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
복지 사각지대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한부모 가정 일·양육 어려움 가중

“모든 걸 홀로 감당해야 하는데 생활력이 없으면 어떡해요.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목소리를 내야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바뀌는 건 없지 않습니까.”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유진(52·가명)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씨는 중국에서 낳은 24살 아들과 18살 딸을 홀로 키우는 탈북민 가정의 가장이다. 전씨가 탈북을 결심한 계기는 8년간의 군 생활에서 전역한 뒤 1990년대말 ‘고난의 행군’ 시기에 급격히 어려워진 가정 형편 때문이었다. 집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중국으로 넘어가 일자리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그의 나이 25살이었다. 중국에서 가정을 꾸린 전씨는 곧바로 일터로 나갔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제대로 된 일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한곳에 오래 머물다 보면 누군가의 신고로 몸을 숨겨야 했다. 중국 공안에 잡히면 강제북송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국어에 능숙하지 않아 본인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꼈다. 전씨가 한국에 온 건 2010년이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중국에 있는 가족에게 틈틈이 보냈다. 그러다 한국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아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와야 했다. 낯선 땅에서 아이들과 살아야 한다는 두려움보다는 기대가 앞섰다. 하지만 제3국 출생 자녀를 홀로 키워야 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우리 아이들은 중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북한이탈주민 대상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며 “정부 지원이 부족한 탓에 탈북민 한부모의 양육은 끝나지 않는 ‘서바이벌 게임’ 같다”고 말했다. 첫 번째 미션, ‘돌봄과 일’ 두 마리 토끼 잡기 제3국 출생 자녀를 둔 가정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다.

지난 19일 부산 금정구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본사에서 정고운 대표가 무장애 헬스케어센터을 소개하고 있다. /강다현 청년기자
“장애인의 생활체육 장벽을 낮추면 일상이 건강해집니다”

[인터뷰] 정고운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대표 “여가활동을 하고 싶어도 인프라가 없어 생활체육을 즐기지 못하는 장애인이 많아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공공체육시설이 있지만, 한 번 가려면 3시간은 족히 걸리고, 이마저도 신청인이 많아 이용하려면 수 개월을 기다려야해요. 장애인도 웨이트 트레이닝같은 생활체육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기초 체력도 높일 수 있는데 운동을 못하니 외출도 못하고, 근력도 점차 약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고운(37)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대표는 “장애인의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선 생활체육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는 2020년 설립된 국내 최초 배리어프리 헬스케어센터로 장애인·기저질환자·노인 등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헬스케어 서비스 ‘어댑핏’을 제공한다. 현재까지 온라인과 서울·부산에 위치한 오프라인 센터의 누적 고객은 5000명에 달한다. 지난 19일 부산 금정구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본사에서 만난 정고운 대표는 “병원치료가 끝난 뒤에도 운동하지 않으면 심폐 능력과 근력이  저하된다”며 “어댑핏을 통해 재활치료와 생활체육 사이 공백을 최소화하고 체력과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맞춤 피트니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체육에 집중한 이유가 궁금하다. “물리치료사로 일하며 퇴원하는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집에서 무슨 운동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받았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가 매우 한정적이란 걸 깨닫고 13년 전부터 환자들에게 퇴원 후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운동 영상을 찍어서 보내주거나 관련 동영상을 추천하기도 했다. 5~6년이 지나고 보니 운동을 꾸준히 한 분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무엇보다 세상에 나와 다른 사람과 소통도 하고 활기찬 삶을 살고 있더라. 이때 생활체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함께 할

지난달 13일 만난 안정록(오른쪽) 루트릭스 대표와 김유겸 이사. 안 대표는 “신뢰할 수 있는 수목 데이터를 수집, 활용해 더 많은 사람이 더 건강한 수목을 심고 가꿀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말했다. / 이주희 청년기자
드론 라이다로 수목 데이터 수집… 수목 시장 활성화에 기후위기 대응까지

