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얘기 들어보실래요?”…3인3색 장애인 유튜버

1인 미디어 전성시대,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크리에이터(Youtube creator·유튜브에 직접 만들거나 출연한 영상을 올리는 창작자)’에 도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이들이 ‘장애인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다. 다른 유튜버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독특한 취미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자신들만의 특별한 콘텐츠로 세상과 소통하는 장애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3인을 소개한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장애인 이야기’, ‘경산시청, 휠체어 경사로를 철거하라고?’, ‘장애인한테 이런 것 좀 하지마!’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김지우)이 만든 콘텐츠들이다. 구독자 수 2만9000여명, 인기 영상 조회 수는 10만이 넘는 그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장애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생각을 밝힌다. 휠체어 경사로를 철거하라는 지자체의 부당한 지시를 비판하고, 장애인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과 행동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주는 식이다.  굴러라 구르님은 지난해 2월부터 유튜브 채널을 개설, 활동을 시작했다. 뇌성마비로 인해 휠체어를 사용하지만, 자신을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고생”이라 소개한다. 이름도 휠체어가 굴러가는 모습을 빗대 ‘구르님’이라 지었다. 그는 영상을 통해 “우리나라에 수많은 장애인이 있지만, 주변에서 찾아보기도 어렵고 TV에 출연하는 것도 보기 어렵다”며 “나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지만, 어디에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다. 굴러라 구르님의 유튜브 영상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유튜버 ‘브래드박(Bread Park)’의 주요 콘텐츠는 ‘BB탄총’으로 불리는 ‘에어 소프트건’ 리뷰 영상이다. 전문가 못지않은 전문 용어, 능수능란한 손놀림으로 제품의 부품 하나하나를 살펴 시청자들에게 설명한다. 다양한 BB탄총을 시연하는 그는 놀랍게도 1급 시각장애인이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 갑작스럽게 시력을 상실했다”는

[키워드 브리핑]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키워드 브리핑] 기후 젠트리피케이션 “침수 위험” 해안가 부자들, 고지대로 이동 … 구도심 원주민들 밀려나  몇 년 전부터 국내외 언론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낙후한 구도심에 고급 주거 지역이나 상권이 조성되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래 거주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는 ‘기후 젠트리피케이션(Climate Gentrification)’이라는 말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가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미쳐 원주민이 주거지에서 내쫓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스 키난(Jesse M. Keenan) 박사가 이끄는 하버드대 연구팀은 지난 4월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바닷가 주거지의 침수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해안가 고급 주택에 살던 부유층이 고지대로 이동해 기존 주민들을 밀어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는 게 논문 요지다.   연구팀은 플로리다주 남동부 해변 지역인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Miami-Dade County)를 기후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 사례로 다뤘다. 이 지역에서도 특히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이 두드러지는 곳은 마이애미 비치(Miami Beach)와 리틀 아이티(Little Haiti)다. 마이애미 비치는 미국의 대표적 휴양지이자 샤키라, 리키 마틴, 제니퍼 로페즈 등 팝 스타들이 사는 ‘부자 동네’로 유명하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마이애미 비치를 미국 내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지목해왔다. 최근 ‘참여 과학자의 모임(the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은 2045년까지 마이애미 비치의 1만2000가구가 해수면 아래로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아이티 이주민 집단 거주지인 리틀 하이티는 마이애미 비치로부터 약 12km 떨어진 내륙에 있는 데다,

