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제복은 壽衣… 일하다 다쳐도 국가 지원은 하늘의 별 따기

부산 해운대소방서 중동 119 안전센터 노재훈 소방관 인원 모자라 3교대도 어려워 7~10월엔 종종 24시간 근무 부산의 한 색소 회사.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장은 참담했다. 인화성 물질인 색소 가루에 불이 옮아 붙으면서 화마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었다. 소방 호스로 물을 뿌렸지만 오히려 색소 가루가 떠오르면서 사방이 불바다로 변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아찔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화재 진압용 물줄기가 일으킨 바람에 날린 색소 가루가 소방관의 장화와 옷, 얼굴을 뒤덮었다. 눈·코·입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독한 색소에 숨을 쉬는 게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호스를 놓을 수는 없었다. 고성능 화학차가 도착해 소화 거품을 쏟아낸 지 두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겨우 불은 꺼졌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퇴직을 고민했던 소방관은 결국 방화복을 벗지 못했다. 올해로 23년째 화재 현장을 뛰고 있는 노재훈(47·사진) 부산 해운대소방서 중동119 안전센터 소방관의 이야기다. “1993년 9월 경북 문경소방서에서 소방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부산 사하소방서에 있을때는 사고가 워낙 많이 나서 2시간 이상 진압해야 하는 화재 현장을 하루에 7차례 이상 뛰기도 했어요. 요새는 건물에 소방 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안전 의식도 높아져서 화재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대신 안전사고나 구급 현장에 많이 출동하는 편이죠. 24시간 센터를 운영해야 하는데, 중동은 인원이 많지 않아서 8명씩 구성된 3개조가 맞교대를 서고 있어요. 원래대로라면 3교대를 해야 하지만 근무자 중 누군가가 휴가나 교육을 가게 되면 인원에 공백이 너무 크니까 맞교대를 설 수밖에 없습니다. 인근

직업에 貴賤 없다? 매일 무시당하는 게 우리 일이죠

노동… 외면 당한 삶의 현장 병동 청소하다 오염된 주삿바늘 일주일에 서너 번씩은 찔려요 OECD 28개 국가 중 ‘여성이 일하기 좋은 나라’ 꼴찌(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2015), 최저임금 이하 소득 노동자가 7명 중 1명꼴로 가장 많은 나라(OECD, 2015).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노동 현실’은 국제사회 성적표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지난 한 해 일한다는 이유로 고통받아야 했던 근로자들이 현실을 짚어봤다.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 병실에 무시하고 들어가려는 보호자에게 ‘그러면 안 될 텐데요’라고 했더니 바로 욕설이 날아오더군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조용히 뒤로 돌아 나오는 것뿐이었어요. 하는 일이 청소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을 멸시하는 그 눈빛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적응하기 힘드네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10년째 청소일을 하는 윤석현(가명·61)씨. 그는 일할 때 인간적 존중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윤씨는 “맨 처음 청소를 시작했을 때는 사람들의 무시하는 눈길이 어찌나 낯설고 무섭던지 3개월 동안 8㎏이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병동을 청소하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오염된 주삿바늘에 찔린다. ‘사용한 주사기를 지정된 쓰레기통에 버려달라’는 그의 부탁은 1년차 인턴에게도 제대로 가닿지 않는다. “쓰레기통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아무 데나 주사기를 버리는 의사 선생님들이 있어요. 특히 1년차 인턴 선생님들이 가장 힘들어요. 한번은 용기를 내서 조심스레 ‘주사기만이라도 쓰레통에 넣어달라’고 했더니 ‘뭐야, 재수없어’라며 눈을 흘기더군요.” 사용한 주삿바늘에 찔릴 때마다 윤씨는 자신이 청소한 병실의 쓰레기를 검사실로 가져가야 한다. 쓰레기에서 감염균이 나오든 그렇지 않든 검사를 받는 것이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연탄의 추억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지난 연말, 더나은미래 기자들과 함께 연탄 봉사를 했습니다. 늘 다니는 성수동 지하철역 근처였는데, ‘뒷골목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쪽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 연탄 때는 집이 딱 두 곳밖에 없다 보니 이런 지역은 오히려 기업에서 ‘그림이 안 돼’ 거의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연탄을 나르는 우리를 못마땅한 얼굴로 지켜보던 한 노인은 “그 정도면 됐다”고 면박을 주었습니다. 반면, 중년 아줌마는 우리를 도와 열심히 계단을 오르내리며 연탄을 날랐습니다. 알고 보니 노인은 쪽방 아줌마에게 밀린 월세 독촉하러 온 집주인이었습니다. 쪽방에 혼자 산다는 아줌마는 “작년에는 초봄까지 추웠는데 연탄이 없이 지내다 다리 근육이 마비되기도 했다”며 “연탄 한 장 한 장 땔 때마다 여러분을 생각하겠다”며 고마워했습니다. 그녀의 사연이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보진 못했습니다. 기자들에게 “연탄 때 본 적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1년가량 연탄을 때고 ‘곤로’에 밥을 해먹는 고등학교 1학년 자취 시절을 보냈습니다. 오랜만에 연탄을 보니 그 시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친구와 저는 각각 월세 3만원씩 내고 쪽방에 같이 살았는데, 그 집에는 온갖 군상이 자취를 하고 있었습니다. 시시때때로 부부싸움으로 악다구니를 쓰고 가재도구를 마당에 집어던지는 중년 부부도 있었고, 가난한 집안을 일으켜 세우겠다며 세무대학 입학을 목표로 공부하던 독학생도 있었습니다. 연탄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저는 저녁 자율학습 시간에 잠깐 빠져나와 자취방으로 내달렸습니다. 제 자취집에선 우리 고등학교의 화장실 창문이 다 보이고 친구들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연탄불을 간 후 급히

