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기 와휴 하라 대표 “블록체인으로 인도네시아 농업혁신가 기른다”

“성실하게 일한 사람이 마땅한 보상을 누리는 사회. ‘하라(HARA)’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이런 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레기 와휴(Regi Wahyu) 하라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그라운드X에서 더나은미래와 만나 블록체인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다. 국제 비영리단체 아쇼카가 선정한 사회혁신가(Social Entrepreneur)이기도 한 그는 그라운드 X가 지난 9일 개최한 ‘블록체인 포 소셜 임팩트(Blockchain for social impact)’ 컨퍼런스의 연사 자격으로 방한했다. 와휴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고국 인도네시아에서 ‘빈농 구제’와 ‘농업 혁신’을 목표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벌이고 있다. 회사 이름인 ‘하라’는 인도네시아어로 영양분이라는 뜻이다. 와휴 대표는 “블록체인이 가난한 농부들의 주린 배를 채울 영양분이 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했다. “‘데이터 민주화’ 없이는 빈농 구제 어렵다” 하라는 농부와 기업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들이 내세우는 핵심 가지는 ‘데이터 민주화(democratize data)’다. 시민의 정보접근성이 높아져야 이익이 골고루 돌아간다는 것이다. 하라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람은 농촌의 청년들이다. 이들이 ▲농부의 신원 ▲재배 품목 ▲농법 ▲비료 ▲경작지 모양·면적 등의 정보를 하라의 스마트폰 앱에 등록하면 데이터 제공에 따른 보상을 받는 구조다. 은행·보험회사·비료회사 등 기업은 이런 데이터를 사들여 사업 확장에 활용한다. 농부는 금융을 이용하거나 농업 관련 제품을 싸게 구입하는 혜택을 받는다. 데이터 제공자와 데이터 구매자, 농부 등 생태계에 참여한 구성원들이 모두 이익을 얻는 시스템이다. ▶관련기사: ‘블록체인은 어떻게 인도네시아 빈농의 삶을 바꿨을까’ ―인도네시아 극빈층 대부분이 농촌에 사는 것으로 안다. 농촌 빈곤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인도네시아는 1만7000개의 섬으로

블록체인은 어떻게 인도네시아 빈농의 삶을 바꿨을까

블록체인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다 사회 혁신가(Social Entrepreneur)를 발굴하는 국제 비영리단체 아쇼카는 지난 2017년 8월 미국 블록체인 사회적 기업 반큐의 함세 와파 대표를 새 펠로로 발표했다. 1982년부터 3500여 명의 펠로를 선정한 아쇼카가 처음으로 블록체인 전문가를 ‘체인지메이커’로 인정한 것이다. 블록체인이 ‘사회적 기술(Social Tech)’로 각광받는 시대가 열렸다. 세계 곳곳에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도구로 활용된다. 블록체인 덕분에 가난한 농부가 돈을 벌었고, 고국을 떠난 난민은 신분증명서를 받았다. 이 특별한 기술은 지구가 푸른 빛을 되찾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블록체인, 가난한 농부의 영양분이 되다 “인도네시아에는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농부가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에는 ‘하라(HARA)’라는 회사가 있죠. 하라는 가난한 농부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놀라운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10월 16일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제5회 국제쌀대회(IRC)가 열렸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버너 보겔스 아마존 부사장은 농업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2015년 설립된 블록체인 기업 하라를 주목했다. 하라는 인도네시아어로 영양분을 뜻한다. 농부들의 영양분이 되겠다는 의미다. 하라가 하는 일을 이해하려면 먼저 인도네시아 농업 환경을 살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농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하는 농업국가다. 국민 46%가 농업에 종사하지만, 대부분 가난하다. 2017년 기준 농부의 월평균 임금은 177만루피아(약 15만원)로 전체 평균인 274만루피아(약 24만원)보다 35%나 낮았다. 극빈층의 78%가 농촌에 산다. 하라는 농촌 빈곤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금융 소외다. 농부가 은행에서 대출받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다. 신원이 불분명하고, 토지 소유권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농부들은 연이율이 90%에 달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