[진실의 방] 소셜벤처, 냉정한 조언이 필요한 때

한때 각종 언론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소셜벤처의 스타’들이 있습니다. 2010년대 초 등장한 ‘위즈돔’ ‘집밥’ ‘열정대학’ 등 이른바 ‘1세대 소셜벤처’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미션(social mission)을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풀어내며 소셜벤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많은 후발주자가 그들의 성공 스토리에 용기를 얻어 소셜벤처에 뛰어들었고, 덕분에 척박했던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눈에 띄게 풍성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1세대 소셜벤처들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제보가 여러 곳에서 접수됐습니다. 그들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내부의 갈등으로,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서, 투자금이 빠져서….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살아남느냐, 망하느냐. 갈림길에 선 1세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이야말로 앞으로 소셜벤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장 정확하게 짚어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망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묻는 사람에게도 대답하는 사람에게도 참 불편한 질문입니다. 아프고 괴로운 이야기였을 텐데, 1세대들은 기꺼이 더나은미래와의 인터뷰에 응해줬습니다. ‘잘 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1세대들의 냉정한 조언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전략적으로 잘 망해야 손해가 줄고 더 빨리 일어설 수 있다는 얘기였죠. 소셜벤처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서 ‘폐업을 코칭해주는 모임’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공생과 연대의 한가운데 그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분위기에 휩쓸릴 때 우리는 항상 실수를 합니다. 정부와 기업이 소셜벤처 지원정책과 프로그램을 무더기로 쏟아내면서 생태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실수하기 딱 좋은 때입니다. 과대 포장, 확대 해석을 싹 걷어내고 알맹이를 봅시다. 소셜벤처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지속가능성을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소셜벤처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바뀌어야

[이희숙 변호사의 모두의 법] 새희망씨앗 사건, 비영리의 희망을 꺾지 않았으면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새희망씨앗’ 기부금 사기 사건을 기억하는가? K스포츠, 미르재단 사건이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사건이라 더 충격이 컸다. 결손 아동을 후원한다는 명목으로 127억원을 가로채 재판에 넘겨진 새희망씨앗의 윤모 회장에 대해 얼마 전 징역 8년의 1심 판결이 선고됐다.   1심 법원이 판단한 사건의 대략은 이렇다. 피고인은 주식회사 새희망씨앗과 사단법인 새희망씨앗을 설립한 뒤, 전국 20개 지점과 센터의 상담사를 동원해 불특정 일반인에게 후원 권유 전화를 하게 했다. 상담사들은 ‘지역에 있는 소외계층 결손가정 아이들에게 나눔교육을 해달라’ ‘도움을 주신 만큼 기부금 영수증을 통해 소득공제혜택도 받을 수 있다’ ‘후원이 되면 아이와 일대일 매칭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2014년부터 약 3년간 총 5만여 명의 피해자들로부터 127억여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텔레마케팅 방법으로 나눔교육에 관한 콘텐츠를 판매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했는데, 위와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고 누가 교육 콘텐츠를 구매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돈이 아이들의 교육비로 사용될 것이라 믿고 월 1만원씩 자동 출금되게 했고, 많게는 1600만원에 이르는 후원금을 냈다. 하지만 이렇게 모인 돈은 해당 지점에 60%가 지급돼 교육 지원과 관계없이 사용됐다. 40%는 새희망씨앗으로 입금돼 운영비와 인건비 등으로 쓰였으며 나머지 일부가 기부금으로 사용되는 구조였다. 피고인은 나눔교육카드 배부, 장학금 지원, 태블릿 지급 등 78억원 상당의 후원활동을 했으므로 사기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나눔교육에 사용됐다는 콘텐츠 가격은 53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기부했다는 태블릿도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구입한 것으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든 싫든 월급에서 자동으로…’기부 당하는’ 직장인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내 대기업에서 운용하는 임직원 급여 기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발적 기부’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의 월급 일부를 거두지만, 사실상 ‘반강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LG그룹 임직원의 월급 명세서를 보면 ‘우수리’라는 명목으로 1000원 미만 금액이 매월 빠져나간다. ‘우수리’는 물건값을 제하고 거슬러 받는 잔돈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사측은 모두 개인 동의를 받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직원들 이야기는 다르다. LG그룹 직원 A씨는 “입사할 때 서명해야 하는 여러 서류 사이에 기부 동의서가 끼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거부하기 어렵다”면서 “회사에 갓 합격한 신입 사원이 그런 문제로 인사팀과 승강이를 벌이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기부를 철회할 방법도 마땅찮다. A씨는 “소액이라도 내가 원하는 곳에 기부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부 철회 방법을 알아봤는데 방법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결국 그냥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는 직원 대부분이 반강제적 기부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 ‘기부 당한다’는 푸념이 나오기도 한다. LG전자의 ‘2017-2018년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사업장 임직원의 99.8%가 우수리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LG그룹의 한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B씨는 “동료와 술자리에서 반강제 월급 기부 얘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돌아온 대답은 ‘그거 얼마 된다고’였다”면서 “십시일반으로 모으면 억대에 이르는 돈인데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철강 회사 포스코의 임직원들은 급여 일부를 회사 공익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부 조건은 ‘월급의

