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투자
20세기의 도구로 21세기의 문제를 풀고 있지는 않나

AVPN 글로벌 콘퍼런스 2026에서 마주한 ‘자선의 역설’ “비영리는 지금 자선의 역설 속에 있습니다. 20세기의 역량과 도구, 인프라로 21세기의 문제를 풀려고 하니까요.” 아시아 최대 사회적투자 네트워크 AVPN이 지난 8월 말 인도 뉴델리에서 연 글로벌 콘퍼런스에는 전 세계 2000여 명의 임팩트 리더가 모였다. 그 자리에서 구글닷오알지(Google.org) 아시아태평양 총괄 마리야 랄리치(Marija Ralic)가 한 말이다. 받아 적다가 손이 멈췄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한국의 비영리 앞에도 같은 질문이 놓여 있다. 한국 비영리는 오랫동안 필요한 곳을 찾아 자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을 잘해 왔다. 결핍이 문제의 본질이던 시대에 그 방식은 유효했고, 실제로 수많은 아이들의 삶을 바꿔 왔다. 그런데 아이들이 마주한 문제의 성격이 달라졌다. 결식과 결핍의 자리에 돌봄 공백과 마음건강, 디지털 환경이 들어섰다. 이런 문제는 지원의 양만으로 풀기 어렵다. 아이 한 명에게 정확히 닿는 일에 더해, 그 아이가 놓인 구조까지 함께 바꾸는 새로운 근육이 필요해진 것이다. 기부자와 기업의 질문도 달라졌다. 이제는 얼마를 어디에 썼느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래서 아이의 삶에서 무엇이 달라졌느냐를 묻는다. 질문이 진화한 만큼 답하는 방식도 함께 진화해야 할 때가 왔다. ◇ 위험은 생각보다 과대평가돼 있었다 델리에서 만난 아시아의 재단들은 우리가 아직 써 보지 않은 방법을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 그 방법들을 관통하는 말이 ‘촉매 자본(catalytic capital)’이었다. 가치가 검증되기 전의 위험을 먼저 떠안아 뒤따르는 민간 자본의 물꼬를 트는 돈이다. 테마섹재단(Temasek Foundation)의 응분헝(Ng Boon Heong) 대표는 재단의

“돈 없는 게 아니다” 임팩트 투자 발목 잡는 문제는?[AVPN 2026]

기업엔 수익모델·조직 역량 부족, 투자자는 느린 의사결정“신속한 실행과 ‘시장 조성자’ 역할 나서야” 글로벌 임팩트 투자시장에서 실제 투자가 더디게 이뤄지는 원인은 ‘자본 부족’보다 기업의 ‘투자 적격성’ 부족과 투자자의 느린 실행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7일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에서 열린 ‘AVPN 글로벌 콘퍼런스 2026’의 ‘자산배분가의 관점: 자본 전반의 위험·수익·임팩트’ 세션에서는 임팩트 자본이 현장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을 둘러싼 비판과 성찰이 이어졌다.  더그 갤런(Doug Galen) 리플웍스(Rippleworks) 최고경영자(CEO)는 임팩트 투자의 가장 큰 장벽으로 벤처 기업들의 ‘투자 준비 부족’을 꼽았다. 그는 현장 기업들이 공통으로 겪는 3대 난제로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 구축 ▲창업자 1인 역량을 뛰어넘는 조직 확장 ▲후속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스토리텔링 역량을 지목했다.   그는 투자 기관이 단순히 자금을 제공하는 데서 역할을 끝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자금이 투입된다고 해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나 탄탄한 공급망, 조직 구조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플웍스는 전체 인력 중 자금 공급을 담당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하며, 나머지 85%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경영 및 조직 운영 지원에 투입된다. 이들은 지금까지 3000명의 리더를 교육하고, 공급망 구축 및 고객 확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500여 건의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 낡은 투자 관행 깨고 유연성 확보…대규모 민간 자본 이끌어야  기업의 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기존의 투자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나 로이카넨(Hanna Loikkanen) 핀펀드(Finnfund)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과 유럽에서 만들어진 표준적인 사모펀드 구조를 신흥시장에

