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삼성+모금회’ 100억 공모사업… 이번엔 어떤 게 달라졌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8월 10일, 삼성의 100억짜리 공모 사업인 ‘나눔과 꿈’ 계획이 발표되자 비영리단체들은 떠들썩했습니다. 구글의 사회 혁신 공모전인 ‘구글 임팩트 챌린지’ 결승전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사실, 국민 투표로 대대적인 흥행에 성공했던 구글의 사회공헌 사업과 비슷한 걸 삼성이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한 달 전부터 공공연히 돌고 있었습니다.

나눔과 꿈 사업 설명회에는 비영리단체 종사자들로 가득 찼다 /삼성그룹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경기 불황으로 기업 기부금도 말라가는 터에 반갑다”는 반응이었지만, 파트너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란 사실에 난색을 표했습니다. 8월 31일, 서울 중구 공동모금회 회관에서 열린 서울 2차 사업 설명회에는 200명 넘게 참여해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과도한 증빙과 비효율적인 행정 처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서였을까요. ‘나눔과 꿈’ 사업을 설명하는 모금회 담당자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프로포절 사업”이라는 점을 아주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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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꿈 사업 설명회 현장 /삼성그룹

“공동모금회 사업에 선정되면 하루만 즐겁고, 대신 364일이 힘들지만, 사업에 탈락하면 하루는 힘들어도, 나머지 364일은 즐겁다는 말이 있죠? 그 부분이 어느 정도 공감이 됩니다.”

담당자의 말에 장내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이어 신청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하는 부분을 다소 간소화했고, 회계 증빙 절차도 기존 회계법인에서 작성한 감사 보고서를 첨부하면 인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밝혔습니다. 회계장부 전체를 사본으로 제출해 비영리단체들의 원성이 높았던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입니다. 모금회 담당자는 “이번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행해보면서, 앞으로 다른 모금회 사업에도 더 간소화된 회계 처리를 도입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글을 의식한 변화일까요. 나름 혁신적인 시도도 보였습니다. ‘나눔과 꿈’ 공모 사업은 ‘선도적 복지 모델화 사업(혁신적 프로그램)’과 ‘복지 현안 우선 지원 사업(보편적 프로그램)’으로 구분해 심사하는데, 혁신적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문제 의식과 절차, 과정만 정당하다면 성과 지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평가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아름다운 실패’도 인정하겠다는 파격적인 시도입니다.

또한 분야도 사회복지뿐만 아니라 환경복지, 문화복지, 글로벌 복지(해외 지원 사업) 등 4가지로 나눠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업 기간도 단기 사업(1년, 5000만원~1억원), 장기 사업(3년, 3억~5억원)으로 나눠, 사업 목적에 적합한 수행 기간도 직접 기관이 정해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비영리단체들은 서로 컨소시엄을 맺어 사업을 진행해도 됩니다. 인센티브 계획도 있었습니다. 사업 기간이 종료된 후 10곳을 우수 기관으로 선정해, 한 기관당 2000만원 정도 지정 기부금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나눔과 꿈’ 사업 담당자에게는 연간 30만원 교육 및 도서 구입비를 지원하겠다는 ‘당근’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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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0일 삼성은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100억짜리 ‘나눔과 꿈’ 공모사업 계획을 밝혔다. /삼성그룹

서류 제출은 10월 7일까지이며, 11월 중에 2차 프레젠테이션(PT) 발표가 진행됩니다(www.sharinganddream.org). 권혁일 해피빈재단 이사장, 김경미 숭실대 교수, 김하종 사회복지법인 안나의집 대표(신부), 이봉주 서울대 교수, 이해균 강원대 국제개발협력센터장,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전혜영 연세대 교수, 황창순 순천향대 교수 등이 심사위원(가나다 순)으로 공개됐습니다.

한편 구글은 지난 16일 열린 결승전에서 4개 팀당 5억씩 상금을 지원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수정, 10개의 결승 프로젝트에 모두 지원금(4곳 각각 5억, 나머지 6곳 2억5000만원씩)을 주기로 깜짝 발표했습니다. 결승에 오른 팀 다수가 직원 5명도 안 되는 소규모 비영리단체였습니다. 삼성과 모금회가 혁신적인 사업 지원을 결정한 만큼, 사회 변화를 이끌 유연한 파트너십과 사업 진행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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