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농업공원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여월농업공원’의 옛 이름은 여월 정수장이다. 1980년대부터 2001년까지 부천 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했던 곳이다. 까치울 정수장이 그 기능을 대체하자, 방치되어온 여월 정수장은 2013년 4월 27일 ‘여월농업공원’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침전지는 캠핑장과 생태연못으로, 농축조는 연향지로, 정수지는 도시텃밭이 됐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토론, 시의 지원 덕분이었다. 2015년에는 세계 4대 환경상인 ‘그린애플어워즈’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기존환경을 살리면서 시민의 주도하에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도시재생 모델 사례로 적합하다는 평을 받았다. 사회적기업 ‘㈜지엔그린'(대표 신미자)은 2015년부터 여월농업공원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3년 차다. 도시녹화, 도시농업을 통해 녹색도시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취약계층에게 사회적 서비스와 녹색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지난 10월부터는 폐지를 주워 생계를 잇는 어르신들이 공원에서 버섯을 재배, 판매하여 그 수익금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여월청춘농장을 신설했다. 시민, 부천시 도시농업과 공무원, 사회적 기업과 함께 공원을 가꿔온 사람들이 있다. 비영리기관 여월농업공원 소속인 채민자 본부장, 최미선 대리, 홍주현 주임이다. 사회복지, 청소년지도학을 전공한 이들은, 공원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공원입구에 위치한 운영본부에서 행정업무를 본다. 그리고 기자는 지난 9월부터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사무실 한 켠에 책상 하나가 생겼다. ◇폐정수장을 새활용한 도시재생모델 공원, 시민·지자체·사회적 기업이 만들다   알바 7주차. 주로 파쇄기 돌리기, 행사 물품 라벨지 붙이기, 공원 내 프로그램 활동 사진 찍기를 하던 기자에게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다. ‘우리동네 그린커튼 미니과원 보급사업 현장에서 현수막 인증사진 찍어오기.’ 주민센터, 경로당, 어린이집 앞마당에 포도나무가 등장하자, 동네 주민들이 너도나도 구경을 나왔다. 이는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이

“가슴으로 낳은 아이 키우기…방법 몰라서 더 힘들었어요”

지혜(가명·56·부천시 오정구)씨는 현재 아들과 떨어져 지낸다. 2009년 다섯살이던 시훈(가명)이를 입양했지만, 7년이 지나도록 잘 적응하지 못한 아들은 작년부터 보육원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충격이 컸던 지혜씨는 한국입양가족상담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 1년간 그곳에서 열리는 집단상담, 입양아카데미, 부모교육 등에 모두 참여했다. 시훈이와 떨어진 후에야 그녀는 알게 됐다고 한다. 지혜씨는 “입양 전에 교육을 받았더라면 쌍둥이 동생 2명을 입양하지도 않고, 시훈이가 다섯 살까지 못 받았던 무조건적인 사랑을 채워줬을것”이라며 “입양부모가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키우는 게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   ◇신생아기 입양 대신 유아기 입양 늘어…아이의 상처 몰라 힘든 부모들   우리나라의 한해 국내입양 건수는 2011년 1452명에서 2016년 546명으로 줄었다. 해외입양 또한 같은해 916명에서 334명으로 줄었다. 국내외 입양아동은 2011년 대비 64%나 줄어든 것이다. 한해 국내외 입양아 총수 880명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김승희 의원실 자료) 입양특례법으로 인해 입양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입양 대기아동의 숫자도 늘고 입양아동의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신생아기가 아닌, 유아기에 입양되는 아동에 대한 부모교육이나 관련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한국입양가족상담센터 김외선 센터장은 “유아기 입양 아동들은 수차례 양육자가 변경됐을 수도 있고, 대부분 방임 학대의 경험을 갖거나 심한 경우엔 육체적인 폭력을 받은 경우도 있다”며 “입양부모들은 훨씬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이를 잘 모른 채, 심한 경우 그 폭력이 연장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세 살이 되면 자기 고집이 생깁니다. 정제되지 않은 폭력성을 많이 내포하고 있어요. 이 아이들은 새

