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구찌(GUCCI)가 자사 제품과 조직문화가 사회 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 검토하는 ‘다양성 책임자'(Global Director for Diversity and Inclusion) 직책을 신설했다.
31일(현지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구찌가 신임 다양성 책임자로 르네 티라도 전(前)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 다양성·포용 책임자를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티라도는 구찌에서 생산하는 의류·가방 등 상품이 종교나 인종적 소수자의 권리 침해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사내에서도 채용이나 승진, 업무 과정에서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올해 초 구찌는 흑인 얼굴을 형상화한 의류 제품을 출시했다가 인종 차별 논란에 휘말리며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바 있다. 해당 제품은 검정 터틀넥 스웨터로 얼굴 절반을 덮으면서 입 주변에 구멍을 내 붉은 입술을 표현했다. 당시 흑인 비하라는 비판이 일자 제품 판매를 철회했다. 지난 5월에는 시크교도들이 쓰는 터번을 모자로 출시했다가 “시크교도가 신성시하는 복장을 단순한 액세서리로 전락시켰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논란 이후 구찌는 “제품 디자이너들에게 보다 철저히 문화 다양성을 학습시키겠다”며 사과하고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지만, 비난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트위터 등 SNS를 중심으로 ‘보이콧 구찌’ 등 불매운동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구찌가 이번 논란을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적극 대응에 나선 이유다.
구찌는 “르네 티라도 다양성 책임자의 역할은 단순히 제품 디자인의 적절성 검토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며 “사내 문화 개선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고 관련 인재 육성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고 밝혔다. 구찌의 사회공헌 사업인 ‘구찌 체인지메이커’를 다양성 분야로 적극 확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논란이 일던 지난 5월 구찌는 ‘북미 글로벌 체인지메이커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북미 지역에 있는 유색 인종 청년이나 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 데 500만 달러(약 59억 원)를 활동 기금으로 내놓은 바 있다.
르네 티라도 다양성 책임자는 “소수자를 포용함으로써 구찌가 더욱 매력적인 브랜드로 인정받을 뿐 아니라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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