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2주짜리 인생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얼마 전 만난 기업 사회공헌팀 관계자가 이렇게 묻더군요. “더나은미래 팀은 어떻게 그리 열정적인가요?” 곰곰이 생각하다 “헝그리 정신이 살아있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기자들의 삶이란 게 늘 그렇듯이, 밤낮이 없고 취재가 있으면 주말에도 현장에 나갑니다. 게다가 더나은미래는 섹션 발행뿐 아니라 대학생 공익기자를 양성하기 위한 멘토링도 하며, 비영리리더를 위한 교육과정에도 나서서 홍보 관련 멘토링도 합니다. 책자도 발간하고, 콘퍼런스 준비도 하고, 공익사업 기획도 직접 합니다. 일도 많고 피곤할 텐데, 더나은미래 기자들은 참 씩씩하고 열정적입니다. 내년 더나은미래가 온라인, 모바일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데, 모두 자기가 CEO인 양 아이디어를 냅니다. 다혈질 편집장인 저는 마감 때면 모질게 기자들을 몰아붙입니다. 마음에 안 드는 기사는 다시 쓰게 하고, 취재가 부실하면 “왜 그것밖에 못 하느냐”고 구박합니다. 마감이 끝나면 항상 후회하지만, 2주마다 늘 ‘도돌이표’입니다. 12월 초, 영국 출장을 가느라고 마감 때 완전히 지면에서 손을 뗐습니다. 불안했지만 눈을 딱 감았습니다. 돌아와 보니, 멋진 지면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편집장의 빈자리를 메워준 팀원들을 보는데, 어느새 성큼 자란 자식을 보는 것처럼 대견하고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이번 송년호 마지막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은 그동안 고생한 우리 기자 5인방입니다. 때때로 ‘이 지긋지긋한 2주짜리 인생’이라고 한탄하면서도, ‘어디 퀄리티 높은 공익 콘텐츠 없는지’ 매일 고민하고, 마감 때면 밤새워가며 원고 쓰는 기자들입니다. 내년에도 더나은미래는 이 든든한 기자들 덕분에 잘 굴러갈 것 같습니다. 어려울수록, 식구들이 더 소중한 법입니다. 유례없는

[더나은미래 논단]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 중심 ‘바우처 제도’를 주목하라

