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사회와 이상의 괴리감 저는 오늘도 흔들립니다

현대해상과 더나은미래,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함께하는 ‘청년, 세상을 만나다’ 프로젝트에 응모한 이들의 경쟁률이 9대1을 넘었습니다. 스펙으로 가득한 이력서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습니다. ‘더 이상 봉사활동도 차별화가 안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스펙을 쌓기 위해 이들은 24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외계인도 아닐 텐데, 93년도에 대학을 다녔던 저는 ‘이게 과연 가능한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변변한 스펙이 없는 학생을 보면 ‘그동안 뭘 한 건가’ 싶었습니다. 면접관의 눈높이가 이미 상향평준화돼버린 탓이겠지요. 게다가 이력서 속에 담긴 비정규직의 아픔이 읽히자,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특목고를 졸업하고 SKY 대학까지 졸업했으나, 한번 계약직에 몸을 담근 후 2년마다 계약직을 전전한 채 20대 후반이 된 학생들. 이들은 신입도 경력도 아닌 어정쩡한 존재가 돼버린 듯 보였습니다. ‘딸 둘을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까지 생겨났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딸아이 주변에는 영어, 수학학원을 안 다니는 아이가 거의 없습니다. 어떤 반 친구는 벌써 학원 숙제 하느라 새벽 1시에 잔다고 하더군요.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제 딸은 세 자릿수 곱셈이 느려, 모둠활동에서 민폐를 많이 끼치는 존재입니다. 봄방학을 맞아 아이를 돌봐줄 곳이 마땅치 않아 시골 할머니 댁에 보냈는데, 아이는 “너무 재밌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아이도 어른과 비슷한 모양입니다. 여유 있게 하늘도 보고, 바람 맞으며 산책도 하고, 하릴없이 뒹구는 그 시간이 좋은 게 말입니다. ‘어차피'(피 터지게 공부하느라 고생해봤자 SKY 나와도 좋은 직장 구하기 힘든 세상인데)와 ‘그래도'(좋은 대학이라도 가지 않으면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비영리 시장, 탄탄한 길이 필요하다

설 명절 전후로 흉흉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한 비영리단체에서는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이사장과 전임 회장을 따르던 이들이 갈등을 빚고, 이사장이 아예 일부 반대파 직원을 지방으로 발령 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단체에서는 후원액이 줄어들어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다며, 오래 몸담아온 직원을 구조 조정했다고 합니다. 반면 옥스팜 같은 해외의 유명 국제구호 NGO들은 한국을 두고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라며 속속 국내 상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거리 모금 활동가를 무려 10명씩 뽑기 위해 채용공고를 지난달 냈고 취업설명회까지 열 예정입니다. 펀드레이저(fundraiser·모금가)라는 직업군이 모여 설립한 ‘한국모금가협회’도 2월 말 창립 기념행사를 연다고 합니다. 올 한 해 비영리 시장이 얼마나 격동적으로 움직일지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반이 튼튼한 비영리단체는 굳건하게 성장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자칫 사업을 접어야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때로 이렇게 불붙는 비영리 모금 시장이 약간 불안합니다.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기부를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테크닉(기술)이 너무 앞서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비영리단체를 위한 싱크탱크는커녕 제대로 된 통계자료조차 아직 구하기 어렵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정보를 공유하고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모금시장 격화로 일부에선 폐쇄적 태도를 보입니다. S단체, C단체 등 일부 큰 단체는 중소단체를 위해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함께 연대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비영리 영역이 커지고 성장하려면, 가야 할 길이 첩첩산중입니다. 불투명한 비영리단체 한 곳의 비리 문제로 모금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우선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작은 NGO에게도 단비가 내려야 할 때

