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우는 협동조합 조합원이 뭉쳐야 산다

미래 TALK 스페인의 프로축구단 ‘FC바르셀로나’. 1899년 조기축구회를 시작으로 성장한 이곳은 100여년 만에 세계 최고의 스포츠 구단이자 가장 잘나가는 협동조합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난 6일 부산YMCA에서 열렸던 시민공청회는 부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를 한국의 FC바르셀로나로 만들겠다는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민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카탈루냐’ 지역(FC바르셀로나 연고지)의 축구 사랑 못지않은 ‘구도(球都·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도시)’ 부산의 시민들에게 외면당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온통 장밋빛으로만 채워져 있는 비현실적인 청사진이 한몫을 했습니다. ‘조합원 30만명이 30만원씩 출자해 900억원을 조성, 구단을 인수한다’는 추진위원회의 밑그림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승인이나 모그룹 롯데의 인수 의사 같은 것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30만명의 조합원을 모은다는 발상엔 팬들조차 난색을 표했습니다. 외부에서 “프로구단 운영을 전혀 모르는 사람 머리에서 나온 발상”이라는 쓴소리가 나왔을 정도입니다. 협동조합형 시민구단 추진 사례처럼 최근 들어 국내 협동조합의 영역을 넓히고 규모화를 꾀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치과·한의원 등 병원들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을 시작했고, 1년 동안 부침을 겪었던 국내 최초 협동조합 항공사 ‘제주스카이버스협동조합’도 새해를 맞아 출범식을 마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도가 협동조합 영역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벤처업계도 흥망성쇠를 반복하며 발전해왔다”며 “성패 여부와 관계없이 시도 자체가 시민들에게 협동조합을 새롭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성급한 규모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인적 결사체’인 협동조합에선 조합원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조직의 운명을 좌우하는데, 여기엔 충분한 소통과 시간이

학교 밖으로 나오려면 사회적기업·학교 ‘소통’이 필요하다

자유학기제 당장 시행해야 하는데… 모의 창업 활동·생태교육·진로교육, 다양한 프로그램 준비되어 있지만 사회적기업에 대한 의구심 많고 예산도 부족… 일부 한명당 3000원도 “국제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현장 실습률은 4.4%에 그치고 있어요.(핀란드는 99.1%) 학교 밖 인프라 구축이 안 됐고, 학교 안에서 모든 절차를 진행했던 습관이 있기 때문이죠. 자유학기제는 아이들을 바깥세상과 만나게 해주는 활동입니다. 작년 성남 지역에서 자유학기제를 진행했던 학교 3곳을 들어가 보니 핵심은 교사들입니다. 지역에서 만난 한 선생님은 ‘자유학기제를 위한 네트워크도 없고 어디가 좋은지도 모르니까 일일이 청소년복지관이나 수련 시설에 전화 돌리고 수소문하면서 20년 교사 생활 중 최고의 비참함과 비애를 느꼈다’고 해요.” 사회적기업 ‘유스바람개비’ 김정상 대표의 말이다. 2011년 설립된 유스바람개비는 성남·분당 지역을 거점으로 청소년의 롤 모델이 되는 혁신형 사회적 기업과 중·고생 진로 체험을 연결시키는 프로그램을 비롯, 모의 창업 활동 및 청소년 소셜벤처 창업동아리 운영 등 진로 교육의 대안을 제시한다. 이뿐만 아니라 소셜진로 교육센터, 대안학교 ‘바람개비스쿨’, 청소년자립카페 소리울 등도 운영한다. 2013년 10월에 설립된 생태환경형 (예비)사회적기업 ‘창의공작소’는 서울 성북 지역을 중심으로 생태교육, 생태 텃밭 운영 등 환경과 창의 교육을 접목시킨 콘텐츠와 품앗이센터, 공유 책방 등의 공유 경제 활동을 진행 중이다. 특히 방과후 캥거루학교(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방과후 프로그램), 달팽이학교(자연에서 관찰력과 창의성을 키우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송미숙 대표는 “작년에 두 개 초등학교 500명에게 창의적 체험 교육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며 “교육을 마친 후 한

