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빌게이츠재단은 백신 개발, 코카콜라는 유통… 기업과 NGO ‘전략적 同志’가 돼라

[Cover Story] 세이브더칠드런 글로벌 콘퍼런스서 본 기업 파트너십 혁신 현장 “빈곤·교육문제, 기업과 NGO 홀로 해결 불가능… 협업 점점 늘어날 것” “글로벌 기업의 사회공헌 흐름이 확 바뀌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 최혜정(54) 마케팅본부장의 말이다. 그녀는 지난 6월 중순 영국 런던의 ‘글로벌 기업 파트너십 콘퍼런스(GCPC·Global Corporate Partnership Conference)’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매년 열리는 이 콘퍼런스는 30개 회원국이 모여 최근 기업과 NGO가 어떻게 협업하는지 모델 사례를 공유하는, 세이브더칠드런 내부의 학습장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전 세계 120여개 사업장, 159개 이상의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97년 역사의 NGO다. 기업들의 후원금만 1700억원(2014년)으로, 영국 내에서 모금액 기준 2위 단체다. 이 때문에 이 콘퍼런스는 글로벌 기업 사회공헌의 흐름, 세계 각국의 이슈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현장이다. 재작년에는 유니레버 부사장이 ‘공급망(value chain) 측면에서 원료 공급부터 생산, 판매 소비 전 과정에서 어떻게 CSR 활동이 전개되는지’를 발표했다고 한다. NGO가 여는 콘퍼런스에 글로벌 기업 부사장이 직접 나와 사례 발표를 하는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글로벌 NGO에선 이런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한다. 6조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쓰고도, NGO로부터 “갑질하는 기업” “NGO가 사회공헌 하도급 업체냐”라며 비판받는 한국 기업의 ‘파트너십 문화’에 주는 시사점은 없을까(2014년 전경련 사회공헌백서 기준, 주요 기업은 2조8000억원, 기업재단은 3조2000억원을 사회공헌으로 썼다). 지난 2일 최혜정 본부장을 만났다. 이어 리타 지로티(Rita Girotti) 세이브더칠드런의 글로벌기업파트너십 그룹(GCPG·Global Corporate Partnership Group) 대표를 이메일 인터뷰했다. 이들을 통해 글로벌 기업

함께 연주하며 호흡하는 기쁨, 음악을 더 사랑하게 됐어요

음악영재 지원… ‘LG 사랑의 음악학교’ “‘사랑의 음악학교’에서 실내악을 배우며 쉼표도 음악이란 걸, 연주자들끼리 숨쉬는 것을 맞추는 묘미도 알게 됐어요. 그때 결심했죠. ‘돈 못 벌어도 끝까지 음악 하자.’ 사랑의 음악학교는 제 음악 인생의 ‘터닝포인트’입니다.”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이 싫어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을 정도로 철부지 장난꾸러기였던 박선민(23)씨는 현재 명문인 맨해튼음대 3학년이다. 올해 7월에는 정명화, 정경화 교수가 이끄는 세계적 음악축제 ‘대관령 국제음악제’에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무대에 오른다. 그가 꿈을 키운 ‘사랑의 음악학교’는 LG아트센터가 ㈜LG의 후원으로 매년 전국의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초·중·고생을 선발, 체계적인 실내악 수업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실내악(chamber music, 체임버 뮤직)은 독주곡과 달리 2~5명이 함께 연주하는 기악 합주곡으로, 이미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실내악을 통해 하모니를 배우고 음악적 창의성을 키우게 한다. 이와 달리 한국의 음악 교육은 입시 등에서부터 솔로 연주자 육성에만 치우친 상태. 이에 LG아트센터는 우리나라 음악 영재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2009년부터 미국 최고의 실내악 전문 교육 기관인 링컨센터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The Chamber Music Society of Lincoln Center)’와 함께 무상으로 실내악 교육을 지원하면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 84명은 국내외 명문 음대 진학은 물론 각종 콩쿠르를 석권하고 있다. 박선민씨 역시 그중 한 명이다. 그가 처음으로 음악을 접한 것은 남들보다 늦은 중학생 시절. 우연히 접한 첼로 소리에 매료됐지만 고액의 레슨비는 물론 주위에서 어떻게 첼로를 배워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 하나 없는 막막한

