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조금 빨리 만난 ‘이른둥이’ 정부 지원 사각지대 없어지길

더나은미래 x 기아대책 ‘도담도담’ 캠페인
(3)이른둥이 양육 환경 개선 위한 전문가 간담회 

난임으로 7년 만에 얻은 쌍둥이가 28주 만에 태어났습니다. 큰 애가 1000g, 둘째는 970g로 저체중이어서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죠. 저도 부모가 처음이라,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막막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당시를 회상하는 ‘이른둥이’ 아빠 이욱호(46)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씨의 쌍둥이 아들은 4년 전 일곱 달을 겨우 채우고 칠삭둥이로 태어났다. 이른둥이는 출생체중 2.5㎏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미숙아를 뜻한다. 이씨는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 있던 때도 한 명당 치료비가 1000만원이 들었는데, 세 살이 넘고서도 저체중이란 이유로 보험 가입도 안 됐다”고 토로했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은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국내 이른둥이를 지원하는 ‘도담도담’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지난 7월 21일, 그동안의 캠페인을 총정리하는 전문가 정책간담회가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45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국내 이른둥이들이 ‘도담도담(어린 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습)’ 자라나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이날 간담회는 이찬우 기아대책 생명지기본부장의 사회로, 김창렬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박은애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배종우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연 이연학습발달연구소장, 정유진 서울시 양천구 보건소장, 최규석 한화생명 기업문화팀장이 참석했다. 이른둥이 보호자 이욱호씨도 참석해 이른둥이 가정의 고충을 증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현 제도로는 모자라

사회=국내 이른둥이 양육 환경은 어떤가. 현재까지 축적된 이른둥이 통계를 바탕으로 말해달라.

배종우 교수=작년 한 해 태어난 신생아는 40만6000명, 여성 한 명이 평생 1.17명을 낳는 셈이다. 출생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이른둥이는 전체 신생아 중 6% 선까지 늘었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전국에 1600여개 NICU 병상을 확충하고 이른둥이 의료 수가 확대, 외래진료비 지원 확대(개인 부담 10%) 등 노력을 해왔다. 다만, 입원비 지원 예산은 아직 100억 정도에 불과해 이를 확충해 부모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김창렬 교수= 1㎏ 미만 이른둥이의 28%가 퇴원 후 의료비로 1000만원 이상을 쓴다. 1.5㎏ 미만에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는 현 제도에 ‘1㎏ 미만’ 구간을 신설해야 하는 이유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의료센터(MFICU) 설치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 13곳의 MFICU가 시범운영 중인데, 일본은 무려 150곳이 있다. 인구 100만명당 1곳만 설치해도 최소 50개는 필요하다. 국가가 전담해 지역별 어린이 재활치료센터를 설치하고, 의료·분만 취약지구의 고위험 산모·신생아를 위한 의료 전달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정유진 소장=양천구 관내 신생아 중 7.5%(3152명)가 이른둥이다. 예산을 아무리 아껴 써도 11월이면 다 떨어져 12월에 오는 아이들은 다음해 지원금에서 당겨와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외래진료비 개인부담률 10% 확대로 이마저 더 줄어 대책이 필요하다.

최규석 팀장, 이찬우 본부장, 배종우 교수(첫째줄) 이욱호 씨, 정유진 소장(둘째줄) 이연 소장, 박은애 교수, 김창렬 교수(셋째줄) ⓒ기아대책
 

◇이른둥이 지원 시범사업, 정부가 가져가라

 

사회=이른둥이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 기아대책·한화생명·이대목동병원·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시범 사업으로 ‘이화도담도담지원센터(이하 도담도담센터)’를 올해로 5년째 꾸려왔다. 지금까지의 효과성을 공유해달라.

박은애 교수=도담도담센터는 지난 2013년부터 강서·양천구 내 24개월 미만 이른둥이들을 대상으로 재활치료 지원과 기본 발달검사, ‘부모양육지원교실’ 등을 통합 지원해왔다. 개별 치료뿐 아니라 특수발달치료, 음악치료 등으로 부모의 양육을 지원하고, 스트레스와 우울증 해소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2015년부터는 NICU 안에서부터 부모 심리상담과 음악치료를 도입해 실시해왔는데 이후 부모들이 더 밝아지고 씩씩해졌다. 정부가 다른 의료기관, 민간단체에서도 이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끌어줬으면 한다.