허브 농가 주민 웃음 짓게 한 가난한 산간마을 사회적기업

굿네이버스, 네팔에 사회적기업 세우다 코이카와 함께 에이치플랜트 설립 지역에 숨겨진 자원, 소득원으로 발굴 마을 창고 짓고 유통체계 개선 노력도 LG생활건강과 허브 사업 협력 결실 지난 1일, ㈜LG생활건강이 특별한 제품을 선보였다. ‘비욘드 히말라야 세럼인오일<사진>’이라는 화장품이다. 멀리 네팔의 꺼날리(Kar nali)지역, 무구·훔라 마을에서 채취한 네 종류의 허브(herb·약초)가 주원료다. 꺼날리 지역은 해발 7000m까지 치솟은 산악지대로, 신발 하나를 사기 위해 왕복 8일을 걸어야 하는 곳이다. 5가구 중 한 곳만 전기가 들어올 정도로 가난해 네팔의 75개 행정구역 중에서도 최빈곤층으로 분류된다. 그나마 쓸 만한 땅을 찾아 한 가정 먹을 정도의 경작을 하는 게 소득원의 전부인 이 마을이 어떻게 국내 대기업과 거래했을까.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의 연결고리는 바로 지난해 5월 설립된 굿네이버스 네팔 사회적기업인 ‘에이치 플랜트(H plant)’다. ◇민·관·기업이 함께 만든 지렛대, 가난한 산간마을을 일으키다 ‘이 지역은 도대체 무엇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2010년 꺼날리 지역에서 지역개발 사업을 시작했던 이수형 굿네이버스 네팔 지부 사무장의 고민이었다. 계곡 사이에서 위태로이 사는 주민들은 음식은 물론 옷가지까지 자급자족으로 해결하며 살고 있었다. 훔라 마을에 사는 카라나 에이디(30·Karana Aidi)씨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조그만 텃밭에서 감자·밀·보리 등을 키우며 다섯 식구가 살았는데, 험난한 지형 탓에 수확도 들쑥날쑥했다”고 했다. 그러던 와중 ‘지역자원을 개발해 커뮤니티를 먹이자’는 철학에서 찾아낸 것이 바로 ‘허브’였다. 주민들이 산속에서 약초를 캐와 차로 끓여 먹기도 하고, 조금 남으면 내다 팔기도 하는 걸 접하곤 내친김에 허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 인증 없으면 착한 일도 못 하나요

사회적기업 인증 제도 “저희를 더 이상 사회적기업이라 부르지 말아주세요.” 지난달 중순, 소셜벤처 ㈜에코준컴퍼니 이준서 대표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논란이 들끓었다. 서울시 은평구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 유사명칭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19조 규정에 의거, 사회적기업이 아닌 자는 사회적기업 또는 이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유사명칭을 사용하는 경우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2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의 규정에 의거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경고문이었다. 이준서 대표는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성을 키우고자 예비사회적기업에서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을 신청하지 않았다”면서 “좀 더 진보된 사회 혁신을 위한 선택을 했음에도, 마치 범죄자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불편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은평구 일자리정책과 담당자는 “사회적기업은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 등 간접적인 지원 혜택을 받기 때문에 서울시 정책에 따라 주기적으로 인증 유무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라 인증 사회적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이번 소동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여름, 소셜벤처 ㈜딜라이트는 관련 규정에 의거해 고용노동부에 과태료 500만원을 냈다. ㈜딜라이트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저가형 보청기 사업을 벌이는 기업으로, 올해 매출 80억원을 바라본다.재밌는 사실은 ㈜딜라이트와 ㈜에코준컴퍼니 두 기업 모두 미국의 비영리단체 ‘B랩(B-LAB)’으로부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수여하는 ‘B코퍼레이션(B-Corporation)’ 인증을 받은 곳이라는 점이다. 직원들의 근로환경, 지역 사회와의 연계성, 지배 구조, 환경친화성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받아 ‘B코퍼레이션’ 인증을 받으면, B랩과 파트너를 맺고 있는 글로벌 투자 회사들로부터 투자 기회도 가질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제시카