[더나은미래 논단] 일방통행 사회공헌에… ‘자선의 덫’ 걸린 기업들

얼마 전,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중국에서 한 다국적 기업의 CSR 부서 담당자가 방문했다. 그녀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 한 지방 도시 빈곤 아동들의 교육사업에 많은 지원을 했고, 이로 인해 공로상과 업계의 인정을 받은 이였다. 이 회사가 최근 인수합병되면서 새 이사회 앞에서 업무보고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녀는 그동안의 성과를 열심히 설명했지만, 돌아온 답은 “그래서?”였다고 한다. 새 이사회 멤버들은 프로젝트가 비즈니스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 지역사회가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대한 질문 공세를 퍼부었고, 그녀는 그 결과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갖고 있는 모든 수치는 Input(투입자원) 관련 자료였다. 자원봉사자 몇 명이 지역을 방문했고, 몇 시간 봉사를 했고, 지원 비용은 얼마였으며, 학교를 몇 개 지었고, 또 몇 명에게 장학금을 주었는지였다. 물론 이 투입자원에 대한 중간 산출물, 예를 들면 수혜를 받은 학생 숫자 등은 금방 나타난다. 하지만 이사회가 궁금해한 부분은 이 투입자원에 대한 진정한 산출 결과였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정말 교육의 질이 바뀌고 학생들의 진학률이 높아져서, 결국 지원해준 회사의 직원이 되기도 하고, 주주가 되기도 하며, 열성 소비자가 되기도 하는지에 대한 결과를 보여달라는 요구였다. 이러한 수치를 측정하려면 그녀는 아마도 훨씬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많은 학자를 동원하여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매달려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비영리재단에서 일하는지 아니면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지 헷갈릴 것이다. 다시 위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결국

[더나은미래 논단] CSR의 투명한 천장

이윤석 InnoCSR 대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정의에 대해서는 지난 10년 이상 동안 전 세계에서 계속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CSR, CSV(공유가치창출), 사회공헌, 지속가능발전이라는 개념이 혼재되어 있어, ‘CSR=사회공헌’이라는,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정의까지 내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CSR은 기업이 어떻게 돈을 쓰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돈을 버느냐의 문제다. 따라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많은 연관성을 가진다. 기업이 브랜딩이나 마케팅 측면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력 사업들을 검토하고 시행할 때 사회와 환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의 기업 구조는 오로지 밀턴 프리드먼과 애덤 스미스가 얘기했던 과거형 수익 창출에 맞춰져 있다. 구매에서부터 제조, 판매까지 이어지는 사업의 밸류 체인을 보면,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보인다. 구매팀을 예로 보자면, 소수의 구매 담당자가 많은 협력업체를 상대한다. 한 사람이 보통 흔하게는 수십 개 협력업체를 매월 상대한다. 이들은 기존의 협력업체들을 관리하고, 회사에 필요한 자원을 구매함과 동시에 신규 협력업체들도 발굴해야 한다. 간혹 사고가 나고, 이를 협력업체들과 해결하는 일도 도맡아서 한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구매 요소들은 낮은 가격, 높은 품질, 그리고 빠르고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이다. 이렇게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구매팀에 어느 날 회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윤리강령과 CSR 감사 제도를 정책화한다. 구매팀은 그 내용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채, 이를 협력업체들에 강조하고 협력업체 평가 요소에 반영한다. 협력업체들 역시 이를 즉시 비용으로 인식한다. 가장 낮은 원가로 높은 품질로 만들어서 빠르게

“도깨비가 왔다!” 전국 복지관에 찾아온 즐거운 연말

현대차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 “두두두둥.” 삼베옷을 입은 도깨비가 나타나 꽹과리·징·장구·북을 신들린 듯 두들긴다. 도깨비 탈을 쓴 배우가 객석에서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자, 관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아이들도 배우가 손을 잡아끌자, 한 명씩 무대로 나갔다. 지난 14일, 울산 북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사진> 현장이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은례(가명) 할머니는 “이런 연극 공연은 평생 처음 보는 거라 굉장히 신기하다”며 “너무 기대돼서 1시간 전부터 와 기다렸다”고 했다.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는 현대차그룹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함께 문화 향유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복지관에 주민을 초대해, 공연을 즐길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2012년 실시한 ‘문화 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 행사 관람률은 2003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문화 향유는 여전히 대도시(72.5%)와 10대(92.2%), 20대(91.5%)에 편중되어 있는 현실이다. 어호선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과장은 “올해부터는 공연장을 대관하는 대신 방방곡곡 필요한 곳에 직접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는 지난 8일 창원 마산종합사회복지관을 시작으로 두 달간 현대차그룹 36개 사업장과 연계된 복지관에서 3000여 지역 주민에게 다채로운 공연을 선사할 계획이다.

