았다면 옥천으로 돌아올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고래실 직원들은 종종 도시 친구들로부터 ‘언제 도시로 오느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했다. 박누리씨는 “지역에서 일한다고 하면 경력 쌓아서 언젠가 도시로 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지역에서 사는 즐거움과 의미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범석 대표는 “고래실은 ‘바닥이 깊고 물이 풍부해 기름진 논’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라며 “회사 이름에 걸맞게 옥천을 문화적으로 비옥한 땅으로 일구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한승희 더나은미래 기자 hee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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