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北에 가장 시급한 건 ‘식량’과 ‘영양’… 식량 공급·농업개발 지원 동시에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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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지원 단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남북 관계에 순풍이 불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대북 지원 사업을 재개하느라 분주하다. 지난 9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이하 북민협) 회장이 3차 남북 정상회담 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에 다녀온 데 이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유진벨재단 등이 잇달아 방북 길에 올랐다. 각 단체는 북한과 구체적인 대북 지원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지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북 지원에 강한 제동을 걸었던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가 최근 유니세프, 세계식량기구 등의 인도적 지원 요청을 받아들인 것. 마우드 프로베르그 국제적십자·적신월사연맹(IFRC) 공보과장은 “인도적 지원을 목적으로 한 대북 제재 예외 요청 승인이 탄력받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태도가 안팎으로 변화하면서 대북 지원 및 남북 협력 사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문제는 남북 교류가 최근 10년간 단절된 탓에 북한이 현재 겪고 있는 빈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나은미래는 북한 사무소를 두고 20년간 대북 지원을 펼치는 국제 비영리 단체 컨선월드와이드와 함께 북한의 현황을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2018 유엔 북한 필요와 우선순위 보고서'(이하 ‘북한보고서’), ‘컨선월드와이드 빈곤취약지수'(이하 ‘빈곤취약지수’)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 북한에 필요한 도움이 무엇이며,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분석했다.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더나은미래

◇강원도·양강도·황해북도, 빈곤율 높아

북한보고서와 빈곤취약지수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강원도·양강도(량강도)·황해북도가 인도적 지원이 가장 시급한 지역으로 꼽혔다. 강원도와 황해북도는 자연재해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은 가뭄과 태풍·홍수 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예방하거나 복구할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강원도와 황해북도에서 상수도 및 위생 시설 확충 사업을 하는 컨선월드와이드는 “4~5월 가뭄이 심해지면 각 가정에서 조금이라도 물을 더 확보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강가에 나가 물을 길어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면서 “북한에서 직접 물을 길어 먹는 사람은 도시의 경우 18% 수준이지만 강원도·황해북도와 같은 농촌 지역은 30% 이상”이라고 밝혔다.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겪었던 2015년, 북한 강원도의 여성 농부들이 이동형 탈곡기를 이용해 추수하고 있다. 식량과 영양은 여전히 북한에 가장 필요한 지원 분야다. ⓒ컨선월드와이드

컨선월드와이드는 “강원도와 황해북도에는 태양광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을 활용한 상수도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용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 농법 개발과 같은 농업 개발 지원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과의 접경지인 양강도 또한 빈곤율이 높았다. 유엔은 북한에 필요한 인도적 지원을 ‘식량 안보’ ‘영양’ ‘보건’ ‘물과 위생’ 등 네 분야로 나뉘어 분석하는데, 양강도는 네 분야에 대한 지원이 종합적으로 필요한 지역으로 드러났다. 양강도에 북한의 미사일 기지 등 군사 시설이 밀집돼 있어 외부인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는 게 빈곤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컨선월드와이드, 세계기아원조 등 북한에 현지 사무소가 있는 단체들도 양강도에서는 활동할 수 없다.

지역 자산 수준도 최하위로 평양의 9분의 1 수준이었다. 양강도 땅의 90%가 산지라 주민들이 화전을 일궈 수수·감자 등을 경작해 겨우 생활을 이어간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2015년 발간한 ‘북한의 지역 발전 현황’ 연구 자료에도 양강도는 저체중 및 성장 지체 아동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소개됐다.

◇영양과 식량 안보, 위생… 지원 시급해

지원 분야별로는 여전히 ‘식량’과 ‘영양’ 분야가 북한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식량 안보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북한 전체 인구 절반에 가까운 약 1100만명(43%)의 북한 주민들이 지속적인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또 올해 북한의 기아지수는 119개 국가 중 11번째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땅 대부분이 산악 지역인 데다 전체 땅덩어리의 약 17%에서만 경작이 가능해 생산성이 낮다는 게 식량 부족 원인으로 꼽힌다. 지구온난화로 매년 가뭄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가 심해져 식량 생산량이 줄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북한의 총식량 생산량은 2016년의 589만t(톤) 대비 7.42% 감소한 545만t에 그쳤다.