이욱호 씨=도담도담센터에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같은 처지의 보호자들과 만나 아픔을 나누면서 위로를 받았고 부모들끼리의 정보 교류도 큰 도움이 됐다. 주위 이른둥이 부모들을 보면 우울증을 앓아도 따로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등 양육에서 오는 심리적·경제적 어려움에 겪는 이들이 많다. 이런 시범 사업을 국가나 지자체에서 적극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최규석 팀장=한화생명은 지난 5년간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목하에 도담도담센터를 후원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곧 2호점의 개관을 앞두고 있을 만큼, 사업이 빠르게 성장해 온 것이 놀랍다. 예산이 한정된 기업으로서 ‘어디까지 우리가 할 역할인지’가 고민이다. 현재 센터에 집중해야 하는지, 또 다른 센터로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고민하고 있다. 병원 사회사업팀과 이런 지점의 협업이 이루어진다면 보다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사회=지자체 사업 중에서는 서울시의 ‘서울아기 건강 첫걸음 사업(지역 보건소의 방문간호사가 만 2세 이하의 아이가 있는 가정을 방문해 각종 양육 서비스를 지원)’이 이른둥이의 양육 환경을 개선할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배종우 교수=아이가 퇴원해 가정으로 돌아가는 순간부터 이들을 팔로 업하는 주체는 결국 행정단위가 돼야 한다. 서울시의 사업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각 지역 단위의 보건소가 주체가 돼 의료기관과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고 아이가 3, 6세 이후까지 잘 자라는지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유진 소장= 서울시는 2013년부터 자체 예산을 편성해 현재 20개 구에서 사업을 시행 중이다. 양천구에서 이 사업에 배정된 방문간호사는 3명인 반면, 65세 이상 어르신을 보편방문하는 방문간호사는 24명이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일본 구마모토 현은 같은 취지의 ‘리틀 엔젤(little angel)’사업만 전담하는 방문간호사가 100명이다. 정부에서 최소 9명으로라도 증원해주면 이른둥이에 대한 특별 관리도 가능할 것이다. 

이화도담도담센터 ‘부모양육지원교실’에서 이른둥이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음악치료를 받고 있다. ⓒ박혜연 기자

 

◇병원·지자체·지역사회 긴밀한 돌봄 체계 필요…장기 추적 데이터 만들자

사회=병원과 지자체, 지역사회가 함께 이른둥이를 키워나가는 탄탄한 팔로 업 체계를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할까.

박은애 교수=매년 부모들에게 국가 지원 혜택을 열심히 찾아보라고 강의해왔다. 그런데 지자체에 가서 물어보면 정작 담당자들이 ‘잘 모르겠다’고 한다더라. 의료기관이 가진 정보를 ‘몇 명의 이른둥이가 태어나 어떤 치료 받고 언제 퇴원했다’와 같은 식으로 지자체와 공유하면 어떨까 싶다. 각 지자체에서 관내 이른둥이들을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배종우 교수=현재 보건 시스템 속에 영아부터 성인들까지 생애주기별로 점검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 여기에 이른둥이 등 특수 그룹에 대한 조항을 넣어, 주기별 팔로 업 플랜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다.

이연 소장=장기 추적 데이터 구축도 필요하다. 일본은 아이가 태어나면 만 9세까지 추적해 자폐, ADHD 등 퍼센트가 나오는데, 우리는 전혀 없다. 선별 검사 시스템에 걸리지 않으면, 추후에 경증 지적장애를 앓을 확률이 높아도 만 3, 6세 이후에야 치료 시스템으로 들어온다. 이미 위험 요인을 가지고 태어난 이른둥이는 발달 검사 결과와 상관 없이 지원하는 시스템도 필요하겠다.

이찬우 본부장=병원과 보건소와 함께 퇴원계획을 협의하는 등의 공조가 가능해지려면 결국 현행 모자보건법의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른둥이 등록 관리 사업을 시작했고 KNN(한국 신생아 네트워크)이 1만여 명 아이들을 추적 관찰하고 있는데다, 13개 MFICU의 데이터도 3년째 누적되고 있다. 축적된 자료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에서 활용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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