에이즈 감염인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꿈꾸다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 ‘빅핸즈’ 카페를 가다 “얘랑 같이 살수 있을까요?” 부모님이 첫번째로 물어본 질문이었다. 의사는 “다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집에서 화장실을 따로 썼다. 알아서 식사시간을 피했다. 설거지도 따로 했다. 옷도 따로 빨았다. 자칫 잘못하다 국에 숟가락이라도 닿으면 아버지의 윽박이 날아왔다. ‘그 날’ 이후 늘 그랬다. 상훈(가명)씨가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 사실을 가족들에게 밝힌 날, 아버지는 한숨을 쉬었다. 누나는 어머니를 불렀고 어머니는 연신 “괜찮다”며 “나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눈물 흘리는 그에게 아버지는 휴지를 건네며 “조심해야지, 이거 옮으면 어떻게 하려고”라고 했다. ‘그 날’ 이후 가족들이 점점 멀어져 갔다.  ‘감염인과의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아요’ ‘악수, 포옹 등의 신체접촉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아요’ ‘감염인이 요리해서 함께 먹는 식사로는 감염되지 않아요’ 대구 반야월역 2번 출구를 빠져나와 금호강변으로 걷다 보면, 외딴 카페 하나가 나타난다. 카페를 들어서면 여느 카페와 다름없이 음악소리와 커피 내음이 어우러져 다가온다. 하지만 곧장 나타나는 좁은 통로를 지날 때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깨는 문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통로를 지나자마자 카운터에 서 있던 종업원이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건넨다. 벽면 곳곳은 감염인들이 그린 그림들로 장식돼 있다. 창가에서는 밝은 햇살과 넓은 금호강의 모습이 펼쳐졌다. 이곳은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빅핸즈’ 카페이다. 2013년 설립된 ‘빅핸즈’ 카페는 국내 최초의 에이즈 협동조합이다. 현재 총 26명의 조합원이 일하고 있으며 이 중 6명은 에이즈 감염인이다. 이들은 올해로 5년째 에이즈에 대한 인식개선활동과 감염인의

작은 따옴표 사이의 여백을 채우는 공간, 신림동 ‘작은따옴표’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신원시장의 끝자락. 소박한 상권을 이루고 있는 동네다. ‘신원로 5-1’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골목 어귀로 들어서면 남색 철제문이 보인다. 손으로 쓴 ‘복합문화예술공간 지하 1층’이라는 글씨가 간판을 대신한다. 문을 열고 어두컴컴한 지하 계단을 내려가면 의외로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이 바로, 2014년 2월 28일 둥지를 튼 문화예술혁명단체 ‘작은따옴표’의 거점이다. “작은따옴표라는 문장 부호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 진심을 담을 때 씁니다. 오늘 여기 ‘작은따옴표’에 오셔서 느낀 감정 그대로를 부호 안에 담아서 기억해주시면 됩니다. 그게 곧 저희의 이름입니다.” 단체명은 장서영 대표(25)가 지었다. 정확하게는 작은 따옴표(문장 부호) 사이의 공백이 단체의 이름인 셈이다. 작은따옴표는 문화예술로 사회에 선한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포부와 함께 문을 열었다. 설립 이후 3년, 그들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한 해 동안 공간을 오고 가는 사람만 3000여 명에 이른다. 2015년에는 ‘Artrash(아트래시)’라는 프로젝트로 서울시 혁신대상을 받았다. 지난 9월에는 영국 킹스턴에서 열린 킹스턴 코리안 페스티벌에 초청되는 등 국내외로 활동 기반을 넓히고 있다. 조직의 몸집도 불어났다. 장 대표를 비롯해 3명으로 시작했던 작은따옴표는 현재 9명의 운영위원이 활동한다. 네트워크를 맺은 청년 예술가는 40여 명이다. 작년에 작은따옴표 2호점을 오픈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신림동 작은따옴표 본점에서 장서영 대표를 만났다. ◇ ‘나다운 삶’을 찾아 떠난 여정… 대학 자퇴 후 무작정 서울로   장 대표는 예술가를 꿈꿨다. 대학에서도 그림과 디자인을 공부했다. 하지만 스물두 살, 자퇴를 결심한다. 장학금을 받을 만큼 우수한 성적이었지만