[더나은미래 논단] 최근 한국의 사회복지 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가족 기능 약화 등의 변화는 복지 욕구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공공 사회복지 지출이 2000년 GDP의 5% 수준이었으나, 2014년 배 이상 증가해 10%를 넘었다. 절대적 수준은 아직 OECD 평균(약 22%대)에 비해 여전히 낮지만, 2000년 이후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 중 가장 변화의 속도와 폭이 큰 분야가 사회복지 서비스 영역이다. 2000년대 이전의 사회복지 체계가 주로 생계 보호를 중심으로 한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위주였다면, 2000년대 이후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사회복지 서비스의 확대가 특징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2012년 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은 한국의 사회보장 체계를 기존의 두 축(사회보험과 공공부조)에 사회 서비스를 포함한 세 개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산 측면에서도 2000년대 이후 보건복지부 예산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분야가 노인, 아동, 장애인, 여성과 가족 등 사회 서비스 영역이다. 양적으로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과연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의 복지 욕구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국민의 복지 체감도는 여전히 낮고, 사회복지 서비스는 아직도 값싸고 질 낮은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는 평가다. 양적인 확대를 넘어 이제는 질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질적인 변화를 추동하는 대표적인 흐름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변화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서비스 공급 체계는 전통적으로 공급자 중심 체계로 발전해 왔다. 국민이 국가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권리인 ‘사회권’ 차원에서가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버리니 신선하더군요… 의전 사라진 콘퍼런스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13일의 금요일, 다음세대재단 ‘2015 비영리 미디어 콘퍼런스 ChangeON(이하 체인지온)’에 가려고 대전행 KTX에 올랐습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며 ‘대전까지 내려가 하루를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습니다. 비영리, 미디어, 플랫폼, 혁신, 미래 등 요즘 고민하는 키워드가 담긴 강연 속에서, 제 맘을 울린 건 따로 있었습니다. 하나는 ‘의전도 없고’ ‘내빈 소개도 없고’ ‘식전 사회자도 없는’ 특이한 진행 방식이었습니다. 수십 년간 익숙해진 우리의 행사 진행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화면 속 텍스트와 영상이 사회를 대신하더군요. 내빈 소개 대신, 특이한 참가자를 현장 생중계하니 마치 참가자들이 콘퍼런스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구청장배 줄넘기 대회에 참가한 딸아이를 따라갔다가 30분간 내빈 소개와 인사말을 듣고 박수 치느라 파김치가 되었는데, 이런 탈권위적인 시도가 새삼 반가웠습니다. 또 하나는 비영리 대상 IT 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인 ‘업리프(Upleaf)’ 공동 창업자 엘리자베스 비시의 발표였습니다. 그녀가 직접 방한하는 대신, 영상을 활용해 사전 인터뷰를 한 후 이를 텍스트로 번역해서 영상 발표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요즘 콘퍼런스가 봇물을 이루다 보니, 웬만한 해외 연사들의 방한 행렬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기대에 차서 콘퍼런스에 가보면, 엉망진창인 동시통역 때문에 짜증날 때도 많고, 관객 수준에 맞지 않게 기초이론만 늘어놓아 실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관객 수준을 예측한 정확한 질문, 제대로 된 번역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맞춤형 발표’를 듣게 돼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픈 세션을 통해 평범한 참석자들이 ‘비영리와 미디어’를 주제로 자신들의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로 그리는 사회적 기업의 미래] ⑤ 統一로 맞잡은 손… 서로에게 더욱 집중할 때

미래 지도 프로젝트 (5) 전문가 12인의 대한민국 통일 진단 남북 관계, 상호 신뢰 쌓기 위해… 선교류 늘리고 경제 지원 늘어나야 탈북자 교육·취업 지원 시급해 사회적기업 경험, 통일 후 자립 도울 것 통일 여론이 뜨겁다. 현 정부는 ‘통일 대박’을 위한 구상 및 정책들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고, 국민의 55.9%는 ‘통일이 남한에 이익이 된다’고 답할 만큼(2014 통일의식조사·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통일을 향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에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사회적기업연구소,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정부와기업연구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미래 지도 프로젝트(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사회적기업 간의 미스매치를 살펴보는 기획)’ 다섯째 순서로 통일 전문가 12인을 만나 현안과 대안을 찾고,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심층 진단했다. 편집자 주   더나은미래가 통일을 위해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이슈를 꼽아달란 질문을 던지자, 전문가 12인 모두 “접촉면이 넓어져야 변화가 시작된다”면서 남북 교류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넓은 의미의 통일은 북한을 바로 아는 것”이라면서 “남북 교류를 증대해 상호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한 해 동안 5·24 조치의 효과와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했지만, 올해 비무장지대 ‘목함 지뢰’ 사건 전후로 남북 관계가 냉탕과 온탕을 수없이 오갔기 때문.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정부가 지난 7년간 대북 지원은 물론 문화·예술·체육 교류까지 막아놓은 상황이라 남북 간 이질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통일 문제를 이념 갈등, 정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태가 더 이상 벌어지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간 합의사항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모금액의 0~15% 수수료로

