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연구로 읽는 제3섹터] 세상을 바꾸는 필란트로피, 현 주소는?

‘전 세계 재단은 몇곳일까. 돈은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글로벌 필란트로피의 현주소를 다룬 야심찬 보고서가 나왔다. 전 세계 20개 팀이 협력해 3년이 넘게 걸린 ‘대규모’ 연구다. 지난 4월말,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하우저 시민사회연구소(The Hauser Institute for Civil Society)에서 내놓은 ‘글로벌 필란트로피 리포트(Global Philanthropy Report)’가 바로 그것. 이번 연구가 가능했던 건 스위스 금융그룹 UBS의 전폭적인 후원이 있었기 때문. 전 세계 초고액자산가(UHNW·Ultra High Net Worth)를 대상으로 필란트로피 분야에서 전략적 자문을 제공해 온 UBS는 2014년 초고액자산가 자선가 네트워크 모임인 ‘글로벌 필란트로피 커뮤니티(Global Philanthropists Community)’를 설립했다. 이후 글로벌 차원에서의 필란트로피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하버드 연구소와 함께 연구를 진행한 것. 연구의 핵심 키워드 4가지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1. 전 세계 민간 재단은 총 몇 곳?

전 세계 필란트로피 재단은 39개국, 26만 곳이었다. 그 중 60%가 유럽에, 35%가 북미에 위치하고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필란트로피 재단은 수백년 전부터 여러 형태로 존재했으나, ‘재단’이“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전 세계 약 8만개의 재단 중 72%에 달하는 재단이 지난 25년 사이에 설립됐으며, 전체 재단의 절반 가까이(44%)는 2000년대 이후 설립된 것으로 드러났다. 

ⓒJohnson P. (2018). Global Philanthropy Report: Perspectives on the global foundation sector. Hauser Institute for Civil Society at Harvard University.

전체 11만개의 재단 중 90% 이상이 ‘독립재단’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그 중 5%는 ‘가족재단’이었다. 재단 형태는 지역에 따라 상이했다.  미국과 북미의 경우 각각 96%, 87% 이상이 독립재단인데 반해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각각 38%, 73% 이상의 재단이 정부와 협력해 운영되고 있었다. 중남미에서는 기업이 설립한 재단이 전체의 50%으로 두드러졌으며 아프리카에서는 설립된 재단의 35%는 가족 재단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선 ‘지역재단’이 총 808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졌으며, 멕시코에는 중남미 전체의 ‘지역재단’ 중 3분의 1에 달하는 21개 지역재단이 위치하고 있었다.

#2. 전 세계 민간 재단의 규모는?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필란트로피 재단의 자산 규모는 1조5000억 달러(약 1602조 5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24개 국가에서 대중에 공개된 액수만을 집계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필란트로피’ 재단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대부분이 북미(60%)와 유럽(37%)에 편중되어 있었으며, 다른 지역과의 편차가 상당했다.

각 나라 GDP 규모와 대비했을 때, 재단에서의 필란트로피 지출이 GDP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네덜란드(14%)와 스위스(13.3%)였다. 3위인 미국의 경우 전체 GDP 중 민간 필란트로피 재단에서의 지출은 4.8% 수준이었다. 그 밖에 나라에서도 대체로 GDP의 1~5% 사이를 차지했다. 전 세계 재단이 지출하는 금액은 연간 1500억 달러(약160조 2750억원) 상당인 것으로 추정됐다.

ⓒJohnson P. (2018). Global Philanthropy Report: Perspectives on the global foundation sector. Hauser Institute for Civil Society at Harvard University.

재단 자산규모 대비 지출 정도도 나라별로 상이했다. 스페인의 경우 재단의 자산 규모 대비 37% 상당을 필란트로피 분야에 지출하는 반면, 미국의 경우엔 9%에 달했다. 전체적으로 자산대비 평균 10% 선을 지출하고 있었다. 

#3. 돈은 어디로 흘러갈까?

전 세계적으로 ‘교육’에 들어가는 자원이 가장 많았다. 전 세계 3만개 재단 중 35%는 교육분야를 바꾸는 데 투자하고 있었다. 교육에 투자하는 재단 중 일부(443개)를 재분석한 결과, 33%는 초등교육에, 29%는 중등교육에, 11%는 초기 아동 발달 교육에 투자하고 있었다.

ⓒJohnson P. (2018). Global Philanthropy Report: Perspectives on the global foundation sector. Hauser Institute for Civil Society at Harvard University.

교육 다음으로는 사회 복지(21%), 건강(20%), 예술 문화(18%) 분야가 그 뒤를 이었다. ‘빈곤’을 근절하는 것도 큰 목표였다. 20개국 1만3000여개의 재단을 심층 분석한 결과 16%는 빈곤선 이하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투자했으며, 13%는 노인에게, 14%는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전세계 절반 이상의 재단에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와 사업 목표를 연동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중남미 지역에서 활동하는 재단에서 두드러졌다. 일부 지역에선 정부의 우선순위가 재단의 목표와 연동되기도 했다. 

#4. 전 세계 재단, 운영 방식은?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대부분의 민간 재단에선 각자의 사업과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 전체의 83%가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그 밖에도 보조금(54%), 장학금(47%), 현물 지원(44%), 주식 투자(16%), 대출(11%)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재단 중 임팩트 투자를 진행하는 곳은 8% 상당이었으나,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전체 모집단의 3%만이 ‘자체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재단에서는 현장의 비영리단체나 지역사회에 ‘보조금(grant)’을 지원하는 방식이 두드러져 예외적이었다.

ⓒJohnson P. (2018). Global Philanthropy Report: Perspectives on the global foundation sector. Hauser Institute for Civil Society at Harvard University.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임팩트를 키우기 위해선 여러 주체간의 협력(collaboration)과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라고 인식하는 곳은 늘고 있지만, 실제 협력했던 사례는 드물었다. 전 세계적으로 42%의 재단이 다른 필란트로피 기관과 협력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절반 이상인 58%는 다른 기관과 협력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중남미, 인도, 나이지리아, 아일랜드에서는 ‘협력 사례’가 두드러졌는데, 응답 기관의 80% 이상이 ‘상호간 교류 및 학습, 공동 펀딩, 공동 프로그램’ 등 여러 채널로 다른 기관과 협력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정부와의 협력도 국가에 따라 양상이 달랐다. 정부와 민간, 기업간 삼자 협력인 PPP(Public- private-partnership)의 경우 인도,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아일랜드 등에서 두드러졌으며 응답 기관의 60%이상이 정부와 기업과 협력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관에서 “정부와의 협력을 지속하고 3자 협력(PPP)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규모가 큰 재단일수록 ‘임팩트 평가’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각 나라마다 재단의 법적 형태는 각 나라 맥락과 법에 따라 상이했으며, 단 하나의 답은 없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사회’를 갖추는 것이 법적 의무였으나, 역할에 대한 합의나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적절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곳도 많았다. 또한 전세계 대부분의 재단이 소규모로 운영되거나, 직원을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7000개의 모집단을 분석한 결과 51%는 직원을 두고 있지 않았으며, 43%는 10명 내외의 직원을 두고 있었다.

 

Global Philanthropy Report: Perspectives on the Global Foundation Sector (글로벌 필란트로피 리포트: 전 세계 글로벌 재단 현황) |Harvard Kennedy School, The Hauser Institute for Civil Society|41쪽|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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