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 편집장의 선진 NGO 견학] ③ 확고한 전문성 갖춘 영국NPO

3년 파트너십 맺는 데 준비만 2년… 꼬장꼬장한 NPO 유언장에 ‘유산 기부하자’ 캠페인 벌이는 NPO 단체들 모금과 후원자 확보 위한 홍보·마케팅 투자 당연시 후원 기업의 모든 정보 모아 인권 침해·부패기업 걸러내 ‘죽을 때 당신의 삶을 남기세요(After Death, Leave Life)’ 세이브더칠드런UK가 올해 벌이는 유산 기부 캠페인 타이틀이다. 세이브칠드런UK는 유산 기부를 받기 위해 2개 팀을 별도로 운영한다. 수지 스테이븐 미래전략 리서치팀장은 “유산 기부와 고액 기부는 우리의 전체 모금액(2억8370만 파운드, 4800억원)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죽음과 신생아의 삶을 연결시키는 전략으로 캠페인을 브랜드화하면서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영국에선 매년 9월과 10월 유산 기부 컨설팅 전문 기관인 ‘리멤버 어 채리티(Remember a Charity)’와 ‘윌 에이드(Will Aid)’가 각각 주도하는 유산 기부 활성화 공동 캠페인이 벌어진다. 영국 전역에서 비영리 단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시민들이 유언장에 ‘유산 기부 하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독려하는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영국에서 만난 NPO 담당자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우선 ‘우리는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라는 비전과 미션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지난해 기업 후원을 1억507만파운드(2500억원) 받은 세이브더칠드런UK는 기업과의 파트너십 기준이 있다. 타냐 스틸 모금후원팀장은 “포르노, 담배, 무기를 판매하는 기업과는 절대 파트너십을 맺지 않고, 제약회사나 정유·가스·광산업, 인권을 침해하는 기업, 아동 학대 경험이 있는 기업, 모유를 대체하는 분유 판매 기업, 부정부패와 연관될 수 있는 보안 경호회사 등은 위험도가 높은 기업으로 분류한다”며 “모든 기업에 관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데, 특정 기업과 사업을 하기 전에

보육원 나온 아이들 홀로 서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아산미래포럼 기획 시리즈 ④ 가정 외 보호 청소년시설에 10년 이상 머문 아동… 보호·의존에 익숙해져 현실감각·해결능력 결여퇴소 하자마자 퇴소정착금 순식간 다 쓰고 하층민으로 전락하기 일쑤계획 없이 대학 진학했다가 학업 놓치고 장학금도 끊겨“정착금, 자립용으로만 쓰고 3년간 사회 적응기 갖는 등 보호·관리 프로그램 필요” 정승진(23·서울 관악구)씨는 20세가 되던 해 1월 1일 보육원을 나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이었다. 14년 동안 단체생활을 하는 게 지긋지긋해 하루빨리 떠나고 싶었다. 자립정착지원금(양육시설이나 그룹홈에서 퇴소하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지자체별로 1인당 100만~500만원 상당을 지급)으로 받은 500만원 중 400만원은 누나와 함께 살 집의 보증금으로 보탰다. 신발 매장에서 일해 번 돈은 월세, 전기세, 생활비, 휴대전화료로 통장을 스쳐 지나갔다. 처음 시작하는 사회생활에 유흥비로 쓰는 돈도 만만치 않았다. 저축은 그림의 떡이었다. 지인에게 사기도 당해 모은 후원금을 모조리 날렸다. 정씨는 “가족이 없는 이들은 대부분 지지 기반이 약해 조금만 잘해줘도 사람들을 잘 믿는 편”이라고 했다. 현재 그는 심기일전해 독산동 한 의류 공장에서 일하며 창업 준비를 하고 있다. 신혜령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아동자립지원사업단장은 “퇴소 후 아동들은 모아놓은 돈을 그동안 자신을 보육원에 방치한 부모에게 줘 버리거나, 경제 관념이 부족해 본인의 생활 기반을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 받는 것에 익숙해진 아이들, 현실 감각·문제 해결 능력 떨어지기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육원 등 아동 양육 시설에 맡겨진 아동(18세 미만)은 2011년 1만5313명이다. 이와 비슷한 규모인 1만5486명은 대리 양육(조손 가정), 친인척 위탁, 일반 위탁 등의 형태로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⑨현대카드 기업문화팀 서동혁 과장