CSR의 새로운 방향성: 경제적 성장과 지속가능성이 공존해야

2017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컨퍼런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통상적으로 기업의 본질적 목표인 ‘이윤 창출’에 반하는 활동이라 여겨져왔다. 윤리적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성장을 포기해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CSR은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주주들의 의지에 반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용기있는 CEO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열린 ‘2017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DJSI) 컨퍼런스’에서는 이같은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 컨퍼런스는 ‘기업 사회공헌의 미래(Next era:Retooling for Changes in the Sustainability Landscape)’라는 제목으로,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대한 미래 가치로서 대두되는 환경에서 기업들이 이뤄내야 할 변화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현재 경영방식을 개편할 것인지에 대한 주제들로 구성됐다. 1부인 지속가능성 워크숍은 DJSI 지수 편입기업의 CSR 담당자들에게만 비공개로 진행됐다.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가 참여하는 순환적 모델 구축이 핵심’   이날 첫 번째 기조연설로 나선 이는 네덜란드 통신기업 KPN의 지속가능경영총괄 브리짓 스프렌버그(Brechtje Spoorenberg)였다. 그는 KPN이 이뤄낸 사회혁신 프로그램 여러 개를 소개했다. 이중 하나는 독거노인들의 고독을 해결하기 위한 실버 라인(Silver Line) 프로젝트. 자원봉사자들이 독거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그 외에도 파이니스트 컨택 재단(Finest Contact Foundation)을 통해 문화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미술관의 모든 작품을 디지털화해 집에서도 관람이 가능하게 하는 등, 회사가 보유한 통신기술을 삶의 질 향상에 접목시킨 프로젝트를 다수 운영하고 있다. 올해 DJSI 지수 통신 부문에서 업계 선두주자로 선정된 KPN은 ‘사람들의 삶을 연결함으로써 더 많은 편리함과 자유,

어두웠던 아이들이 별이 되는 곳, ‘성장학교 별’

왕따, 장애 등으로 자신감을 잃었던 아이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밝아지는 학교가 있다. 서울 봉천동에 위치한 도시형 비인가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의 이야기다. 지난 2002년, 정신과 의사인 김현수 교장이 성장학교 별을 만든 건 개인적 경험 때문이었다. 1992년 공중보건의로 활동하면서 소년교도소에서 만난 아이들이 그의 삶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대부분 지적장애나 주의력 결핍장애 등 정신질환이 있거나, 가정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출소를 해도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다시 범죄의 길로 빠졌다. 10년 동안 보호관찰소를 찾으며 이를 지켜본 김 교장은 이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기로 마음먹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이 학교엔 7명의 ‘별지기(선생님)’들과 20여명의 학생들이 함께 지낸다.   ◇교사와 학생,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한 곳   지난 11월 10일, 성장학교 별을 방문했다. 학교의 첫 인상은 ‘자유로움’이었다. 학생들의 휴식 공간인 줄 알았던 곳은 타 학교의 교무실에 해당하는 ‘별지기방’이었다. 아이들은 언제든 자유롭게 이곳을 드나들며 수업내용 중 궁금한 점을 묻거나 수업에 대한 평가를 나눴다. 별지기방뿐 아니라 복도, 교실 어디서든 선생님과 학생이 소통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기자가 이날 참관한 수업은 ‘반편견 수업’. 4명의 학생과 선생님이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편견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을 툭 던졌다. “다문화가정을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죠.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한국인은 외국인과 결혼을 못한다’는 편견이요. 또 ‘다문화가정은 특별하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진짜 편견 같아요.”