비영리단체 참고할 만한 사이트별 운영 정책 비교 내년 1월 ‘크라우드펀딩법’ 시행을 앞두고, 온라인 모금 시장이 다각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 29일 첫선을 보인 카카오의 ‘스토리펀딩(storyfunding.daum.net)’을 시작으로, 비영리단체가 크라우드펀딩을 하나의 소통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8월 3일에는 SBS가 비영리단체가 참여하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나도펀딩(nadofunding.sbs.co.kr)’ 사이트를 공식 오픈했으며, 해피빈도 지난 6월 말부터 크라우드펀딩 베타 서비스(happybean.naver.com/crowdFunding/Home)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이에 비영리단체가 참고할 만한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의 운영 정책을 비교해봤다. 지난달 27일, 카카오에서 1년간 운영하던 ‘뉴스 펀딩’ 서비스를 ‘스토리펀딩’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수수료 정책을 홈페이지에 명시했다. 플랫폼 수수료 10%, 결제 수수료 5%로, 기본적으로 15%의 수수료를 책정한다. “공익 프로젝트에 차등 수수료를 책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카카오 ‘스토리펀딩’ 김귀현 총괄은 “기존에는 콘텐츠 원고료 개념으로 원천징수(3.3%)를 했지만, 스토리펀딩으로 개편되면서 수익형과 후원형으로 프로젝트 성격을 나눠 후원형의 경우 원천징수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순수 모금형 프로젝트의 경우, ‘희망해(http://hope.daum.net)’를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SBS의 ‘나도펀딩’은 비영리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해 3월까지 ‘희망내일 프로젝트 눈사람’이라는 주제로 뉴스의 주인공을 돕는 크라우드펀딩을 파일럿으로 실시한 것이 모체다. 무주 독거노인 김순이 할머니의 사연이 뉴스로 보도되자, 304명이 참여해 목표 금액의 3배가 넘는 952만원이 모였다. 지금까지 이렇게 나도펀딩에 참여한 사람은 3800여명, 누적 펀딩 금액은 2억에 이른다. 밀알복지재단과 환경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모금 창구 역할을 하며, 수수료는 10%(결제 수수료 5% 포함)다. SBS 사회공헌팀과 함께 나도펀딩을 담당하고 있는 뉴미디어팀 권영인 기자는

“수수료는 없습니다, 좋은 프로젝트에 힘 실어줘야죠”

인디고고 비영리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제너러시티’ 목적·목표액 정하면 별도 절차 없이 이용 가능 “크라우드펀딩, 비영리 활동 돕는 핵심 역할 하길” ‘수수료 0원’ ‘모금 개시를 위한 소요 시간 단 5분’. 세계 최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디고고(IndieGoGo)’가 개설한 비영리 모금 사이트 ‘제너러시티(Generosity·기부)’의 파격적인 이용 조건이다. 대부분의 크라우드펀딩은 모금액의 일정 비율이 사이트 수수료로 빠지는 반면, 제너러시티는 기부금 전부가 비영리 프로젝트에 사용될 수 있다. 모금도 ‘무엇을’ 위해 ‘얼마’를 모을지만 정하면, 별도 승인 절차 없이 즉시 실행할 수 있다. 지난달 K-ICT 본투글로벌센터에서 열린 크라우드펀딩 세미나에 참석한 존 바스키스(John Vaskis·사진) 인디고고 시니어 디렉터는 “크라우드펀딩이 대중적인 모금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12년 인디고고에서 허리케인 ‘샌디’로 폐허가 된 지역을 재건하자는 모금활동이 시작됐습니다. 캠페인이 소문 나면서 모금 기간 종료 후에도 3번의 유사한 캠페인이 더 진행돼, 1년 반 만에 108만달러(약 12억원)를 모았죠. 그때 대중의 비영리 활동에 대한 강한 니즈를 발견했고, 이들에게 우리 채널을 열어 힘을 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기업 정신은 좋은 프로젝트에 사람과 돈을 모아 빠르게 실현시키는 것인데, 비영리 모금은 시간을 다투잖아요. 이 때문에 누구든지 원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수수료를 없애고 사용 방법을 단순하게 했습니다.” 이 덕분에 1년 새 인디고고에서 비영리 기부(Non-profit causes) 규모는 22개 모금 영역 중 셋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최근엔 개인 모금자들뿐만 아니라 이용자 영역을 비영리단체들까지 확대했다. 존 바스키스 디렉터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사람들은 단순히 자금만 제공받는