[더나은미래·위즈돔 공동 캠페인] “CSR, 똑같을 필요 없어… 각자 잘하는 것 기부하면 돼” 현대카드 CSR 대표 키워드… 재능기부·자활·자발적 참여 ‘드림실현 프로젝트’ 통해 창업 자금 지원해주면서 교육 및 컨설팅에 도움도 현대카드는 정체성이 확실한 기업이다. 고객에게 배타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 즉 ‘남들과 다르다’는 게 핵심 가치다. 디자인·혁신·창의성 등의 어휘가 늘 ‘찰떡궁합’처럼 따라붙는 이유다. 청년들과의 만남은 그래서 특별했다. 지난 16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위즈돔이 주최하는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의 아홉 번째 강연, 서동혁 현대카드 경영지원실 기업문화팀(CSR담당) 과장과의 만남을 위해 대기자만 10명이 넘는 등 강연 전부터 청년들의 호응이 높았다. 서동혁 과장은 “현대카드의 CSR을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는 재능 기부와 자활, 그리고 자발적 참여”라고 소개했다. “우리가 잘하는 것을 기부하자”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 디자인 관련 프로젝트다. ‘서울역 아트쉘터’가 대표적이다. 평범한 공간을 의미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을 받는 것으로, 전문 디자이너를 참여시킨 공공디자인 기부다. 1만1000여권의 디자인 도서, 그 중 3000권의 세계 희귀도서를 소장한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역시 같은 맥락이다. 서 과장은 “디자인에 관심 있는 분들이 구하기 어려운 책을 볼 수 있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볼 수 있게 한다는 차원에서 이 역시 사회공헌”이라고 말했다. 사회에 흩어져 있는 여러 재능을 찾아 연결하는 것도 현대카드가 추구하는 재능 기부다. 대학생 한 명이 네 명의 고등학생과 매칭해 영어, 수학, 진로교육, 캠퍼스 투어 등을 진행하는 ‘SNU-현대카드 멘토스쿨’, 협력업체로부터 받은 선물을 CSR 부서로 보내면, 이를

[박란희 편집장의 선진 NGO 견학] ② 전문성·역량 갖춘 지원 조직… 이들이 많을수록 비영리단체도 성장

[박란희 편집장의선진 NGO 견학] ② NPO를 위한 중간 지원 기관 비영리단체 지원하는 카프… 교육과 리서치, 캠페인 통해 시민사회 성장시키는 역할 NPO 연합해 모니터링 하고 책임 있는 기업에 투자 권유 비영리단체 전체의 생태계 키우고자 하는 노력 보여줘 NPO(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NPO. 지난달 24일 방문한 카프(CAF·Charities Aid Foundaiton)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카프의 역사는 80년에 달한다. 카프은행을 운영하고, 소셜벤처 투자를 하며, 비영리단체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원은 500여명에 달하고, 연간 1조원 이상의 사업을 벌인다. 컨설팅 그룹을 10개 운영하며, 9개국에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다. 에이미 클라크 자문팀장은 “우리의 파트너는 대기업, 고액기부자, 비영리단체들”이라며 “교육과 리서치, 캠페인 등을 통해 시민사회와 제3 섹터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기브 잇 백 조지(Give it Back, George·돌려줘 조지)’ 프로젝트는 최근 카프에서 벌인 대표적 캠페인이다. 작년 3월, 영국 정부는 자선단체에 기부할 경우 제공해왔던 소득세 감면 혜택(Gift Aid)에 대해 한도액을 정한다고 발표했다. 당장 “고액 기부자들의 기부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반발이 제기됐다. 국제정책 캠페인팀 아담 피커링씨는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보니, 7%의 고액 기부자들이 영국 기부액의 45%나 되는 돈을 기부하고 있으며, 기부자들에게 여론조사를 해봤더니 이번 발표로 인해 기부금이 5억파운드(약 8500억)나 줄어드는 걸 알 수 있었다”며 “7번의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18차례나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정부 부처 장관들과 10차례 미팅을 가졌으며, 1161개 비영리단체들의 서명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이번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뿐 아니다. 카프는 기부에