[인터뷰] 루트릭스 안정록 대표, 김유겸 이사  “앞마당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고 가정해 볼게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나무 가격이나 품질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수목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탓이 커요. 그러다보니 진입장벽도 높아지는 거죠. 수목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공개해 더 많은 사람이 쉽게 나무를 접할 수 있는 수목 거래 환경을 만들고 있어요.” 지난달 13일 만난 루트릭스의 안정록(32)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직원들과 전국을 돌며 나무 농가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직접 나무의 규격, 높이를 입력하고 루트릭스만의 기술로 이미지를 촬영해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했다. 기존에는 수목 공급자가 수기로 나무에 대한 정보를 일일이 기입해야 했다. 정보를 취합할 때 통일된 기준이 없다 보니 이렇게 모은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기도 어려웠다. 루트릭스는 1만평 기준으로 평균 4.4일이 걸리던 수목 데이터 수집 기간을 무려 16분으로 단축했다. 수목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는 검색 필터를 활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원하는 조건의 나무를 찾을 수 있다. 루트릭스는 2021년 창업 이후 2개월 만에 퓨처플레이·소풍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다. 안정록 대표와 김유겸 이사(30)를 서울 강남구 루트릭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안 대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궁극적으로 기후위기 해결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20대 시절 중장년층 문화로 여겨지는 조경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김유겸=조경은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조경을 통해 도심에서도 자연공간을 향유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 조경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대중에게 수목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서 조경에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원더스 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만난 이성범 대표가 ‘옐로펀트 커피’ 드립백을 들고 있다. 옐로펀트 커피는 라오스 북부 지역의 소규모 농가가 원더스 지원을 받아 생산한 아라비카 커피다. /김어진 청년기자
“개도국 사회혁신가 발굴해 농가 자립을 돕습니다”

[인터뷰] 이성범 원더스인터내셔널 대표 “국제개발협력에서 자선보다는 ‘자립’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고 싶었어요. 동정심에서 유발된 자선은 개발도상국 현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저는 실질적으로 ‘성과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해외원조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국제개발활동을 할 수 있는 비영리단체 ‘원더스인터내셔널’(이하 ‘원더스’)을 설립했죠. 2020년 설립 이후 라오스·캄보디아 등에서 현지 사회혁신가를 발굴·육성해 지역 특성에 맞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농부들이 자발적으로 농업 생산성을 증대할 수 있도록 농가를 지원합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원더스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만난 이성범(46) 대표는 ‘옐로펀트 커피’ 드립백을 들고 있었다. 옐로펀트 커피는 라오스 북부 지역의 소규모 농가가 원더스 지원을 받아 생산한 아라비카 커피다. 이 대표는 “원더스는 라오스 3개 주의 8개 마을과 협력해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라오스 북부에 있는 루앙프라방에 설립된 사회적기업 ‘아롬디(Aromdee)’에서 옐로펀트 커피를 소비자들에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옐로펀트 커피가 담긴 머그잔을 사이에 두고 이 대표와 마주 앉았다. -커피 냄새가 향긋하니 좋네요. “그렇죠?(웃음) 옐로펀트 커피는 오직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만 맛볼 수 있는 커피입니다. 원더스는 루앙프라방주의 고산마을 6곳에 신규 커피 묘목 5만주를 지원해 원두 생산량을 늘리고 있죠. 지난 2019년에는 루앙프라방 야시장 입구 광장에 핸드드립 전문 카페를 차리고 루앙프라방 청년들을 고용해 옐로펀트 커피를 판매 중입니다. 로컬 소비자와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좋아요.”  -옐로펀트 커피 사업 말고도 원더스에서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들이 궁금한데요. “원더스의 주요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시장기반 지역사회 개발 사업 ▲현지 혁신 활동가 발굴·협력 사업

사각사각 팀원들이 중앙맨션의 YES 청년환경비축기지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익산=최민아 청년 기자
2030세대 웃음소리 가득… 익산 ‘친환경 청년마을’을 아시나요?

