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주·부산까지… 어둡던 골목길에 가로등 불밝혔네요

한국수력원자력 사회 공헌 “가로등이 하나도 없었어요. 밤에는 아예 본관과 의과대학 사이를 오가지 않는 게 학생들 사이에 ‘불문율’이었죠.” (이정민·25· 동국대 영문학과3) 경북 경주시 석장동에 위치한 동국대 경주 캠퍼스는 본관 등 주요 건물들과 1㎞ 떨어진 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부지 사이에 차도가 3개나 있다. 그중 본관 캠퍼스와 가장 가까운 ‘석장길’은 일방통행의 좁은 갓길이다. 신호등도, CCTV도 없어 대부분의 차들이 규정 속도를 위반한 채 빠르게 달린다. 하지만 본관 쪽에 원룸들이 몰려있어 많은 학생은 어쩔 수 없이 어둠 속에서도 길을 건너다녀야 했다. 이곳에 지난 16일 저녁 6시 반, 눈부시게 밝은 가로등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지역 사정을 듣고 태양광가로등 66개를 설치지원한 것이다. 임정은(21· 간호학과3년)씨는 “가로등이 생긴 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차도와 인도가 구별돼, 마치 새 길을 다니는 기분”이라며 “이젠 밤에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어두운 밤길을 개선하기 위한 한수원의 사회공헌이 확대되고 있다. 전력을 생산하는 업(業)의 특성을 살려 가로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안전위험구역에 태양광가로등을 설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안심 가로등 사업’을 전국에 실시하고 있는 것. 지난해 시범적으로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에 3억원을 들여 가로등 37개를 설치해 시공 기술과 운영 방식을 터득했다. 올해부터 밀알복지재단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함께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 6월부터 이달까지 경북 영덕·전북·고창·경북·경주 등 4개 지역에 가로등 192개를 설치 완료했다. 전혜수 한수원 사회공헌팀장은 “우선 시급히 가로등 설치가 필요한 지역을 선정하기 위해 특히 고심했다”며 “전문가로

사진·애니메이션·광고디자인… 청소년의 꿈을 응원합니다

삼성증권 사회공헌 ‘명랑만보’ 특강 “한 해외 공모전에서 780등도 해봤습니다. 780명이 참가한 공모전이었죠.” 강연자의 말에 장내가 술렁거렸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도 터져나왔다. 이날 80명의 참가자 앞에 강사로 나선 이는 오영욱(38) 오기사디자인 대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고, 2012년 서울특별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했던 유명 건축 디자이너이자 여행 에세이 작가다. 오 대표의 말은 이어졌다. “제 작품이 처음부터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나만의 시각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내 것’을 찾는 데 10년이 걸렸죠.” 강연이 끝나자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진로에 대한 조언부터, 그림 실력 향상을 위한 실전 팁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함께 참여한 학부모는 미술을 좋아하는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삼성증권 본사에서 ‘명랑만보’ 명사 특강이 진행됐다. ‘명랑만보’는 서울·광주·부산 지역에서 각각 30명, 총 90명의 청소년들에게 사진, 애니메이션, 광고 디자인 수업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청소년들이 예술적 재능을 키우고 건강한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삼성증권이 후원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며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주관한다. 공식적인 교육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18회에 걸쳐 진행됐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기초 교육을 진행한 이후, 수강생들이 직접 지역 탐방을 다니며 사진 촬영, 포스터 디자인 등을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교육에 참여했던 문장희(17·광신정보산업고)양은 “막연히 미술을 하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수업과 실습을 통해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디자인을 더 공부하기 위해 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에도 지원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하은(18·브니엘여고)양도 명랑만보를 통해 진로 계획을 세웠다. 김양은