현재 북한은 1990년 ‘고난의 행군’을 극복하면서 절대적인 식량 부족은 면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채소·고기·유제품 등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해 식량 부족 문제가 영양 결핍으로 옮겨가는 상황이다. 특히 영양 문제는 5세 미만 아동에서 심각하게 나타난다. 북한의 5세 미만 아동의 영양 상태는 20년간 계속 악화하고 있다. 5세 미만 저체중·허약 아동 비율이 10년 전 5.2%에서 올해 8.1%까지 늘어났다. 발육 부진 아동도 10년 전 32.4%에서 올해 39.8%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단순 식량 지원으로 북한의 영양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다양한 영양분을 자급자족해 섭취할 수 있도록 비닐하우스 설치, 바이오 퇴비법 개발 및 보급, 탈곡기와 가공 시설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황해북도에서 북한 주민들이 농사를 위해 물을 대고 있는 모습. 북한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가뭄, 폭우 등 자연재해의 피해를 크게 입고 있다. ⓒ컨선월드와이드

최근에는 상수도 시설, 현대식 화장실 등 ‘물과 위생’ 관련 인프라의 필요성도 대두하고 있다. 유엔은 북한 인구의 약 23%만이 화장실·상수도와 같은 기본적인 위생 시설을 사용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농촌에서는 온수가 나오지 않아 물을 일일이 데우는 건 예삿일이고, 집안에 수도꼭지조차 없는 가정도 많다. 유엔 북한 사무소는 “취약 지역, 학교, 유치원, 병원 및 진료소를 중심으로 상수 시스템을 건설 및 보수하고, 시설 안에 현대식 화장실 등 위생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지원, ‘국제 개발 협력’ 관점으로 접근해야

유엔 대북 제재와 2010년 우리 정부가 발표한 5·24 대북 조치로 현재 국내 대북 지원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전까지는 단체가 물자 반출과 방북을 신고해 남북한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 대북 지원이 가능했지만 현재 이 ‘공식 루트’는 막혀 있다. 이에 그동안 국내 비영리 단체들은 해외 비영리 단체나 국제기구에 물자를 기부해 북한에 간접적으로 전달하거나 남북 정부의 눈을 피해 중국과 북한 접경지대에서 만나 구호물자를 전달하곤 했다.

최근 인도적 지원에 대한 유엔 대북 제재가 완화되고, 5·24 조치 해제 논의도 나오면서 단체들은 대북 지원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북민협은 “지난달 21~24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와 다양한 협력 사업을 논의했고, 북측이 성의 있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도 인도적 지원을 비롯, 남북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답했다.

컨선월드와이드는 강원도에 태양광 급수 펌프장을 설치했다. ⓒ컨선월드와이드

다만 대북 지원 단체들 사이에서는 “지원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의 대북 지원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준모 컨선월드와이드 한국 대표는 “그동안 대북 지원은 ‘지원 효과가 있었나’ ‘물자가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됐나’ 등의 물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통일을 위한 일, 우리 민족을 돕는다는 명분도 좋지만 기부금·세금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성과를 명확히 확인,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이제 단체들도 임팩트 측정과 지원이 체계적인 ODA 모델과 같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된 북한 사회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북한의 사회·경제 체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시장경제 체제를 받아들이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인 ‘상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공식 시장만 460개가 넘는다고 전해진다. 이에 따라 빈부 격차 등 전에 없던 새로운 사회문제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동진 아일랜드 트리니티 더블린대학 평화학 연구교수는 “공식적인 대북 지원 프레임 워크를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지면 주기적으로 지원 현장을 방문할 수 있고, 보다 장기적인 관계 구축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그동안 대북 지원에서 쟁점이 되어 왔던 모니터링과 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민영 더나은미래 기자 bad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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