군인 되고 싶던 꿈 오늘 이뤘습니다

하이원리조트 중증장애인 병영캠프 황인학(21)씨는 어려서부터 군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군인처럼 경례를 한다. 하지만 군대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 중증발달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입대가 소원이던 황씨는 지난 29일부터 1박 2일 동안 육군 11사단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병영 체험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하이원리조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MBC 나눔이 진행하는 ‘2014 중증장애인 가족을 위한 하이원 행복더하기 희망여행’ 사업의 일환이다. 이날 중증장애인 가족 43가구와 대학생 자원봉사자, 군부대 장병 총 300여 명이 모였다. “약진 앞으로!” 각개전투훈련 교관이 외치자, 병영캠프 체험자들이 언덕 위를 달렸다. 훈련 참가자들은 돌무덤·흙무덤·쇠창살등 장애물들을 넘고, 뛰고, 기었다. 중증장애인 훈련생들이 장애물을 넘을 동안 장병들은 이들의 훈련을 도왔다. 시각장애인 훈련생에게는 특별히 두 명의 장병이 함께했다. 시각장애인 정민석(13)군은 “흙바닥에 배를 깔고 쇠창살을 통과하는 장애물 코스가 특히 힘들었지만, 훈련을 끝내니 뿌듯하다”고 했다. 이날 중증장애인들과 그 가족들, 자원봉사자들은 전투식량을 나눠 먹었다. 이튿날엔 참가자 모두 연병장을 달려 전차에 탑승해본 후, 퇴소식을 치렀다. 1박 2일간 병영캠프에 참가한 중증장애인들은 명예 전역증을 받았다. 도우미 병사로 참가한 이찬우(22) 상병은 “군 생활을 체험하길 원하는 중증장애인들을 보며,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홍천

사회공헌 가치 극대화? 사회적기업을 보면 그 답이 보입니다

최태원 회장 ‘새로운 모색…’ 펴내 정부·지자체 지원금으로 만들어져 지역 저소득층 결식 아동들에게 나눠주던 도시락은, 맛과 영양, 판로를 개선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도시락으로 변모했다. 도시락 배달과 함께 저소득층 아이들을 일일이 찾아가고 챙기는 건 덤이다(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 적은 위탁료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방과 후 프로그램을 위탁 운영하는 사회적기업도 시작됐다(행복한학교). 사무·청소용품, 부품 등 20만 가지의 물품을 받아 계열사 내에 공급하던 ‘유통’ 기업은 노하우는 남기고 방향을 틀어, 사회적기업 제품을 유통하는 또 다른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났다(행복나래).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 카이스트와 함께 국내 최초로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도 만들어졌다. “사회적기업에 답이 있다”며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는 SK그룹에서 설립·지원하고 있는 사회적기업들이다. 지난 2009년, SK는 미래기획위원회와 노동부가 주최한 ‘사회적기업 활성화 심포지엄’에서 “자금 500억원을 조성해 사회적기업을 다각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다양한 사회적기업을 개발·지원해오고 있다. 대기업에서 ‘사회적기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뭘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발간한 책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통해 그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2000여억원. SK그룹에서 매년 사회 공헌에 쏟아붓는 비용이다. 자원봉사와 프로보노 참여도 매년 진행한다. 그러나 이런 비용과 노력을 들이면서도 사회적으로 우리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사회문제 해결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더 좋은 곳에 자원을 사용할 수는 없는지 늘 고민이었다. 그 답을 ‘사회적기업’에서 찾았다. SK그룹과 같은 대기업에서 할 수 있는 건, 더욱 많은 사회적기업이 만들어지고 투자가 늘어, 그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사회적 책임 활동 홍보하던 기업들 “사회공헌 인재는 안 뽑습니다”

