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영업이익의 평균 1.15% 기부…기부 총액, 지난해 처음 줄어

[국내 50大 기업 기부금 분석해보니…]

지난해 국내 50대 기업(매출액 기준)의 기부금 지출 총액이 전체 영업이익의 1% 수준으로 드러났다. 더나은미래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50대 기업의 2018년 연결재무제표를 기부금 중심으로 비교했다. 그 결과 지난해 50대 기업의 기부금 총액은 1조59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업들의 영업이익을 합산한 138조1533억원의 1.15%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전체 매출액(1391조2315억원) 대비로는 0.11% 수준이다. 특히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해오던 기부금 총액이 지난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사회공헌 지출 비용의 가장 큰 축인 기부금 지출에 기업들이 인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 기부, 영업익 대비 1%로 맞추는 분위기”

기업 기부금은 사업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차원에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도 기부 액수보다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기부금 비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G사 관계자는 “같은 100억원이라도 매출 규모에 기업마다 느끼는 부담은 다르다”면서 “최근에는 대체로 기부금 비율을 영업이익의 1% 전후로 맞추는 분위기”이라고 말했다.

국내 매출액 상위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영업이익 대비 평균 기부금 비율(1.15%)을 웃도는 기업은 25곳으로 확인됐다. CJ제일제당은 14.6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LG디스플레이(8.28%), 3위는 SK네트웍스(5.47%)였다.

CJ제일제당은 지난 5년간 해마다 기부금 규모를 확대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만큼 기부금도 늘린 것이다. 특히 지난해 기부금은 영업이익 상승 폭을 넘어설 정도로 확대 편성되면서 2017년 11.32%에서 3.33%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0.6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치면서 기부금 비율이 급증했다. 기부액이 171억원에서 76억원으로 반 토막 났지만,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1% 기부금’이 과연 적정선이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회공헌 소홀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수입차 업체들도 영업이익의 1% 정도를 국내에 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26억원을 기부했는데 영업이익 대비 1.727%였고, 비엠더블유코리아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지만 각각 13억원, 11억원을 기부했다. 국내 기업의 기부금 지출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매출액 상위 10위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순위 10위에 든 기업은 현대자동차가 유일했다. 매출액 1위인 삼성전자는 매출액 대비 기부금은 11위,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순위는 38위에 머물렀다. 기업들이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에 맞는 수준으로 기부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국내 50대 기업 기부금, 지난해 하락세로 전환

기부액으로만 따지면 삼성전자가 압도적 1위다. 삼성전자 기부액은 지난해 3103억원으로 50대 기업 기부 총액의 19.48%를 차지했다. 2위에 오른 CJ제일제당이 1220억원을 기록했고, 국민은행(919억원), 삼성생명(876억원), 현대자동차(85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를 두고 기업 기부금의 진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L사 관계자는 “기업 이름으로 하는 기부는 대개 삼성이 얼마를 내놓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강원 산불 피해 지역에 삼성이 20억원을 지원하면 현대차나 LG 등은 10억원으로 책정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50대 기업의 기부액 규모는 매년 꾸준히 커지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 2014년 1조5071억원이었던 기부 총액은 2015년 1조5682억원, 2016년 1조6302억원, 2017년 1조6565억원으로 계단 상승을 이어오다가 지난해 641억원이 줄어든 1조59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부금 지출을 전년 대비 절반 이상으로 대폭 줄인 곳이 6곳에 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결재무제표상 기부금 항목을 공개하지 않은 6사(LG전자, 한화, S-Oil, 한국씨티은행, 농협은행, LG상사)를 제외하면, 지난해 기부금을 확대한 기업과 축소한 기업은 각각 22곳으로 같았다.

영업이익 늘어도 기부금은 줄인다… ‘디커플링’ 7사

업계 관계자들은 “기부금 규모가 실적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매출액이 늘어도 영업이익이 줄면 그만큼 기부도 위축된다는 얘기다.

이번 조사에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 기업은 20곳이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 ▲삼성물산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우리은행 ▲신한은행 ▲두산 ▲두산중공업 등 7사는 영업이익 증가에도 기부금 규모를 줄였다. 최소 12%에서 최대 50%까지 기부금을 깎았다.

반면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현대오일뱅크 ▲현대글로비스 ▲현대해상 ▲SK에너지 ▲SK네트웍스 ▲SC제일은행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9사는 영업이익 하락에도 기부금 규모를 늘렸다.

최근 5년간 기부금 추이를 확인해보면 기아자동차·한국토지주택공사·CJ제일제당 등 3곳은 해마다 기부금 규모를 확대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4년 68억원 수준이던 기부금 지출을 2015년 77억, 2016년 94억, 2017년 147억, 지난해 174억원 등으로 매년 늘리고 있다.

지난 5년간 해마다 기부금을 깎아내린 기업도 있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기부금은 74억원으로 2014년 대비 86.9% 감소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같은 기간 584억원에서 307억원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전문가들은 영업이익 대부분을 주주 배당으로 돌리면서 기부금은 1%대를 유지하는 ‘고배당 저기부’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대기업들이 영업이익을 주주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과 공유하는 ‘기업 시민’의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1% 수준의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고 말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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