‘더나은미래’는 지난 2011년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가 수여하는 ‘제5회 지속가능경영언론상’ 대상을 받았습니다. 언론사에 몸담고 있으면, 이처럼 외부로부터 상을 받거나 지원을 받는 기회가 있습니다. 삼성언론재단, LG상남언론재단, 한국언론진흥재단, 관훈클럽 등 많은 곳에서 기자들의 국내외 대학원 진학 지원, 해외연수 지원, 저술지원, 언론상 시상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숨 가쁜 일상에 지친 기자들에게 이런 외부지원은 역량 강화와 자기계발을 위해 ‘단비’ 같은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비영리단체·복지기관·사회적기업 등 공익분야 종사자들을 위한 외부지원은 많지 않았습니다. 복지기관 종사자 해외연수 프로그램이나 모금·홍보·국제개발협력 등에 관한 교육 등이 일부 있지만, 매우 부족해 보입니다. 지난해부터 저에겐 가끔 “내부 직원들에게 홍보와 글쓰기 전반에 대해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옵니다. 연초부터 몇몇 단체의 지인으로부터 “유능한 홍보담당자 좀 찾아달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비영리단체 중간관리자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괜찮은 것 없느냐”는 문의도 받았습니다. 비영리단체에서 이처럼 적극적으로 직원 역량강화에 나서는 데는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경쟁이 그만큼 심해졌기 때문이지요. 이번호 ‘더나은미래’ 지면에서 보듯, 해외 유명 NGO들은 ‘노하우’와 ‘자금’을 갖춘 채 본격 모금활동을 벌일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수십만명의 개인후원자들을 보유한 대형 NGO들은 보다 세련된 후원자 관리 시스템과 홍보전략으로 ‘집토끼 잡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사회공헌을 통해 함께 사업을 해오던 기업은 점점 ‘전략적 사회공헌’을 강조하면서, 사회공헌팀이 직접 사업을 하거나 가시적인 임팩트(Impact)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약 중소 NGO 대표라면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외부의 충격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NGO들도 전문성 있고 역량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과분한 격려받은 지난 2년… 올해도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이른 새벽 반짝이는 이슬은 하늘을 향하여 불평했습니다. 하나님, 이 차가운 새벽 저를 이렇게 추위에 떨게 하십니까? 진정 저를 사랑하여 만드신 것입니까? 제게 따뜻한 햇볕을 내려 주십시오. 그 소원대로 따뜻한 햇살이 내리비쳤습니다. 그러자 이슬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산마루서신에서) ‘존재의 긴장이 사라지면 존재 자체도 사라진다’. 이른 새벽, 묵상을 위해 이 글을 읽고 여운이 오래 남았습니다. 지난 2년간 더나은미래 편집장 자리를 돌아봤습니다. 고민하고 분투했으며, 때로 안주하고 교만했습니다. 2013년 결산보고서를 쓰느라 한 해 더나은미래 발자취를 들여다보니, 걸어온 자리가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4월 창간 3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를 시작으로 6차례 콘퍼런스를 열었습니다. 공익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킹의 장을 마련하려는 시도였는데, 분에 넘치는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굿네이버스·하트하트재단·코이카·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아름다운가게·초록우산어린이재단·한국사회투자 등 외부 파트너들과 공익캠페인을 벌였습니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아산나눔재단과 함께 ‘아산미래포럼’을 발족한 것은 매우 뜻깊었습니다. 탈북·장애·미혼모·비행·가정외보호 청소년의 자립과 성장을 위해 35인의 현장전문가들과 함께 25번의 좌담회를 갖고, 솔루션을 모색해 보았습니다. 청년 소셜벤처인 위즈돔과 함께 6월부터 7개월 동안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행사를 통해, 13곳의 국내 대표 사회공헌 우수 기업을 초청했습니다. 2주에 한 번 지면을 메우기에도 헉헉대는데, 왜 이런 일을 벌였을까요. 삼성꿈장학재단 손병두 이사장 대담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소명의식’ 때문입니다. ‘더나은미래는 왜 존재하는가’, 누군가 물을 때, 그 답을 좀더 잘 하고 싶어서입니다. 중국 베이징으로 떠날 일정이 막혀 계속 더나은미래 편집장을 하게 된 것도 ‘보이지 않는 손’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4년에도 더나은미래팀은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모두