[Cover Story] 나는 대한민국 1%입니다

[Cover Story] 더나은미래가 만난 50人의 특별한 이웃 前 농구 국가대표 김영희 “거인병으로 쓰러진 나를 일으킨 건 나눔” 5152만9338명.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의 숫자입니다(2015년 12월 기준). 아파트에선 경비원 아저씨, 회사에선 청소부 아줌마, 식당에선 아르바이트생을 쉽게 마주칩니다. 요즘엔 얼굴색이 다른 이들도 지하철에서 자주 보입니다. 이들이 ‘나와는 다르다’고 생각되지는 않나요. ‘더나은미래’는 청년 기자들과 함께 ‘좀 다를 것 같은’ 우리 이웃 50명을 만났습니다. 거인증을 앓는 전(前) 농구 국가대표 김영희 선수의 이야기를 커버 스토리에 담았고,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 한국이 낯선 사람들, 놓아버리기엔 너무 안타까운 미래 세대를 찾아갔습니다. 더불어 행복한 삶을 위한 1%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입니다. 편집자 주 “너무 커서 무섭죠?” 커다란 손이 불쑥 눈앞에 나타났다. 키 205㎝. 국내 최장신 여자 농구 선수이자 전 국가대표인 김영희(52·사진)씨가 악수를 청하며 건넨 첫 인사였다. “우리 동네에선 ‘거인 아줌마’로 불려요(웃음). 처음엔 아이들이 매일같이 저희 집 앞에 몰려와서 ‘거인, 나와라~’ 하고 놀려댔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집으로 아이들을 불러서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죠. ‘아줌마 착한 사람이야. 농구선수 아줌마야. 아줌마 놀릴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앞으로 아줌마 안 놀리면 나갈 때마다 맛있는 것 줄게’ 하고요. 그때부터 주머니 가득 사탕, 과자를 넣고 다녀요. 이젠 절 모르는 사람들이 ‘거인이다~ 남자야? 여자야?’ 하고 수군대면, 아이들이 먼저 나서서 ‘아니야, 마음씨 착한 거인 아줌마야. 농구선수 아줌마야’라고 말해줘요. 얼마나 예쁘고 고마운지 몰라요.” 김씨는 80년대 명실상부한 농구계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로 그리는 사회적 기업의 미래] ⑥·끝 정부와 사회적기업, 진짜 사회문제 해결하고 있을까?