관심만 가진다면… 교통카드·이면지·커피 한 잔으로도 기부가 된다

기부와 함께한 24시 기자의 현장 르포 습관(習慣). 거듭 반복해 버릇이 된 이 행동을 두고 도스토옙스키는 “인생을 바꾸는 힘”이라 말했다. 을미년 첫날, 수많은 새해 결심이 오가는 가운데 기자 역시 ‘일상 속 기부’라는 새로운 습관을 익히기 시작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단지 평소처럼 출근하고, 밥을 먹는 동안 약간 관심을 기울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 습관은 머지않아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작은 힘이 될 예정이다. ◇7:50am~ 일회용 교통카드의 재발견: 550원 새해를 맞아 한산한 금요일 아침, 지하철역에서 일회용 교통카드를 샀다. 회사로 가는 지하철 운임은 1450원, 여기에 카드 보증금 500원을 더하면 1950원이 된다. 뚝섬역에 도착하자 흰색 교통카드 모금함이 기자를 맞았다. “1000원이면 연탄 2장, 5000원이면 우유 10팩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모금함에 쓰인 안내 문구다. 다 쓴 교통카드와 함께 주머니에 있던 잔돈을 집어넣었다. 모금된 카드의 보증금 500원은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기부된다. 운임이 남은 카드와 현금도 기부할 수 있다. 그때 청년 한 명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이거 카드도 되는 거예요?”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청년은 들고 있던 교통카드를 어색하게 모금함에 넣었다. 2010년 첫선을 보인 교통카드 모금함은 수도권 지하철 206개 역사에 비치돼 있다. 기부도 꾸준히 늘어 2012년 3083만원에서 2014년 5349만원으로 1.7배 이상 성장했다. 기부금은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저소득층의 생계·의료비와 서울시내 사회복지시설 지원에 쓰인다. ◇12:30pm~ 기부 복권과 함께 매너 있는 점심식사: 3000원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레스토랑 ‘포포나무’로 이동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부동산부터 주식까지 나누는 사람들, 고액 넘어 ‘초고액 기부’ 이끄나

증가하는 비현금성 자산 기부 “100억원대 부동산도 기부가 가능하겠습니까?” 지난해 12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로 들어온 문의다. “20억원대 상장 주식도 기부가 가능한가”라는 문의도 있었다. 지난 한 달 사이 사회복지 분야 기부 시장에 한 획을 그을 ‘억’ 소리 나는 금액의 기부 문의가 잇따라 들어온 것.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를 위한 클럽 ‘아너 소사이어티’가 만들어진 지도 7년, 이제는 고액(major) 기부를 넘어 ‘초고액(mega) 기부자들을 위한 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민구 공동모금회 아너 소사이어티 사무국 펀드레이저(모금전문가)는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로부터 ‘1억원 이상을 기부할 의향이 있는 분이 꽤 많은데, 마땅히 기부할 곳이 없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며 “공동모금회에서 2008년 아너 소사이어티를 시작해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의 판을 열었듯, 올해는 초고액 기부자들을 위한 모금상품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런 잠재적인 초고액 기부자들의 자산이 건물이나 토지, 주식, 증권 등 ‘비현금성 자산’이라는 것이다. 2013년 KB금융지주 연구소에서 발간한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들의 자산 중 72%가 비현금성, 그중에서도 52%가 부동산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이나 증권, 보험 등의 기부는 개인이 알아서 처리하기엔 법적 절차도 복잡해 기부를 생각했다 해도 선뜻 진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자산을 기부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공동모금회는 부동산·증권·보험 기부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희망 자산 나눔’ 캠페인을 시작했다. 증여부터 현금화, 세제 혜택까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기부할 수 있게 됐다. 해외는 어떨까. 미국에선 이미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 기부가 기부 시장의 한

1년간 272명 가입… 이웃사랑은 가족·친구 따라 전염된다

아너 소사이어티 성장 전략은 가족 구성원 전원이 함께하는 ‘가족 회원’ 부부·父子·母女 등 동시 가입 늘어 함께 가입식 가지며 나눔의 가치 공유 충청·호남권의 ‘지인 네트워크’ 고액 기부의 불모지서 서로 권하는 문화로 작년만 전남 11명·대전 17명 신규 가입 “원래 집에 음식이 많으면 옆집, 앞집에도 돌리잖아요. 그냥 지금 우리가 조금 더 여유가 있으니까 다른 데랑 나누는 건데, 이런 인터뷰까지 하는 게 아무래도 떠벌리는 것 같아 영 부담스러워서….” 지난 5일, 대전 대덕구의 산업용 밸브 생산 중소기업 ‘삼진정밀’ 사무실에서 만난 정태희(57)·이준임(56)씨 부부. “내세울 일이 아닌데 사진촬영은 민망하다”며 연신 손을 내저은 이들이지만, 지역 내에선 이미 알아주는 ‘기부쟁이’다. 지역 중·고등학교 장학금 지원, 다문화 가정 지원, 공단 내 초등학교 방과후활동 지원, 위기청소년 쉼터 지원, 지역아동센터 합창단 공연 후원…. 후원하는 비영리단체만도 수십 곳에 이른다. 20여년간 크고 작은 나눔을 함께해 온 이들이 이제는 아너 소사이어티 ‘가족 회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삼진정밀 대표인 정씨가 2012년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뒤, 지난해 이씨도 가입한 것이다. “남편이 처음 아너 소사이어티를 얘기했을 때, ‘기부야 좋지만, 꼭 이름 알리면서 해야 하느냐’고 했어요. 형편 넉넉하다고 자랑하는 듯 비칠까 걱정도 됐고요. 남편이 ‘안 좋게 보는 이들이 있다 해도 좋은 뜻이지 않으냐’며 설득하더라고요.”(이준임) 이 부부는 결혼한 지 1년쯤 지나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하던 일을 관두고 내려온 대전에서 여태껏 터를 잡고 살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나눔의 기적 수놓은 얼굴들… 다음 주인공은 당신입니다