연말 선물, 나누면 두 배 되는 공익 상품 어때요

연말 맞이 공익 상품 추천 연말연초를 맞아 고마운 분들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면, 공익 상품은 어떨까. 지난달 ‘아름다운가게’와 ‘TNS코리아’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7.4%가 올해 사회적기업 및 공정무역 제품 등 공익 상품을 구매했다고 답했다. 이는 작년(23.6%)보다 3.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공익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는 TV홈쇼핑에도 영향을 미쳤다. GS샵은 지난 9월, 아름다운가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함께 장애인들이 생산한 제주산 건조 청정나물세트를 선보였고, 10월엔 네팔 공정무역커피 생산자가 국내 최초로 현대홈쇼핑에 출연해 ‘아름다운커피’를 판매했는데 1시간 만에 623세트(2600만원 상당)가 팔렸다. 아름다운가게 김형우 그린사업국장, 공익 쇼핑몰 ‘이로운몰’을 운영하는 ㈜쿠키 씨앤씨 안민재 대표, 공정무역 기업 ㈜페어트레이드코리아 이미영 대표, 더나은미래 기자들이 추천한 연말맞이 공익상품을 소개한다. ◇아름다운가게 김형우 국장 추천, 바이맘의 ‘룸텐트’와 로뎀직업재활센터의 ‘친환경 향초’ 바이맘은 겨울철 에너지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상품인 ‘룸텐트(난방텐트)’를 만드는 소셜벤처다. 전기장판만으로 텐트 속을 7~10℃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로 2m, 세로 1.5m의 1~2인용부터 가로·세로 2.1m의 3~4인용까지 다양한 사이즈로 제작된다. 현재 바이맘은 지난해 겨울, 폭설로 피해를 당한 강릉 주민들을 돕기 위한 ‘착한 구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가 룸텐트 클래식(11만1900원)을 구매하면, 바이맘이 강릉YWCA를 통해 강릉 지역 독거노인에게 룸텐트를 기부하는 방식이다. (상품 구매 : www.bymom.org) 연말 파티에 친환경 향초를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현재 30명의 지적장애인을 고용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로뎀직업재활센터’는 인체에 유해한 파라핀 왁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천연 콩 왁스(soy

[미래 TALK] 의리의 사회적경제, ‘뭉치면 힘이 되으~리’

‘동네빵네협동조합’에 지난 10월은 역사적인 달입니다. “대형 제과점 공격에 함께 맞서보자”며 서울 서대문구·은평구 지역의 동네 빵집 11곳이 작년 7월에 설립한 이곳은 1년 넘게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신흥중 이사장은 “힘 합쳐 좋은 빵만 만들면 될 줄 알았는데… 경영도 마케팅도 어렵기만 하더라”고 했습니다. 창립 후 1년 3개월이 지난 10월 드디어 흑자가 났고, 직원들에겐 밀린 작업수당이 돌아갔습니다. 반전 스토리 뒤엔 연세대 사회적기업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가 있습니다. SNS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로 외부 매출을 늘리고, 필요한 서류작업도 도맡았습니다. 신 이사장은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열정적으로 채워줬다”고 했습니다. 흔히 사회적경제 조직을 ‘호혜(互惠)와 협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찾긴 쉽지 않습니다. 지역 재생을 위해 모인 청년협동조합 ‘성북신나’의 박동광 상임이사는 “사회적경제 관련 교류회나 네트워크 모임은 많지만 인사만 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바리의 꿈 협동조합’ 사례는 아군(我軍)이 생겼을 때 얻을 기회를 잘 보여줍니다. 이 협동조합의 모태는 2005년 설립된 사회적기업 ‘바리의 꿈’입니다. 연해주 고려인들이 생산한 콩으로 된장이나 청국장을 만들어 국내에 판매하고 수익을 생산자에게 돌려 그들의 자립을 돕는 기업입니다. 작년부터 원자재인 콩을 직접 들여온 바리의 꿈은 이를 한국에서 유통할 동지를 모았습니다. 해피브릿지협동조합, (서울형)사회적기업 ‘이로운넷’, 친환경쇼핑몰 ㈜쿠키씨앤씨, ㈜우리밀급식(협동조합 전환예정) 등이 조합원으로 함께했습니다. 유기농 두유시장 판매 1위를 차지한 ‘이로운 아침 유기농 두유’는 모두의 힘이 모인 결과입니다. ‘협동조합’이라는 한 지붕 아래서 바리의 꿈은 콩을 들여오고, 이로운넷·쿠키씨앤씨는 온라인, 해피브릿지는 프랜차이즈