[청년, 기업사회공헌을 만나다] ⑬홈플러스 사회공헌팀황애경 팀장·끝

[더나은미래·위즈돔 공동 캠페인] “물건 사면 기부하는 착한 소비, 기업 사회공헌 이끌어” 지난 11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위즈돔이 주최한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의 마지막 13번째 강연이 서울 역삼동 동그라미재단에서 열렸다. 마지막 강연자는 황애경 홈플러스 사회공헌팀 팀장. 이날 황 팀장은 청중 앞에서 ‘어린생명 살리기 캠페인’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백혈병을 앓는 아이들이 매년 1300명 정도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병이 악화되기 전에 치료를 받으면 완치율이 75%에 달하지만, 부모의 연령대가 30대 초반인 경우가 많아 치료비를 자체 부담하기 어렵습니다.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를 돕기 위해 작년부터 284개 회사와 공동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어요. 매장 방문 고객이 생명의 쇼핑카트 로고가 붙은 상품을 사면, 해당 기업이 판매 금액의 1%를 기부합니다. 여기에 홈플러스가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으로 금액을 출연해 연 30억원의 기금을 마련합니다. 지금까지 197명의 아이들에게 치료비를 전달할 수 있었어요.” 황 팀장은 “착한 상품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있음을 드러내는 사례”라며 “사회공헌 활동 결과 중 유의미한 내용을 분석해, 협력업체의 추가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연이 무르익을 즈음, 한 청중이 질문을 던졌다. “유통업계는 최근 동반성장,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끊임없이 요청받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황 팀장은 ‘사회공헌 R&D’ 사례를 들었다. “2년 전 협력업체를 포함한 140개 기업 CEO를 대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지를 조사했어요. 약 40%가 사회공헌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예산과 노하우가 지원된다면 사회공헌을 진행할 것인지’를 물었더니 78% 정도가 참여 의사를

“사각지대라는 말 없어지도록… 많은 사람이 함께 나서주길”

아산미래포럼 지난 5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아산나눔재단,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가 기획한 ‘아산미래포럼-사각지대 청소년의 자립과 성장을 위한 민간부문의 솔루션 모색'(이하 아산미래포럼·사진) 콘퍼런스가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지난 6개월간 가정 외 보호·미혼모·탈북·장애·비행 청소년의 5개 분과에 선정된 학계 및 현장 전문가 36인이 총 25회의 좌담회를 통해 제작한 실태 조사 연구보고서와 컨설팅 리포트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정부, 학계, 기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아산나눔재단 정진홍 이사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많은 분이 함께 ‘사각지대’라는 말이 없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정 외 보호 분과)는 “일반인들은 20대 후반~30대 초반 사이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면서 자립을 하는데, 가정 외 보호 청소년은 18세가 되면 시설 또는 그룹홈에서 퇴소를 해야 한다”며 “아동복지사업도 지자체에서 재정을 담당하기에 지원의 수준이 일정치 않다”고 밝혔다. 최승희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미혼모 분과)는 “양육 의지를 보이는 청소년 미혼모의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양육에 대한 지식교육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탈북, 장애, 비행 분과의 발표가 이어졌다. 최재성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원장(탈북 분과)은 “국가 기관의 적응 교육이 끝난 후 탈북 청소년이 사회에 원만히 적응하도록 특화된 브리지(Bridge) 전문교육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수 한양사이버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장애 분과)는 완주군 장애인복지관의 사례를 들며 “발달장애인 학생들이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장기적 전환서비스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비행 분과)는 “비행청소년의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쉼터와 보호관찰제도의

[청년, 기업사회공헌을 만나다] ⑫ “30년 캠페인 유지비결? 사회공감 얻기 위해 꾸준히 설득했기 때문”

