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홍명보‧박지성, 소녀시대 윤아, 가수 인순이, 배우 수애 그리고 최신원 SKC 회장과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까지.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1억원 이상 거액을 기부한 ‘나눔人’이란 점입니다. 지난 한 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에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속한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이하 아너)’ 회원은 총 422명에 달합니다. 전년 대비 120명 늘어난 수치입니다. 계속되는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고액 기부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더나은미래는 공동모금회와 함께 ‘대한민국 명예기부자’에 이름을 올린 아너 회원 150명에게 나눔의 의미와 이유를 물었습니다.
◇나눔은 ‘삶의 가장 행복한 일’이다
“기부는 그동안 받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되돌려드릴 수 있는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지난해 9월 리우 올림픽을 마친 뒤, ‘대한민국 골프 여제’ 박인비 선수는 공동모금회를 찾아 1억원을 전달하며 말했습니다. 그녀는 기부 외에도 바쁜 일정 가운데 공동모금회 홍보대사로 활동, 나눔을 전파하는데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배우 이유비(27)씨 역시 “나눌수록 행복이 배가 된다”고 말합니다. “제 나눔으로 조금이나마 우리 사회가 따뜻해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설렙니다(웃음).” 이씨는 어머니인 배우 견미리씨의 뒤를 이어 지난해 1월 1004번째 아너 회원에 가입, ‘나눔도 닮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실제 이씨 외에도 “나눔이 행복이다”고 말한 59명의 응답자 중 약 19%(11명)가 부모, 부부 등 가족 혹은 주변 지인들과 함께 아너에 가입하며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7년째 매달 지역 내 어려운 학생들을 후원해온 고순헌 ‘제일법인’ 대표이사도 지난해 5월, 아들과 동시에 아너에 가입, ‘제주 1호 부자(父子) 아너’가 됐습니다. 그는 “나눔의 뜻을 아들과 함께 펼칠 수 있게 돼 기쁨이 두 배”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윤혜준씨 역시 아버지 고(故) 윤병철 하나은행 초대 회장과 함께 아너 회원이 됐습니다. 부친의 별세 이틀 전이었습니다. 윤씨는 “아버지와 마지막 순간까지 나눔을 함께 하고 기쁨을 나눴다는 사실이 부친을 떠나보내고 슬플 때마다 큰 위로가 된다”고 전했습니다. 세종 지역 최초 ‘부부 아너’가 된 김영우씨도 “둘이 함께 나누니 기쁨도 배가 되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한편 생사(生死)의 위기를 겪고 “나눌 수 있는 것도 살아있기에 누릴 수 있는 ‘행운’으로 느껴진다”는 이도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임수복 ‘강림 CSP’대표. 임 대표는 폐암 선고를 받고 완치 후 아너에 가입하며 “돈보다 중요한 삶의 가치가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그는 사재 70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설립, 계속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나눔은 ‘함께하는 사회의 작은 씨앗’, ‘다음세대를 위한 희망’이다.
“나의 작은 실천이 더 큰 나눔의 열매가 되길 바랍니다.”
전남 순천에서 횟집을 하는 차현준씨가 지난해 2월, 1085번째 아너로 가입하며 남긴 작은 소망입니다. 그는 “큰 돈을 한꺼번에 낼 수는 없었지만,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전달하며 나눔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경북 상주에서 제과·제빵 재료들을 유통하는 박동기씨 역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수년전 한성대 경비원이 1억원을 기부하는 등 어려운 처지에도 용기 있는 행동을 하는 이들을 보며 감명받았다”면서 “자신도 사회에 작은 보탬이 되고 싶어 기부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기부자 53명은 “자신의 작은 나눔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습니다. 지난해 7월 평생 모은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1억을 기부한 서정상씨. 그도 “남들보다 악착같이 농사일을 하며 살아왔는데, 이제 인생 후반기엔 자신처럼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을 이웃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많은 기부자들은 자신의 나눔이 저소득층 아동 및 청소년 등 다음세대에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경남에서 폐기물 재활용 공장을 운영하는 박상순 ‘동원유지’ 대표는장학회를 직접 설립해 지역 인재를 키워갈 정도로 교육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여성 CEO입니다. 추가로 고액 기부를 결심한 계기를 묻자, 박 대표는 ”전문적으로 기부금을 배분하는 공동모금회에 기탁하면 더욱 투명하게 기부금이 집행될 거란 믿음으로 아너에 가입하게 됐다”며 “내 작은 실천이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거름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나눔은 ‘당연한 환원’이다
“평소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로부터 정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어요. 이를 기부로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8월 짧은 머리에 군복 차림으로 공동모금회를 찾아 온 배상문 프로골퍼는 2011년부터 상금을 줄곧 기부, 그 액수가 1억을 넘어 아너 회원이 됐습니다. 그는 복무 중에도 나눔을 잊지 않기 위해 꾸준히 기부를 실천 중이기도 합니다.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 대중의 인기를 받는 스타들뿐만 아닙니다. 옷 가게, 정육점, 카페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부터 중소기업 대표들까지 “고객들의 도움으로 돈을 버니 환원은 당연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제주에서 양돈 사업을 하는 고경준씨도 “손님들이 있어 살아갈 수 있고, 그렇기에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동시에 감사한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정화 ‘보명금속’ 대표 역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내 노력보다 사회에서 받은 것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이웃과 사회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다하고자 아너에 가입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나눔은 ‘평생 실천’이다
“승리하면 또 이기고 싶은 것처럼, 나눔도 한 번 시작하니 계속 하고 싶더라고요.”
축구 국가대표인 장현수 선수가 지난해 1월 아너에 가입하며 말했습니다. 그를 포함해 17명의 아너 회원들도 ‘나눔을 평생 해야 하는 사명’으로 꼽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9월 아너 회원이 된 이상규 (주)보문 대표는 반평생 지역아동 돕기에 헌신해 ‘부산 키다리 아저씨’로 통합니다. 그는 30대 직장생활 당시부터 후원해온 복지관을 25년째 돕고 있는 것을 포함해 매월 20여개 크고 작은 NGO들에 기부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아동 후원을 위해 2009년엔 (사)부산아동복지후원회를 결성,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보듬은 건 아동만이 아닙니다. 2007년부터는 자신의 사업장 2~3층을 노숙자를 위한 쉼터로 내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는 “나눔은 내 삶의 ‘의무’이자 ‘일부’ 같다”며 “더 많은 사람들도 기부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평생 기부를 실천한 이들의 정신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기도 합니다. 충청권 첫 ‘고인 아너’가 된 고(故) 정진경씨의 딸 난영씨는 “평소 나눔을 몸소 보여주신 부친의 정신을 기리고자 자녀들이 1억원을 모아 아버지 이름으로 기부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어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도 크게 기뻐하실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지난해 7월, 양재생 ‘은산해운항공’ 대표도 모친인 고(故) 조갑순씨의 이름으로 아너에 가입했습니다. 양 대표는 “어머니는 남편 없이 홀로 자식을 키우는 어려운 형편에도 평생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사셨던 분”이라고 떠올리며 “마지막까지도 ‘기부하는 삶’을 당부하셨기에 고인의 이름으로 아너 회원이 됐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