“기부 끝난 뒤에도 작동하게”…필란트로피, 시스템을 바꿔라[AVPN 2026]

“일회성 기부에서 전략적 필란트로피로 전환해야”  록펠러재단 ‘시스템 전환’·타타스틸재단 ‘주민 주도’ 강조 사회문제가 날로 복잡해지면서, 단순한 시혜에 머물던 전통적 기부 방식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26일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에서 열린 ‘2026 AVPN 글로벌 콘퍼런스’ 둘째 날, ‘현상 유지를 넘어선 자선 활동(Philanthropy Beyond the Status Quo)’ 세션에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필란트로피의 역할이 전략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VPN은 43개 시장에서 700개 이상의 자금 제공기관과 혁신 조직, 중개기관이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회적 가치 플랫폼이다. 이번 콘퍼런스는 지난 25일 ‘아시아 실행의 청사진(A Blueprint for Action in Asia)’을 주제로 개막했다. 이날 패널토론은 AVPN의 로버트 로젠(Robert Rosen) 수석고문이 진행했다. 로젠 고문은 “사회문제의 규모에 비해 필란트로피의 대응은 여전히 개별 사업과 단기 성과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논의의 문을 열었다. ◇ 마중물 자금으로 거대 자본 결합…‘시스템 전환’ 이끄는 록펠러재단  디팔리 칸나(Deepali Khanna) 록펠러재단 아시아 수석부사장은 파편화된 지원을 넘어선 ‘시스템 자체의 전환’을 강조하며 재단의 사례를 소개했다. 대표적인 예가 록펠러재단이 2013년 출범시킨 ‘100개 기후탄력도시 네트워크(100 Resilient Cities)’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변화와 급격한 도시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100개 도시를 선정하고, 최고회복력책임자(CRO) 채용과 위기 대응 전략 수립을 직접 지원했다. 총 1억6000만 달러(약 2216억 원)가 투입돼 80명 이상의 최고회복력책임자가 채용·훈련됐고, 참여 도시들은 50여 개의 전략과 1800여 개 실행 과제를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 필란트로피 자금 6억5500만 달러(약 9073억 원) 이상이 추가로

아시아, 임팩트 자본 수요처 넘어 ‘해법 설계자’로…AVPN 콘퍼런스 개막[AVPN 2026]

43개 시장 2000여 명 뉴델리 집결 2030년까지 26조달러 필요…10억 달러 기후투자 계획 공개 아시아가 임팩트 자본의 수요처를 넘어 해법의 설계자로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가 인도 뉴델리에서 나왔다. 아시아 최대 사회적 가치 네트워크 AVPN은 25일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Bharat Mandapam)에서 ‘AVPN 글로벌 콘퍼런스 2026’을 개막했다. 올해 설립 15주년을 맞은 AVPN은 이번 콘퍼런스를 계기로 아시아가 글로벌 논의에 참여하는 수준을 넘어, 아시아 주도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7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행사에는 아시아 각국의 재단과 투자기관, 기업, 정부, 사회혁신 조직 관계자 등 약 2000명의 인사가 모였다. AVPN은 현재 43개 시장에서 700개 이상의 자금 제공기관과 혁신 조직, 중개기관이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회적 가치 플랫폼이다. 이번 콘퍼런스의 주제는 ‘아시아 실행의 청사진(A Blueprint for Action in Asia)’이다. AVPN에 따르면 아시아는 성장 유지와 빈곤 퇴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26조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달성에 필요한 재원도 매년 1조5000억 달러가 부족하다. 개별 기관의 단편적인 사업만으로는 이 격차를 메우기 어려운 만큼, 필란트로피와 공공·민간 투자자본을 연결하고 시장 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행사 전반을 관통한다. 아찰 아가르왈(Achal Agarwal) AVPN 의장은 인도가 더 이상 임팩트 자본의 단순한 목적지가 아니라 아시아의 미래를 형성할 아이디어와 혁신의 발원지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뉴델리를 개최지로 선정한 것이 전략적인 선택이며, 아시아 전체가 투자 가능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인도에서 탄생한 혁신이 지역 전체의 솔루션을 구축하는 양방향 교량