[박란희 편집장의 선진 NGO 견학] ①영국의 과학적 모금 현황

기부도 이젠 통계와 포트폴리오, 전략의 승부 자선단체 16만개 경쟁 치열 정부 지원금 줄어들면서 통계와 연구자료 바탕으로 모금별… 연 수입 6400억원 옥스팜 후원 중단 비율 줄이기 주력 비영리 전문 컨설팅회사는 비용 대비 모금액 가장 높은 유산 기부 주목, 연구 진행 영국의 자선단체 수는 16만개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비영리민간단체 1만889개(안행부 등록)의 16배다. 자선단체의 역사도 깊다. 영국 옥스팜은 70년 역사를, 세이브더칠드런은 94년 역사를 지닌다. 옥스팜(Oxfam), 캔서리서치UK(Cancer Research UK), 브리티시 하트 파운데이션(British Heart Foundation) 등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채리티숍이 영국 전역에 20만개로, 1년에 모으는 돈은 130억파운드(약 22조원)다. 영국 자선단체는 어떤 생태계로 움직이고 있을까. 기부와 나눔이 일상화된 나라 영국을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9월 말 한국NPO공동회의가 진행한 6박8일의 ‘2013 영국NPO해외연수:모금마케팅 및 국제개발협력’ 연수를 동행 취재했다. 이번 연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후원으로 24개 국내 비영리단체들이 함께했다. 편집자 주 지난달 25일, 영국의 대표적인 NGO인 옥스팜 영국 본부 사무실에 들어서자 일행들 사이에선 “와아~” 하는 탄성 소리가 들렸다. 700명이 근무하는 3층짜리 건물은 외벽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통유리와 햇살이 내리쬐는 아늑한 건물, ‘이곳이 비영리단체 사무실이 맞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1942년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공격에서 탈출한 그리스인을 돕기 위해 시작된 옥스팜. 현재 옥스팜 영국의 수입은 3억6790만파운드(약 6400억원)이다. 후원자 수는 50만명으로, 옥스팜에서 운영하는 채리티숍은 700개가 넘는다. 채리티숍 수익금은 전체 수입의 22%, 개인 기부와 유산 기부 등이 25%를 차지한다(나머지 44%는 정부 및 자선재단 보조금). 참고로, 우리나라 비영리단체

꿈으로 여는 메달 ③ “불치병이라는 말을 듣자 울음이 왈칵 쏟아졌어요”

[더나은미래-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공동캠페인] 꿈으로 여는 메달 ③유도선수 김무영군 앞은 못 봐도 너쯤은 메친다, 이 좌절아 저는 요샛말로 ‘엄친아’였죠 4개 국어와 운동을 잘해 외교관이 되고 싶었어요 어느날 눈이 캄캄해졌죠 병명은 ‘시신경 위축증’… 친구 따라 유도관에 갔다가 올해 꿈나무 선수 됐어요 내년 아시안게임에 나가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거예요 전남 광양에 사는 김무영(17·서울맹학교·시각장애1급)군은 ‘엄친아’였다. 어렸을 때부터 ‘이종격투기’를 배우며 몸을 단련했고, 영어·일본어·중국어를 모두 구사할 만큼 외국어에도 능숙했다. 일찌감치 ‘외교관’이란 꿈도 품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 1년도 안 돼 전교 수석을 차지했다. 11월의 어느 날, 갑자기 앞이 컴컴해졌다. 예고도, 징후도 없이 찾아온 시력 저하였다. “마치 가운데 검고 큰 구멍이 있는 것 같았다”고 한다. 그 구멍은 급속도로 커졌다. “처음에는 주먹만큼 안 보였다면, 2주 사이에 3배 정도까지 커졌다”고 한다. 황망한 마음에 인근 병원을 찾았지만, 검사 결과는 ‘원인 불명’. 앞도 막막하고 미래도 막막했다. 수업도 불가능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엎드려만 있었다. 전교 1등의 돌발 행동에 선생님도, 친구들도 의아해했다. 이듬해 4월, 김군은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정밀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시신경 위축증’이라고 했다. 김군은 대뜸 “어떻게 하면 돼요?”라고 물었다. 어떤 병인지 밝혀졌으니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의사는 말을 잇지 않았다. 김군은 “그때 순간적으로 ‘못 고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원래 멀쩡했으니 나을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5개월을 버텨왔어요. 불치병이라는 것을 안 순간 그 시간들이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어요. 정말 열심히