“생각 없이 내뱉은 말도 폭력이에요”

[청세담 인터뷰] 사이버 언어폭력 예방 프로그램 ‘바른말풍선’ 운영하는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미디어보호팀 ‘나는 앞으로도 사이버 폭력을 절대 하지 않겠다!’ ‘사이버 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보면 도와주겠다.’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스스로넷) 사무실 문 앞에는 한 글자씩 또박또박 써내려간 다짐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사이버 언어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인 ‘바른말풍선’을 들은 초등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글이다. 바른말풍선은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가 현대해상의 후원을 받아 푸른나무청예단과 3년째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다. 초등학생들의 사이버 언어폭력을 예방하고, 올바른 미디어사용 및 언어습관을 기르는 게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이런 말도 폭력이라고요?” 교실로 침투한 사이버 언어폭력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는 청소년미디어교육, 청소년미디어문화, 청소년 미디어역기능대응 등을 진행하는 청소년 미디어 특성화 시설이다. 지난달 6일, 용산에 있는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에서 바른말풍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미디어보호팀 남기숙 팀장과 김은혜·장혜민 상담사를 만났다. 이들은 초등학생들이 인터넷 방송에서 접한 선정적인 유행어를 교실에서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학년의 경우 단체채팅방을 통해 괴롭힘과 따돌림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남기숙 팀장은 “학교 측에서 ‘바른말풍선’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상반기에만 100개가 넘는 학급에서 교육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심각한 건 초등학생들이 ‘사이버 언어폭력’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사이버 언어폭력이 무엇인지, 자신이 쓰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자신이 행동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인지 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기숙 팀장은 “교육 대상을 초등학교 3~6학년으로 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인지발달이 이뤄지는 연령층이라 예방교육의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금지’하기보단 ‘공감’이 먼저 교육 내용은 ‘인지’ ‘정서’ ‘행동’이란 세 가지 영역에 초점이 맞춰진다. 폭력이 무엇인지

소녀들이 달리는 세상을 꿈꾸다

현대해상·와이즈웰니스 사회공헌 프로그램 ‘소녀, 달리다’ “현장에 나가보면 아직도 학교 안에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뿌리깊이 남아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여자애가 인형을 갖고 놀아야지 무슨 축구공을 갖고 노냐’하는 인식이 있어요. 여학생들이 신체 활동을 통해 자존감과 자신감을 길렀으면 하는 바람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지난 6일 만난 박성완(35) 와이즈웰니스 과장은 ‘소녀, 달리다’의 탄생을 이렇게 회상했다. ‘소녀, 달리다’는 현대해상이 후원하고 와이즈웰니스가 운영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3년 시작됐다. 서울·경기 지역 초등학교 3~6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달리기’ 수업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와이즈웰니스의 박성완 과장과 박유진(25) 팀장을 인터뷰했다. ◇‘달리기x인성교육’, 여학생 자신감 높인다 ‘소녀, 달리다’는 0교시 또는 방과 후 수업을 활용해 한 학기 동안 진행된다. 매학기 25개 학교 1000여 명의 학생이 참여한다. 프로그램은 ▲달리기와 인성교육을 접목시킨 ‘달리기 수업’과 ▲체력 증진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 ‘달리기 축제’로 구성된다. 총 24회로 짜인 교육 프로그램은 4.2195㎞의 거리를 완주하는 마라톤 축제로 대미를 장식한다. 박성완 과장은 ‘소녀, 달리다’를 기획 단계에서부터 함께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 ‘2010년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대 여학생의 67.8%가 신체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죠. 같은 응답을 한 남학생은 37.7% 정도에 그쳤으니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난 셈이에요. 달리기를 통해 소녀들의 몸과 마음을 성장시키는 게 프로그램의 목표입니다.” 박유진 팀장은 강사들을 관리하고 직접 현장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얼음땡’ 놀이 아시죠? 그걸 조금 변형해 술래가 친구를 잡으면 잡힌 친구의 장점을 이야기해 주도록 했어요. ‘넌 정말 예뻐’ 이렇게요. 아이들은 친구로부터

[진실의 방]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게 했을까?