‘아너 소사이어티’ 7년만에 회원 710여명 대다수가 소액 기부로 장기간 기부 활동 다양한 직종·회원 간 네트워킹이 비결 국내 대표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이 710명이 됐다(2014년 12월 31일 기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가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람의 모임을 창단한 지 딱 7년 만이다. 2008년 6명으로 시작된 회원은 매년 약 2배씩 가파르게 늘어, 7년 동안 100배 이상 덩치가 커졌다. 특히 지난해에만 전체 회원의 약 40%에 달하는 인원(272명)이 가입했다. 비결이 무엇일까. 더나은미래와 공동모금회의 분석 결과 ▲단계별·맞춤형 나눔 플랫폼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간 네트워킹 ▲다양한 직종의 회원 참여 확대 및 홍보 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 12월 30일, 아너 소사이어티 700호 주인공이 된 정형철(49)씨는 2004년 공동모금회에 기부한 10만원을 시작으로, 꾸준히 나눔을 늘려왔다. 17년째 제주도 노형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매년 100만~150만원씩 제주도 장애인체육회·공동모금회·모교인 제주 오현고 등에 기부를 이어갔고, 2009년 7월부턴 수익금의 일부를 정기 기부하는 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에도 가입했다. 10년간 꾸준히 나눔을 지속한 구력(球歷) 덕분일까. 지난해 평소 친분이 있던 지인으로부터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가입 권유를 받았을 때도, 정씨는 선뜻 1억원 기부를 약정했다. 강학봉 공동모금회 일반모금사업본부 본부장은 “다수의 회원분이 일시에 고액 기부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액 기부로 시작해서 최소 3년 이상 착한가게 등 정기 기부 캠페인에 꾸준히 참여한 뒤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다”면서 “기존 모금회 누적 기부금을 포함해 5년내 1억원 완납을 약정해도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할 수 있고, 가입

“도깨비가 왔다!” 전국 복지관에 찾아온 즐거운 연말

현대차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 “두두두둥.” 삼베옷을 입은 도깨비가 나타나 꽹과리·징·장구·북을 신들린 듯 두들긴다. 도깨비 탈을 쓴 배우가 객석에서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자, 관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아이들도 배우가 손을 잡아끌자, 한 명씩 무대로 나갔다. 지난 14일, 울산 북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사진> 현장이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은례(가명) 할머니는 “이런 연극 공연은 평생 처음 보는 거라 굉장히 신기하다”며 “너무 기대돼서 1시간 전부터 와 기다렸다”고 했다.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는 현대차그룹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함께 문화 향유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복지관에 주민을 초대해, 공연을 즐길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2012년 실시한 ‘문화 향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 행사 관람률은 2003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지만, 문화 향유는 여전히 대도시(72.5%)와 10대(92.2%), 20대(91.5%)에 편중되어 있는 현실이다. 어호선 현대자동차그룹 사회문화팀 과장은 “올해부터는 공연장을 대관하는 대신 방방곡곡 필요한 곳에 직접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찾아가는 문화나눔 송년파티’는 지난 8일 창원 마산종합사회복지관을 시작으로 두 달간 현대차그룹 36개 사업장과 연계된 복지관에서 3000여 지역 주민에게 다채로운 공연을 선사할 계획이다.