[아산미래포럼 기획 시리즈] ③ 달라지고 싶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다시 절망하는 아이들

아산미래포럼 기획 시리즈 ③ 비행 청소년국내 소년범 약 8만3000명 보호관찰 후 사회 복귀해도 변하지 않는 환경에 재탈선3명 중 1명 재범 저지르고 2057명은 전과 9범 넘기도비행 초기 즉각 대응하는 협의체 간 핫라인 갖추고가족 관계 회복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마련해야 진명철(가명·15·서울 서대문구)군은 작년 5월 처음 집을 나왔다. 틈만 나면 때리는 아빠가 싫어서였다. 첫 가출은 하루짜리였지만 곧 한 달이 되고, 6개월이 됐다. 또래와 어울리며 오토바이를 훔쳐 팔아 생활했다. 계속된 절도 행각 끝에 경찰에 붙잡혔고, 4호 처분(단기보호관찰 명령)을 받았다. 보호관찰 중이던 진군은 5개월 만에 학교와 사법 테두리를 벗어나 거리로 나섰고, 결국 ‘보호관찰 위반’으로 다시 판사 앞에 섰다. 진군은 현재 ‘살레시오청소년센터’에서 사회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곳은 법원 소년부에서 6호 처분(아동복지시설 및 소년보호시설 위탁 명령)을 받은 아이들이 6개월 동안 거주하는 시설이다. 진군은 “이제 바뀌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백준식 살레시오 청소년센터 센터장은 “아이들이 이 안에서 학교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다지지만, 정작 상당수의 아이는 다시 (시설로) 되돌아오거나, 소년원 등 더 센 처분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 거리의 아이들, 브레이크 없는 비행의 길로… 국내의 소년(10~18세) 인구는 약 582만명. 이 중 약 8만3000명이 소년범으로 분류된다(2012, 통계청·대검찰청). 이는 사법 체계를 거친 아이들의 통계일 뿐, 발각된 적이 없거나, 비행 잠재력이 높은 아이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두 배 이상 높아진다. 소년범의 40% 이상이 절도, 장물 등 재산 관련 범죄다. 2012년 대검찰청 자료에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⑧ “기업만 나서선 한계… 대중이 참여하게 해야 사회공헌 오래갑니다”

더나은미래·위즈돔 공동 캠페인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⑧아모레퍼시픽 사회공헌팀 강승성 부장 디자인 공모·홍보대사 모집 등 일반인 활약할 수 있는 분야 마련해 여성 사회공헌 캠페인 관심 이끌어 “어떤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할지, 분명한 목표와 지향점이 있어야 합니다. 사회공헌을 평가할 수 있는 툴(Tool)은 없지만, 수혜자에게 제공된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꼭 있어야 합니다. 수혜자 입장에서 무엇을 줄 것인지, 그것이 잘 전달됐는지,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런지를 고민해야 하겠죠. 사회공헌팀은 많은 부서와 협업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회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 연구소나 공장, 마케팅부서에서 어떤 이슈가 있는지 관심도 가져야 합니다.” 9년 동안 아모레퍼시픽 사회공헌팀을 맡고있는 강승성<사진> 부장은 “답은 현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위즈돔이 개최한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행사에서다. 아모레퍼시픽은 유방건강 의식향상 캠페인 ‘핑크리본캠페인’, 여성 암환우를 위한 외모가꾸기 교육 프로그램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Make up Your Life)’, 저소득 한부모 여성가정 창업지원 프로그램 ‘희망가게’ 등의 대표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과의 열띤 Q&A를 요약, 정리했다. 특히 이날은 기업 사회공헌 초년생들이 많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여성 사회공헌 캠페인이 지속될 수 있었던 점을 꼽는다면. “선언적인 캠페인에 그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인아웃(In-Out)’ 형식에는 한계가 있다. ‘유방암을 예방합시다’라는 메시지만 전달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대중들이 사회공헌 활동의 주체로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는 ‘아웃인(Out-In)’ 부분을 찾고자 고심했다. 핑크리본을 형상화한 인형을 제작할 때 디자인을 공모하거나, 마라톤