⑫ 유한킴벌리 홍보팀 손승우 팀장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할 때 수익까지 창출할 수 있다면 사회공헌 방법 발전하는 셈” “IMF 금융위기 이후 수백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했었죠. 이들이 사회로 복귀하도록 돕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나온 프로그램이 환경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추진했던 숲 가꾸기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회의 비판도 만만치 않았어요. ‘이미 잘 자라고 있는 나무를 왜 베어야 하느냐’는 언론이나 환경단체의 비판이 많았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나 취지를 설명하고 프로그램에 동참하도록 하는 데 2년 정도 걸렸습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의 역사는 숲과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설득의 과정이었습니다.” “유한킴벌리가 30년 가까이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유지할 수 있던 원동력을 듣고 싶다”는 질문에 손승우 유한킴벌리 홍보팀장이 답한 내용이다. 지난 11월 28일,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위즈돔이 주최한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12번째 강연이 열렸다. 손 팀장은 강연에서 지속적인 어젠다 발굴과 사회적 공감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0년 동안 나무심기 활동만 했다면 사회의 관심도 줄어들고, 회사 또한 반복된 업무로 지쳤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유한킴벌리는 ‘숲 조성’이라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 다양한 사회적 어젠다를 계속 개발했다. 여고생이 참여하는 ‘그린캠프’도 그중 하나다. “25년 전만 하더라도 여고생이 캠프를 가는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21세기에는 여성과 환경, 청소년이 중요한 사회적 화두로 부상하고 있어, 여성과 환경을 결합해 글로벌 여성환경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행사에 함께 참석한 안태건 사회협력팀장의 설명이다. 유한킴벌리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발달장애인 고용정책 되레 후퇴하나

연계고용 고시 개정, 장애인 고용 감면 한도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장애인표준사업장 타격 정부는 연계고용 많으면 직접고용 줄어든다고 생각 심각한 발달장애인 고용문제 정부가 싹조차 잘라버린 꼴 지난달 말 “안녕하세요. 저는 베어베터 대표 이진희입니다”로 시작하는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핵심 내용은 ▲지난달 14일 ‘연계고용’ 관련 고시가 개정돼, 기업들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감면받는 한도가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고 ▲이로 인해 베어베터의 가격경쟁력이 없어져 기업들이 거래를 끊게 되면, 더이상 발달장애인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베어베터는 창업한 지 1년 반 만에 발달장애인을 70명이나 고용한 예비 사회적기업이자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베어베터가 커진 것은 ‘연계고용’제도 덕분이다. 하지만 이제 고시 개정으로 인해 제2, 제3의 베어베터를 만들고, 발달장애인 1500명을 채용하겠다는 꿈도 이루기 힘들어졌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더나은미래’가 뒷이야기를 취재했다. 편집자 주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과 사회성이나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발달장애인 중 기업이 누구를 선택하겠어요? 정부에서는 기업의 직접고용만을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증장애인, 그중 발달장애인은 고용되기 어려워요. 직접고용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민간에서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움직임을 막아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요?” 베어베터 이진희 대표의 말이다.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 장애인)을 고용해 제과나 인쇄물을 기업에 판매한다. 발달장애인은 장애인 고용의 사각지대다. 중증장애인 1명을 채용하면 2명으로 인정해주는 ‘더블카운트’제도가 있음에도, 고용 대신 벌금을 낸다. 장애인 평균 고용률은 36%, 지체장애인 고용률은 45.4%지만, 지적장애인 고용률은 14.3%다. 자폐성 장애인의 고용률은 0.6%다(2012년 보건복지부). 지적장애인이 16만7500명, 자폐성 장애인이 1만5900명이니, 15만명가량의 발달장애인이 백수인 셈이다. 이들은 고스란히 복지서비스 부담으로

[더나은미래·위즈돔 공동 캠페인]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⑪ 두산그룹 CSR팀 권재범 차장

