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미등록 이주아동 체류 대책 3년 연장…이제 남은 과제는

[더나은미래 x 아름다운재단 공동기획] 보이지 않는 아이들, 사라지지 않는 권리<5>3년 더 머물 수 있게 됐지만…절반도 못 품은 ‘체류권 대책’ 법무부는 오는 31일 종료 예정이었던 ‘미등록 이주아동’과 그 부모에 대한 한시적 체류 구제 대책을 3년 더 연장한다고 20일 밝혔다. 국내에서 성장한 외국인 청소년들이 체류 불안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지만, 기존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체류 연장 3년, ‘사회통합 교육’ 등 추가 조건 부과 법무부는 2021년 4월부터 미등록 이주아동이 초·중·고교에서 학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시적 체류 구제 대책을 운영해왔다. 초기에는 국내 출생 후 15년 이상 거주한 아동만 대상으로 했으나, 2022년부터는 입국 연령과 체류 기간 기준을 완화해 6세 미만 입국 후 6년 이상 체류한 아동과, 6세 이상 입국 후 7년 이상 공교육을 받은 아동도 포함했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총 2713명이 체류 자격을 부여받았으며, 이 중 아동은 1205명, 부모는 1508명이다. 이번 연장 조치에는 몇 가지 조항이 추가됐다. ▲요건을 충족한 아동의 미성년 형제자매에게도 체류 자격을 부여 ▲부모가 자녀 교육과 양육을 등한시하지 않도록 ‘사회통합 교육’ 참여 의무 부과 ▲국내에서 아동을 보호·양육하지 않은 부모는 신청 대상에서 제외 등이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부모의 체류 신분 문제로 인해 외국인 등록번호 없이 생활해야 한다. 이들은 휴대전화 개통, 건강보험 가입, 은행 거래 등 기본적인 사회적 서비스 이용이 어렵고, 범죄 피해를 입어도 강제 퇴거를 우려해

대학도, 전공도, 취업도…체류 조건에 맞춰진 아이들

[더나은미래 x 아름다운재단 공동기획] 보이지 않는 아이들, 사라지지 않는 권리<4> 미등록 이주아동, 꿈 가로막는 현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미등록 이주아동’이라는 꼬리표는 이들에게 끊임없는 불안감을 안겨준다. 교육을 받고, 미래를 꿈꾸는 것은 기본적인 권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법적 신분이 없다는 이유로 원하는 진로를 포기해야 하거나, 대학을 가지 않으면 강제 출국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오는 3월 31일은 법무부가 시행한 미등록 이주아동의 한시적 체류 대책이 종료되는 날이다. 이에 따라 체류 연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아동들은 원칙적으로 한국을 떠나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7일 법무부 장관에게 “국내 장기체류 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체류자격 부여 방안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대학이 곧 체류 자격, 갈 수도 없고 남을 수도 없는 현실 필리핀 국적의 B씨에게 고등학교 졸업은 곧 한국과의 이별을 의미한다. 현행 제도상 미등록 이주아동은 만 20세까지 한시적으로 체류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유학 비자(D-4)를 받아야만 한국에 머물 수 있다. 즉, 대학에 진학해야만 체류 자격이 연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는 이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없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서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야 해요. 그런데 대학을 안 가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니,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요?” B씨는 필리핀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만 자란 그에게 필리핀은 낯선 나라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갑자기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 가야 한다는 게 너무

“아파도 병원에 못 가요”…건강권 없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현실

[더나은미래 x 아름다운재단 공동기획] 보이지 않는 아이들, 사라지지 않는 권리<3> 미등록 이주아동, 건강권은 어디에 “병원을 못 가니 우울증이 악화됐어요. 스무 살이 되면 추방당할 테니, 그냥 끝내려고 했죠.” 서울에서 태어나 24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대학생 A(24)씨의 말이다. A씨는 한국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미등록 이주아동’이 됐다. A씨는 어린 시절을 모두 주민번호도, 건강보험도 없이 살아야 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 부모의 체류자격이 사라진 순간, 아이의 건강권도 사라졌다 A씨의 부모는 몽골에서 한국으로 이주했다. 두 사람 모두 청각·언어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몽골에서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는 청각장애인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주해 만났고, 결혼해 A씨를 낳았다. 부모는 취업 비자를 받아 입국해 체류 형태에 따라 최대 10년까지 머물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비자 기한이 만료됐고, 가족은 자연스럽게 미등록 체류자가 됐다. “미등록 외국인이 자진 신고 후 출국하면 범칙금을 면제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하지만 한 번 나가면 재입국이 보장되지 않았죠. 어린 자녀였던 저를 남겨둘 수 없었던 부모님은 결국 한국에 남을 수밖에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A씨에게 ‘미등록’ 신분은 아플 때마다 가혹한 현실로 다가왔다. “자주 아팠지만,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병원 진료를 받아본 적이 없어요. 심한 독감도 그냥 집에서 버텨야 했죠.” 국내 출생 외국 국적 아동은 본국 대사관에 90일 이내 출생 등록 후, 출입국사무소에서