  ‘태국 동굴 소년’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읽다 뭉클해졌습니다. 소년들이 탈출을 위해 ‘땅굴을 팠다’는 대목이었죠. 캄캄한 동굴 속에서 먹지도 못한 채 17일이나 고립돼 있던 소년들이 매일 땅을 팠다고 합니다. 깊이가 5m나 되는 구덩이도 있었다고 하죠. 대체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게 한 걸까요? 열심히 땅을 파면 그곳을 벗어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 혹은 간절함? 그 동력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소년들이 잘 버텨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게 ‘땅 파기’ 덕분인 건 확실합니다. 때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로 도움이 될 때가 있으니까요. 대체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걸까? 7월 초 더나은미래 편집장으로 왔을 때 가졌던 의문이기도 합니다. ‘공익’이라는 분야에 대한 기자들의 열정에 살짝 현기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기사 하나 쓰는 데 열 명을 인터뷰하는 건 흔한 일. 놀라울 만큼 방대한 데이터를 밤을 새워 분석하고, 틈틈이 독서토론까지. 동력이 무엇이냐고 본인들에게 물어봤지만 시원한 대답을 주지 않더군요. 이제 제가 직접 부딪쳐 알아내려 합니다. 편집장 레터를 쓰게 된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더나은미래를 위해 애써준 김경하 부편집장과 주선영 기자.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장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월드비전 직원 줄퇴사·휴직 사태… 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이하 ‘월드비전’)의 내부가 시끌시끌하다. 지난 6일 월드비전 내 커뮤니케이션·브랜드·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는 ‘참여본부’ 직원 24명은 양호승 월드비전 회장 및 고위 리더급 앞으로 성명서를 냈다. ‘참여본부 직원 13명의 대거 퇴사 및 휴직 사태의 장본인인 K 참여본부장의 계약을 즉시 종료하라’는 것. 수개월간 이 사태를 묵과한 리더십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본부 및 전국 260여 명 직원들이 성명서에 지지를 보냈다. 지부 및 본부의 팀장급을 주축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도 꾸려졌다. 직원들의 공동성명서에 비대위까지 나서 회장 및 간부진의 인사 책임을 물은 건 월드비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갈등이 불거진 내막이 뭘까. 논란의 중심에 선 K 본부장은 올해 1월 월드비전에 새롭게 부임한 인물로 광고 회사, 다수의 영리기업을 거쳤다고 알려졌다. 그의 직무는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 총괄. 1월부터 6월까지 수습 기간을 가진 뒤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가 부임한 뒤로 지난 6개월간 참여본부 직원 37명 중 7명이 퇴사하고 3명이 휴직했다. 타 부서나 지역으로 보직을 변경한 이들도 3명이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월드비전에 몸담았던 이들이 단기간에 대거 조직을 이탈한 것. 지난 3월 참여본부 직원 27명이 작성해 인력실에 전달했다는 ‘K 본부장에 대한 의견서’에 따르면 직원의 90%는 본부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80%가 퇴사나 휴직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A4용지로 14장에 달하는 의견서엔 ▲외부 업체에 기관 가치에 위배되는 갑질을 하도록 지시 ▲고성 및 고압적인 태도 ▲직원들의 의견 무시