공공·민간·비영리가 함께 청년 공간 조성작업실부터 놀이터까지 모두 친환경으로 “익산 청년들이 모여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어요. 오늘 혼자 참여했는데 달리기 대회에서 1등도 하고, 다른 분들과 어울리면서 대화하니 즐거웠어요. 앞으로도 행사에 참여할 것 같아요.”(정도희·24) “달리기 대회에 참여하려고 고창에서 왔어요. 비도 오고 골목 상가가 전부 닫혀 있어서 참여 인원이 적을 줄 알았는데 엄청나게 북적이더라고요. 퀴즈도 맞추고 샴푸바랑 도마도 받고, 뜻밖의 즐길 거리가 많아서 또 오게 될 것 같습니다.”(김정수(가명)·30) 전북 익산 중앙동에 있는 ‘중앙맨션’ 2층에 러닝화를 신은 청년들이 모였다. 형형색색의 목재 가구들과 목재 소품으로 채워진 이 공간에서 지난달 14일, 사회적 목공기업 ‘사각사각’이 주최하는 ‘지구장이 달리기 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당일 내린 폭우로 인해 행사 규모가 축소됐지만, 열기는 식지 않았다. 20~30대 청년을 포함한 시민과 관계자 50여 명이 모였다. 청년 마을 경과보고를 시작으로 단거리 달리기 대회, 사각사각 퀴즈 대회 등이 열렸다. 참가자들에겐 사각사각의 제로웨이스트 생활용품과 비건 간식이 제공됐다. 달리기 대회 수상자 6명에겐 사각사각 권순표(39) 대표가 수상자의 이름이 새겨진 나무 상패를 전달했다. 익산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중앙동 골목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익산의 ‘명동’이었다. 젊은 사람들로 가득 차 활기를 띠던 상권이었지만, 주변 일대가 개발되면서 새로운 중심지가 형성됐고, 인구고령화, 지방소멸 문제와 맞물려 인구가 감소해 점차 활력을 잃어갔다. 현재는 간판이 녹슬고 차단막이 내려간 폐업 가게들이 상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골목 전체가 어둡고 한산해졌다. 익산에서 나고 자란 김초옥(37) 사각사각

김정희 파랑새발달클리닉 대표는 “장애아동·청소년이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의 ‘경험’을 통해 꾸준히 발달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재활”이라고 말했다. /대구=성이영 청년기자
“집에서도 재활하도록 ‘가활’을 알려드립니다”

[인터뷰] 김정희 파랑새발달클리닉 대표 “아동의 뇌와 행동 발달은 환경에 크게 의존해요. 그렇기 때문에 직접 생활하는 공간에서 함께 어울리는 사람과 학습하는 것이 아동 발달에 좋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의료기관 중심으로 재활이 이뤄지고 있어요. 덴마크나 호주처럼 가정이나 학교를 중심으로 장애아동의 재활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7일 대구 수성구 파랑새발달클리닉 상담실에서 만난 김정희(39) 대표는 “국내 많은 장애아동이 의료영역에만 국한된 재활을 하고 있다”며 “아동이 병원 밖에서도 일상의 활동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맞춤형 재활 정보와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랑새발달클리닉은 장애아동과 청소년의 재활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2018년 설립돼 현재는 대구·안동·구미 등 인접 지역에서 온 장애아동 60여 명이 재활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는 맞춤형 재활 수업과 활동 증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 가정이나 학교에서 쉽게 재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도록 관련 콘텐츠를 유튜브에도 제공하고 있다. -파랑새발달클리닉을 설립한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병원에서 소아 물리치료사로 12년간 근무하면서 병원에서 대기만 하다가 재활의 골든타임을 놓친 아이들을 자주 봤다. 병원 내 전문 인력 부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소아 재활이 병원이라는 공간에 한정돼 있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하면 가정에서도 재활이 이뤄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 설립하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 “옷 입기 등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 장애아동의 재활을 돕는 것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활동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당 활동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정보와 전략을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핵심은