주요 15개 기업 캠퍼스 리쿠르팅 현장 찾아가보니 사회공헌 관련 부서에서 일하고 싶다는 말에 “담당 부서 없다” “입사 후 부서 이동 노려라” 사회공헌·CSR은 비주류라는 인식 강해 경제 여건·CEO 의지 따라 CSR 예산·기준 변동 신입 키울 여력 부족… 당장 투입 어렵다는 의견도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 비용이 3조원을 넘어선 지 오래. 실제로 CSR 및 사회공헌을 바라보는 기업 내부 시선은 어떨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CSR 담당자를 꿈꾸는 대학생 기자들로 취재팀을 꾸려, 주요 기업 15곳의 캠퍼스 리크루팅 현장을 찾았다. CSR·사회공헌팀 취업 방법을 묻는 대학생들에게 인사 담당자들은 일제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거나, 뜻밖이란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러한 모습은 CEO가 나서서 사회공헌 및 CSR 관련 철학을 발표하거나,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홍보하는 기업에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기업 활동의 근본적 목표인 이익 창출에 힘쓰는 동시에 사회적 가치도 창출하는 CSV(공유 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역경을 헤치고 미래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우수한 인재 확보와 육성에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해선 CJ오쇼핑 대표는 2012년 채용설명회에 직접 강연자로 나설 정도로 인재 발굴에 애정을 보였고, 지난해엔 “CJ오쇼핑의 동반 성장 정책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에 큰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며 상생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채용상담회 현장에선 CJ오쇼핑의 CSR·CSV에 대한 애정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CSV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CJ오쇼핑에서 관련 업무를 하고 싶어 1년간 준비했다”는 질문에 대해 CJ오쇼핑 관계자는 “사회공헌 부서를 원한다면 CJ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마 위에 오른 CSV

“차라리 사회공헌 개념조차 모르던 시절, 기업이 선의로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진심’, 그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 최근 사회공헌·CSR 10년차 실무자들 사이에선 이런 푸념이 많습니다. 바로 CSV 때문입니다.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란 2011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개념으로,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에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문제는 CSV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보다 업그레이드된 버전처럼 인식되면서, 국내에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일단 사내 조직 구조부터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CJ는 기존 CSR팀을 CSV경영실로 확대 개편한 뒤 CJ제일제당·CJ오쇼핑 등 계열사에 CSV팀을 신설했고, KT와 아모레퍼시픽도 기존 CSR팀을 CSV팀으로 교체했습니다. 유한킴벌리는 사회협력팀과 별도로 CSV사무국을 운영하고 있고, 현대차도 최근 CSV팀 신설을 고민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지난 5월 ‘CSV의 선도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삼성그룹 역시 삼성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관련 전략을 연구 중이라고 합니다. 이에 담당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입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하는 전략 자체를 찾기 어려운 데다가, 상당수 CEO가 사회 문제 해결보다는 CSV 전략을 통한 마케팅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장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사업도 통과가 안 된다” “이제야 간신히 사회공헌과 CSR을 구분하고 체계를 잡았는데, CSV가 기존의 진정성과 노하우를 흔들고 있다” “CSV 때문에 현장에 꼭 필요한 기존의 좋은 사회공헌 활동들을 당장 접어야 한다”는 등 부작용이

동정 대신 동행 택한 사람들, 장애인에게 기회를 열어주다

효성그룹, 장애인 위한 일자리 창출 사업 ‘기증과 구매가 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듭니다.’ 서울 은평구 증산동에 위치한 ‘굿윌스토어’ 효성1호점에 들어서자, 이 문구가 새겨진 벽이 눈에 띈다. “어서 오세요!” 땀을 뻘뻘 흘리며 30인치 크기의 TV를 나르던 김도형(22·자폐성3급)씨가 우렁찬 목소리로 고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3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작은 공장과 장애인복지관을 전전하며 단순한 포장 업무만을 맡던 그는 이 매장에서 매장 물류 창고 정리와 물품 수거를 맡고 있다. 월급은 90만원이다. 예전에 비하면 몇 배 많은 월급이다. 김씨는 “소파나 액자 등 큰 물건을 옮길 때는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고, 잔돈 계산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 카운터에서 계산 업무를 도울 때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투덜대면서도 “일을 하나하나 배우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김씨는 얼마 전부터 매달 10만원씩 적금을 들고 있다고 했다. “저도 언젠가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야 하잖아요. 착실히 돈을 모아서 작은 집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굿윌스토어 효성1호점에는 김씨를 포함해 중증·발달장애 직원 8명이 월급을 최대 120만원 받으며 ‘정직원’으로 근무한다. ㈜효성은 2012년부터 굿윌스토어 설립 및 운영을 담당하는 ‘함께하는재단’과 1년간 사회적기업 사업을 준비, 작년 10월 150평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김봉수 ㈜효성 지원본부 사회공헌팀 부장은 “채용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지 임차료, 인테리어비, 차량 구입비 등 매장 설립 과정에 필요한 비용 6억원을 전액 효성이 부담했으며, 3년에 걸쳐 초기