다문화 장애인 가족의 첫 여행… 휠체어 타고 제주도 누비다

하이원 행복더하기 희망여행 부부는 한결같았다. 3살배기 아들을 무릎에 앉힌 남편은 전동휠체어 방향을 바꿀 때마다 아내를 바라보며 웃었다. 생소한 나무, 꽃이 보일 때마다 아내는 어눌한 발음으로 남편을 불렀다. 그러곤 “너무 좋다~”며 연신 감탄했다. 팔을 움직이려면 얼굴이 찡그려질 정도로 힘겨운데도, 부부는 틈날 때마다 손을 포갰다. 두 사람을 태운 휠체어는 더디더라도 항상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향했다. 결혼 5년 만의 첫 여행, 제주도에서 맞이한 부부의 신혼여행이다. 남편 난송(34·뇌병변 1급)씨와 아내 김기애(43·지체장애 2급)씨 부부는 2010년 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처음 만났다. 살아온 환경도, 문화도 달랐지만 두 사람은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누구보다 가까워졌다. “말도 안 통하는 제 이야길 귀 기울여 들어주고, 존중해주던 모습이 감동이었어요.” 난송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생후 한 달 무렵, 머리를 부딪혀 뇌성마비를 앓게 된 그는 중국에서 태어나 자랐다. 조선족 어머니가 한국인 남편과 재혼하면서, 2009년에야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김씨는 난송씨의 한글 선생님이자, 상담사가 돼줬다. 겪어온 사연이 비슷한 두 사람이었다. 김씨 역시 한 살 때 뇌성마비를 앓아 말하는 것과 걷는 것이 힘겨웠다. 부모와 떨어져 홀로 살아온 그녀는 “남편과 함께하니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미소를 보인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2년간의 열애 끝에 아이도 생겼지만, 결혼식은 물론 혼인신고조차 못했다. 남편이 아직 한국 국적을 얻지 못했기 때문. 결국 김씨가 정부에서 받는 100만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비로 세 가족이 살아간다. 난송씨는 “국적도 없고, 변변한 직업도 없는 남편이라 항상 미안하다”면서 “가족이 함께하는

군인 되고 싶던 꿈 오늘 이뤘습니다

하이원리조트 중증장애인 병영캠프 황인학(21)씨는 어려서부터 군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군인처럼 경례를 한다. 하지만 군대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 중증발달장애인이기 때문이다. 입대가 소원이던 황씨는 지난 29일부터 1박 2일 동안 육군 11사단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병영 체험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하이원리조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MBC 나눔이 진행하는 ‘2014 중증장애인 가족을 위한 하이원 행복더하기 희망여행’ 사업의 일환이다. 이날 중증장애인 가족 43가구와 대학생 자원봉사자, 군부대 장병 총 300여 명이 모였다. “약진 앞으로!” 각개전투훈련 교관이 외치자, 병영캠프 체험자들이 언덕 위를 달렸다. 훈련 참가자들은 돌무덤·흙무덤·쇠창살등 장애물들을 넘고, 뛰고, 기었다. 중증장애인 훈련생들이 장애물을 넘을 동안 장병들은 이들의 훈련을 도왔다. 시각장애인 훈련생에게는 특별히 두 명의 장병이 함께했다. 시각장애인 정민석(13)군은 “흙바닥에 배를 깔고 쇠창살을 통과하는 장애물 코스가 특히 힘들었지만, 훈련을 끝내니 뿌듯하다”고 했다. 이날 중증장애인들과 그 가족들, 자원봉사자들은 전투식량을 나눠 먹었다. 이튿날엔 참가자 모두 연병장을 달려 전차에 탑승해본 후, 퇴소식을 치렀다. 1박 2일간 병영캠프에 참가한 중증장애인들은 명예 전역증을 받았다. 도우미 병사로 참가한 이찬우(22) 상병은 “군 생활을 체험하길 원하는 중증장애인들을 보며,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홍천

[희망 허브] 불협화음만 내던 우리, 이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2014 하트포르테 페스티벌 발달장애 청소년 160명 1년여 연습, 합창·난타·클래식연주 등 공연 선보여 “입 닫고 눈도 안 마주치던 아이들 한목소리 내는 것 보며 감동” “난타를 처음 배울 때 우람이는 무조건 빨리만 치려고 했죠. 천천히 속도를 맞추라고 하면 자존심 상하고, 화를 내던 아이였어요.” 관객들 시선이 한곳에 꽂힌 모습을 바라보던 박명옥(44·종로장애인복지관 음악 강사)씨가 대견한 듯 말했다. 아이 12명은 ‘더블유(W)’자 형태로 펼쳐 서 있고, 제 앞엔 모두 키 반만 한 북이 놓여 있었다. 음악과 함께 서서히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아이들은 그룹 퀸(Queen)의 노래 ‘위윌록유(We will rock you)’의 박자에 맞춰 ‘둥둥 탁! 둥둥 탁!’ 북을 내리쳤다. 검정 반짝이 옷으로 멋을 낸 권우람(가명·11)군은 의상만큼 과감했다. 신이 났는지 북소리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내 박자를 놓쳐버린 우람이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얼굴을 찡그린 채 북채를 몇 초간 허공에 잡아두더니, 이내 다시 친구들의 박자를 찾아 속도에 맞게 북을 쳤다. ‘하트포르테’ 활동 1년 만에 발달장애를 가진 우람이는 이렇게 바뀌어 있었다. 어머니 장미옥(가명·38)씨는 “엄마 없인 한 발짝도 안 움직이던 아이가 난타 수업을 받고 나선 친구네 집에 놀러 가는 게 자연스러워졌다”며 “음악을 통해 어울릴 줄 아는 아이가 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7일 저녁,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장천아트홀에서 열린 ‘2014 하트포르테 페스티벌’은 우람군 같은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자신의 변화를 뽐내는 자리였다. 총 10팀, 160여 청소년이 그간의 노력을 무대 위에 올렸다. 합창을 하거나, 클래식 연주를 하거나,

공동모금회·적십자사·구세군… 연말 모금 성적은?