“촉매자본이 민간 돈 깨워야”…임팩트투자 주류화의 조건[AVPN 2026]

[인터뷰] 람쿠마르 벤카트라마니 AVPN 디렉터“혼합금융으로 상업자본 규모 키워야”   AVPN, 아시아형 임팩트금융 확산 모색  “정부나 재단의 자본만으로는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규모를 만들 수 없다. 결국 더 많은 민간 상업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람쿠마르 벤카트라마니(Ramkumar Venkatramani) AVPN 디렉터가 바라보는 임팩트투자 ‘주류화’의 핵심은 자본의 규모화다. 정부나 재단이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돈을 모두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필란트로피 자본이 먼저 위험을 떠안아 민간 투자자가 들어올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때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촉매자본(Catalytic Capital)’이고, 서로 다른 성격의 자금을 한데 묶는 방식이 ‘블렌디드 파이낸스(Blended Finance)’다.  2011년 설립된 AVPN은 아시아 전역의 기부자, 재단, 임팩트 투자자, 기업, 정책결정자를 연결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자본과 자원이 현장으로 흐르도록 돕는 범아시아 사회적 투자자 네트워크다. 현재 아시아 16여 개국의 700여 개 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람쿠마르 디렉터는 AVPN에서 사모펀드(PE)와 벤처캐피털(VC), 개발금융기관(DFI), 다자개발기구, 기관투자자 등을 연결해 아시아의 임팩트·지속가능 투자 확대를 담당하고 있다. AVPN 합류 전에는 HSBC 자산관리·프라이빗뱅킹 부문에서 자산운용사 관계를 총괄했으며, 포트폴리오 관리와 퀀트 투자 분야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더나은미래>는 AVPN 글로벌 콘퍼런스를 하루 앞둔 24일, 인도 뉴델리 타지 팰리스 호텔에서 람쿠마르 디렉터를 만나 임팩트투자의 주류화와 민간자본 확대 방안을 물었다.  ―임팩트투자와 전통적인 투자의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나. “둘 사이에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투자라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임팩트투자는 재무적 수익과 함께 그

[더나은미래 주간브리핑] 줄어든 ESG 펀드, ‘통합 투자’로 진화…세대 잇는 ‘사회적상속기금’ 공식 출범

이번 주 <더나은미래>는 지속가능 금융과 임팩트 투자 시장의 변화, 청년 사회혁신, 사회적상속기금 출범, 자원봉사의 가치 측정 등에 대해 조명했다. 8월 10일부터 14일까지 주목할 만한 주요 기사 5편을 정리했다. ◇ 줄어든 신규 ESG 펀드…독립 상품에서 ‘통합 투자 방식’으로 진화 중 글로벌 지속가능 펀드 시장에서 신규 상품 출시가 줄고 기존 펀드 폐쇄가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전 세계에서 새로 출시된 지속가능 펀드는 32개에 그쳤다. 유럽에서는 신규 펀드가 13개였던 반면 폐쇄된 펀드는 64개였다. 미국에서도 신규 출시 3개에 폐쇄는 22개로 집계됐다. 배경에는 수익률 부진과 정치·규제 환경의 변화가 있다. 최근 강세를 보인 화석연료·방산주를 지속가능 펀드가 상대적으로 적게 담으면서 성과가 뒤처졌고, 미국에서는 ESG에 대한 정치적 반발도 커졌다. 유럽에서는 펀드명에 ESG나 지속가능성을 사용하기 위한 규제 기준도 강화됐다. 다만 지속가능 투자가 사라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2분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지속가능 펀드에는 37억 달러가 순유입됐고, 미국도 14개 분기 연속 순유출을 끝냈다. 유럽에서는 그린본드 발행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고 미국에서는 ESG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관련 표현은 줄이는 ‘그린허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ESG가 별도 상품에서 투자 판단의 한 요소로 자리 잡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 17년 만에 1조5000억달러…임팩트 투자는 어떻게 커졌나 ‘임팩트 투자’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 17년 만에 시장 규모는 1조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는 2024년 전 세계 3907개 기관이 운용하는 임팩트 투자자산을 1조5710억 달러로 추정했다. 2019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21%에 달한다. 시장

