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LG상록재단 21년 환경 임팩트… 올 생태복원 사업 무궁화에 방점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하루 100종의 동식물이 전멸하고 있다(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최근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가 4.5도 올라가면 아마존과 갈라파고스 제도, 북극해 등 35개 지역에서 8만여 종의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한다.

국내 기업들은 어떻게 환경 보전에 기여할 수 있을까. 2017년 더나은미래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307건을 분석한 결과 환경 자원 고갈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은 8건(2.6%)에 그쳤다. 하지만 LG의 환경 전문 공익재단인 LG상록재단은 1999년부터 산림회복 사업, 숲 조성, 황새 복원, 철새 도래지 정비 등 다양한 생태 복원 프로그램을 지속해왔다. 지난 19년 동안 지원한 프로그램은 12개, 재단의 활동으로 여의도의 약 2.8배 크기인 255만평의 숲이 조성됐다. 황새·연준모치·물방개 등 멸종위기 생물도 보존한다. 지난 17일에는 산림청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무궁화 종자 연구 및 보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LG상록재단의 환경 보전 히스토리, 숨은 노력을 조명해봤다.

◇국내 최초 실내용 무궁화 품종 개발… 무궁화 확산에 기여할 것

LG상록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 화담숲에는 무궁화 동산이 조성돼 있다. 사진은 숲에서 꽃을 핀 무궁화. ⓒLG상록재단

LG상록재단의 올해 첫 생태복원 대상은 무궁화. LG상록재단과 산림청은 지난 17일 경기도 광주시 화담숲에서 실내용 무궁화 품종 개발과 보급 MOU를 맺었다. 재단은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병충해에 강하며, 일조량과 통풍이 부족한 실내에서도 정상적으로 꽃을 피울 수 있는 국내 첫 ‘실내용 무궁화 품종’을 개발할 계획이다.

유달영 선생이 국내 최초 무궁화 연구를 시작한 1947년부터 지금까지 실내용 무궁화는 개발되지 못했다. 화분에 심어 키울 수 있는 품종은 개발됐지만, 빛이 부족하고 통풍이 잘되지 않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실내용으로 적합하지 않았다. LG상록재단의 사업은 실내에서도 잘 자라는 무궁화 품종을 개발하는 데 목표를 둔다. 특히 이번 협력은 무궁화 연구와 보급에 처음으로 기업이 나선 사례다.

왜 무궁화일까. 산림청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지난 30년간 1983년부터 2015년까지 33년간 총 3366만본의 무궁화를 심었다. 그러나 3366만본 중 겨우 298만본(8%)만 살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2015년 기준).

지자체의 무궁화 가로수 식재 비율도 계속 떨어져 2015년 말 기준 전국의 가로수 총 678만본 중 무궁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5.2%(35만6000본)에 불과했다. 심우섭 LG상록재단 국장은 “무궁화는 우리 민족의 역사를 함께해 온 나라꽃이지만 위상과는 달리 급격히 줄고 있다”면서 “무궁화 품종 개량 연구 및 보급 사업을 통해 무궁화 개체 수를 늘리고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화담숲에 조성된 무궁화 동산. ⓒLG상록재단

무궁화가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무궁화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체계적인 관리가 부족해졌다”고 지적한다. 실제 국민의식 조사 결과 무궁화 선호도는 2006년 3위에서 2015년 8위로 떨어졌다. 정부 부처가 들어선 세종시에 심은 가로수 중 무궁화는 1000본에 그친 반면 벚나무는 그 15배인 1만5000본에 달했다.

무궁화 품종 연구를 총괄하는 권해연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무궁화가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무궁화 재배 환경에 대해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적응력이 뛰어나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식물이 아니라는 것. 무궁화는 풍부한 햇빛과 온도 등 일정한 조건이 충족돼야 잘 자라는 식물이다. 권 박사는 “잘못된 지식 때문에 무궁화가 그늘지고 척박한 땅에 심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관리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기존에 개발된 품종들은 실내에서 기르기 적합하지 않아 확산되기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LG상록재단은 올해부터 5년간 품종 연구를 지원 할 계획이다. 더불어 우수 품종 무궁화가 건강하게 자생할 수 있도록 묘목을 충분히 키운 후 보급하는 활동도 전개한다. 이를 위해 LG상록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의 수목원인 화담숲 인근에 양묘장을 조성해 선덕, 원화 등 우수한 무궁화 품종 8000본을 심은 후 계속 생육 상황을 살피며 관리할 계획이다.