변의현 우시산 대표는 “바다와 해양생물을 구하는 일은 결국 미래 세대를 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울산=김어진 청년기자
산업도시 울산서 나오는 폐플라스틱, 현장용 안전 제품이 되다

[인터뷰] 변의현 우시산 대표  “울산 앞바다는 조선시대에 고래의 바다, 그러니까 ‘경해(鯨海)’라고 불릴 정도로 고래가 많았어요. 그러다 해양오염으로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지금은 개체 수가 크게 줄었죠. 인간이 버린 폐기물을 잘 활용하면 고래를 살릴 수도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우시산’은 울산에서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한다. 변의현(45) 우시산 대표는 “바다 생물들이 다시 울산 바다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찾은 울산 남구의 ‘울산박물관 뮤지엄샵’에는 우시산에서 만든 인형, 양말, 에코백, 재활용품 수거함 등 다양한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언뜻 보면 큰 특징이 없어 보이지만 모두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었다. 변 대표는 지역 상징물인 고래가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으로 인해 숨을 거둔 채 발견된 것을 보고 2019년 업사이클링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이어 “우시산은 ‘우리의 시작은 작았지만, 산처럼 큰 꿈을 꾸는 기업’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언젠가는 울산의 해양생태계를 이전과 같이 되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이름을 얻은 폐플라스틱 세계자연기금(WWF)이 지난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생물의 88%가 플라스틱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 아래 있다. 플라스틱을 먹은 해양생물은 장기가 손상되거나 면역, 생식 능력이 감소한다. 몸속에 미세플라스틱이 남은 해양생물을 인간이 섭취하면 암 유발, 세포 사멸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변 대표는 “우시산의 구호는 ‘세이브 더 오션, 세이브 더 웨일, 세이브 더 칠드런’”이라며 “바다와 해양생물을 구하는 일은 자라나는 미래 세대를 구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시산 제품마다 바다생물 캐릭터가 있다. “우시산에서는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는 해양생물들을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는 “유기동물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려면 ‘동물등록제도’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보민 청년기자
유기견을 다시 반려견으로… “편견 없는 입양문화 만듭니다”

[인터뷰]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우리 사회에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동물 입양을 장려하는 캠페인도 다양하게 진행됐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캠페인 문구는 동물권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구입하는 비율은 여전히 높고, 입양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식품축산부가 지난 2월 공개한 ‘2022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기로 했을 때 개인을 통해 분양하는 비율이 51.9%로 가장 많았다(유료 분양 포함). 펫샵 구매는 21.9%,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나 민간단체를 통해 유기견을 입양하는 경우는 10.4%였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에서 만난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는 “‘유기견은 키우기 어렵다’는 편견이 입양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수의사인 이 대표는 10년 전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들었다. 낮에는 수의사로, 밤에는 개발자로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 입양 보낸 동물은 10만마리. 이 대표는 플랫폼을 만들면서도 “상처 많은 유기동물이 새로운 가정에서 잘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고 했다. 현실은 달랐다. “지난 10년 동안 포인핸드를 운영하면서 제 편견도 많이 깨졌습니다. 사랑과 관심을 주면 아이들은 기대 이상으로 많이 변합니다.” 이 대표는 미디어에서 유기동물보호소의 열악한 환경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이 오히려 유기동물에 대한 편견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에서 본 유기동물보호소를 떠올려보세요. 철창에 갇혀 두려워하는 모습, 털이 뒤엉킨 채 방치된 모습. 관리가 안 된 동물 모습이 보호소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습니다. 보호소는 더러운 곳이고 이곳에 있는 유기동물은

22일 서울 중구 씨스퀘어빌딩 1층 라온홀에서 ‘청년, 세상을 담다’ 14기 수료식이 열렸다. /양수열 C영상미디어 기자
“공익 현장 경험은 소중한 자산”… 청세담 14기 수료식

