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파트너십 맺는 데 준비만 2년… 꼬장꼬장한 NPO
유언장에 ‘유산 기부하자’ 캠페인 벌이는 NPO 단체들
모금과 후원자 확보 위한 홍보·마케팅 투자 당연시
후원 기업의 모든 정보 모아 인권 침해·부패기업 걸러내
‘죽을 때 당신의 삶을 남기세요(After Death, Leave Life)’
세이브더칠드런UK가 올해 벌이는 유산 기부 캠페인 타이틀이다. 세이브칠드런UK는 유산 기부를 받기 위해 2개 팀을 별도로 운영한다. 수지 스테이븐 미래전략 리서치팀장은 “유산 기부와 고액 기부는 우리의 전체 모금액(2억8370만 파운드, 4800억원)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죽음과 신생아의 삶을 연결시키는 전략으로 캠페인을 브랜드화하면서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영국에선 매년 9월과 10월 유산 기부 컨설팅 전문 기관인 ‘리멤버 어 채리티(Remember a Charity)’와 ‘윌 에이드(Will Aid)’가 각각 주도하는 유산 기부 활성화 공동 캠페인이 벌어진다. 영국 전역에서 비영리 단체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시민들이 유언장에 ‘유산 기부 하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독려하는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영국에서 만난 NPO 담당자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우선 ‘우리는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라는 비전과 미션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지난해 기업 후원을 1억507만파운드(2500억원) 받은 세이브더칠드런UK는 기업과의 파트너십 기준이 있다. 타냐 스틸 모금후원팀장은 “포르노, 담배, 무기를 판매하는 기업과는 절대 파트너십을 맺지 않고, 제약회사나 정유·가스·광산업, 인권을 침해하는 기업, 아동 학대 경험이 있는 기업, 모유를 대체하는 분유 판매 기업, 부정부패와 연관될 수 있는 보안 경호회사 등은 위험도가 높은 기업으로 분류한다”며 “모든 기업에 관한 정보를 수집·분석하는데, 특정 기업과 사업을 하기 전에 세이브더칠드런 내의 이해관계자팀, 미디어팀, 정책관련팀, 글로벌사업팀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사회 멤버 2명 및 관련팀 책임자들이 모여 다수결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일회성 기부가 아니라 최소 3년간의 장기 파트너십이 기본 원칙이다.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 18개월~2년 정도 준비 기간을 갖는다고 한다.
영국에선 NPO가 ‘착한 일을 하는 곳’이 아니라 가치를 추구하는 사명감 있는 ‘전문가 집단’이다(예전에 국내 한 대형 비영리 단체 팀장에게 “홍보 대사인 한 연예인이 자꾸 ‘좋은 일 한다’고 칭찬하기에 ‘월급받는 직장’이라고 아무리 설명해줘도 못 알아들어서 속상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전문가라는 사회적 인식이 통용되기 때문에 NPO 활동에도 큰 제약이 없다. 모금과 홍보, 후원자 관리 등 NPO를 알리고 더 큰 후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투자를 당연시한다.
수지 스테이븐 팀장은 “후원자들이 내는 2파운드 중에서 1파운드88펜스가 아동을 위한 사업비로 쓰이고, 12펜스가 운영·관리비로 쓰인다”며 “시리아 난민 돕기 캠페인과 같은 중요 사안은 저녁 메인 뉴스 시간에 올리는 등 유료 TV 마케팅을 하기도 하고, 잡지나 쇼핑센터 등 무료로 홍보해주는 곳도 많이 발굴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UK의 전체 직원은 1000명인데, 이 중 250명이 펀드레이징팀이라고 한다. 연봉 또한 비영리 단체 중에서도 높은 편이라 시티은행을 40대에 퇴직한 후 세이브더칠드런 기업파트너십 팀장을 맡는 등 영리-비영리 간 인력 교류도 활발하다. ‘신뢰의 자산’이 쌓이다 보니, NPO 활동에 대한 규제나 불신보다는 사회적 지지가 많다. 영국을 대표하는 도서관인 옥스퍼드대 보들리안도서관은 옥스팜의 70년 활동 자료를 모두 아카이빙(Archiving·데이터 보관)하고 있었다.
영국의 NPO는 이제 ‘자선의 시대’를 넘어 ‘소셜 비즈니스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 감옥을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5~10년 후에는 비영리 단체에서 감옥을 운영하지 않을까 싶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기부를 촉진하는 비영리 컨설팅 기관 카프(CAF) 데이비드 홉킨스 매니저는 “국제 개발 협력 NGO인 케어인터내셔널은 개발도상국 주민들에게 기부가 아닌 소액 대출을 해주는 사이트인 ‘렌드위드케어(lendwithcare.org)’를 강화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자선단체뿐 아니라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추세는 점점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