3년 이상 근무자, 석·박사 장학생 선발

환경재단 ‘임길진 NGO 스쿨’ 및 시민단체 상근자 장학 사업 2006년 시작된 ‘임길진 NGO 스쿨’은 환경재단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시민사회 활동가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8년째를 맞이한 이 사업은 만 5년 이상 된 중견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두 달에 걸친 집중 과정을 통해, 조직 운영이나 리더십, 모금, 홍보 등의 영역에서부터 커뮤니케이션, 갈등해결 등 ‘중간관리자’가 리더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해까지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활동가는 총 153명. 매년 30여명의 중견 활동가가 참여한다. ‘시민단체 상근자 장학 사업’ 역시 환경재단이 10년째 지원하는 장기 프로그램이다(www.green fund.org). 시민단체 활동가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전문성을 높이도록, 석·박사 장학생을 선발·지원한다. 유한킴벌리와 대교가 이 사업을 지원한다. 시민단체에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를 대상으로 하며, 서울대, 포항공대, 연세대 등 환경재단과 제휴한 대학원(30개교)에 합격해야 한다. 2004년도 1기 장학생 7명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환경 분야 외에 여성, 사회복지 등 다양한 배경의 활동가 72명을 선발해 지원했다. 지난 2005년, 시민단체 상근자 장학 사업 2기로 선발돼 이화여대에서 여성학 석사를 전공한 조옥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 활동가는 “장애 여성 단체의 활동가로 일하면서 쉼을 갖고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는데,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며 “대부분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장학금이 아니면 학위 공부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인데, 더 많은 활동가가 지원받을 기회를 가진다면 현장에서 더 많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쉼이 우선” 활동가 2500명 여행 지원

한국여성재단의 여성 활동가, 여성 공익단체 지원 프로그램 여성 활동가를 지원하는 사업도 있다. 한국여성재단의 ‘미래 여성 NGO 리더십과정’은 지역 풀뿌리로 활동하는 여성 활동가들이 ‘리더’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www.womenfund.or.kr). 10년 동안 여성 활동가 100명을 지원해, 여성 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한킴벌리의 후원으로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2010년 성공회대에 ‘실천 여성학 과정’이라는 정규 석사과정으로 개편됐다. 올해로 7년째를 맞은 ‘미래 여성 NGO 리더십과정’을 이수한 활동가는 총 78명. NGO학 석사 16명과 여성학 석사 19명도 배출됐다. 석사 정규 과정이 아닌 단기 교육과정도 지원한다. 2008년에 시작된 ‘NGO 여성 활동가 리더십과정’은 약 두 달간 단기 과정으로 진행되며, 3년 이상 지역 활동 경력의 여성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다. NGO 여성 활동가 리더십과정을 이수한 한살림 서울북부지부 김은주씨는 “교육을 받으면서 머리와 가슴에 여러 자극을 받았다”며 “새로운 가치를 품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여성 공익단체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사업도 있다. 휴식을 지원하기도 하고, 조직에 맞는 ‘맞춤형 역량 강화’ 사업도 지원하기도 한다. ‘짧은 여행, 긴 호흡’은 여성 공익 활동가들의 ‘쉼’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2004년에 시작돼, 교보생명에서 후원한 지도 올해로 11년째다. 여성 공익단체 상근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직접 여행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최소 5인 이상, 2개 이상 단체가 연대해 한 팀을 꾸려야 한다. 지금까지 지원받은 활동가만도 2500명이 넘는다. 올해도 총 14개 단체가 선정됐다. 김제·정읍 지역에 위치한 성폭력상담소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 모여 전라남도 여행을 계획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