김수진 LG상록재단 사업운영 책임은 “실내용 무궁화가 개발되면 가지치기, 분갈이, 비료주기, 병충해 방제 등 일반인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재배 설명서도 제작·보급할 계획”이라면서 “나라꽃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무궁화가 1.5m 이상으로 자라면 향후 5년간 전국 초·중·고 1000개 학교에 무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20년간 이어온 LG상록재단의 생태계 복원 운동

‘산림 회복 운동’은 LG상록재단의 또 하나의 주요 키워드다. 1999년부터 2014년까지 15년간 산성화 피해로 죽어가는 산림 약 212만평 복원사업을 펼쳤다. 산성화가 많이 진행된 산림에 토양 중화제를 살포해 죽어가는 숲을 되살리는 프로젝트다.

LG상록재단은 야생조류의 생태보호를 위해 2002년부터 새집 달아주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LG상록재단

15년간의 끈질긴 관심과 지원 덕분에 사막화가 진행되던 숲에는 지렁이, 곤충애벌레 등 미생물도 증가했다. 덕분에 토양도 비옥해졌다. LG상록재단은 사업을 종료하면서 파트너인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주요 성과를 연구한 보고서 ‘생명의 숲 지키기’도 발간했다. 또한 보고서를 산림·토양 관련 연구소, 환경부, 산림청 등 유관기관, 대학 임업 관련 학과 등에 배포해 연구 자료로 사용하도록 했다.

LG상록재단이 생태 보전 활동에 방점을 두고 활동한 지 약 20년, 놀라운 변화도 생겼다. LG상록재단의 ‘황새 인공 둥지 지원 사업’으로 22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황새가 한국에 다시 돌아온 것. 지난해에도 충남 예산의 장전리·관음리·시목리 지역에 설치된 인공 둥지 탑에서 황새 세 쌍이 둥지를 틀어 야생 번식에 성공했다. 지난 3월 시목리 둥지탑에서도 새끼 다섯 마리가 태어났다. 김수진 LG상록재단 사업운영 책임은 “지금까지 인공 둥지 탑 15개, 단계적 방사장 5개를 설치했다”면서 “추가 설치한 둥지탑 2곳에서 황새들이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는데 곧 새끼 황새들이 세상에 나올 것”이라며 반겼다.

재단이 충남 예산군 장전리에 설치된 인공 둥지탑. ⓒLG상록재단

화담숲 또한 LG상록재단의 작품. 화담숲에는 4300여 종의 국내외 자생 및 도입 식물이 살고 있는 것은 물론 연준모치, 물방개, 물장군 등 멸종위기 보호생물들도 서식하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약 2900평)이자 국내 유일의 이끼 정원인 ‘이끼원’은 화담숲의 자랑이다. 산기슭에 솔이끼, 돌솔이끼 등 30여 종의 이끼가 자생하고 있다. 이끼는 습도, 경사, 햇빛 등 까다로운 생장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잘 자라지 않는다. 10년 넘게 바람·습도·빛 등 이끼의 생육 조건을 맞추는 연구를 거듭해서 만들어진 노력의 결과물이다.

남상건 LG상록재단 대표는 “LG상록재단은 설립 이래 동식물 생태 보존에 크고 작은 역할을 해왔으며, 인간과 자연의 지속 가능한 공존을 위해 묵묵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무궁화 History, 핍박의 역사 견뎌온 나라꽃

현재 남아있는 무궁화는 298만 본가량(2015년 기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33년간 심은 3366만 본의 무궁화 중 10%에도 못 미친다.

사실 국화(國花)로 잘 알려진 무궁화는 민족 수난의 상징이다. 일제강점기 일제는 무궁화를 지저분하고 불온한 꽃으로 비하하며 재배를 방해했다. 구한말 민족적 위기 상황에서 반일 지식인들에 의해 무궁화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꽃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연설을 할 때마다 “우리 무궁화 동산은…” 하고는 주먹을 불끈 쥐고 연단을 내려치곤 했다고 한다.

수십 년 핍박의 세월을 견딘 무궁화는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잊혔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본격 보급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1982년 ‘무궁화 보급 계획’을 세우고 1983년부터 2001년까지 20년 가까이 3129만 본을 심었다. 1991년에는 산림청이 ‘나라꽃 무궁화 선양 종합계획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6년 11월에는 무궁화에 관한 규정이 최초로 포함된 법률인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