[Cover Story] 변화를 꿈꾸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받아들여라

세계 최대 비영리 벤처캐피털 ‘어큐먼’ 재클린 노보그라츠 개인·기업 기부금 사회적기업에 재투자, 800만달러 종잣돈에서 9000만달러 성장 “사회적 영향력·기업가 보고 투자한다” 1987년, 일등석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 곳곳을 돌던 스물다섯 살의 국제은행가는 잘나가던 뉴욕 월스트리트 직장을 뒤로한 채 아프리카로 향했다. ‘세상을 바꾸겠노라’는 원대한 꿈을 품고서. 첫발을 내디딘 지 20여년이 흐른 2011년,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Forbes)는 그녀의 이야기로 표지를 메웠다. ‘세상을 바꾸는 혁신가’라는 이름으로. 세계 곳곳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비영리 임팩트 투자기관 ‘어큐먼(Acumen)’의 설립자이자 베스트셀러 ‘블루스웨터’의 저자, 재클린 노보그라츠(Jacqueline Novogratz) 이야기다. 어큐먼은 2001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개인·기업·재단 등으로부터 돈을 기부받아 사회적기업에 재투자해오며, “자선 대신 투자야말로 개발도상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글로벌 펠로 프로그램(Global Fellows Program)’을 통해 전 세계 곳곳의 사회적기업가를 선발·교육해온 어큐먼은 최근 우리나라와도 협력을 시작했다. 아산나눔재단을 통해 선발된 한국인 참가자는 어큐먼의 ‘글로벌 펠로 프로그램’ 선발을 위한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아직 글로벌 펠로로 선발된 한국인은 한명도 없었다. ‘더나은미래’는 국내 언론과 좀체 인터뷰를 한 적이 없는, 재클린 노보그라츠를 이메일 인터뷰했다. ―자선단체가 아닌,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기관을 생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는가. “현지에 가보니, 전통적인 자선이나 원조로는 빈곤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분명했다. 돈이나 물건을 주고 마는 건 자생력을 키울 수도 없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았다. 기존 자선단체 방식과 영리적인 투자, 그 둘이 결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회성 기부금을

사회공헌 가치 극대화? 사회적기업을 보면 그 답이 보입니다

최태원 회장 ‘새로운 모색…’ 펴내 정부·지자체 지원금으로 만들어져 지역 저소득층 결식 아동들에게 나눠주던 도시락은, 맛과 영양, 판로를 개선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도시락으로 변모했다. 도시락 배달과 함께 저소득층 아이들을 일일이 찾아가고 챙기는 건 덤이다(행복도시락 사회적협동조합). 적은 위탁료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방과 후 프로그램을 위탁 운영하는 사회적기업도 시작됐다(행복한학교). 사무·청소용품, 부품 등 20만 가지의 물품을 받아 계열사 내에 공급하던 ‘유통’ 기업은 노하우는 남기고 방향을 틀어, 사회적기업 제품을 유통하는 또 다른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났다(행복나래).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 카이스트와 함께 국내 최초로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도 만들어졌다. “사회적기업에 답이 있다”며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는 SK그룹에서 설립·지원하고 있는 사회적기업들이다. 지난 2009년, SK는 미래기획위원회와 노동부가 주최한 ‘사회적기업 활성화 심포지엄’에서 “자금 500억원을 조성해 사회적기업을 다각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다양한 사회적기업을 개발·지원해오고 있다. 대기업에서 ‘사회적기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뭘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발간한 책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통해 그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2000여억원. SK그룹에서 매년 사회 공헌에 쏟아붓는 비용이다. 자원봉사와 프로보노 참여도 매년 진행한다. 그러나 이런 비용과 노력을 들이면서도 사회적으로 우리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사회문제 해결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더 좋은 곳에 자원을 사용할 수는 없는지 늘 고민이었다. 그 답을 ‘사회적기업’에서 찾았다. SK그룹과 같은 대기업에서 할 수 있는 건, 더욱 많은 사회적기업이 만들어지고 투자가 늘어, 그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한국 사회적기업 세계적 수준… 공유와 협력 늘려야

