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폭력’이라는 말이 공식 석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 반응은 냉랭했다. 교육 당국은 ‘폭력’이라는 부정적 단어를 ‘어떻게 감히’ 학교라는 숭고한 단어와 조합할 수 있느냐며 극렬하게 반발했다. 지금은 누구나 익숙하게 쓰는 학교 폭력이라는 말이 그때는 그렇게 저항을 받았다. 학교 폭력이라는 말을 세상에 끄집어낸 사람은 푸른나무재단 명예이사장 김종기씨다. 1995년 회사 업무차 떠난 중국 출장길에서 그는 열여섯 살 외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학교 폭력으로 고통받던 아이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아이의 죽음으로 그는 죄책감과 절망감 속에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다. 가해 학생들이 여전히 학교에 남아서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가해자 부모들은 제 아이들의 진학과 앞날을 걱정하며 연락을 피했고, 학교는 폭력을 사춘기 아이들이 겪는 흔한 문제로 치부하며 덮으려 했다.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그는 학교 폭력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로 바라보게 됐다. 자신과 같은 비극을 겪는 아버지가 두 번 다시 없기를 바라며 청소년폭력예방재단(지금의 푸른나무재단)이라는 시민 단체를 설립했다. 정부는 그가 벌이는 일을 몹시 불편해했다. 단체 이름에도 ‘학교 폭력’이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게 막았다.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말라는 게 이유였다.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그가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숙제지만, 인내심과 열정을 가지고 끝까지 그 숙제를 해내는 사람은 대부분 당사자다. 당사자들의 분노와 절박함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어떻게 감히 흑인이 백인과

![[알립니다] ‘청년, 세상을 담다’ 13기 최종 합격자 발표](https://futurechosun.com/wp-content/uploads/2022/03/220324-0006.jpg)
![[알립니다] ‘청년, 세상을 담다’ 13기 면접 대상자 발표](https://futurechosun.com/wp-content/uploads/2022/03/220316-000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