상장 기다리다 돈 묶인 투자자들…임팩트 시장도 ‘세컨더리’ 주목 

‘엑시트 가뭄’ 속 출자자 유동성 확보 및 자본 재순환 마중물 역할올해 국내 벤처펀드 13조 원 만기…임팩트 회수시장도 과제 글로벌 임팩트 투자 시장에서 펀드 만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세컨더리 거래’가 늘고 있다. 펀드에 출자한 투자자(LP)가 자신의 출자 지분(권리)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고 현금을 받는 방식이다. 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상장(IPO)이나 매각(M&A)이 줄어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자,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자금을 회수하려는 수요가 커진 것이다. 2017년 전후 만들어진 국내 임팩트 펀드들이 7~10년의 운용기간을 채우면서 만기를 맞기 시작했다. 투자기업의 상장과 매각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세컨더리 거래가 출자자들의 자금 회수를 돕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세컨더리 시장, 1분기 300억 달러 조달…임팩트 전문 펀드도 등장 펀드는 은행 예금처럼 필요할 때 자유롭게 돈을 빼기 어렵다. 출자자가 펀드에 돈을 넣으면 운용사는 이를 여러 기업에 투자한다. 이후 투자기업이 상장하거나 다른 기업에 팔려 수익이 발생해야 출자자도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는다. 세컨더리 거래는 이 기간을 기다리기 어려운 출자자에게 중간 회수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한 출자자가 펀드에 넣은 1억 원을 돌려받을 권리를 다른 투자자에게 8000만 원에 넘기면, 기존 출자자는 일부 손실을 감수하는 대신 현금을 즉시 확보한다. 새 투자자는 앞으로 펀드에서 나오는 원금과 수익을 대신 받는다. 세컨더리 시장은 전 세계 사모투자 시장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레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사모펀드 세컨더리 펀드의 자금 조달액은 약 300억 달러(약 43조8500억 원)에 달했다.

청각장애 아이돌을 세계적 K팝 스타로…차해리 대표의 ‘발버둥’

[임팩트를 짓다] 차해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진동·AI 훈련으로 무대 장벽 낮추고 해외 진출 “단순히 좋은 일을 하기 위해 장애인 아티스트를 제작한 것이 아닙니다. 이 분야가 반드시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차해리 대표는 장애인 아티스트 전문 기획사를 운영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장애 아티스트에게 재능이 없었던 것도, 이들을 찾는 방송·광고 수요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밀려드는 제안을 검토하고 출연료를 협상하며 일정을 관리해 줄 ‘전문 중개자’가 없었을 뿐이다. 차 대표는 바로 그 빈틈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엔터테인먼트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20년 설립된 파라스타는 장애 아티스트 전문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청각·시각·뇌병변·지체장애를 가진 가수, 배우, 모델, 댄서 등 약 40명이 소속돼 있다. ◇ 에이전시에서 K팝 기획사로   차 대표가 처음 장애 아티스트 시장을 눈여겨본 것은 2018년이다. 아나운서 출신인 그가 서울패럴림픽 30주년 행사의 사회를 맡으며 만난 선수들은, 미디어에 으레 그려지는 ‘도움을 기다리는 어두운 모습’과 달리 누구보다 건강하고 매력적이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도쿄패럴림픽을 앞둔 시점이었다. “에이전시가 없어 광고나 후원 제안을 놓친다”는 선수들의 토로가 이어졌다. 실제로 유명 기업의 제안이 소셜미디어 메시지함에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 대표는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한민수 전 감독과 뜻을 모아 2020년 파라스타를 창업했다. 초기에는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을 비롯해 모델, 가수들의 방송과 광고를 연결하는 에이전시로 출발했다. 휠체어 이용자의 욕창이나 화상장애 아티스트의 건강

