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
“네 번 입고 버려지는 웨딩드레스에 새 생명을 불어넣습니다”

[인터뷰] 박소영 코햄체 대표 “사랑을 상징하는 웨딩드레스는 신부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하지만, 단 4번만 입고 버려지죠. 순백의 아름다움을 잃고 땅속에서 마지막을 맞이해요. 웨딩드레스는 합성섬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썩는 데만 수백 년이 걸립니다. 짧은 수명에 길고 긴 마지막을 겪는 거죠.” 박소영(26) 코햄체 대표는 버려지는 웨딩드레스의 쓸모를 찾았다. 웨딩드레스는 고가인 만큼 소재도 좋다. 이 고급 소재를 업사이클하면 질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했다. 2018년에 설립된 코햄체는 수명이 다 된 웨딩드레스로 가방·귀걸이 등 패션잡화를 만드는 업사이클링 소셜벤처다. 2019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대한민국친환경대전에서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달 9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사무실에서 박소영 대표를 만났다. “웨딩드레스 한 벌로 약 20~30개의 파우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했던 MEANING BAG처럼 큰 제품의 경우엔 한 벌로 가방 5개 정도를 만들 수 있더라고요. 게다가 화이트 색감인데도 오염에 강해서 더럽혀지지 않아요. 세탁도 쉽죠. 업사이클에 최적의 소재입니다.” 박 대표는 웨딩숍에서 버려지는 웨딩드레스를 10만원 정도에 사온다. 웨딩드레스에서 자잘한 비즈를 떼어내고 레이스를 분해한다. 손으로 세탁하고 제품 생산도 수공예로 진행한다. 웨딩드레스 중에는 똑같은 제품이 없다. 원단도 가지각색이다. 웨딩드레스의 원단과 특징에 맞춰 제품을 만든다. 가령 실크와 비슷한 새틴 원단은 가방을, 레이스는 귀걸이를 만드는 데 쓴다. 원단 두께에 따라 파우치, 클러치백, 스크런치 등 제품도 만들 수 있다. 업사이클 수공예 사업 4년차에 접어들면서 박 대표는 다른 의류 쓰레기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바로 ‘해녀복’이다.

이효리 결혼식 만든 환경디자이너… 대지를 위한 바느질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하는데, 에코웨딩으로 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왔어요. 저희는 꽃이든 음식이든 답례품이든 결혼식이 열리는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하는 게 원칙이거든요, 식이 열리는 장소가 제주도라 번거로운 일이 많을 텐데도 꼭 취지를 지키면서 결혼식을 진행하고 싶다기에, 신랑신부가 환경단체에서 일하시는 분인가 보다 했죠. 유선 상담을 끝내고 얼마 뒤 정식으로 상담을 신청하는 카드가 날아왔는데 신부 이름에 ‘이효리’, 신랑 이름에 ‘이상순’이라고 적혀있더군요. 처음엔 누가 장난을 친 줄 알았어요.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이 언론에 알려지기도 전이었거든요.” 2013년,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일 아이콘인 이효리와, 천재 기타리스트 이상순의 결혼식. 모두가 주목하는 ‘세기의 커플’답게 암암리에 드레스를 비롯한 온갖 협찬 제의가 쏟아졌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친환경 결혼식’을 선택했다. 합성섬유 대신 옥수수 원사로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호텔 뷔페 대신 동네 맛집 음식으로 하객을 대접하는 조그만 사회적기업의 대표가 결혼식 기획을 맡았다. 국내 ‘에코웨딩’의 선두주자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이경재(37) 대표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하객 의자와 화분 하나까지 모두 제주도 현지에서 공수한 제품으로 꾸며졌다. 파파라치를 피하기 위해 결혼식이 치러질 야외공간은 리넨과 면으로 벽을 만들어 둘렀다. 이 가림막 천은 결혼식이 끝나고 난 후 ‘커튼을 만들고 싶다’는 하객에게 선물로 줬다. 남은 천으로는 에코백을 제작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환경과 마을을 생각하는 기획에 신랑과 신부 모두 적극 동참해주셨어요. 이효리, 이상순씨가 결혼식을 부탁할 때 내건 조건은 ‘비공개로 진행할 것’과 ‘상업적이지 않을 것’ 딱 두 가지뿐이었죠.” 대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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