미등록 이주아동, 20년간의 임시 대책…여전히 불안한 ‘기본권’

[더나은미래 x 아름다운재단 공동기획] 보이지 않는 아이들, 사라지지 않는 권리<2> 미등록 이주아동 정책 변천사 미등록 이주아동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06년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법적 신분 없이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현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정부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대부분 ‘한시적 구제책’에 그쳤다. 교육과 체류권을 놓고 반복되는 임시 조치는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미등록 이주아동이 언제까지 ‘조건부 체류’라는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하느냐고 지적한다. 언론이 보도한 미등록 이주아동 이슈 속, 한국 정부가 내놓은 미등록 이주아동 정책은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그 과정에서 드러난 한계도 함께 짚어본다. ◇ 이슈 생겨야 대책 나오는 현실, 미등록 이주아동의 불안한 교육권 2006년 4월, 스리랑카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야무나 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학교에서 데리러 가던 길에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체포됐다. 당시 경기도 안산 원일초등학교는 전국 최초로 외국인 노동자 자녀를 위한 특별학급을 운영하고 있었다. 3km나 되는 아들 등하굣길을 함께하던 길이 곧바로 구금으로 이어졌다. 야무나 씨는 6일 후 풀려났고, 인대가 파열된 손목 치료를 위해 3개월 간의 출국 유예를 받았다. 그 사이, 아들은 어머니와 헤어질까 봐 두려워하며 학교에 가지 못했다.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표적단속’ 논란이 불거졌다. 비판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법무부와 협의해 미등록 이주아동의 등하굣길을 이용한 단속을 중단하는 ‘다문화가정 자녀교육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미등록 이주아동이 단속에 대한 두려움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현실을

법도, 제도도 닿지 않는 곳…사각지대에 갇힌 2만 명의 아이들

[더나은미래 x 아름다운재단 공동기획] 보이지 않는 아이들, 사라지지 않는 권리<1> 미등록 이주아동은 누구인가 모든 아동은 차별 없이 보호받아야 합니다. 출신과 국적에 관계없이 교육을 받고, 의료서비스를 누리며,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것이 ‘UN아동권리협약(UNCRC)’이 보장하는 아동의 보편적 권리입니다. 한국은 1991년 이 협약을 비준하며, 아동의 권리를 보호할 국제적 책임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이 권리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미등록 이주아동’이 그들입니다. 더나은미래와 아름다운재단은 ‘보이지 않는 아이들, 사라지지 않는 권리’ 탐사 보도 시리즈를 통해 이들의 현실을 조명합니다. 단순한 동정을 넘어, 구조적 문제를 짚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편집자 주  한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어를 쓰고, 한국에서 성장했지만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출생신고도, 주민등록번호도 없다. 병원에 가는 것도, 학교에 다니는 것도 쉽지 않다. 이들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유령’처럼 살아간다. 출생과 동시에 국적도, 신분도 없이 살아가야 하는 이 아이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미등록 이주아동’이 되는 것일까. ◇ ‘존재하지 않는 아이’가 되는 3가지 유형 가장 흔한 경우는 출생 등록이 누락되는 것이다. 한국 법은 체류 자격이 없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동의 출생 등록을 허용하지 않는다. 미등록 이주아동이 법적 신분을 얻으려면 부모의 본국으로 돌아가 출생 등록을 마친 후, 행정 및 법적 절차를 거쳐 국적을 회복한 뒤 다시 한국에 입국해 외국인 등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DNA 검사, 체류 기록 조사, 법원 판결 등 복잡한 절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