[미래지도 프로젝트] (6·끝) 정부 예산은 과연 국민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문제에 쓰이고 있을까. 사회적기업은 국민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사회문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을까.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사회적기업연구소(소장 서재혁),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정부와기업연구센터(센터장 장용석)가 함께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로 그리는 사회적기업의 미래(이하 미래지도)’ 프로젝트 진행 결과, 정부 예산-사회문제 간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 매우 큰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정부 예산은 국민이 진정 바라는 사회문제 해결에 쓰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문제 ‘톱3’는 안전 위협(77.6%), 소득 및 주거 불안(14.33%), 노동 불안정(5.23%)이었다. 반면, 현 정부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한 분야는 교육 불평등(27.1%·약 51조9556억원)으로 나타났고, 세월호 이후 급증한 안전 위협 예산(26.6%·약 50조9743억원)과 보육·정신건강·일, 가정 불균형 심화 등을 일컫는 ‘삶의 질 저하’ 예산(20%·약 38조4378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2013~2014년 정부의 평균 예산 약 307조 중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쓰인 평균 194조9050억원(기획재정부 재정통계)을 신(新)사회문제에 따라 재분류해 차등 분석한 결과다.(국민 인식의 경우, 2012~2014년 조선일보·한겨레·매일경제 종합면 1~4면에 실린 기사 빅데이터 3만1808건 및 트위터·네이버블로그·다음아고라 등 온라인 6개 채널에 최근 1년간 게시된 477만531건을 분석한 결과다.) 정부의 예산 투입 현황은 전문가가 우선순위로 꼽은 사회문제와도 불일치했다. ‘더나은미래’가 안전·가계 부채·부동산·비정규직·청년 일자리·통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50명을 심층 인터뷰하면서 해결이 시급한 사회문제를 순서대로 3가지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던지자 ‘노동 불안정(78점)·소득 및 주거 불안(69점)·안전 위협(54점)’이 꼽혔다(우선순위에 따라 1~3점 차등 배점). 일반 국민과 전문가가 꼽은 사회문제는 우선순위는 다르지만, 톱3 항목이 모두 같았다. 반면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2주짜리 인생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얼마 전 만난 기업 사회공헌팀 관계자가 이렇게 묻더군요. “더나은미래 팀은 어떻게 그리 열정적인가요?” 곰곰이 생각하다 “헝그리 정신이 살아있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기자들의 삶이란 게 늘 그렇듯이, 밤낮이 없고 취재가 있으면 주말에도 현장에 나갑니다. 게다가 더나은미래는 섹션 발행뿐 아니라 대학생 공익기자를 양성하기 위한 멘토링도 하며, 비영리리더를 위한 교육과정에도 나서서 홍보 관련 멘토링도 합니다. 책자도 발간하고, 콘퍼런스 준비도 하고, 공익사업 기획도 직접 합니다. 일도 많고 피곤할 텐데, 더나은미래 기자들은 참 씩씩하고 열정적입니다. 내년 더나은미래가 온라인, 모바일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데, 모두 자기가 CEO인 양 아이디어를 냅니다. 다혈질 편집장인 저는 마감 때면 모질게 기자들을 몰아붙입니다. 마음에 안 드는 기사는 다시 쓰게 하고, 취재가 부실하면 “왜 그것밖에 못 하느냐”고 구박합니다. 마감이 끝나면 항상 후회하지만, 2주마다 늘 ‘도돌이표’입니다. 12월 초, 영국 출장을 가느라고 마감 때 완전히 지면에서 손을 뗐습니다. 불안했지만 눈을 딱 감았습니다. 돌아와 보니, 멋진 지면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편집장의 빈자리를 메워준 팀원들을 보는데, 어느새 성큼 자란 자식을 보는 것처럼 대견하고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이번 송년호 마지막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은 그동안 고생한 우리 기자 5인방입니다. 때때로 ‘이 지긋지긋한 2주짜리 인생’이라고 한탄하면서도, ‘어디 퀄리티 높은 공익 콘텐츠 없는지’ 매일 고민하고, 마감 때면 밤새워가며 원고 쓰는 기자들입니다. 내년에도 더나은미래는 이 든든한 기자들 덕분에 잘 굴러갈 것 같습니다. 어려울수록, 식구들이 더 소중한 법입니다. 유례없는