이야기가 있는 모금… “다음 글이 기다려져요” 팬이 된 후원자

크라우드펀딩 뛰어드는 NPO 매력적인 대중 홍보 창구 포털 사이트에 스토리펀딩 콘텐츠 노출 더 많은 사람들에 전달… 이슈화도 쉬워 전문 작가와 협업해 제작 진행하기도 代價 있는 기부? 보상시스템 우려 에코백·텀블러 등 후원자에 기념품 제공 “펀딩 성과 바로 보여 신경 안 쓸 수 없어… 리워드 위한 후원 따로 받아야 할지 고민” 비영리단체들이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으로 뛰어들고 있다. 올해 4월 14일, 비영리단체로는 최초로 국경없는의사회가 카카오의 ‘스토리펀딩(前 뉴스 펀딩·storyfunding.daum.net)’의 포문을 연 데 이어 세이브더칠드런(6월 9일), 월드비전(6월 18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8월 4일), 밀알복지재단(8월 6일)도 스토리펀딩에 참여했다. 비영리단체들이 기존 온라인 모금이 아닌 ‘크라우드펀딩’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토리펀딩’을 중심으로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비영리단체들의 이야기를 심층 취재해봤다. ◇크라우드펀딩, 모금보다는 ‘애드보커시(Advocacy)’ 창구 국경없는의사회가 ‘스토리펀딩’의 첫 주자로 나선 데는 단체의 특수성이 작용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71년 나이지리아 내전으로 인한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 의사와 언론인이 함께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사실 스토리펀딩을 먼저 제안한 곳은 카카오다. 국경없는의사회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최정혜 과장은 “단체의 주요 활동 중 하나가 ‘의견 표명 활동(speaking out)’으로 명시돼있다”면서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저개발국의 모성 보호 문제’를 심층적으로 알리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목숨을 건 엄마들’이란 제목으로 저개발국의 산모 사망률 문제를 10회차로 연재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네티즌 416명이 후원에 참여했고, 총 726만7000원이 모였다. 크라우드펀딩은 매력적인 대중 홍보 창구로 활용됐다. 비영리단체는 모두 “스토리펀딩의 콘텐츠가 포털 사이트 메인에 노출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알릴 수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로 그리는 사회적 기업의 미래] ④ 꽉 잠긴 ‘노동시장 문’ 열어줄 열쇠는?

[미래 지도 프로젝트](4) 전문가 12인의 대한민국 일자리 진단 정부, 효율성·영향력 부족한 노동시장 정책에 일자리 양극화와 청년실업문제 도돌이표 대기업·사회적 합의로 노동불안정 해결하고 사회적기업은 지속가능한 수익구조 마련해야 최근 20~30대 젊은층은 우리나라를 ‘헬조선(hell+조선의 합성어)’이라 부른다.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자조적인 표현이다. 어려운 취업 문제가 주요 요인 중 하나다. 한국의 올해 1분기 청년실업률은 10.9%, 체감 실업률은 11.3%에 달한다(OECD). 청년 10명 중 1명이 실업자란 얘기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 ㈜STH.I.S와 함께 빅데이터 분석을 한 결과 ‘안전(336만8060건·77.45%)’과 ‘부동산 대책(65만7074건·13.8%)’ 문제 다음으로 ‘청년 일자리(14만735건·2.97%)’와 ‘비정규직(10만6996건·2.2%)’이 온라인상에서 해결이 시급한 사회 문제로 꼽혔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사회적기업연구소,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정부와기업연구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미래지도 프로젝트(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사회적기업 간의 미스매치를 살펴보는 기획)’ 네 번째 순서로 비정규직 및 청년 일자리 전문가 12인을 만나 현안과 대안을 찾고,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심층 진단했다. 편집자 주 더나은미래가 ‘노동 불안정’을 야기하는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를 꼽아달란 질문을 던지자, 전문가 12인 모두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와 ‘노동 시장의 경직성’을 꼽았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OECD 평균 대학진학률이 50%인데, 우리나라는 70%에 달한다”면서 “대졸자 중 취업 못한 청년이 116만명, 중소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이 100만명이라 수치상으론 실업이 없어야 하는데 노동 시장과 학력 간 미스매치가 심화돼 해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5년 9월 기준 고용률이 60.9%까지 올랐지만, 15~29세 청년고용률은 41.7%(통계청)에 불과하다. 금재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력개발학과 교수는 “노동 시장이 경직돼 있다 보니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경쟁의 그늘