[와글와글] 4년간 후원해온 결연 아동이 ‘20만원 짜리 점퍼’ 요구했다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결연아동 선물 둘러싼 갑론을박      지난 7일, 한 온라인 포털 사이트의 커뮤니티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글의 제목은 ‘20만원짜리 점퍼를 선물로 요구한 후원 아동’.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4년간 한 아동을 일대일 결연 후원해왔다는 36세 직장인 A씨가 올린 글이었다.  글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10월부터 어린이재단을 통해 매달 3만원씩, 1년 전부터는 월 5만원씩 한 11세 아동을 후원해왔다. 매년 생일과 어린이날,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보냈고, 아동에게 형제가 두 명 있음을 알고는 세 명의 선물을 사서 보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최근 아동에게 편지를 보내 “컴퓨터나 핸드폰 같은 비싼 것 말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얘기해달라”고 물었고, 기관이 보내온 문자메시지에는 모 아웃도어 브랜드 패딩 점퍼의 상품명과 사이즈가 적혀왔다.  실제 아동이 꼽은 점퍼의 온라인 시중가는 약 20만원대. A씨는 후원 아동이 본인을 “후원자가 아닌 물주로 생각했다는 감정이 들었다”며 “그동안 선물했던 것을 아동이 싸구려처럼 생각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속상하고 열받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해당 기관 사이트에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글을 썼지만 기관 측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후원을 끊었고, 전산오류로 후원아동 정보가 지워졌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아동과의 만남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기관이 단 한 번도 만남을 주선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회 수 25만개 넘으며 온라인서 화제…기관 입장은   해당 글은 등록 하루 만에 조회 수 25만 명, 댓글 600여개가 달리며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았다. A씨가 24시간 만에 글을 삭제했지만, 이미 타 사이트

새로운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이들

2017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 시상식 현장   발표자로 선 H-온드림 6기 펠로 ‘닥터노아’ 박근우 대표의 말에 참가자들이 술렁였다. ‘닥터노아’는 대나무로 칫솔을 만들어 베트남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이들은 대나무 산지에 공장을 짓고 지역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지속 가능한 자립모델을 만들었다. 경제적 가치가 낮은 대나무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칫솔로 재탄생시킨 결과다. 지난 10월 19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2017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이하 H-온드림) 시상식 및 사업발표회 현장. 이날 ‘닥터노아’를 포함해 ‘H-온드림 6기 펠로’로 선정된 총 25개팀이 참여해 ‘어떻게 사회 문제를 해결했는가’를 주제로 각 팀의 사업을 소개했다. 모두 전국 200여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참여한 가운데, 1차 서류심사와 2차 그룹토론 및 현장평가 등 치열한 전형을 거쳐 최종 펠로로 선정된 이들이었다. H-온드림은 사회문제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을 찾아내 각 기업이 사회적기업 생태계에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고용노동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단법인 씨즈,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실시해왔다. 지난 5년간 150여개가 넘는 사회적기업들이 H-온드림을 통해 성장했다. 위안부 할머니를 모티브로 한 패션디자인 상품을 제작·판매하는 ‘마리몬드’와 소외계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녹색친구들’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2017 H-온드림 6기 펠로 팀들을 더나은미래가 소개한다.   ◇친구 이상의 고민을 털어놓는 애플리케이션, ‘나쁜기억 지우개’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민을 털어내지 못해 마음의 병이 생기곤 하죠. 이제 그 고민을 나누고 지우세요. 고민은 누군가와 나눌 때 지워집니다.” 이준호 코툰(COTOONE) 대표는 마음의 병 예방법 ‘나쁜기억 지우개’를 소개했다. ‘나쁜기억 지우개’는 친구에게도 털어놓을