사회적기업월드포럼 2014 재범률 낮추는 영국 ‘센트럴 키친’ 요리사·영양사 교육으로 일자리 창출 감옥에서 출소 후 재범률 2.5% 불과 대만 사회적기업 ‘칠드런포어스’ 정신장애 있는 아이들에게 일자리 제공 年 수익 930만달러 달해 한국의 활발한 아이디어에도 주목 유일하게 사회적기업 인증제도 있어 아름다운가게 등 이미 세계적인 수준 “밥 대신 일자리를 주자.” 25년 전, 미국 워싱턴 DC의 로버트 에거(Robert Egger)는 가난한 이들에게 밥을 나눠주는 것에서 한계를 발견했다. 대안은 간단했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자는 것. 밥을 먹으러 찾아오는 이들에게 요리를 가르쳤다. ‘신선하지만, 상품 가치가 떨어져서 안 팔리는’ 지역 농가의 식재료를 썼다. 지역 급식소에서 음식을 나눠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소문이 나면서 지역 저소득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급식으로도 들어갔다. 1989년에 워싱턴 DC에서 시작한 사회적기업 ‘센트럴 키친(Central Kitchen)’ 이야기다. 오늘날 센트럴 키친에서 교육해 배출하는 요리사·영양사는 한 해 100여명. 매일 5000끼가 급식소에, 5000끼가 학교에 공급된다. ‘밥 대신 요리’가 가져온 변화는 컸다. 지난 15일, 사회적기업 월드포럼에 참여한 마이클 커틴(Michael Curtin) DC 센트럴 키친 대표는 “보통 감옥에서 출소한 이들은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재범률이 60%에 이르는데, 센트럴 키친에서 교육받은 이들은 재범률이 2.5%에 불과하고, 워싱턴 내 최저임금보다도 높은 임금을 받는다”면서 “신선한 음식으로 학교 급식을 제공하다 보니, 지역사회 내 저소득층 아이들의 영양 상태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의 역발상이 ‘음식’을 통해 지역사회를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사회적기업이 함께 복지 서비스 ‘공동 생산(Co-production)’ 추세 세계적으로 많은 사회적기업이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했던 사회문제를

알코올중독 이겨내고… 세상 위한 광고장이로 다시 태어났어요

美사회적기업협회 케빈 린치 의장 잘나가는 ‘광고장이’로 21년을 살았다. 광고를 만드니 부와 명성이 따라왔다. 사회적 영향력?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 그가 두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대표가 됐다. 미국 사회적기업협회(Social Enterprise Alliance) 의장이자 CEO인 케빈 린치(Kevin Lynch·사진) 이야기다. 미국 사회적기업협회는 현재 15개 주, 17개 지부, 1100여명의 사회적기업 멤버가 소속되어 있는 네트워크의 중심이다. 지난 16일 사회적기업 월드포럼에서 만난 그는 “개인적 삶의 변화를 겪으면서 사회적인 가치에 눈뜨게 됐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어떻게 하면 마진을 많이 남길 수 있을지’ 돈 버는 일이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1980년 대학 졸업 직후 들어간 광고 회사에서 9년간 일하다 나와 내 광고 회사를 차렸는데, 약물 의존도가 점차 심해졌죠. 90년대 중반, 알코올과 마약중독이 바닥을 찍었어요. 동업했던 파트너들과도 깨졌고요. 우연한 계기로 미국에서 유명한 ‘알코올중독자를 위한 12가지 단계 원칙(Twelve Steps of Alcoholics Anonymous)’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습니다. 제 삶을 바꾼 계기가 됐죠.” 알코올과 마약 중독에서 회복하는 과정은 그에게 ‘내면적으로 일깨워지는 시간’었다고 한다. 산다는 게 뭔지,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뭔지, 삶의 의미에 대해 되짚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딜레마에 봉착했다. “광고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자, 그 무엇보다 ‘해로운’ 산업으로 여겨졌어요. 사람들에게 광적으로 소비하라고 부추기고,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당시 내가 할 줄 아는 건 광고가 유일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광고 마케팅을, 뭔가 좋은 일을 하는 데 쓸 수 없을까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사회적벤처 네트워크 등을 통해 사회적기업가들을