대학생 기자단을 멘토링할 때마다 복잡한 마음이 듭니다. 소위 ‘스카이(SKY)’라 불리는 명문대생들이 언론사 입사라는 치열한 바늘구멍 뚫기 경쟁을 하면서 고민하는데, 해줄 말이 별로 없습니다. “요즘 신문사는 예전 같지 않아. 온라인으로 매체의 주도권이 옮겨간 지 오래야.” 열망이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앞에 두고 이렇게 말하기가 좀 그렇습니다. 편집장이 아닌, 학부모로서 이들을 보면 더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아니, 명문대에 들어가려고 초등학교 2~3학년 때부터 미친 듯이 학원 다니면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목적지에 안착하기가 이렇게 힘들단 말인가. 그럼 우리 애는 공부시키지 말아야 하나. 아니야. 공부해도 이렇게 힘들다면, 공부 안 하면 더 힘들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절로 듭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지는 않았겠지요. 이런 패배적인 생각은 경쟁에 뒤처진 일부의 불평불만에 불과하다고 하기엔, 요즘 상황이 매우 심각해 보입니다. 어떤 분은 그러더군요. “우리 사회의 온도가 무척 차가워진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하면 확실히.” 이분은 심지어 대안학교에서도 왕따와 같은 현상이 있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소속감과 안정을 느끼는 공동체가 점점 없어지는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가정이라는 마지막 보루조차 많이 깨지고 있으니까요. 변변한 자원 하나 없던 우리나라가 이렇게 성장해온 건 분명 치열한 ‘경쟁’의 힘이 뒷받침되었을 겁니다. 무슨 제품이든 누군가 새로운 걸 만들어 히트시키기만 하면, 1등 프리미엄을 몇 달 누리기도 전에 금방 뒤쫓아온 2~3등이 오히려 더 잘나가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니까요. 하지만 이제 경쟁은 우리에게 그늘을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 경쟁이라는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나은 미래 논단] 사회적 기업, 뭉쳐야 산다

결혼 이주 여성들이 주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카페오아시아’라는 사회적협동조합은 서울과 인천, 광주를 비롯해 경기도 광주와 여주, 광명, 분당 등에서 직영점 4개를 포함해 조합카페 26개를 운영하고 있다. 3년 전 설립 당시 결혼 이주 여성이나 탈북 주민,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운영되던 사회적 카페 10개가 모였다. 소규모 카페들이 골목 상권에서 ‘혼자’ 생존해 일자리를 지켜내기 쉽지 않다는 것에 인식을 같이했다. 그리고 혼자일 때는 하기 힘들었던 원두 및 부자재의 공동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공동 마케팅 및 메뉴 개발, 공공기관 점포 유치 등의 사업을 전개해 왔다. 카페오아시아는 연대와 네트워크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설립 당시와 비교해 조합카페 점포 숫자와 취약계층 고용 인원이 40%가량 늘었다. 또 적은 비용의 창업 지원을 통해 카페 창업과 운영 모델 확산이 가능해졌고, 공공기관 카페 입점도 훨씬 용이해졌으며, 타 사회적 기업의 제품 구매도 늘어났다. 아직은 넘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지만, 네트워크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기 시작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태생적으로 자원이 부족한 신생·소규모 기업들이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고 지속적인 성장을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 네트워크는 단일 기업으로는 얻지 못할 경험, 지식 및 자원에 접근할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 네트워크가 기업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많이 보고되고 있으며,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는 중요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도 네트워크 연구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로 그리는 사회적 기업의 미래] ③ 취약계층 구제할 ‘착한 공급자’는 어디 있나