“성공하면 기부하겠다 하지 말고, 일상적으로 나누세요”

김만덕상 받은 여성 CEO, 송경애 SM C&C 대표 여성 CEO 최초로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결혼기념일·생일 등 기쁜 일 생기면 나눠 기부는 용기이자 습관… 내게 주는 선물 같아 1987년 스물다섯에 자본금 250만원으로 시작한 비티앤아이(BT&I)를 2600억원대 항공권을 판매하는 기업체 전문여행사로 키워낸 송경애(51·사진) SM C&C 대표. 비티앤아이는 최근 SM 계열사인 SM C&C에 흡수합병돼, 송 대표는 기업체 고객과 함께 한류스타들을 위한 행사와 투어, 해외촬영 지원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송 대표는 ‘나눔’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사이자 여성 CEO로는 처음으로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결혼기념일, 회사 20주년 기념일, 생일 등 기념일마다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해, 별명이 ‘날마다 기부하는 여자’다. 송 대표는 최근 기부의 일상화에 기여한 공으로 김만덕상을 수상했다. “저는 그냥 기쁜 날에 맞춰 기부합니다. 작년에 아들이 스무 살이 됐을 때 뭘 할까 고민하다가 컴패션을 소개받아 해외 아동 20명을 돕기로 했죠. 한 달에 90만원인데, 우선 제 이름으로 하고 나중에 아들한테 넘길 거예요. 기부는 용기이고 습관이고, 저한테 주는 선물입니다. 누구를 불쌍히 여겨서 하는 건 아니에요.” 송 대표는 “기부(Give)는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지만, 나눔(Share)은 공유하는 것”이라며 “기부보다는 나눔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 대표의 나눔 뿌리는 어린 시절 자란 미국에서부터 싹텄다고 한다. 고교 시절, 아버지와 함께 150달러를 내고 저녁을 먹는 자선파티에 많이 참여했는데 자연스럽게 ‘아~ 남을 도와야 하는구나’라는

[아산미래포럼 기획 시리즈] ② “학교 다녀서 뭐해요? 수업은 못 알아듣고 애들은 간첩이냐고 놀리는데”

아산미래포럼 기획 시리즈 ② 탈북 청소년탈북 청소년 약 6220명 최근 4년간 6%가 학교 포기일반 학생 중도탈락률 6배··· 고학년일수록 비율도 늘어탈북 과정서 겪은 불안함도 학교생활 적응하는데 방해입국 초기에 소통 가르치고 일대일 교육으로 안정 도와야 “학교에 계속 다녀야 하는 이유를 찾기 어려웠어요.” 김성민(가명·19)군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성민군은 지난해 10월,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수업 내용이 도무지 이해되질 않으니, 공부가 재미없었다. 학교에 가면 온종일 엎드려서 잠만 잤다. 수업 태도가 불량하다고 지적하는 교사와 싸운 적도 있다. 교내 ‘문제아’로 낙인찍힌 그가 자퇴하겠다고 말했을 때, 말리는 사람도 붙잡는 사람도 없었다. 중국, 몽골을 넘어 한국 땅에 들어온 지 벌써 10년째. 성민군은 북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때 남한에 먼저 들어온 엄마를 따라 홀로 중국 국경 철조망을 넘었다. 어렵게 밟은 한국 땅. 그는 어눌한 말투 때문에 초등학교 내내 놀림을 당했다. 중학교 때는 “너 간첩 아니냐”며 시비를 거는 아이들을 흠씬 두들겨 팼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책상에 엎드려있는 시간은 늘기만 했다.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어요. 동급생들과 사용하는 언어도, 경험한 문화도 전혀 다르니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저뿐만이 아니에요. 고1 때 같은 반에 북한에서 온 아이가 한 명 있었는데, ‘어딜 가도 손가락질당하는 것 같다’면서 힘들어했어요. 결국 괴롭힘만 당하다가 두 달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습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북한 이탈 주민 수가 약 2만5000명을 넘어섰다. 그중 탈북 청소년(9~24세 이하)은 약 6220명으로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⑦ 포스코 사회공헌실나영훈 차장