22일 서울 중구 씨스퀘어빌딩 라온홀에서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14기 수료식이 열렸다. 청세담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 소셜혁신연구소가 2014년부터 운영 중인 공익 콘텐츠 전문가 양성과정이다. 이번 14기 수료생 29명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NGO 활동가, 임팩트 투자자, 공익변호사 등 제3섹터 전문가들에게 현장 이야기를 전해듣는 시간을 가졌다. 현직 기자들로부터 미디어의 역할과 기사 작성 방법을 익히고, 사회혁신가들이 모인 루트임팩트 헤이그라운드 등을 방문하며 여러 공익 현장을 경험했다.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과 교류하면서 네트워킹 범위를 넓히기도 했다. 이날 우수 수강생에 대한 시상식도 진행됐다. 출석, 과제 수행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우수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2명이 선정됐다. 최우수상을 받은 김채운 청년기자는 “비슷한 꿈을 꾸는 청세담 14기 동기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보면서 열의를 북돋을 수 있었다”며 “기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직접 부딪혀보며 인터뷰·현장 기사 등을 작성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대외활동 중에서 청세담을 택한 건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청세담 사회공헌 아이디어 공모전’에 대한 시상도 함께 진행됐다. 현대해상은 지난 5월 청세담 수강생과 수료생의 역량 강화를 위해 사회공헌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했다. 박근영·고해진 청년기자(14기)가 각각 최우수상과 장려상, 13기 동문 강지민 수료생이 우수상을 받았다. 최우수상을 받은 박근영 청년기자는 금융기관 퇴직예정자(시니어)와 저소득 청년의 금융컨설팅 사업을 제안했다. 수료식에 참석한 김시원 더나은미래 편집국장은 “청세담에서 함께한 지난 5개월간 청년기자들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며 성장하는 ‘상호 임팩트’를 만들어냈다”며 “10년째 청세담을 지원하고 있는 현대해상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느린학습자 허모씨가 부산 거제해맞이역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스마트팜 ‘올치(Allchee)’에서 상추를 가꾸고 있다. /부산=박근영 청년기자
느린학습자들이 가꾸는 도심형 스마트팜 ‘올치’

지하철역에서 채소 키워 판매·유통느린학습자 9명 교대 근무로 운영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7월 마지막 날. 부산 거제해맞이역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스마트팜 ‘올치(Allchee)’에서는 다 자란 채소들이 푸른 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느린학습자인 허모(25)씨는 2m 높이의 수경재배 스마트팜에서 채소를 정성스레 수확하고 있었다. 그는 “싱그러운 채소를 수확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허씨는 이곳에서 5개월째 스마트팜 시설을 관리하고, 채소를 수확하고 있다. 채소 포장과 판매, 배송도 모두 허씨의 업무다. 채소로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만들어 스마트팜 옆에 마련된 매장에서 팔기도 한다. 허씨의 꿈은 언젠가 스마트팜을 직접 만들어 사람들에게 수경재배 기술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업무 기술을 잘 배워서 나중에 저만의 수경재배 스마트팜을 차리고 싶어요” 스마트팜 운영은 협동조합 ‘매일매일즐거워’가 맡고 있다. 이곳 외에도 매일매일즐거워가 관리하는 스마트팜은 총 10곳.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느린학습자 총 9명이 하루 3~4시간씩 교대로 일한다. 매일매일즐거워는 2014년 자폐성 발달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이 ‘자폐성 장애인과 느린학습자들에게 즐거운 매일매일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을 모아 설립한 단체다. 처음에는 물놀이 등 즐거운 놀이를 하는 공동체였지만, 차츰 느린학습자들을 위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기관으로 발전했다. 2019년에는 느린학습자 아동·청소년이 사회에 진출할 나이가 됐을 때,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기 위해 느린학습자 청년들이 관리하는 스마트팜 운영을 시작했다. “느린학습자를 위한 경제적 자립 모델을 고민하던 중, 부산 연제구에서 스마트팜 지원 사업을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부산 화신사이버대학교 주차장에 컨테이너 2개 동을 설치하고,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동물 관련 도서를 전문으로 하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민지 청년기자
“동물을 제대로 알면 어울려 살아갈 방법이 보입니다”