[미래지도 프로젝트] (3) 전문가 12인의 대한민국 가계부채·부동산 대책 진단 국내 사회적 기업 1299곳 중 6%만 소득 및 주거불안 문제 해결에 집중 그중 ‘에듀머니’·’두꺼비하우징’ 취약계층 가계부채 해결 성과 높아 가계 부채가 110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 부채에 대한 국민의 불안 심리는 더욱 높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가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자회사 ㈜STH.I.S와 함께 빅데이터 분석을 한 결과, ‘안전(45%)’ 다음으로 ‘가계 부채(20%)’가 해결이 시급한 사회문제로 꼽혔다.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가계 부채와 연관성이 깊은 ‘부동산 대책’ 문제가 65만7074건 검색돼, 청년 일자리(14만735건), 비정규직(10만6996건), 보육(9만1842건)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사회적기업연구소,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정부와기업연구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미래지도 프로젝트(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사회적기업 간의 미스매치를 살펴보는 기획)’ 세 번째 순서로 가계 부채 및 부동산 대책 전문가 12인을 만나 현안과 대안을 찾고,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심층 진단했다. 편집자 주 더나은미래가 ‘소득 및 주거 불안’을 야기하는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를 꼽아달란 질문을 던지자, 전문가 12인 모두 ‘부동산 시장 불안정’과 ‘빈부 격차(가구 빈곤)’를 꼽았다. 손종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기에 월세 제도에 대한 보완 없이 전셋값이 폭등하니,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주거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고, 소비와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9월까지 서울 주택의 전세 가격은 작년 한 해 상승률 4.27%를 크게 웃도는 6.37%까지 뛰었고,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 절반 이상이 3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고정 금리, 분할 상환 등 가계 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乙’과 ‘파트너’ 사이

“NGO 영역은 미국에서 세 번째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직업군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온통 공공 영역, 관(官) 주도뿐입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청년희망펀드’ 후원을 하다 보니, 자발적이어야 할 기부금이 마치 준조세 거둬지듯 하고, 민간이 아니라 정부 공무원들이 나서서 사업을 설계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취업 면접 때 입을 정장을 지원해줘야 하는가’라는 어이없는 사업도 논의되는 것이지요. 흔히 정부가 민간 파트너라고 하면 ‘기업’만 생각하는데, 이제 ‘NGO’도 파트너로 여겨야 합니다.” 미국 NGO에서 10년 넘게 일한 관계자가 해준 말입니다. 올해는 어딜 가나 ‘파트너십’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그만큼 문제가 많이 심각하다는 뜻일 겁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계약을 맺을 때, 갑(甲)과 을(乙)이라는 용어를 많이 씁니다. 돈을 주는 쪽은 갑이고, 돈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는 쪽은 을이라는 고정관념이 이 용어 속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영국의 사회적 기업 전문가와 최근에 만나 점심을 먹었는데, 또 파트너십이 화두로 올랐습니다. “우리나라는 동등한 파트너십을 맺기가 매우 힘들어요. 왜 그럴까,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돈이 아닌 다른 자원(resource)을 전혀 자원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더라고요. 사업을 하는 기관이 가진 네트워크, 브랜드, 사업 수행의 전문성 등 비금전성 자원을 별로 가치 있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영국은 바로 이 지점이 달라요. 파트너십을 맺기 전에는 매우 까다롭게 서로의 역할을 논의하지만, 파트너십 이후에는 돈이 아닌 서로의 전문성을 모두 돈과 똑같은 가치로 여기거든요.” ‘바로 이것이구나’ 싶었습니다. 왜 우리나라는 돈을 제공하는 기업이나 정부는 파트너 단체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