[더나은미래 논단]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 중심 ‘바우처 제도’를 주목하라

[더나은미래 논단] 최근 한국의 사회복지 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가족 기능 약화 등의 변화는 복지 욕구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공공 사회복지 지출이 2000년 GDP의 5% 수준이었으나, 2014년 배 이상 증가해 10%를 넘었다. 절대적 수준은 아직 OECD 평균(약 22%대)에 비해 여전히 낮지만, 2000년 이후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 중 가장 변화의 속도와 폭이 큰 분야가 사회복지 서비스 영역이다. 2000년대 이전의 사회복지 체계가 주로 생계 보호를 중심으로 한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위주였다면, 2000년대 이후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사회복지 서비스의 확대가 특징이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2012년 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은 한국의 사회보장 체계를 기존의 두 축(사회보험과 공공부조)에 사회 서비스를 포함한 세 개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산 측면에서도 2000년대 이후 보건복지부 예산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분야가 노인, 아동, 장애인, 여성과 가족 등 사회 서비스 영역이다. 양적으로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과연 서비스 수요자인 국민의 복지 욕구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국민의 복지 체감도는 여전히 낮고, 사회복지 서비스는 아직도 값싸고 질 낮은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는 평가다. 양적인 확대를 넘어 이제는 질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질적인 변화를 추동하는 대표적인 흐름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변화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서비스 공급 체계는 전통적으로 공급자 중심 체계로 발전해 왔다. 국민이 국가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권리인 ‘사회권’ 차원에서가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버리니 신선하더군요… 의전 사라진 콘퍼런스

[박란희의 작은 이야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13일의 금요일, 다음세대재단 ‘2015 비영리 미디어 콘퍼런스 ChangeON(이하 체인지온)’에 가려고 대전행 KTX에 올랐습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며 ‘대전까지 내려가 하루를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습니다. 비영리, 미디어, 플랫폼, 혁신, 미래 등 요즘 고민하는 키워드가 담긴 강연 속에서, 제 맘을 울린 건 따로 있었습니다. 하나는 ‘의전도 없고’ ‘내빈 소개도 없고’ ‘식전 사회자도 없는’ 특이한 진행 방식이었습니다. 수십 년간 익숙해진 우리의 행사 진행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화면 속 텍스트와 영상이 사회를 대신하더군요. 내빈 소개 대신, 특이한 참가자를 현장 생중계하니 마치 참가자들이 콘퍼런스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구청장배 줄넘기 대회에 참가한 딸아이를 따라갔다가 30분간 내빈 소개와 인사말을 듣고 박수 치느라 파김치가 되었는데, 이런 탈권위적인 시도가 새삼 반가웠습니다. 또 하나는 비영리 대상 IT 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인 ‘업리프(Upleaf)’ 공동 창업자 엘리자베스 비시의 발표였습니다. 그녀가 직접 방한하는 대신, 영상을 활용해 사전 인터뷰를 한 후 이를 텍스트로 번역해서 영상 발표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요즘 콘퍼런스가 봇물을 이루다 보니, 웬만한 해외 연사들의 방한 행렬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기대에 차서 콘퍼런스에 가보면, 엉망진창인 동시통역 때문에 짜증날 때도 많고, 관객 수준에 맞지 않게 기초이론만 늘어놓아 실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관객 수준을 예측한 정확한 질문, 제대로 된 번역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맞춤형 발표’를 듣게 돼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픈 세션을 통해 평범한 참석자들이 ‘비영리와 미디어’를 주제로 자신들의