노동은 이념 아닌 ‘생활’입니다

“일하는 당신, 지금 행복하십니까?” 2013년 웹툰 ‘송곳’, 2014년 드라마 ‘미생’은 우리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후 ‘송곳’은 독자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로도 제작됐지만, 노동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한 광고에서 최저시급을 알려줬던 아이돌 혜리는 ‘맑스돌’로 불리고, 최악의 실업난 속에서도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다(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 한국경영자총협회). 그렇다면 교육은 변했을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노동 교육에 할애되는 시간은 최대 5시간에 불과하다. 대학교육은 어떨까. 대학시절에는 아르바이트, 인턴, 계약직 등으로 ‘첫 노동’을 경험하는 비율이 높아 노동교육이 절실하다. 지난달 9일, ‘노동인권감수성Tok!Talk!’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경희대를 취재했다. “변기에 5만원을 떨어뜨렸다면 어떨까요? ‘사생결단’하고 찾겠죠?” 오후 2시, ‘노동인권감수성Tok!Talk!’ 수업을 담당하는 김창수 교수가 간단한 사자성어 퍼즐로 수업을 시작했다. 강의자료가 띄워진 스크린에는 10원부터 5만원까지 돈을 잃어버렸을 때 나타날 만한 태도에 관한 사자성어가 답으로 제시됐다. 학생들은 사자성어를 맞히면서도 이게 수업내용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갸우뚱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만약 잃어버린 게 돈이 아니라 나의 인권과 건강이라면 사생결단하고 찾으려는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오늘 주제는 산업재해입니다.” 변기에 10원을 떨어뜨리면 태연자약(泰然自若)할 수 있지만, 5만원을 떨어뜨리면 어떻게든 돈을 찾으려 하는 게 인간의 본성. 그러나 건강과 인권은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임에도 돈보다 가벼이 여기곤 하는 세태를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김창수 교수는 “산업재해와 같이 일을 하다 건강을 잃거나 인권을 침해당하는 일이 생겼을 때 태연자약하거나 수수방관(袖手傍觀)하지 말아야한다”고 당부했다.   ◇토의하고 공감하고··· 몸과 마음으로 키우는 노동인권 감수성   산업재해는 일을 하다가

“추가 인증하려면 남의 도움 받아야 하나요”

8개 은행 청각장애인 ARS 인증 현황 전수 조사   2015년 3월, 배성규(38)씨는 청각장애인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때 전화 ARS 인증 시스템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SNS를 통해 알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서도 조사하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배씨가 이 사실을 청와대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민원으로 넣자 ‘장애차별시정의원회’ 회의가 개최됐지만, 은행에서 대책을 마련 중이라 별다른 조치가 필요 없다며 기각됐다. 같은 해 6월 김명아(35) 씨가 이용하던 은행에 ARS 인증 문제를 항의했을 때도 돌아온 답변은 “인증 예외를 신청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추가 인증 예외를 신청하려면 보안 사고에 취약해지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이 문제에 공감한 이들은 2015년 9월 ‘청각장애인 ARS 인증 대책 모임’을 개설하기에 이른다.   ◇청각장애인 울리는 ARS 인증…지난해 소비자원 조사 결과, 여전히 제약 존재해 청각장애인 ARS 인증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전까지 이뤄지던 문자(SMS) 인증이 전자금융사기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나오면서부터다. 2013년 9월 말부터 공인인증서를 발급받거나 1일 일정 금액 이상을 이체할 때 추가 본인인증을 하는 전자금융사기 예방서비스가 전면 실시됐는데, 그 이후 스마트폰에 악성앱을 설치해 SMS 인증번호를 탈취하는 고도의 사기 행태가 나타난 것이다. 문자 인증이 스미싱, 파밍 등의 보안사고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2014년 이후 다른 금융서비스에 필요한 추가인증 수단으로 전화 ARS가 주로 사용됐다. 청각장애인에게 선택권조차 없이 이 방식을 써야만 했다. 문제는 음성 안내에 따라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전화 ARS 때문에, 청각장애인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주변 사람의 도움을 청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졸업한 그들은 어디로 가는가?