“CSR팀 없이 CSR 하는 경영문화 생기길” 지난 13일 서울 역삼동 ‘동그라미재단’에서 열린 ‘청년, 사회공헌을 만나다’의 열한 번째 강연. 권재범 두산그룹 CSR팀 차장<사진>과의 만남에는 유독 많은 학생이 참여했다.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하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일까요?” 권재범 차장의 강연은 CSR과 사회공헌 활동을 구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사회공헌 활동은 CSR의 일부로, 사회공헌 자체를 CSR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권 차장이 2009년부터 몸담았던 그룹의 사회공헌팀이 올해 초 CSR팀으로 바뀐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CSR팀으로 바뀌고 나서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경영활동이나 재무·비재무 관리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쪽으로 역할이 크게 확대됐어요. CSR을 사회공헌 범위 밖에서 생각하게 된 것이죠. 저희의 목적은 CRS팀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CSR이 모든 경영전략과 맞닿아 있도록 하는 것이죠. 실제로 해외 사례를 보면 HR(인사)나 마케팅팀 등 개별 부서 안에서 전략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고려합니다. 사회공헌팀 혼자서는 할 수 없죠.” 두산의 CSR은 ‘사람’을 중시하는 철학에 기반을 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람에게 투자하는 ‘인재 육성’. 1978년 10월 ‘두산연강재단’이 설립되면서부터 이어져 온 기업 정신이다. 권 차장이 처음 일을 시작했던 곳 또한 연강재단이었다. “창업의 초석이 됐던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이 교육과 인재에 특히 관심이 많으셨어요. 교육을 중요시하는 게 집안 내력이기도 했는데, 그게 자연히 사내 인재 육성, 인화(人和) 같은 부분들로 이어졌죠. 당시 ‘장학금 한번 제대로 줘보자’고 만들어진 게 연강재단입니다. 사회공헌 활동 역시 성장과 자립이라는 테마 안에서 이뤄집니다.” ㈜두산의 ‘시간여행자’와 두산인프라코어의 ‘드림스쿨’

[꿈으로 여는 메달] ④ 수영 세계新… 스스로 ‘희망’이 되고 싶어요

[더나은미래-2014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공동캠페인] [꿈으로 여는 메달] ④ 수영선수 조기성군 뇌병변 2급 장애 갖고 태어나 초등학교 짝꿍 여자애가 같이 앉기 싫다고 해 충격 수영대회서 메달 받고 자신감… 하루 1만m 수영 맹훈련 “나도 똑같은 사람인 걸 알았다” 손끝이 ‘터치패드’에 닿았다. 조기성(17·광주고2·뇌병변2급)군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전광판 쪽을 향했다. ’40초11’. 자신의 종전 기록, 그리고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우크라이나의 비노라데츠 선수가 작성한 세계기록(42초60)을 2초 이상 앞선 결과다. 그 순간 방송이 흘러나왔다. “조기성 선수가 한국신기록 겸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고. 지난 9월 30일부터 대구에서 실시된 ‘제3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의 첫째날, 수영 남자 50m 자유형 ‘S3(허리 아래를 움직일 수 없는 장애 등급)’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조군이었다. 조군은 이 대회에서 (비공식) 세계신기록 2개를 포함 3관왕에 올랐다. 조군을 지도했던 박문배 사회복지법인 SRC재활센터 운영팀 과장은 “같은 등급의 외국 상위 랭커들은 90% 이상이 중도 장애”라며 “중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선수가 이 정도 기량을 내는 것은 희귀한 케이스”라고 했다. 조산으로 태어난 조기성군. ‘배밀이’도 못하고, 보행기도 못 타는 아들을 보며 엄마는 그저 “늦되나보다”고만 여겼다. 아들이 뇌성마비인 걸 처음 안 건 13개월째. 조군의 어머니 김선녀(44)씨는 “태어날 때 작은 뇌혈관들이 터져 하반신 기능이 마비됐다고 했다”며 “실감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조군에게 세상은 ‘두려운 곳’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어떤 여자애가 저랑 ‘짝꿍하기 싫다’며 떼를 쓰는 거예요. 나보고 ‘더럽다’고 했죠. 결국 그 여자애는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음을 터뜨렸어요. 상처가 많이 됐죠.” 할 수