[대한민국 사회문제 지도로 그리는 사회적 기업의 미래] ⑤ 統一로 맞잡은 손… 서로에게 더욱 집중할 때

미래 지도 프로젝트 (5) 전문가 12인의 대한민국 통일 진단 남북 관계, 상호 신뢰 쌓기 위해… 선교류 늘리고 경제 지원 늘어나야 탈북자 교육·취업 지원 시급해 사회적기업 경험, 통일 후 자립 도울 것 통일 여론이 뜨겁다. 현 정부는 ‘통일 대박’을 위한 구상 및 정책들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고, 국민의 55.9%는 ‘통일이 남한에 이익이 된다’고 답할 만큼(2014 통일의식조사·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통일을 향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에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사회적기업연구소, 연세대 공공문제연구소 정부와기업연구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미래 지도 프로젝트(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사회적기업 간의 미스매치를 살펴보는 기획)’ 다섯째 순서로 통일 전문가 12인을 만나 현안과 대안을 찾고,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심층 진단했다. 편집자 주   더나은미래가 통일을 위해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이슈를 꼽아달란 질문을 던지자, 전문가 12인 모두 “접촉면이 넓어져야 변화가 시작된다”면서 남북 교류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넓은 의미의 통일은 북한을 바로 아는 것”이라면서 “남북 교류를 증대해 상호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4년 한 해 동안 5·24 조치의 효과와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했지만, 올해 비무장지대 ‘목함 지뢰’ 사건 전후로 남북 관계가 냉탕과 온탕을 수없이 오갔기 때문.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은 “정부가 지난 7년간 대북 지원은 물론 문화·예술·체육 교류까지 막아놓은 상황이라 남북 간 이질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통일 문제를 이념 갈등, 정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태가 더 이상 벌어지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 간 합의사항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모금액의 0~15% 수수료로

비영리단체 참고할 만한 사이트별 운영 정책 비교 내년 1월 ‘크라우드펀딩법’ 시행을 앞두고, 온라인 모금 시장이 다각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 29일 첫선을 보인 카카오의 ‘스토리펀딩(storyfunding.daum.net)’을 시작으로, 비영리단체가 크라우드펀딩을 하나의 소통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8월 3일에는 SBS가 비영리단체가 참여하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나도펀딩(nadofunding.sbs.co.kr)’ 사이트를 공식 오픈했으며, 해피빈도 지난 6월 말부터 크라우드펀딩 베타 서비스(happybean.naver.com/crowdFunding/Home)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이에 비영리단체가 참고할 만한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의 운영 정책을 비교해봤다. 지난달 27일, 카카오에서 1년간 운영하던 ‘뉴스 펀딩’ 서비스를 ‘스토리펀딩’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수수료 정책을 홈페이지에 명시했다. 플랫폼 수수료 10%, 결제 수수료 5%로, 기본적으로 15%의 수수료를 책정한다. “공익 프로젝트에 차등 수수료를 책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카카오 ‘스토리펀딩’ 김귀현 총괄은 “기존에는 콘텐츠 원고료 개념으로 원천징수(3.3%)를 했지만, 스토리펀딩으로 개편되면서 수익형과 후원형으로 프로젝트 성격을 나눠 후원형의 경우 원천징수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순수 모금형 프로젝트의 경우, ‘희망해(http://hope.daum.net)’를 활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SBS의 ‘나도펀딩’은 비영리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해 3월까지 ‘희망내일 프로젝트 눈사람’이라는 주제로 뉴스의 주인공을 돕는 크라우드펀딩을 파일럿으로 실시한 것이 모체다. 무주 독거노인 김순이 할머니의 사연이 뉴스로 보도되자, 304명이 참여해 목표 금액의 3배가 넘는 952만원이 모였다. 지금까지 이렇게 나도펀딩에 참여한 사람은 3800여명, 누적 펀딩 금액은 2억에 이른다. 밀알복지재단과 환경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모금 창구 역할을 하며, 수수료는 10%(결제 수수료 5% 포함)다. SBS 사회공헌팀과 함께 나도펀딩을 담당하고 있는 뉴미디어팀 권영인 기자는

“수수료는 없습니다, 좋은 프로젝트에 힘 실어줘야죠”

