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홀로 감당해야 하는데 생활력이 없으면 어떡해요.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목소리를 내야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뀌는 건 없지 않습니까.”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유진(52·가명)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씨는 중국에서 낳은 24살 아들과 18살 딸을 홀로 키우는 탈북민 가정의 가장이다. 전씨가 탈북을 결심한 계기는 8년간의 군 생활에서 전역한 뒤 1990년대말 ‘고난의 행군’ 시기에 급격히 어려워진 가정 형편 때문이었다. 집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중국으로 넘어가 일자리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그의 나이 25살이었다. 중국에서 가정을 꾸린 전씨는 곧바로 일터로 나갔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제대로 된 일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한곳에 오래 머물다 보면 누군가의 신고로 몸을 숨겨야 했다. 중국 공안에 잡히면 강제북송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국어에 능숙하지 않아 본인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 전씨가 한국에 온 건 2010년이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틈틈이 보냈다. 그러다 한국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아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와야 했다. 낯선 땅에서 아이들과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보다는 기대가 앞섰다. 하지만 제3국 출생 자녀를 홀로 키워야 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우리 아이들은 중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북한이탈주민 대상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며 “정부 지원이 부족한 탓에 탈북민 한부모의 양육은 끝나지 않는 ‘서바이벌 게임’ 같다”고 말했다. 첫 번째 미션, ‘돌봄과 일’ 두 마리 토끼 잡기 제3국 출생 자녀를 둔 가정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