[임팩트 비즈니스 리뷰] 사회연대경제 GDP 10%, 금융 인프라 없이 달성 요원하다

얼마 전 정부는 사회연대경제를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밝혔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발표를 접하며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뒷받침할 금융 인프라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이미 그 답이 될 경험이 있다. 1961년 설립된 기업은행은 단순히 중소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중소기업은 담보가 부족하고 정보가 부족해 일반 금융기관이 선뜻 자금을 공급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을 이해하는 전문성을 쌓았고, 그 전문성은 오늘날 대한민국 중소기업 생태계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이렇듯 기업은행은 중소기업들이 충분히 성장한 뒤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한 사례다. 이제 사회연대경제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물론 그동안 민간에서는 임팩트투자사와 사회적 융자를 공급하는 재단 등이 사회연대경제를 이해하며 투자와 융자를 이어왔다. 정부도 재정지원이나 보증 등을 해왔다. 이들의 노력은 오늘의 사회연대경제를 가능하게 한 소중한 밑거름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규모를 뒷받침하기에는 아직 금융의 규모와 전문성, 그리고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소셜벤처들은 사업 자체보다 금융에서 더 큰 한계를 겪는다. 이는 단순히 자금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바로 사회연대경제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가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사회주택 프로젝트에 투자한 기관의 사례를 들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고 다양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감사 과정에서는

“투자금만 늘린다고 될까”…한국 임팩트 생태계에 빠진 것은?

[임팩트 투자를 묻다] 허재형 루트임팩트 이사장자본만으로는 부족…임팩트 조직의 역량 키울 생태계 필요 “루트임팩트가 투자하면서 회수하고자 하는 것은 재무적 이익이 아니라 조직의 자생력과 지속가능한 임팩트입니다.”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난 허재형 루트임팩트 이사장은 루트임팩트의 지원 방식을 이같이 설명했다. 루트임팩트가 말하는 ‘투자’는 지분이나 원금을 회수하는 금융 투자가 아니라, 조직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자금과 전문성을 장기간 투입하는 방식이다. 2012년 루트임팩트를 공동 창립한 허 이사장은 지난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나 현재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임팩트 투자’는 주로 사회문제 해결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을 떠올린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ESG 리스크를 고려하는 책임투자부터 사회적 성과를 우선시하는 투자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벤처 투자 기법을 활용해 재정적·비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벤처 필란트로피(Venture Philanthropy)’ 역시 임팩트 지향 자본의 한 축이다. 허 이사장은 루트임팩트의 지원 방식이 벤처 필란트로피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투자처럼 대상 조직의 역량을 실사하고, 선정 이후 성장 과정을 포트폴리오처럼 관리한다. 루트임팩트 역시 초기인 2013~2014년에는 직접 투자와 액셀러레이팅을 진행했다. 그러나 생태계의 ‘빈 곳’을 고민한 끝에, 다음 단계의 자본으로 이어지게 돕는 마중물이 되는 것이 최선의 역할이라 판단했다. 그는 “재무적 수익이라는 지표가 없기에 오직 임팩트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어떤 면에서는 가장 엄격한 투자”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영리조직 성장 지원 프로그램 ‘IP1’을 통해 최대 3년간 3억 원의 자금과 맞춤형 역량을 지원받고 ‘졸업’한 뉴웨이즈(젊은 정치인의 성장을 돕는 단체)다. IP1 지원 이후 뉴웨이즈는 조직 규모가