젊은 뮤지션 돕는 소셜벤처&기업 사회공헌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와 영향력은 막강했다. 케이블 방송이었던 슈퍼스타 K는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유쾌한 방송 클립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오디션 방송 출신자들이 성공적으로 연예계에 안착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음악 오디션 예능의 선두 주자였던 슈퍼스타 K, K팝스타 등은 사라졌지만 프로듀스 101(Mnet), 쇼미더머니(Mnet), 믹스나인(JTBC) 등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여전하다.   ◇실용음악과 입시 경쟁률 600대 1, 하지만 메이저 데뷔는 극소수 오디션 열풍은 실용음악에 대한 수요를 늘렸고, 대학은 실용음악과를 확대·신설했다. 한양대는 2011년, 서경대는 2014년에 실용음악과를 신설했다. 경쟁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2018년도 서경대학교 실용음악과(보컬) 수시 전형은 3명을 선발하는데 1806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602대 1이었고, 한양대 에리카 실용음악과는 경쟁률이 446대 1이었다. 자연스레 입시와 오디션 준비를 할 수 있는 실용음악학원도 번창했다. 홍대와 신촌을 중심으로 마포구 내에만 50개가 넘는 실용음악학원이 위치하고 있다. 학원 관계자들은 한류와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실용음악과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학한 학생들에게 장미빛 인생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소재 대학 실용음악과 4학년에 재학중인 A군은 “실용음악과에 입학해도 실제로 오디션에 합격하거나 메이저 데뷔를 하는 친구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실용음악과 특성 상 개인적인 음악활동을 하고, 학교도 다니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인디밴드 활동과 학업을 같이 하고 있는 A군은 “졸업 이후가 가장 걱정입니다”이라고 어렵게 입을 뗐다. “밀린 학자금도 갚아야 하고, 앨범에 들어간 비용도 갚아야 하는데 음악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무서운 건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은 이후다”

오후 3시, 부산역 광장에서 조금만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눈에 띄는 벤치들이 있다. 여행객들은 그 벤치쪽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풀풀 풍기는 술 냄새와 담배 한 대 때문에 싸우는 노숙인들이 몸을 뉘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만난 A씨는 여기서 생활한지 7년째라고 했다.   “트럭 몰았어. 화물 트럭. 근데 일이 자꾸 끊기더라고. 술 마시고 일 안 나가고 그래서 마누라랑은 이혼하고, 뭐 어디 갈 데가 있나. 어디 잠깐씩 일하고 그런 것도 힘들어서 이렇게 산지가 7년이야.” 올해로 57세인 그는 이제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은 이후가 더 두렵다고 했다. 무연고자. 죽을 때 자신을 거둬줄 가족이 한 명도 없는 사람을 뜻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682명이던 무연고자는 매년 늘어 지난 2016년에 1232명에 달했다. 구청 담당자들은 “무연고자들 중에서 가족이 시신을 인수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며 “대부분 장례를 치를 돈이 없다는 이유로 포기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 및 연고자 시신인수포기자 현황’ 조사 결과 시신인수 포기자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특별시로 125명이었고, 대구광역시가 43명, 인천광역시가 40명, 부산광역시가 33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정춘숙 의원실은 “무연고 사망자 숫자가 늘어난 이유는 시신인수 포기가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평균 1000만 원에 달하는 장례비 … 나라 지원에도 사각지대 존재해   기초생활수급자가 사망했을 때 나오는 장례비는 75만원. 그나마 장례를 다 치른 다음 지급하는 구조다. 문상객들로부터 조문을 받을 수 있는 빈소를 차리고, 입관과 발인의 절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