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임팩트투자 생태계 키울 ‘사회가치연대기금’, 어떤 모습일까?

최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이나 기업에 돈을 투자하는임팩트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임팩트투자 도매기금이 주목받고 있다. 임팩트투자 도매기금이란 비영리기관, 사회적경제조직 등에 투자하는 중개기관에 자금을 지원하는도매상역할을 하는 기금이다. 영국의 사회투자은행빅소사이어티캐피털(BSC)’이 임팩트투자 도매기금의 대표적인 예다.   ☞빅소사이어티캐피털이 궁금하시다면?

국내에서도한국형 BSC’ 설립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정부가 지난 1월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앞으로 5년간 3000억원 규모의사회가치연대기금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소셜벤처, 지역경제, 도시재생, 사회서비스, 문화예술, 프랜차이즈형 협동조합 등 6개 분야의 성장인프라구축에 기금을 투입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2월에는 민간 주도로 사회가치연대기금 추진단이 꾸려져 국내 현실에 맞는 기금구조와 운영방법 등을 논의해왔다.

지난달 11임팩트투자 도매기금과 사회적금융시장 활성화방안워크숍이 서울 SK행복나래 수펙스홀(SUPEX Hall)에서 열렸다. 이날 워크숍에는 BSC의 클리프 프라이어(Cliff Prior) 대표가 방한해 BSC의 사례와 전 세계 임팩트투자 도매기금 현황을 공유했다. 행사는 임팩트금융 국가자문위원회(NAB)의 주관으로, 7 12일부터 이틀간 열린사회적 가치와 금융국제컨퍼런스의 일환으로 개최됐다.

 

 

◇임팩트 투자 생태계 키우는 도매기금’…전 세계로 확산

BSC는 영국 내 사회투자은행, 비영리감독기관 등 중개기관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12년 사회적금융 시장의 확대를 위해 영국 내 휴면계좌에 쌓인 6억 파운드, 4대 메이저 시중은행의 출자금 3억 파운드로 BSC를 설립했다. 이 기금은 영국 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선단체나 사회적기업으로 투자되고 있다.

사회적 금융 생태계를 키우는 것도 BSC의 핵심 역할이다. 프라이어 BSC대표는 우리는 시장을 개발하는 개발자이면서 투자기관이라며 투자기금이 자선단체와 사회적기업으로 흘러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게 하는 것이 BSC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설립 6년 만에 BSC를 통해 사회투자에 들어온 리스크자본(risk capital) 6배 증가했고, 사회투자 중개기관의 숫자도 8배 늘었다. 매년 평균 20%씩 사회투자 생태계가 커졌고, 공동투자금액은 1파운드당 2.4파운드에 달했다. 프라이어 대표는 2년간은 사회적기업이나 공동투자자들의 준비가 충분치 않고, 정부 규제요건도 까다로워 기금의 성장이 그리 빠르지 않았다며 “정부와 독립적으로 활동했고, 강력한 장기 자본금을 가지고 시장변화에 끈질기게 대응했던 덕분에 이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클리프 프라이어 영국 빅소사이어티캐피털(BSC) 대표 ⓒ라이프인

영국뿐 아니라 유럽, 호주, 일본 등지에서 속속 임팩트투자 도매기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글로벌임팩트금융추진기구(GSG) 내에는 도매기금 설정을 돕고 기존 기금의 운영방법을 개선하는 실무그룹도 생겼다. 이를 통해 기금을 운영 중인 국가가 2, 설립을 준비하고 있거나 개발 중인 국가는 10곳에 달한다.

기금의 형태도 제각기 다르다. 호주의임팩트 캐피털 오스트레일리아는 정부와 민간 출자금으로 기금이 조성돼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 중이다. 공공금융기관의 기금을 자금원으로 할 수도 있다. EU소셜 임팩트 액셀러레이터 펀드EU 국가들이 출연한 벤처캐피털펀드인 유럽투자펀드(EIF)의 일부 기능으로 설립돼, 시장 기능이 실패한 분야의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포르투갈의포르투갈 소셜 이노베이션은 유럽연합기금(ESIF)으로부터 할당받은 25억 유로 중 일부로 임팩트 투자 도매기금을 운영 중이다.

국내 임팩트투자 도매기금에 적합한 모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프라이어 대표는 “정해져 있는 청사진은 없다며 “한국의 준비수준이나 문화상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누구인지 등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사회적 기금 ‘사회가치연대기금’ 어떤 모습일까?

이날 워크숍에서는 국내에서 진행 중인 사회가치연대기금의 운영방안도 공유됐다. 사회가치연대기금 추진단의 기획위원장으로서 발표를 맡은 김재구 명지대 교수는 “국내 주류 금융에는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반영해 대출이나 투자를 해주는 시스템이 없었다며 “도매기금을 통해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을 육성하고 공급되는 자금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연대기금이란 이름처럼 여러 영역이 함께 조성하는 것도 핵심이다. 김 교수는 “민간이 기금을 만들면 정부가 매칭해 재원을 넣는 형태로 공동투자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추진단 내부에서 기금의 법적인 형태를재단법인으로 만드는 데까지 합의를 이뤘으며, 앞으로 투자와 출자 등이 가능한 영리형 자산운용사를 따로 두는 등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의응답 중인 김재구 교수와 문철우 임팩트금융 국가자문위원회 대표간사, 클리프 프라이어 대표(사진 왼쪽부터). ⓒ라이프인

행사 2부에서는 사회가치연대기금을 둘러싼 라운드테이블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는 문철우 임팩트금융 국가자문위원회(NAB) 대표간사를 좌장으로, 이덕준 D3쥬빌리 대표,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 전승범 사단법인 피피엘 팀장, 김선영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공제사업단 총괄팀장 등이 참여했다.

이덕준 대표는국내 금융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 SPO(사회적 목적을 가진 기관)에 융·투자를 해주는 등의 경험이 축적돼 있지 않은데, 손실을 안아주거나 일부를 보증해주는 제도로 리스크를 줄여줄 장치에 대해서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익 대표는기금의 최종사용자인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지, 중간지원조직이 성장단계나 지원형태별로 자금을 제공할 스펙트럼은 어떻게 설정할지 등이 사전에 논의돼야 한다현재 사회적경제로 흘러가는 자금이 고용노동부, 중소기업벤처부 등으로 분리돼 공급되고 있는데 사회가치연대기금이 어떤 층위별로 자금을 공급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선영 팀장은재단의 형태로 사회적기업에 자금을 지원했을 때, 기존의 문제점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국내 법적 제도 때문에 투자에 제한이 있으며, 이사회가 결정하는 구조 아래에서는 현장 수혜자나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 이해관계자가 의견을 반영하거나 참여하지 못해 변질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재구 교수는기술적으로 펀드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금융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까지 이뤄야겠다는 것을 되새기며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게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 열린 ‘임팩트투자 도매기금과 사회적금융시장 활성화방안’ 워크숍에 참가한 발표자와 패널들의 단체사진.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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