“빈곤·기후위기 대응에 26조 달러 필요”…AVPN이 던진 해법은

아시아의 사회·환경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금을 실제 집행으로 연결하기 위한 논의가 오는 8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다. 범아시아 사회적 투자자 네트워크 AVPN(Asian Venture Philanthropy Network)은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AVPN 글로벌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임팩트 투자와 혼합금융 등을 통한 실무적 자본 조달 방안을 모색한다. ◇ ‘혼합금융’ 전면 배치…실질적 자본 이동에 방점 2013년 시작된 AVPN 글로벌 콘퍼런스는 아시아 각국의 정부, 기업, 재단, 임팩트 투자자 등 2000여 명이 참석하는 임팩트 생태계 행사다. 올해 주제는 ‘행동을 위한 청사진(Blueprint for Action)’이다. 이번 콘퍼런스의 배경에는 아시아의 커지는 자금 격차가 있다. AVPN에 따르면 아시아가 2030년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빈곤, 기후 변화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총 26조 달러(약 4경375조4000억 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공적개발원조(ODA)는 줄어드는 추세다. AVPN은 ODA 규모가 2025년 기준 23.1% 감소했고, 2026년에도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연간 자금 격차도 1조5000억 달러(약 2329조35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올해 콘퍼런스는 ‘필요한 자본을 어떻게 현장으로 흐르게 할 것인가’를 핵심 질문으로 삼는다. 25일은 ‘아시아의 리더십 실천’을 주제로, 26일은 ‘전략적 자선 활동(Philanthropy)’을 다룬다. 마지막 날인 27일은 ‘임팩트 투자 데이’로, 혼합금융(Blended Finance) 전략과 사회적 투자 모델을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혼합금융이란 공공 자금과 민간 자본, 자선 재원을 결합해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낮추고 민간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인하는 금융 구조를 뜻한다. 주최 측은 과거 국제 콘퍼런스들이

“월급날까지 왜 굶어야 하죠?”…아시아 금융지도 바꾸는 페이워치

[임팩트를 짓다] 김휘준 페이워치 대표급여 미리받기 EWA로 고금리 대출 의존 낮춰“이미 일한 임금을 필요한 때 쓰게 하는 것이 금융복지의 출발점” “페이워치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직원들이 푼돈 때문에 누구에게 손 벌리지 않게 해, 그들의 존엄성을 지켜준다는 것입니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가 핀테크 플랫폼 ‘페이워치(Paywatch)’를 두고 한 평가다. 페이워치는 근로자가 이미 일한 시간만큼의 급여를 정해진 급여일 이전에 미리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급여 선지급(Earned Wage Access, EWA)’ 서비스를 2019년부터 제공해 왔다. 한국을 포함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개국에서 B2B2C(기업-기업-소비자) 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300개 사의 31만 명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누적 투자 유치액은 약 500억 원 규모다.  김휘준 페이워치 대표가 이 비즈니스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현장의 목소리였다. 근로자는 이미 일한 만큼 받을 권리를 갖고 있지만, 정해진 급여일 전까지는 그 돈을 사용할 수 없다. 생활비나 의료비 등 갑작스러운 지출이 생기거나 본국 송금이 필요할 때, 저임금 근로자들이 고금리 대출이나 사채로 밀려나는 현실을 목격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 문제를 단순한 금융 상품의 부재가 아니라 노동자의 삶의 안정성과 연결된 사회문제로 봤다. 그는 “부자들은 돈이 필요할 때 싸게 빌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돈이 필요할 때 비싸게 빌린다”며 “이 구조를 조금이라도 바로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 빚 대신 ‘정당한 권리’…금융비용 낮춘 급여 선지급  근로자는 페이워치 앱에서 이미 일한 급여의 일부를 국내 기준 건당 수수료 900원에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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