[인터뷰]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동물과 우리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펴내면서요.” 동물 전문 출판사인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는 기획부터 편집, 마케팅, 유통까지 혼자 도맡는 1인 출판사 운영자다.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던 시절인 2006년에 출판사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동물 관련 책을 70여 권 출간했다. 반려인을 위한 실용서부터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을 뜻하는 ‘펫 로스’(Pet loss), 유기동물, 동물실험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최근에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3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장애가 있는 개를 주제로 한 책을 제작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카페에서 만난 김 대표는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 제정과 인식 변화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동물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 전문 1인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출판사를 시작한 2000년대 초반은 국내에서 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던 시기다. 그런데 관련 지식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즈음 함께 살던 반려견이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관절염을 앓았다. 정보가 없으니까 “도대체 이게 뭐지?” 싶더라. 가족처럼 지내던 동물의 노화나 죽음을 처음 겪다 보니 심적으로 정말 힘들었다. 당장 내게 필요한 내용을 찾기 위해 외서를 많이 읽었다. 그러다 ‘나에게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어떤 책들을 냈나. “반려동물 실용서를 많이 냈다. 대표적으로 ‘펫 로스’에 관한 책이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와 행복하게 살다가 이별이 너무 힘들어서 더는 동물을 키우지

김태성 케어링 대표는 "커뮤니티 케어 공간이 어르신들에게 때로는 두 번째 집처럼, 때로는 '스타벅스'처럼 편하게 느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김태성 케어링 대표는 "커뮤니티케어 공간에서는 어르신들에게 의료, 식사, 운동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공간이 '제2의 집'처럼 편하게 느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인돌봄의 미래, 요양센터를 어르신 위한 ‘별다방’으로

[인터뷰] 김태성 케어링 대표 창업 3년만에 기업가치 1000억원을 돌파한 예비사회적기업이 있다. 이른바 ‘예비유니콘’에 등극한 요양서비스 전문기업 케어링이다. 요양보호사를 고용해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방문요양센터를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시킨 케이스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의 케어링 사무실에서 만난 김태성 대표는 “방문요양으로 출발해 지금은 어르신들이 직접 센터를 찾아와 서비스도 받을 수 있는 ‘통합재가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며 “요양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무채색 이미지에서 벗어나 피부와 네일 관리도 받을 수 있는 ‘케어링 커뮤니티케어'(이하 커뮤니티케어)라는 공간을 조성하려고 한다”고 했다. -커뮤니티케어가 구체적으로 뭔가요? “지역별로 있는 주간보호센터와 비슷합니다.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크게 요양보호사를 수요자에게 보내주는 ‘방문요양센터’, 기존 거동이 가능한 어르신들을 맞이하는 ‘주간보호센터’로 나뉩니다. 커뮤니티케어는 이 두 가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겁니다. 대부분 지역의 센터들은 영세하기 때문에 각 분야 전문가를 꾸릴 여력이 없어요. 주간 보호만 해도 인력이 늘 부족하거든요. 케어링 커뮤니티케어는 기존의 주간보호센터들보다 대규모로 운영하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도전할 수 있습니다.” -요양서비스의 규모화로 얻는 장점이 또 있을까요.“기존의 주간보호센터를 연결해서 서비스 질을 상향평준화할 수 있습니다. 지역 곳곳을 살펴보면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센터는 많아요. 예를 들어 광주의 한 센터에서는 요양보호사들이 어르신들 피부 마사지랑 네일을 해드렸는데, 어르신들 반응이 무척 좋으셨어요.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긴 어렵잖아요. 요양서비스를 규모화하면 우수 케이스를 전국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의료 서비스도 필요할텐데요.  “커뮤니티케어는 지금까지 전국 10곳에 설치됐는데, 모두 인근 병원과 제휴를 맺어 어르신들의 건강 관리까지 맡고 있어요. 양질의 주간보호를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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