사회적경제 人들 자금 마련 어떻게 했나

자금 수요 조사 보고서 발표 일반 금융권은 여전히 문턱 높아 담보·보증에 느끼는 부담 25%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여전히 ‘특수관계인 차입'(대표자의 친인척이나 출자 관계에 있는 사람과 법인)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4일 (재)한국사회투자가 발표한 ‘2014 사회적경제조직 자금 수요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31.4%가 ‘특수관계인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했고, ‘정부보조금’ (23.7%) ‘일반 금융기관 대출'(17.9)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금 조달 과정에선 여전히 많은 사회적기업이 ‘담보 및 보증 부담'(25.5%)을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답한 사람도 20.3%나 됐다. 이보연 한국사회투자 주임연구원은 “재무적 가치 외에 사회적 가치도 함께 평가해야 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특성상, 신용이나 담보만 따지는 일반 금융보다 더 세세한 사업계획서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면서 “문서 작성 경험이 별로 없고, 인력도 따로 없는 사회적기업들엔 가치나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긴 사업보고서가 버거운 작업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 규모를 묻는 질문에 절반가량이 5000만원 미만의 금액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자금 용도는 운영비(35.1%), 시설비(34.4%), 사업개발비(28.2%) 등으로 드러났다. 반면, 사회적기업가의 ‘금리 저항선'(부담을 느끼지 않는 정도의 금리)은 지난해 3%에서 5%로 증가했고, 담보 제공이 가능하다고 답한 기업 수도 작년보다 18%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5억원 이상 담보가 가능하다고 답한 기업이 작년보다 세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홀로서기’ 가능성을 보여준 수치다. 이종수 한국사회투자 대표는 “지난 2007년부터 정부가 사회적경제 분야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세상 바꾸는 ‘연쇄창업가’가 꿈…딜라이트·우주 등 대박 신화 이어져

셰어하우스 브랜드 ‘우주’ 만든 김정헌 대학생 주거난 해소 위해 만든 공유주택 6개월 동안 16개 대학교 돌며 마케팅해 목표는 돈 버는 것보다 사회 문제 해결 쉬운 건 재미없다. 어려운 문제에 도전할 때, 신이 난다. 아직 30대 초반이지만 벌써 사회적기업만 두 번 창업한 김정헌(31·사진)씨 이야기다. 그가 공동창업한 ‘딜라이트’는 저가형 보청기 사업을 벌이는 소셜 벤처로 올해 매출 40억원을 바라본다. 지난해에 창업한 국내 첫 셰어하우스(sharehouse·공유주택) 브랜드 ‘우주’는 창업 1년 6개월 만에 15호점 셰어하우스까지 확대했다. 지난 8월, 김씨는 대학생 4명과 고군분투한 우주 창업기를 담은 책 ‘같이의 가치를 짓다'(유유출판)를 출간하더니, 돌연 우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유는 무엇일까. “셰어하우스 경쟁 업체가 30~40개가 생겼어요. TV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얼마 전 종영했던 드라마 ‘괜사(괜찮아 사랑이야)’의 주요 배경도 셰어하우스였죠. 이젠 셰어하우스가 주거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요. 전 일종의 ‘트리거(trigger·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 달부터 김씨는 희망제작소 사회적경제 핵심인재육성센터의 ‘스타트업 사회적기업가 과정’ 전담 감독으로서, 사회적 기업의 성장을 돕겠다고 나섰다. 김씨의 목표는 선발된 15개 기업을 6개월 동안 10% 이상 성장시키는 것이다. “경기도 광역 전세버스가 문제잖아요. 서강대 학생들이 ‘눈뜨면 도착’이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일산이나 분당, 용인 등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끼리 ‘전세버스를 같이 빌려 통학하자’는 일종의 승용차 함께 타기 서비스입니다. 공실률이 50%가 넘는 동네 독서실 자리를 공유하는 서비스도 있고, 폐이어폰을 기증받아 팔찌를 만드는 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