[이재혁 교수의 CSR 전략-⑨]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 어떻게 해야할까

최근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사회적 가치의 비중이 확대 적용되고 있다. 공공기관이 사업을 잘 운용하고 있는지 평가할 때, 효율성과 수익성보다는 사회적 가치 창출 등의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이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관련하여 빈번하게 논의되는 지표 중의 하나는 일자리와 고용의 질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에게 기대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의 구체성과 그 평가에 있어서 좀더 정교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이란 정부의 투자·출자 또는 정부의 재정지원 등으로 설립·운영되는 기관을 의미한다. 2018년의 경우 338개가 지정되어 있으며, 시장형 공기업, 준시장형 공기업,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세분화된다. 이렇듯 다양한 형태와 목적을 지닌 공공기관에 대해서 사회적 가치 창출 여부를 단순화된 공통의 지표로 평가할 때, 그 객관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사기업처럼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 여부도 해당 공공기관의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기대에 대해서, 고용노동부와 다른 공공기관들이 느끼는 당위성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공공기관이 달성해야 하는 사업의 목표를 사회적 가치 구현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 평가지표를 도출해야 한다. 그 구체적 방법은 무엇일까?   사회가 공공기관에게 기대하는 가치 창출도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총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 이하 SDGs)와 169개의 세부목표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정부차원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K-SDGs)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략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SDGs의 17개 목표들은 상호 배타적이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부문화 확산’ 한다는 국세청, 비영리 연구 활용엔 “정보 못 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해부터 ‘공익법인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 한국NPO공동회의는 국세청 공시시스템에 올라온 9000여 개 공익법인의 결산서류 등을 손수 다운로드했다. 이를 위해 연구보조원 10명을 새로 고용했고, 자료를 다운받고 일일이 코딩하는 데만 5개월이 걸렸다. 국세청에 수차례 공시자료 로데이터(원본자료) 제공을 요청했지만, ‘국세청 고시에 의해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최근 비영리 현장에서는 공익법인 국세청 공시 자료에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공시자료는 누구에게나 공개된 공공 데이터임에도 사실상 전체 데이터에 접근할 길이 없다는 것. 현재 우리나라 공익법인 중 자산 5억원 또는 수익 3억원 이상의 단체는 국세청 홈택스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 공시시스템’에 결산서류, 기부 금품의 모집 및 지출 명세서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국세청 공시 시스템에서는 특정 단체의 이름을 검색해야만 자료를 볼 수 있고, 단체 간 비교 분석을 하려면 각 단체의 공시자료 파일을 일일이 다운로드해야 한다. 기부자와 대중은 물론, 연구자들의 공시 자료 활용이 쉽지 않은 이유다. 2012년, 정부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을 ‘국세청장이 지정한 공익법인’에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후 국세청은 2013년과 2016년 고시를 통해 공익법인 결산서류 데이터 수령 법인으로 (재)한국가이드스타(이하 가이드스타)를 단독 지정했다. 가이드스타는 이를 가공해 비영리정보시스템을 운영해왔으며, 지난 2017년부터는 비영리 평가지표(GSK2.0)를 개발해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단체들을 매년 별 3개 만점인 별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세청이 공시자료 로데이터를 가이드스타에 독점 제공하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민간기관 한 곳이

청세담 9기 입학식…“공익과 저널리즘이 일으키는 시너지를 기대합니다”

“6개월 동안 열심히 활동하며 공익과 저널리즘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배우겠습니다.”(이주연·24) “착한 것들의 경쟁력을 믿습니다. 이 착한 경쟁력을 발굴해 이야기로 풀어내는 힘을 청세담에서 키우고 싶습니다.” (송민기·24) 지난 11일 오후 광화문 ‘스페이스 라온’에서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9기 입학식이 열렸다. 2014년 처음 시작된 청세담은 현대해상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이하 더나은미래)가 영리와 비영리 분야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춘 소셜에디터(공익 콘텐츠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청년 200여 명이 청세담을 거쳐 언론사를 포함해 다양한 공익 분야로 진출했다. 청세담 9기는 약 3대1의 경쟁률을 뚫고, 기자 지망생을 비롯해 공익 분야 활동가, 사회적기업가 등 제3 섹터에서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청년 31명이 선발됐다. 이들은 6개월 동안 저널리즘 및 뉴미디어 강의, 청년 혁신가와의 만남, 비영리 활동가의 토론식 수업과 더나은미래 기자로부터 취재 실습 및 기사 작성 개별 멘토링을 받게 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변화하는 미디어 흐름에 발맞춰 영상부문팀을 별도로 구성해 멘토링을 진행한다. 현대해상 CCO 박윤정 상무는 “앞으로 여러분이 희망하는 공익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청세담 프로그램이 도움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청세담 프로그램의 파트너기관인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의 김정열 이사장도 자리에 참석해 “세상의 여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 교육·문화·공익법인 CS M&E의 양근만 대표는 “청세담에서 청년기자로 활동하며, 비영리를 비롯해 본인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