[더나은미래·위즈돔 공동 캠페인] “사회공헌은 줄타기예요, 사회와 기업 사이에 균형 잘 잡아야죠” 대기업 인적 관리 활용해 취약 계층과 새터민 채용 지속 가능한 일자리 만들어 사회공헌 담당 꿈꾼다면 CSR에 대한 동경보단 사회적 가치부터 이해해야 “여러분은 기업 사회공헌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나영훈 포스코 사회공헌실 사회공헌그룹 차장이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 대학생이 답했다. “기업이 소비자로부터 거둔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돌려주는 것 아닌가요?” 나 차장이 입을 열었다. “전 일종의 ‘줄타기’라고 생각해요. 줄의 왼쪽으로 기울면 사회적 가치, 오른쪽으로 기울면 기업의 가치가 강해지는 것이죠. 그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포스코는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면서 현지인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2011년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와 함께 다문화가정 자녀를 외국어 전문가로 키우는 10년짜리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다문화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남아 현지에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청중들의 고개가 끄덕였다. 9월 11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위즈돔이 주최하는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의 일곱 번째 강연이 열렸다. 포스코의 사회공헌 이야기를 듣기 위해 23명의 대학생, 비영리단체 활동가,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들이 발걸음을 옮겼다. 강의를 시작할 무렵, 기업 사회공헌 담당자 중 한 명이 말을 꺼냈다. “회사 임직원들이 지역 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하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듣고 싶습니다.” 나영훈 차장은 ‘꾸준함’을 언급했다. “기업의 사회공헌 문화는 단기간에 퍼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10년,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진행을 해야 나눔의 문화가 꽃핍니다.” 나 차장은 1988년부터 진행한 ‘자매마을 결연’이 포스코의 지역봉사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책임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⑥ “나누려는 마음 있으면 다 돼… 주저말고 나서야”

책임 있는 기업, 존경받는 리더 <6> 세정그룹 박순호 회장 100만원에서 시작한 나눔 2008년엔 부산지역 최초로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해 나눔은 여유보다 마음… 몽골에서 지하수 팔 땐 외상으로 기계 사서 보내 앞으로 아프리카에도 물 공급 더 해주고 싶어 작년부턴 사회복지사에 賞 임직원들은 명절 때마다 이웃 찾아가 생필품 전달해 인터뷰를 위해 기다리는 동안, 회장실 밖으로 커다란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왔다. 보고를 마치고 나오는 직원은 양팔 가득 자료를 끼고 있었다. 남성복’인디안’을 비롯해 여성복 ‘올리비아 로렌’, 영캐주얼 브랜드 ‘NII’ 등 10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패션 기업 세정그룹 박순호(67) 회장과 인터뷰할 시간은 딱 1시간. 본사가 부산에 있다 보니 서울지사에 올 때는 빽빽한 스케줄이 밀려 있다고 했다. “출근하자마자 아직 화장실도 못 갔습니다.” 첫인사로 악수를 청하는 그의 손은 거칠고 투박했다. 맨주먹으로 시작해 13개 계열사에 종업원 6000명, 연매출 1조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을 키워낸 40년 역사가 손에 담겨 있었다. 자연스레 사업 이야기가 시작됐다. “경남 함안의 시골에서 자랐는데, 모두가 어려웠던 시대를 지내며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산의 한 지역 시장에서, 장사가 안 돼 문 닫은 건물 2층을 뜯어내고 공장을 차렸다. 74년에 창업한 이후 큰 위기가 세 번 있었다. 가장 어려웠을 때는 1988년 무렵, 재래시장의 도매상을 정리하고 대리점 체제로 유통방식을 바꿀 때였다. 2년 넘게 고민해서 내놓은 안이었으나, ‘재래시장에 물량이 없어서 못 파는데 무슨 짓이냐’ ‘너무 위험하다’고 다 반대했다.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며 크게 성공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