대표 모금기관 3곳 실적 분석 우리나라는 매년 연말 집중모금 열풍이 분다. ‘사랑의 온도탑’으로 대표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집마다 30㎝의 지로용지에 나눔의 기적을 담아내는 대한적십자사, 빨간색 자선냄비로 연말 기부 아이콘이 된 구세군 등 3곳이 대표적이다. 지난 연말 대표 모금기관 3곳의 성적은 어떨까. 공동모금회는 ‘희망2014나눔캠페인'(12월1일~1월31일)을 통해 4253억원을 모금했다. 지난해 모금액(3020억원)보다 무려 1233억원이 늘었다. 기업기부가 2312억원(54.4%)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고, 개인기부도 1941억원(45.6%)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모금액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바로 개인기부금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기부금은 77억원 증가에 그쳤다. 공동모금회는 “월급기부에 참여한 직장인과 아너소사이어티(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 착한가게 회원(매출의 일부를 정기 기부하는 자영업 기부자) 모금활동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현재 직장인 기부자는 55만2000여명이고, 착한가게회원도 7128곳에 달한다.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도 461명(2월 5일 기준)으로, 집중모금 기간에만 무려 50%에 달하는 213명이 가입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삼성 임직원들이 받은 연말 보너스의 10%를 모금회에 기부한 덕분이다. 한편 대한적십자사의 적십자회비 집중모금 기간(12월10일~1월31일) 모금액은 30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5% 증가했다. 이중 개인기부금은 70%로, 공동모금회에 비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편이다. 특히 이번 기간에는 정기후원자 모집에 주력해 전년 대비 정기후원자가 23.5%가량 늘었다. 작년 12월 2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명동 한가운데서 ‘희망풍차 SR(유명인사들이 72시간 동안 DJ를 맡아 유리로 된 박스 안에서 나눔생방송을 진행하는 이벤트) 나눔 축제’를 열어, 이 기간에만 14억의 성금이 모였다. 구세군은 연말 집중모금 기간(12월2~31일) 동안 63억2543만5289원을 모금했다. 전년보다 12억가량 늘었다. 63억여원 중 기업모금은 22억원, 나머지

피드백 안 주는 90년대 스타일 이제는 싫어요

[기업 관계자들이 바란다] 1년 넘게 계획서 안 주거나 사업 끝난 뒤 연락 잘 안 해… 현장 반영 부족한 점도 문제 프로그램 다양하고 적극적인 다른 NGO에 기부하고 싶어 ‘역량 강화, 다양성, 파트너십.’ 기업 관계자들은 공동모금회에 바라는 점을 이렇게 세 가지로 압축했다. 공동모금회 전체 모금액의 70%는 기업 기부로 이뤄진다. 2012년 공동모금회의 총 모금액은 4159억원. 그 중 2924억원이 기업 모금액이다. 이에 공동모금회는 맞춤형 기업사회공헌, 공익 연계 마케팅, 현물 기부 등 기업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최근 개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기업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엇갈리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은 공동모금회 지정기탁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다. S기업 CSR 담당자는 “1년이 넘도록 지정기탁 사업 계획서를 주지 않거나, 뒤늦게 단순 지원형 프로그램을 쭉 늘어놓는 경우가 많아서, 기업 담당자들이 부랴부랴 사업 기획안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D기업 10년차 사회공헌 담당자는 “시대가 요구하는 니즈(needs·필요)나 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하고 90년대 스타일로 사업 기획을 하는 경우가 많고, 사업이 끝나고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면서 “공동모금회 지정기탁이 ‘기부’가 아니라 ‘복지 세금’처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분위기만 아니라면, 트렌드에 민감하고 피드백도 빠른 다른 NGO들에 100% 기부하고 싶다”고 귀띔했다. 현장 전문성을 키우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J기업 CSR 담당자는 “공동모금회가 제안한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현장과의 간극이 클 때가 잦다”고 했다. 배분의 다양성을 요구하는 기업도 있었다. 공동모금회 배분이 복지 소외계층 지원에만 한정돼 있다는 것. H기업 담당자는 “시대의 요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