인디고고 비영리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제너러시티’ 목적·목표액 정하면 별도 절차 없이 이용 가능 “크라우드펀딩, 비영리 활동 돕는 핵심 역할 하길” ‘수수료 0원’ ‘모금 개시를 위한 소요 시간 단 5분’. 세계 최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디고고(IndieGoGo)’가 개설한 비영리 모금 사이트 ‘제너러시티(Generosity·기부)’의 파격적인 이용 조건이다. 대부분의 크라우드펀딩은 모금액의 일정 비율이 사이트 수수료로 빠지는 반면, 제너러시티는 기부금 전부가 비영리 프로젝트에 사용될 수 있다. 모금도 ‘무엇을’ 위해 ‘얼마’를 모을지만 정하면, 별도 승인 절차 없이 즉시 실행할 수 있다. 지난달 K-ICT 본투글로벌센터에서 열린 크라우드펀딩 세미나에 참석한 존 바스키스(John Vaskis·사진) 인디고고 시니어 디렉터는 “크라우드펀딩이 대중적인 모금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12년 인디고고에서 허리케인 ‘샌디’로 폐허가 된 지역을 재건하자는 모금활동이 시작됐습니다. 캠페인이 소문 나면서 모금 기간 종료 후에도 3번의 유사한 캠페인이 더 진행돼, 1년 반 만에 108만달러(약 12억원)를 모았죠. 그때 대중의 비영리 활동에 대한 강한 니즈를 발견했고, 이들에게 우리 채널을 열어 힘을 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기업 정신은 좋은 프로젝트에 사람과 돈을 모아 빠르게 실현시키는 것인데, 비영리 모금은 시간을 다투잖아요. 이 때문에 누구든지 원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수수료를 없애고 사용 방법을 단순하게 했습니다.” 이 덕분에 1년 새 인디고고에서 비영리 기부(Non-profit causes) 규모는 22개 모금 영역 중 셋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최근엔 개인 모금자들뿐만 아니라 이용자 영역을 비영리단체들까지 확대했다. 존 바스키스 디렉터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사람들은 단순히 자금만 제공받는

이야기가 있는 모금… “다음 글이 기다려져요” 팬이 된 후원자

크라우드펀딩 뛰어드는 NPO 매력적인 대중 홍보 창구 포털 사이트에 스토리펀딩 콘텐츠 노출 더 많은 사람들에 전달… 이슈화도 쉬워 전문 작가와 협업해 제작 진행하기도 代價 있는 기부? 보상시스템 우려 에코백·텀블러 등 후원자에 기념품 제공 “펀딩 성과 바로 보여 신경 안 쓸 수 없어… 리워드 위한 후원 따로 받아야 할지 고민” 비영리단체들이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으로 뛰어들고 있다. 올해 4월 14일, 비영리단체로는 최초로 국경없는의사회가 카카오의 ‘스토리펀딩(前 뉴스 펀딩·storyfunding.daum.net)’의 포문을 연 데 이어 세이브더칠드런(6월 9일), 월드비전(6월 18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8월 4일), 밀알복지재단(8월 6일)도 스토리펀딩에 참여했다. 비영리단체들이 기존 온라인 모금이 아닌 ‘크라우드펀딩’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토리펀딩’을 중심으로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비영리단체들의 이야기를 심층 취재해봤다. ◇크라우드펀딩, 모금보다는 ‘애드보커시(Advocacy)’ 창구 국경없는의사회가 ‘스토리펀딩’의 첫 주자로 나선 데는 단체의 특수성이 작용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71년 나이지리아 내전으로 인한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 의사와 언론인이 함께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사실 스토리펀딩을 먼저 제안한 곳은 카카오다. 국경없는의사회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최정혜 과장은 “단체의 주요 활동 중 하나가 ‘의견 표명 활동(speaking out)’으로 명시돼있다”면서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저개발국의 모성 보호 문제’를 심층적으로 알리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목숨을 건 엄마들’이란 제목으로 저개발국의 산모 사망률 문제를 10회차로 연재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네티즌 416명이 후원에 참여했고, 총 726만7000원이 모였다. 크라우드펀딩은 매력적인 대중 홍보 창구로 활용됐다. 비영리단체는 모두 “스토리펀딩의 콘텐츠가 포털 사이트 메인에 노출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알릴 수