1주일에 1시간, 봉투 접는 직업교육… 장애 청소년은 꿈을 접어 버렸다

아산미래포럼 기획 시리즈 ⑤ 장애 청소년高校 3학년에 몰린 취업 교육 이수해도 회사선 사용 못해 2년 근속은 꿈에 나올 얘기장애인 개별 특성 고려없는 일반적 재취업 교육도 문제중학교 때부터 직업 실습하고 고용 지원으로 뒷받침해야 “저희가 도와드릴 부분은 없으니, 다른 부서에 전화해보세요.” 지난 3년간 조성진(23·가명)군의 어머니 박정숙(가명·49)씨가 취업 연결을 부탁할 때마다 시청 사회복지과로부터 나온 답변이다. 시청 내 다른 부서나 해당 지역 복지관에 도움을 요청해도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조군은 지적장애 1급 발달장애인이다. 3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에 수차례 실패해왔다. 2011년 우여곡절 끝에 한 공장에 취직했지만, 선임 작업자는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속도가 느리다’ ‘시킨 업무를 곧바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언을 일삼았다. 망치를 들고 “당장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적도 있다. 3개월 후, 회사가 ‘생산성을 맞출 수 없어 더 이상 장애인 고용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조군은 실업자로 전락했다. 조군은 고등학교에서 직업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1년에 1~2회 정도 지역 카페나 작은 공장을 견학하는 현장학습 정도만 있었다. 어머니 박씨가 학교에 진로 상담과 취업 연결을 요청했지만, 담당 교사는 “우리가 알아봐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하는 수 없이 3년 동안 자비를 들여 조군을 컴퓨터 학원에 보냈지만, 자격증 2개를 따는 데 그쳤고, 이 역시 취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현재 조군은 경기도 한 복지관에서 매월 교육비 7만5000원을 내고 부품 조립과 포장 업무를 배우고 있다. “3년이 지나면 복지관에서 나가야 합니다. 한 복지관에

[더나은미래·위즈돔 공동 캠페인]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 ⑩GS샵 기업문화팀 김은진 과장

“회사가 잘하는 것으로 돕는 게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첫 덕목” “예전에는 아픈 아이를 위한 ARS 기부 방송을 진행했어요. 환아를 돕는 것도 참 의미있는 일이었지만, ‘회사가 잘하는 걸 갖고 도와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착한 상품 판매 방송을 하게 됐어요.” 지난 10월 25일 ‘청년, 기업 사회공헌을 만나다’의 열 번째 주인공 김은진<사진> GS샵 기업문화팀 과장이 ‘기부 방송’을 시작하게 된 사연을 설명하자 청중의 눈이 반짝였다. “사회적기업이 다른 기업과의 경쟁을 뚫고 홈쇼핑 방송에 출연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에요. 이에 PD, 작가, MD, 심의팀, 홍보팀, 쇼핑 호스트들이 함께 모여 사회적기업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방송을 만들었죠. 사회적기업 제품인 ‘위캔 쿠키’를 판매하는 기부 방송이 나간 날 하루 매출이 1년 매출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어요. 심지어 주문 물량을 맞추기 위해 주말에 근무를 할 정도였다고 해요. 이후 사회적기업 제품 기부 방송 활동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김은진 과장은 ‘신생아 모자 뜨기 캠페인’, 대학생 봉사단 ‘리얼러브’ 등을 언급하며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하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강연의 주요 질의응답 내용을 정리했다. ―GS샵 사회공헌의 특성을 하나 꼽는다면.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대학생 봉사단 ‘리얼러브’는 학생들이 직접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한 팀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밴드를 조직했다. 그 팀은 원래 한 학생만 피아노를 다루는 수준이었는데,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대학생들이 스스로 악기 연주를 배워왔다. 본인의 열정을 바탕으로 한 봉사활동이기 때문에 참가자들과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만족도도 상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